‘눈이 부시게’, 웃다 울다 희비극에 안정감 주는 연기자들 호연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첫 회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해지는 멜로였다. 삼겹살 먹는 게 꿈이라며 청테이프로 문틈을 모두 막아놓고 혼자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질식해 쓰러지는 김영수(손호준)가 실려 가기 전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미디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그가 계속 놀려대고 장난치는 동생 김혜자(한지민)에 술기운에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분수처럼 토를 해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여기에 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가 여러 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큼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네주민들(주로 할머니들)과 요양원 시설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마치 그 곳에 온 준하의 할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참신했다. 동네 시위 현장에서 남녀가 만나는 설정은 어느 멜로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우동집에서 술에 취해 ‘불행 배틀’을 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의 설렘을 주는 멜로의 풍경이었다. 

2회에 들어서면서 <눈이 부시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한 멜로로만 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봉인해뒀던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꺼내 무한정 돌려 결국 아빠를 살려내지만 김혜자는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아빠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리고 사고가 나는 걸 막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상큼 달달에서 눈물 철철로 바뀌는 대목. 배우 한지민의 만만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그 충격에 자기 방문을 걸어 닫았다. 그 변신(?)을 부정하다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연기자 김혜자는 이를 절절한 비극으로 소화해낸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극의 장르적 특징이 급변하고 그 인물의 감정도 급변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김혜자는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환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남다른 불행을 안고 사는 이준하 역할을 한 남주혁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할머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준하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자해를 한 후 가정폭력 신고를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잡혀 들어가지만 그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할머니는 경찰서를 찾아가 그것이 자해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준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풀려나온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질책을 듣는 이준하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눈이 부시게>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섞여 있고 발랄한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더해져 있어 어찌 보면 가벼운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밝은 부분만큼 어두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희비극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해주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이런 희비극이 우리네 삶의 정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라마로서 납득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혜자는 물론이고 한지민이나 남주혁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들의 눈부신 연기가 있어 인생의 희비극을 우리는 웃고 울며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사진:JTBC)

‘눈이 부시게’, 눈부신 한지민·남주혁 이들이 겪을 청춘의 시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가졌지만 그 시계를 사용하면 빨리 늙게 된다. JTBC 새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설정은 여느 유사 장르물들과 달리 그런 한계점을 덧붙여놓았다. 그래서 그런 ‘판타지의 룰’을 몰랐을 때 그 시계를 발견했던 어린 혜자(한지민)는 제 맘대로 시간을 되돌려 시험 점수를 올리거나 봉변을 모면하거나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 시계를 쓰다 급성장해버리면서 혜자는 시계를 쓰지 않기로 한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이 부시게>는 바로 이런 상상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시계를 갖고 있는 혜자(한지민)라는 인물이다. 이런 시계가 탐욕 가득한 인물의 손에 들어갔다면 이 이야기는 좀 더 살벌한 스릴러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혜자는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할 줄도 아는 인물이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장난꾸러기였던 오빠 영수(손호준)의 장난에 늘 지지고 볶지만 그래도 큰 다툼을 벌어지는 않고, 미용실에서 일하는 엄마의 염색약에 거칠어지는 손과 ‘돈 들어갈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동아리 선배의 추천으로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선배 때문에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지만, 다른 사람과 결혼해 종군기자로 해외로 나간 선배를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다. 

에로영화 더빙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힘겨운 상황이었다면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시계’를 써서 더 엄청난 짓을 벌일 수도 있었겠지만 혜자는 그러지 않는다. 대신 우연히 알게 된 준하(남주혁)과 술자리를 함께 하며 벌인 ‘불행 배틀’을 듣다 술기운에 시계를 꺼내든다. 그런데 그건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자신 때문에 고생하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할머니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한 준하를 위해서다. 

이처럼 <눈이 부시게>의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은 거창한 스릴러가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동화 같다. 결국 시계를 되돌린 혜자는 자신의 청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훌쩍 날려버린 채 나이가 들어버린 혜자(김혜자)가 되어버릴 처지다. 반면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 때문에 모든 걸 다 갖추고도 무기력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준하. 그의 앞에 할머니가 된 혜자가 등장한다. 과연 이들의 이 기상천외한 관계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타임 리프라는 소재는 시간과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그 설정 때문에 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상상이지만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하지만 <눈이 부시게>는 그런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가 주는 어떤 결과들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런 변화 속에서 ‘시간’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드라마다. 

<눈이 부시게>라는 제목은 그래서 아마도 눈부신 ‘청춘의 시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청춘의 시간이란, 너무 살날이 많이 남은 듯 느껴지는 탓에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눈이 부시게 빛났는지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봤을 때 겨우 발견되기도 하니 말이다.

어찌 보면 거대한 판타지 설정이 있지만 그것을 소소한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그 속에서 툭탁댔던 경험들조차 눈부신 일들이라 전해주는 이 드라마에서, 한지민과 남주혁, 손호준 같은 배우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보인다. 지금 막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이 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이 가진 동화 같은 매력을 비주얼만으로도 만족시키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이제 나이 든 모습으로 돌아올 김혜자의 공력이 묻어나는 연기가 더해진다는 점이 이 드라마에 더더욱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25살의 연기를 김혜자는 어떻게 구현해낼까. 준하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게 될 2명의 혜자가 그와 엮어나갈 사랑과,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될 시간의 의미가 어떻게 그려질지 자못 궁금해지는 드라마다.(사진:JTBC)


'미쓰백', 거칠지만 따뜻한 한지민이라 더 매력적

아동학대의 현장을 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실상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절감하게 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일 게다. 그런 점에서 영화 <미쓰백>은 우리가 언젠가 뉴스에서 짤막하지만 충격적이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며 방치된 아이 지은이(김시아). 그 아빠의 애인은 아이를 짐으로 보며 학대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그건 다만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을 뿐이지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 보였다면 그건 뉴스나 르포이지 영화는 아닐 것이다. <미쓰백>이 영화로서 힘을 갖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제목에 담겨진 이 영화의 주인공 미쓰백 백상아(한지민)의 시선이 담겨져서다. 그 자신도 학대당한 기억이 있는 이 주인공은 어느 날 한겨울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원피스 하나를 입고 달달 떨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된다. 한눈에 봐도 학대받는 아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손길을 내주지 않는 아이. 미쓰백이 그 아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되는 건 그 아이에게서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미쓰백이 자신의 삶이 더 고달파 외면하려던 아이를 점점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손을 내밀게 되며 나아가 아이를 구해내는 그 과정을 담고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미쓰백 스스로 자신을 학대받던 아이로 방치하며 살아왔던 삶에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쓰백은 아이를 구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신도 구해내려 안간힘을 쓴다. 영화가 끔찍함을 넘어서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미쓰백이 상처로 가득한 아이를 꼭 껴안는 그 장면은, “나 같은 것”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비천하게 취급해온 자신을 껴안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그래서 미쓰백이라는 캐릭터와 그 인물을 연기하는 한지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한지민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미쓰백>의 백상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르게 백상아의 거친 일상을 잡아낸다. 한지민은 재게 손을 놀리며 다소 거칠게 갖가지 일을 하는 동작들만으로 이 인물이 가진 예사롭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느끼게 해준다.

욕을 해대고, 늘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고, 얼굴이고 몸이고 항상 상처 하나씩은 달고 다니는 이 백상아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의 학대받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어찌 보면 자신의 삶을 학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처 가득한 지은이의 등장은 들춰내고 싶지 않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금 꺼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거친 삶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따뜻함을 희구하는 마음을 가리기 위함이었다는 걸 아이 앞에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이 과정은 그래서 한지민이라는 배우에게도 그간의 고정되어 가던 이미지가 만들어낸 틀을 벗게 해주는 시간들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한지민에게 이런 거칠면서도 따뜻한 매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백상아가 지은이를 통해 자신을 구원해내듯이, 연기자 한지민은 백상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꺼내 보인다. 왜 그간 이런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미쓰백>은 그렇게 한지민을 꼭 껴안으며 말하고 있는 작품 같다.(사진:영화'미쓰백')

‘아는 와이프’, 불편한 판타지와 공감 가는 현실

“티격태격, 아웅다웅, 미운 정 고운 정 쌓아가면서 같이 나아갈 것.” “우리만의 전우애도 싹틀 것.”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결국 불편한 판타지를 돌고 돌아 공감 가는 현실 속에서의 대안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삶의 현실이 제아무리 부부를 지치게 만들어도 서로가 지지해주고 다독이는 것으로 하나하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특히 주목됐던 건 ‘육아문제’였다. 맞벌이를 하는 우진(한지민)과 주혁(지성)은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침부터 밤까지 그들이 외치듯 “전쟁‘을 치르며 살아갔다. 이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은 <아는 와이프>의 시작 부분에서 그려졌던 풍경이다. 하지만 같은 전쟁이라도 그 전쟁을 대하는 이 부부의 자세가 달라졌다. 그 때는 홀로 ’독박육아‘를 하는 우진과 현실에 치인 주혁이 서로 너무 힘들어 자신의 힘든 것들만을 들여다보며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줬다면, 이제는 함께 하는 육아로 그 전쟁을 현명하게 이겨나갔다. 

첫 회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상황은 물론 그 입장은 정반대가 되었지만 마지막 회에도 똑같이 벌어졌다. 교육과 시험을 봐야하는 주혁에게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고, 마침 아이를 픽업해야할 우진이 은행에서 쓰러진 고객을 응급실까지 데려다주느라 가지 못하게 되자, 교육장을 벗어나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는 주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주혁은 우진과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불가능한 도전’을 해나가듯 함께 공조(?)해 아이도 챙기고 간신히 시험장에도 도착할 수 있었다. ‘독박육아’가 ‘전우애’로 바뀌는 변화를 드라마는 보여줬다.

사실 <아는 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너무 상식적인 것처럼 보인다. 결국 현실이 힘들어도 부부가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식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말과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와이프>는 그래서 과거를 돌려 현재를 바꿔본다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그렇게 막연한 판타지로 바꿔놓은 현실이 얼마나 불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또 나아가 그 힘든 현실들 속에서 상대방을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드라마가 초반에 그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저항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주혁의 철없는 선택이 불러온 불편한 현실들 때문이었다. 첫사랑에 성공해 이혜원(강한나)과 살게 되지만 그것이 막연히 생각되던 판타지였을 뿐,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는 걸 주혁은 깨닫는다. 그러면서 우진을 점점 다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이 못해줬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달라진 현실 속에서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 시청자들의 저항감이 워낙 커서 드라마는 개연성 부분에 많은 흠집을 남기면서까지 이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주혁이 사실은 우진과 부부사이였다는 걸 고백하고, 우진이 그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여러모로 개연성이 부족했고, 두 사람이 함께 과거로 되돌아가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새로이 다시 만나는 과정도 그럴 듯하게 그려지지는 못했다. 또 이 가상의 설정을 되돌림으로써 거기 등장했던 이혜원이나 윤종후(장승조)가 들러리가 되는 부분도 남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여곡절을 통해 다시 돌아온 곳이 바로 그 드라마 초반과 똑같은 현실이라는 건 곱씹어볼만한 부분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막연한 판타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겪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전우애’처럼 피어나는 것이라는 걸 드라마는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꽉 채워준 건 연기자들이었다. 철부지 같은 선택을 함으로써 비난받는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차츰 참회하며 돌아옴으로써 그 매력을 잃지 않게 했던 주혁을 연기한 지성이나, 1인3역 정도는 한 것처럼 이 드라마에 기분 좋은 생기를 불어넣은 우진 역할의 한지민은 물론이고, 들러리가 될 위치에서도 친구로서의 따뜻한 우정을 공감하게 해준 윤종후 역할의 장승조나, 판타지 설정의 부족한 개연성마저 메워주는 따뜻함을 보여준 우진 어머니 역할의 이정은, 그리고 은행식구들과 주혁의 친구들 역할을 한 배우들까지 연기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의 단단한 매력들이 뭉쳐져 <아는 와이프>는 초반의 불편한 설정들이 만들어낸 위험요소들을 상당부분 걷어내며 끝까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주목되는 건 시종일관 7%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함으로써 tvN의 수목드라마 시간대가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나름 성과도 적지 않은 <아는 와이프>였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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