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정준하의 도전, <쇼미더머니>

 

웃지마!” Mnet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 나간 정준하가 랩을 선보이기 전 먼저 그렇게 외친 한 마디는 왜 그토록 뭉클하게 다가왔을까. “아프지마 도토 도토 잠보로 작년 시선을 끌었던 그의 랩은 웃음을 더 많이 주었던 게 사실이다. 아마도 하하가 행운의 편지미션으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도전을 적어 넣었던 것 역시 그 자체가 우습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하는 말했다. “아마 줄 서 있는 것만으로 웃기는 사람은 형이 유일할 것이라고.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C 민지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도 그래서다. 덩치가 산만한 그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닉네임이 아닌가. 게다가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쇼 미 더 머니> 예선전에 나온 청춘들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 그러니 제 아무리 예능인으로서 잔뼈가 굵은 정준하라도 MC 민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하는 것이 웃음을 줄 수는 있을 지라도 어찌 창피함이 없었을까.

 

많은 이들이 정준하가 <쇼 미 더 머니>에 나가는 것에서 바라는 건 웃음이다. 거기 함께 참가한 다른 랩퍼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게다. 하지만 그의 차례가 되자 그는 진지해졌다. 그 상황 자체가 우스울 수 있어도 그의 도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웃지마!”라고 일갈했을 때 느껴지던 뜨끔함과 뭉클함은 결코 쉽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진지하게 그 도전을 수행한 정준하의 진심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준하가 만든 타요 버스의 랩 가사에 지코가 감탄했던 건 그저 의례적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타요 타요 모두 타요 내 마음이 타요 속이 타요같은 가사는 간단해 보이지만 정준하 특유의 성격과 자신이 느끼는 초조함 같은 것들이 잘 어우러진 가사다. 그 랩 가사를 제대로 음을 붙여 지코가 부르자 웃음기 싹 사라진 멋진 곡으로 탄생하는 걸 보며 정준하는 물론이고 <무한도전> 멤버들도 놀라워했을 정도가 아니었던가.

 

<쇼 미 더 머니5>의 예선전에서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장면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길을 먼 발치에서 정준하가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그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아마도 오랜만에 방송에서 보게 된 길이 반가웠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거기에는 아마도 함께 <무한도전>을 하면서 쌓여왔던 세월들이 겹쳐지지 않았을까. <무한도전>은 거기에 대해 아무런 주석을 달지 않았지만 정준하가 참가자로서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미 행운의 편지에서 정준하의 <쇼 미 더 머니> 출연 미션이 나왔을 때부터 대박 아이템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그것은 단지 웃기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물론 그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랩 도전이 웃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지한 도전 그 자체는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랩 가사라니.

 

아직 방영되지 않은 <쇼 미 더 머니5>이기 때문에 정준하의 도전 모습은 그가 길을 바라봤던 것처럼 먼 발치에서 살짝 보여질 뿐이었다. 아마 그 결과는 <쇼 미 더 머니5>를 통해 확인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하랴. 그가 이미 도전 과정을 통해 보여준 그 모습은 충분히 멋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쇼 미 더 머니5> 예선에서 그가 한 랩이 몹시 궁금하긴 하지만.

<쇼미더>, 논란과 무관심 사이에서 논란을 택하다

 

<쇼미더머니4>의 블랙넛은 방송에 있어서 골칫덩이가 분명하다. 제 아무리 랩 가사라고는 해도 동창을 강간하고 남자친구를 살해하겠다는 이야기를 담아낸 곡을 버젓이 내놓고 특정가수를 지칭해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쓴 것으로 이미 물의를 빚은 바가 있는 인물. 사실 이런 인물을 방송 무대에 올려놓는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쇼미더머니(사진출처:Mnet)'

과거 SBS <송포유>에서 일진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생겨난 논란과 파장을 떠올려 보라. 출연자는 단지 실력으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철없던 시절의 빗나간 일탈이라고 해도 이러한 인성이나 과거력의 문제는 자칫 프로그램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엄청난 후폭풍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쇼미더머니4>는 이런 블랙넛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힙합 오디션에 끼워 넣었다. 첫 회에 그가 바지를 내리는 장면 역시 모자이크 처리는 됐지만 편집 없이 내보냈다. 그 장면은 마치 과거 MBC 생방송 <인기가요>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해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던 카우치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를 반복해서 외치며 관심 받는 아이돌과 언더로서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도 블랙넛이었다. 이 대결구도는 <쇼미더머니4>의 주된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아이돌과 언더의 대결. 이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도 언더도 저마다의 목적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즉 아이돌은 힙합 실력을 인정받으려 하고, 언더는 아이돌 같은 인지도를 얻기를 원한다. 그러니 이 두 이질적인 존재들의 대결구도는 양자를 모두 주목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은 역시 논란을 만들었다. 송민호가 랩을 할 때 죽부인을 갖고 무대에 누워 보여준 블랙넛의 낯 뜨거운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을 모두 찌푸리게 만들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도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해 질타했다. 논란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으며 그것은 당연히 기사화되어 일파만파 확대되었다.

 

그럴수록 블랙넛에 대한 관심은 커졌고, 그에 따라 <쇼미더머니4>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그러자 커진 관심만큼 과거 블랙넛이 썼던 문제의 랩 가사들이 기사화되면서 그의 인성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그가 일베에서 활동한 경력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어찌 보면 <쇼미더머니4>는 블랙넛이라는 도발하는 골칫덩이의 힘으로 굴러가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블랙넛 인성 논란과 하차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쇼미더머니4>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불편함에 대한 사과 따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블랙넛을 무대에 세우고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내 인성의 어쩌고 저 째? 다 갖다 붙여 내 이름 앞에 내가 사과하고 하차하길 원해? 전부 다 챙기고 갈 거야. 우리 집에 난 더 크게 외칠 거야 쇼미더머니. 내게도 엄마의 건강이 첫째. 세상에 욕 만했던 나의 어제가 부끄럽긴 해도 내가 뱉은 말에 난 떳떳해.”

 

만일 블랙넛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건 불에 기름을 붓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쇼미더머니4>가 이것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다음 회에는 이러한 불편한 감정들이 극점으로 치솟을 송민호와 블랙넛의 대결을 준비시켜 놓았다.

 

송민호와 블랙넛.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관심을 받는 자와 관심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 자신감이 넘치는 화려함과 어딘지 어눌하지만 그 억눌리고 비뚤어진 감정이 폭발하는데서 나오는 그 광기. 이것은 송민호라는 화려함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힘이다. 거기에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블랙넛이라는 인물이 있기에 가능한 힘.

 

이처럼 무관심보다는 불편한 논란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는 어쩌면 힙합이라는 장르나, 그 장르를 오디션화한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의 입장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착함이란 우리 시대에는 아무런 의미도 전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 현실 위에서 <쇼미더머니>는 무관심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인(?) 논란을 선택했다. 결코 윤리적으로 잘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이 논란이 여기서 나오는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을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쇼미더머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

 

<쇼미더머니>는 막장오디션인가. 이 괴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간 후 하루가 멀다 하고 기자들의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은 이 오디션이 양산하는 논란에 대한 것들이다. 송민호의 여성비하 랩 가사는 물론이고, 힙합을 모독했다는 스눕독 앞에서의 떼거리(?) 미션, 떨어뜨렸다가 붙였다 다시 떨어뜨리는 제 맘대로 심사로 도마에 오른 산이와 버벌진트, 11 랩 배틀에서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동도 마다않는 블랙넛 등등.

 


'쇼미더머니4(사진출처:Mnet)'

사실 이런 줄줄이 이어진 논란들을 떠올려 보면 차라리 첫 회부터 등장했던 오디션장에서 블랙넛이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나 광고 후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다음 주로 미루는 식의 시청자에 대한 무배려, 피타입을 힙합 신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가 가사실수로 떨어지자 그 안타까움을 심사위원들의 목소리로 전하면서도 끝까지 그를 쫓아가며 그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찍어내는 것 정도는 귀엽게 봐줄만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스눕독을 모셔 와 앉혀놓고 마치 좀비들마냥 그의 앞으로 전진하며 서로 마이크를 뺏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이 논란이 되었을 때, 방송이 보여준 것은 짧은 사과와 함께 다시 이어진 그 볼썽사나운 미션이었다. 그 미션에서는 실력보다 중요한 게 타인을 밟고 오르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마이크를 타인에게 양도한 서출구는 결국 이 지옥 같은 경쟁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출구로 빠져나갔다.

 

<쇼미더머니>는 기존에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봐왔던 그 공정한 무대에 대한 판타지를 여지없이 깨버리는 것으로 논란을 양산하고 있고, 그 논란은 화제가 되고 그것은 다시 시청률로 이어지는 지금까지의 오디션 공식과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욕을 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눈을 돌리기 어렵고, 꽤 불편하지만 그래서 부글부글 끓는 마음 때문에 그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오디션. 막장 드라마를 우리가 볼 때 느끼는 그 감정과 유사하기 때문에 막장오디션이라는 표현까지 붙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에는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면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룰이 깨지는 막장 요소들이 들어가는 것 자체를 하나의 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즉 판정 번복이 일어났을 때 거기에 대한 비판은 대중들에게서만 나오는 반응이 아니다. 즉 송민호도 판정 번복에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것 역시 <쇼미더머니>가 쇼 안에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쇼미더머니>는 논란도 만들지만, 그 논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까지도 쇼에 담는다.

 

바로 이 점은 <쇼미더머니>가 막장오디션이라고 비난받을 짓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작은 세계가 혹시 우리가 막연히 공정하다고 말하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의 실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즉 세상은 저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진하게도 공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쇼미더머니>는 리얼리티쇼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힙합을 모독했다는 떼거리 미션은 사실상 우리네 청춘들의 취업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고, 여성비하 랩 가사가 보여준 비윤리성은 지금 현재 인터넷의 음지에서 피어나고 있는 독버섯들이다. 심사의 번복? 애초에 심사 따위는 없고 내정된 자들에게 과정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 입사시험이라는 얘기나 나오는 세상이지 않은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든 주목받기 위해서 심지어 바지를 내리거나,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건 이미 일상화되어버린 일들이다.

 

물론 그것이 잘한 일이라는 걸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불공정함을 애초에 원천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비뚤어진 사회 시스템이다. <쇼미더머니>가 욕을 먹는 것은 그 잘못된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섣부른 판타지를 그리기보다는 불공정한 시스템 그대로의 더러움을 쇼의 차원으로 그려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목적은 시청률이나 화제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쇼미더머니>가 이런 불공정 사회 시스템의 모든 걸 힙합이라는 틀로서 가감 없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그래서 가끔씩 이 절절한 길거리의 힙합 청춘들을 통해 이런 섬뜩한 우리네 현실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띄워줘. 더한 것도 보여줄 테니. 세상이 공정하다고? 개나 줘버리라지.”



<쇼미더머니4>, 거장도 아이돌도 언더도 할 말은 있다

 

너희들은 힙합을 모른다<쇼미더머니4>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겠다고 나온 힙합의 거장 피타입도 2차 오디션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기막힌 가사와 라임, 플로우를 보여주었지만 갑자기 뇌가 마비된 듯 연속되는 가사실수를 한 것. 심사위원인 버벌진트는 피타입의 충격적인 탈락에 대해 제 아무리 놀라운 기량을 갖고 있다 해도 무대에서는 공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4(사진출처:Mnet)'

피타입의 도발과 탈락은 <쇼미더머니4>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보여준다. 그 하나는 그 어떤 독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이 무대는 다 열어놓고 그걸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힙합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근원적인 비판마저도 모두 무대로 끌어안겠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힙합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무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상대방에 날선 독설들을 쏟아낸다. 그것이 뭐든 상관없고,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열려진 소통의 무대. 그것은 힙합의 기본 전제나 다름없다.

 

피타입의 탈락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 무대가 공정하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그의 탈락을 보며 충격에 빠진 듯, 그는 끝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섭외 자체가 그만한 보장을 담보했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거장이든 아마추어든 프로든 혹은 아이돌이든 실력파 언더든 이 무대에 자비란 없다. 누군가에 대한 자비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정이 되기 때문이다.

 

피타입의 도발과 탈락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쇼미더머니4>는 다소 거칠고 감정과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걸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건 결국 힙합이 가진 정신에 맞닿아 있는 일일 것이다. 힙합은 음악이지만 또한 언어이기도 하다. 속에 쌓이고 쌓여진 것들을 라임과 플로우에 맞춰 쏟아내는 것. 그렇게 털어내고 쏟아냄으로써 누군가는 상처입고 누군가는 아파하더라도 그걸 숨기지 않는 것.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통하는 것. 그것이 힙합이 아닌가.

 

시작부터 이슈가 된 아이돌과 언더들의 부딪침도 결국은 모두 이 열려져 있는 무대가 해결해주는 것을 <쇼미더머니4>는 보여주고 있다. 여기저기 터져 나온 위너 송민호에 대한 언더들의 공격은 다 가진 아이돌들이 이런 힙합의 무대에 와서 실력까지 인정받겠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또 저 아이돌로 복귀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욱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송민호가 무대 위에 올라 실력을 선보이자 언더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가 하는 이야기는 아이돌이라는 껍데기에 가려져 제대로 진면목을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의 심경이었다. 언더들이 억눌린 만큼 아이돌도 억눌려진 감정들이 있다.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할 이야기를 건네는 것. 무대는 가감 없이 이 부딪침들을 드러내고 아이돌이냐 언더냐를 떠나 오로지 실력으로서 인정하고 비판하는 보다 큰 틀에서의 힙합 동료들의 틀을 만들어낸다.

 

그룹 세븐틴의 버논이 2차 오디션을 간신히 통과한 것에 대해 앤덥이 수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3차 오디션인 11 대결에서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과정은 그래서 <쇼미더머니4>가 가진 파괴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무대는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그러니 실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하고 그걸 통해 인정하라는 소통의 밑그림이다.

 

사실 진정한 소통이란 이런 것일 게다. 무언가 말하면 뭐든 척척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전혀 다른 입장만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게 허용되는 것. 그저 입 다물고 속으로만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내놓고 서로 터트려보는 것. 그래서 다른 입장이지만 그 입장 또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걸 인정해가는 것. <쇼미더머니4>의 무대가 다소 거칠어도 쿨한 소통의 풍경을 그려내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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