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555)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33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597,884
Today123
Yesterday737
728x90

습관, 일방적 메시지, 악플.. 이젠 SNS의 일상이 된 풍경들

 

'이제 인스타그램을 그만하려고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은 아니구요(물론 아주 영향이 없진 않지만) 활동이 많이 없어 늘 소식 목말라하는 팬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공간인데 이거 은근히 신경도 많이 쓰이고 쉽지 않네요. 우리 팬들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 생각해볼게요.'

 

가수 이효리가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남기고 계정을 결국 삭제했다는 소식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SNS에 올라간 사진만으로도 늘 화제가 되곤 했던 이효리였다. 과거 결혼해 제주도에 내려가 살게 되면서 이효리의 근황을 전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던 게 바로 SNS였으니 그걸 삭제한다는 의미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항간에는 최근 MBC 예능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를 시작하면서 그 부캐 이름을 정하다 우연찮게 나오게 된 '마오'라는 이름 때문에 쏟아졌던 '악플 테러'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이효리 스스로가 밝혔다.

 

실제 이유는 이효리가 카카오TV에서 하고 있는 <페이스아이디>라는 웹예능을 통해서 드러났다. 요가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하고 그 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내며, 차를 한 잔 마시면서도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위해 발가락으로 찍는 이효리의 모습은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우리가 얼마나 SNS에 목매여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화보를 찍으러 가서도 사진을 찍어 올리고, 화장을 고치면서도 연실 SNS를 확인하던 이효리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겠다고 마음먹은 진짜 이유로 너무 습관적으로 하루 1-2시간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건 고양이 순이였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순이를 깨닫게 된 순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는 것. SNS에 집중하다 정작 주변의 소중한 존재들을 도외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또 다른 이유로 이효리는 "돈 빌려달라는 부탁"이 DM으로 너무 많이 온다는 사실을 들었다. 사실 다 해줄 수도 없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라 무시하면 되지만 이효리는 쉽게 지나치지 못하곤 했다는 거였다. SNS의 손쉬운 연결이 소통을 쉽게 해주긴 하지만, 그래서 생겨나는 잘 모르는 이들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주는 부담감은 이제 SNS를 하는 누구나 느끼는 일이 아닐까.

 

악플이 주원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이 역시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았다.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할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일까. 이것 역시 SNS 같은 다소 사적인 공간이 때때로 공적인 공간처럼 변모해 악플로 도배되기도 하는 디지털 현실을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페이스아이디>를 통해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니겠지만 이효리가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는 과정을 담아낸 건 그래서 의외로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면들이 있었다. 너무 빠져들어 실제 일상의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기고, 연결되어 있는 통로로 일방적인 메시지들이 날아와 부담을 주며, 때론 악플로 상처를 입는 현실. SNS 시대에 이제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이 거기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사진:카카오TV)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미스터트롯’, 막강해진 팬덤 이젠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유명세일까.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까.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임영웅 편애 논란이 터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담당작가의 SNS였다. 임영웅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진입한 걸 축하는 내용의 그 SNS에서 ‘장하다 내새끼’ 같은 해시태그가 발단이 됐다.

 

제작진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즉 임영웅을 편애하는 내용이 아니라 곡이 차트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실일 게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새끼’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들에게 쓰이곤 한다.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그 특정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즉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런 SNS 자체를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참가자들을 각각 1대1로 담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작가가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SNS에 게재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편애설과 함께 프로그램 상의 자막이나 편집 심지어는 분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생겨나는 잡음들일 수 있다. 제작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출연자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춰서 내보내기는 어렵다. 그건 또한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자막이나 편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적인 양념이 되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맞춰진 <미스터트롯>의 자막과 편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폰트의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특정 장면들은 심지어 서너 번씩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지면서 강조점을 찍기도 한다. 그건 그 출연자들의 무대가 가진 묘미와 매력을 극대화해서 전해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의 형평성을 잣대로 세우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점점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별 문제되지 않던 자막, 편집, 분량 나아가 제작진의 사소한 SNS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편집되느냐에 따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팬덤이 개입한다. 초반에는 생기지 않던 팬덤이 후반으로 갈수록 확고해지고, 이들은 심지어 문자투표 독려 같은 ‘활동’까지 하게 된다. 각자 지지하는 출연자가 조금이라도 박대를 받는다 싶으면 그건 ‘논란’으로도 쉽게 비화된다. 애정이 커질수록 방송을 보는 눈초리는 더 예리해진다.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미스터트롯>에 갑자기 불거진 편애설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제작진들은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건 팬덤들이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전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적절한 소재와 기획의도를 가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형식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관여 욕구’는 작은 것에도 주의를 요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구혜선·안재현 부부 사생활 생중계, 뭐가 문제일까

 

이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까지 등장했다. 디스패치가 안재현과 구혜선 부부의 사적이고 내밀한 문자들을 공개한 것. 어째서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이 사안은 ‘범죄’가 아니라 부부 사이에 생겨난 갈등상황이고, 이혼을 두고 벌어진 감정 대립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공적인 사안이라 보긴 어렵다.

 

대체로 휴대전화 포렌식 같은 방식까지 동원되어 사적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는 건 그것이 ‘범법’과 같은 중대한 공적인 문제를 내포할 경우였다. 하지만 이 사안이 그런 것일까. 연예인이라는 직업적 위치를 떼놓고 생각해 보자. 부부가 이혼을 하는 상황은 두 사람만의 문제다. 물론 그것이 폭력이라든가 외도라든가 하는 범법 행위가 분명하게 들어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봐도 이 사안에 그런 범죄적 냄새는 풍기지 않는다.

 

사안을 이렇게 공적인 문제로까지 키우게 된 건, 구혜선이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그들의 가정사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물론 SNS라는 공간은 사적일 수도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SNS가 이미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하는 공적 공간이 되어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구혜선은 이 공간에 그들끼리 만들었던 ‘결혼 생활 수칙’까지 공개했다.

 

‘안재현 주의할 점’이라 적힌 수칙에는 ‘밖에서 술 마실 때 저녁 11시까지만 마시기’, ‘인사불성 되지 말기(절제)’, ‘고집부리지 않기’,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기’, ‘벗은 옷은 제 자리에 두기’, ‘먹은 음식은 제 때 치우기’, ‘술 취해서 기분이 좋아도 소리 지르거나 손찌검, 폭력 등 하지 않기’, ‘집에 12시 안에는 들어오기’, ‘고양이 화장실(7일에 한 번은) 치우기’ 등이 자잘하게 적혀있다. 반면 ‘구혜선 주의할 점’에는 ‘없음’이라 적혀있다.

 

지난 3일 SNS에 올라온 이 사진은 그대로 기사화되었다. 이미 구혜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SNS에 글 한 줄 올리고 사진 한 장 올리는 것이 모두 기사화될 것이고, 그것으로 자신들의 결혼생활이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는 걸. 바로 이전 SNS에는 이들이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 안주에 대한 사진과 글이 올랐고 어김없이 기사화됐다. ‘안주. 저랑 산 세월이 더 많은 제 반려동물입니다. 밥 한번 똥 한번 제대로 치워준 적 없던 이가 이혼통보하고 데려가 버려서 이혼할 수 없습니다.(결혼 전부터 제가 키웠습니다)’ 그 SNS에는 안재현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그간 구혜선이 SNS에 올린 글들이나 공개한 사진 등을 통해 안재현은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진위를 떠나서 구혜선이 올린 글들만을 통해 보면 안재현은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파렴치한 인물이다. 구혜선의 이런 끝없는 공개와 폭로 속에 안재현은 맞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안이 점점 자신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안재현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직접적인 피해도 이어졌다. 결국 휴대폰 포렌식이라는 방법이 동원 되었고 이후 감정싸움이 격해진 가운데 안재현은 구혜선에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문자 메시지들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팽팽한 양자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안재현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또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생겼다. 하지만 구혜선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입장도 팽팽하다. 문자 메시지 공개는 진실을 통해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려냈다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한 정도가 된 셈이다. 결국 이혼 소송에 따라 법원에서 진실이 가려지게 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자 메시지에 담긴 글들 또한 100%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부부 간의 문자로 나누는 대화 같은 경우는 그 때 그 때 감정과 상황에 따라 앞뒤 정황이나 논리가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또 과한 표현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진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범죄인들도 아닌 상황에 휴대폰 포렌식으로 그들의 내밀한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고, 또 나아가 그만한 효용성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중요한 건 이런 사적인 사안을 왜 공적인 사안처럼 키워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끝없이 SNS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고, 나아가 남편의 사적인 부분들까지 폭로한 구혜선의 방식은 결코 옳다 말할 수 없고, 그것을 마치 실시간 중계하듯 퍼 나른 언론도 책임이 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기방어였다고 해도 휴대폰 포렌식을 이용한 공개 또한 잘 했다 보긴 어렵다.

 

잘잘못을 따지는 건 두 사람이 만나서 직접 해결하든 법적으로 해결하든 알아서 할 일이다. 하지만 SNS를 통해 시시콜콜한 부부 간의 사적이고 내밀한 문제들까지 끄집어내 공개하는 방식이 결코 바람직하다 보긴 어렵다.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법이 너무 성숙하지 못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그 누구도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제 대중들도 이들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공개되고 있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구혜선은 연예계 잠정 은퇴 선언까지 했지만, 단 하루 만에 ‘결혼 생활 수칙’까지 공개하며 안재현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이후 디지털 포렌식까지 동원해 공개된 문자 메시지는 구혜선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커지게 만들었다. 대중들이 왜 이들의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실시간 중계하듯 봐야 할까. 이제 그만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SNS나 매체를 통한 사생활 공개, 폭로가 아니라.(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가 말해주는 것

심상찮더라니 결국은 또 일을 냈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지난 달 24일 발매된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앨범이 빌보드200 차트 1위에 오른 것. 이 기록은 지난 앨범인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가 같은 차트 1위에 오른 후 연달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다.

미국 닐슨뮤직 집계에 따르면 이 앨범은 현지에서 6일 동안 실물로만 14만 1천 장이 나갔다고 한다. 올해 발매된 앨범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 숀 멘데스에 이어 세 번째 기록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기록은 무얼 말하고 있는 걸까.

그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이 그만큼 공고하고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음원시장으로 거의 대치되다시피 한 현 상황 속에서 음반 매출은 팬덤의 크기와 거의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만을 듣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팬으로서 인증의 의미를 갖는 구매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도 올라갔다. 타이틀곡인 ‘IDOL’이 한국 그룹으로서는 최고 기록인 21위를 차지한 것. 싱글차트 톱40에 우리네 그룹의 곡이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점점 힘을 발휘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방탄소년단의 무엇이 이런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저 단순히 SNS의 힘을 거론하지만, 거기에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관련된 더 많은 함의들이 깔려 있다. 단지 플랫폼의 힘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음악이 가진 ‘탈경계성’이 SNS의 특성과 잘 어우러진 비결이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과 로컬, 언어의 장벽, 디지털과 아날로그, 힙합과 아이돌,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적인 면과 공적인 면, 국가 간의 문화적 차이와 시공간의 거리 같은 경계들을 해체시키는 음악적 성취를 보여왔다. 이런 경계의 해체는 그들의 군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집단으로 딱딱 맞추는 군무가 아니라, 때론 흩어졌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하나로 뭉쳐지는 군무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런 군무의 흐름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특징이기도 하다. 각자 저마다의 나라와 언어로 존재하면서도 어느 순간 한 지점으로 뭉쳐 폭발력을 발휘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SNS의 네트워크적 특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중심과 변방이 나뉘지 않는 상태로 놓여 있지만, 어떤 이슈가 한 지점으로 집중되면 거대한 흐름이 뭉쳐지는 그런 특성이 바로 SNS가 가진 힘이 아닌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IDOL’은 이런 경계 해체적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낸 방탄소년단의 곡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결론에 이르러 ‘아이돌’이든 ‘아티스트’는 상관 않는다며 그 안에 아프리카 비트에 북청사자 놀음과 EDM에 ‘얼쑤’를 곁들이며 ‘경계 해체의 축제’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로 분명히 한 것. 방탄소년단의 연이은 빌보드 1위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러한 탈경계적인 그들의 음악에 이제 전 세계가 함께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고 있다.(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서치'와 '상류사회' 희비쌍곡선,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변혁 감독의 영화 <상류사회>는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19금이니, 일본 AV배우까지 등장한 역대급 노출이니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변혁 감독 스스로 영화가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는 인터뷰까지 더해졌다. 논란에 대한 해명의 뉘앙스를 가진 인터뷰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것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홍보 마케팅처럼 여겨졌다. 논란과 19금이 버무려진 형태의 홍보 마케팅.

물론 홍보 마케팅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영화가 그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류사회>는 감독까지 나서서 그 작품이 가진 의미들을 세세히 설명했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완성도도 떨어졌고, 새로움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남은 건 노출뿐이었다. 관객들은 외면했고 주말 이틀 간 20만 관객을 동원해 누적 50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주말 박스오피스 3위로 밀려났다.

<서치>가 미국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SNS 세계만으로 구성된 영화라는 게 일단 관객에게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게 한 편의 영화가 될까 싶지만,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네 삶이 얼마나 이 새로운 세계에 포획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아빠 역할을 연기한 존 조는 시종일관 얼굴 표정을 통해 그 깊은 감정과 아픔들을 연기해냄으로써 한국 관객들에게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파이2>와 <스타트랙>의 술루 역할로 기억에 남겨진 배우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미국으로 이민해 성장한 한국계 배우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음악보다 SNS에 더 최적화된 ‘이타카로 가는 길’

tvN 주말예능 <이타카로 가는 길>은 시작 전부터 JTBC <비긴어게인>과 비교됐다. 가수가 등장하고 여행을 떠나며 그 현지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점을 두고 보면 두 프로그램의 차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 프로그램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그것은 음악 자체보다는 SNS에 더 최적화된 방송이라는 점이었다. 

<비긴어게인>이 끝나고 나면 거기 등장했던 노래가 화제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부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SNS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를 1건 당 1원으로 쳐서 경비를 지급한다는 콘셉트는 의외의 웃음의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해외로 떠나기 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기타를 치고 갈매기가 나는 배경을 찍기 위해 과자를 던지는 장면은 그들이 부른 음악 자체보다 그 상황이 주는 웃음에 더 포인트가 맞춰졌다. 이제 시작도 안했는데 이런 생고생을 한다는 걸 상기하며 험난할 앞으로의 길들을 걱정하는 하현우의 모습과, 형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윤도현의 케미는 이들의 여정이 줄 유쾌함을 일찌감치 감지하게 했다. 

물론 그 날의 상황에 따라 자못 진지해지고 숙연해지는 순간들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여행 중 맞은 날이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었던지라 윤도현이 터키의 앙카라성 위에서 하현우와 함께 부른 ‘너를 보내고’가 그렇다. 416 합창단 분들이 부르기도 했던 그 곡은 세월호 4주기의 의미를 더해 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타카로 가는 길>은 두 록커가 모여 있어서인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첫 번째 영상으로 고작 10만원도 되지 않는 경비를 받은 두 사람은 식비와 호텔비가 걱정이었지만, 그래서 록커 특유의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아무 것도 없어도 기타 하나만 들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보이는 그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위로 같은 걸 주기도 한다. 뭘 고민하고 걱정 하냐는 듯, 신나게 노래 한 자락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 보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SNS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여행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영상 역시 SNS적인 연출이 엿보였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경비가 많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앙카라성 같은 계단이 많은 곳의 꼭대기까지 악기들을 짊어지고 출연자들이 오르는 모습이 그렇고, 그 위에서 별다른 음향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말 그대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다. 그 없어 보이는 모습들과 그래도 노래 한 곡으로 오늘은 풍족하게 살 수도 있을 거라 믿는 무모하지만 막연한 낙관들이 SNS가 가진 정서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록 음악을 하는 두 록커가 함께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고 또 중간 중간 노래를 영상에 담아 SNS에 올리지만, 그 노래 자체보다 그 여정이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여정이 담겨져 있어 노래도 달리 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이타카는 하현우가 말한 대로 실상 별게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여행은 목적지가 아닌 그 여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더 중요한 여행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게 될 놀라운 풍광과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그 속에서 부르는 노래 또한 흥미로워지지 않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무도’,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에 담긴 특별한 느낌

우연의 일치였을까. 아니면 의도된 기획이었을까. MBC 예능 <무한도전>이 보여준 ‘보고 싶다 친구야’ 특집은 이제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 제목이 달리 보였다. 마치 향후 시즌을 종영한 후 시청자들이 느낄 이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제목에 담은 것처럼 다가왔다.

오랜 절친을 다시 만나는 기획처럼 보였지만, 이 특집의 앞에서 생략된 목적어가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친구야’ 였던 것. 그래서 각 출연자들의 절친들이 SNS로 단톡방을 열어놓고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지시대로 출연자들이 실행하는 것이 이번 미션의 내용이 되었다. 

그래서 이 SNS로 뭉친 이른바 ‘랜선 친구들’은 출연자들에게 동대문에 가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봄에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미션을 내렸다. 농민의 난 스타일로 유재석이, 황진이 스타일로 조세호가, 건달 콘셉트로 하하가, 그리고 나머지 출연자들은 씨름부 3인방으로 변신했다. 그 모습 그대로 호텔의 ‘딸기 뷔페’에서 식사를 한 후, 그 추운 날씨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씨름을 하고 심지어 월미도까지 가 디스코팡팡을 타는 갈수록 혹독해지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것.

이 코너가 준 웃음의 핵심은 ‘몸 개그’였지만 역시 <무한도전>답게 거기 담겨진 남다른 의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건 SNS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내려지는 지시가 갈수록 혹독해지고, 지시를 내리는 이들은 깔깔 웃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출연자들은 굉장히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건 SNS가 가진 익명의 폭력을 풍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도전>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새로움’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13년 동안 그 ‘새로운 재미’를 위해 달려왔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감수해온 그들이지만 또한 그들이 얼마나 지쳐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르러 ‘랜선 친구들’에게 역공을 하기 위해 직접 지상렬의 집을 방문해 저녁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이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처럼 보였다.

SNS가 아닌 진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대면하고 만나는 그 시간은 그 자체로 빵빵 터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무도>에서 보게 된 지상렬은 특유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놀라운 멘트들로 하루 종일 고생했던 출연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찾아온 남창희는 단톡방에서의 남다른 재능을 인정받아 ‘랜선계 유재석’이 되어 프로그램을 마무리 짓는 메인MC 역할을 해보였고 김제동 역시 모임에 합류해 즐거운 시간을 보여줬다.

사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특집이 아니었나 싶다. 그것보다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어느새 시청자들에게도 오랜 친구처럼 남아있는 이들이 그간 피곤했다면 조금 쉬었다 다시 그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특별한 새로움을 찾지 않아도 그저 모이기만 해도 이렇게 재밌는데 더 바랄 게 무엇일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기어이 K팝의 매력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방탄소년단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NA’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 가득히 채운 팬클럽은 익숙한 듯 한국어 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우리 식의 떼창을 중간 중간 채워 넣기도 했다. 순간 그 시상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맞나 싶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숀 멘데스 같은 아티스트가 그 무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니...

사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해외의 성과가 입덕한 팬들이나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을 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런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해외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앨범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그리고 일상적인 짤방 등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려내 보여준 바 있다. SNS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래서 그 위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얹어졌을 때 그 반향은 언어와 국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팝의 본고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팝 시장은 인도, 남미 같은 신흥지역에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만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EDM 트렌드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좀더 K팝 아이돌의 본류에 해당하는 매력들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반향이라고 보인다. 그 첫 번째 무기로 지목되는 건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지목되는 군무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한번쯤 본 사람들은 말한다. K팝 아이돌들이 늘상 보이던 그런 식상한 군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안무가 더해진 이들의 군무는 ‘소름 돋는 칼군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이들의 군무는 외국인 팬들이 이들을 찬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두 번째 무기는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도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춤과 노래가 K팝 아이돌의 유전자라고 해도 이를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해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마치 기계처럼 돌아가는 그 독보적인 춤 위에서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받아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기는 역시 K팝 아이돌들이 가진 외모가 주는 매력이다. 외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잘생겼다는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젊음과 자신감, 개성 같은 것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엮어지며 만들어낸 외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 게다. 

싸이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추구되어 왔지만 해외 팬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K팝 아이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EDM과 힙합이 섞여진 전 세계적인 음악적 트렌드 위에 사랑 타령을 넘어서는 비판적인 가사가 얹어져 있고, 거기에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목되는 칼군무와 외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있다.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외국 팬들로 인해 다시금 K팝 아이돌이 가진 매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 AMA,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 이미 준비된 것들이었다

 

잘 영글었다. 한 번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는 목소리. 하지만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우리의 귀를 부드럽게 긁어주었던 건 아니다. 이 소녀들이 <슈퍼스타K>의 오디션 무대에 나왔을 때만 해도 그 목소리는 제대로 영글지 않아 심지어 음정이 불안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이미 볼빨간 사춘기의 시대는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독특한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에 군살을 쪽 뺀 어쿠스틱한 사운드, 그리고 대단하다기보다는 귀엽게까지 다가오는 랩까지 어우러져 미처 영글지도 않았던 그녀들은 오디션 탈락 후에도 오래도록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있었다.

 

'볼빨간 사춘기(사진출처:쇼파르뮤직)'

그리고 지난 4월 발표한 하프앨범 레드 이클(RED ICKLE)’에서 볼빨간 사춘기는 드디어 제대로 익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거기 수록됐던 초콜릿이란 곡은 이 예사롭지 않은 신예 듀오의 색깔을 왠지 쌉쌀해 근데 또 달콤해라는 가사로 들려줬다. 안지영의 목소리는 초콜릿처럼 쌉쌀한 상큼함이 묻어나면서도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순수하고 밝은 사춘기의 이미지이면서도 때때로 목소리의 깊은 맛은 재즈싱어의 농익음을 담고 있었다.

 

당시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느낌을 주는 곡은 싸운날이란 곡이다. 포크록의 느낌이 물씬 배어있는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경쾌하게 시작해 강렬한 사운드로까지 이어지며 볼빨간 사춘기의 다채로운 음악적 매력을 드러내줬다. 경북 영주의 시골밴드로 소개됐던 볼빨간 사춘기는 그 이미지 그대로 소박하면서도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몇 년 사이 여기에 그들이 갖고 있던 음악적 가능성들이 좋은 곡들과 어우러져 얹어졌다. 그러니 이들이 우주를 줄게라는 곡으로 역주행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일은 그저 기적이 아니다. 이미 이 소녀들의 음악은 우주를 줄 만큼 깊어져 있었으니.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열광은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좋은 음악, 공감 가는 가사 같은 온전히 음악적인 것들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다. 이 소녀들의 발랄한 이미지 역시 시각적인 것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먼저 이들의 음악적 특성들이 그걸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치장하는 것 하나 없이 온전히 무대에 올라 소박한 기타 반주와 목소리 하나로 어필한 무대. 그것이 볼빨간 사춘기가 가진 매력의 원천이다.

 

그녀들의 노래가 SNS를 통해 입에서 입으로 돌고 돌며 조금씩 대중들을 팬층으로 이끌었다는 건 그래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요란한 쇼케이스와 현란한 볼거리로 가득 채워지는 뮤직비디오들, 그리고 발매 즉시 차트 정상에 떡 하니 올라가는 그런 음악과는 다른 가치. 단번에 차트 정상에 오른 곡들이 그만큼의 속도로 사라져가는 것과는 달리, 볼빨간 사춘기의 곡들은 그래서 천천히 귀에 적셔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과거 10센치가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것도 그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조촐하게 들려주는 노래들이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부터였다. 그 때도 권정열의 보컬과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윤철종의 기타 반주는 소리 소문 없이 대중들의 귀에서 귀로 전달되었다. 볼빨간 사춘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음악. 가을에 걸맞게 잘도 영글었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역시 믿고 보는 <무도> ‘토토가’, 반전에 반전

 

역시 위기도 기회로 삼아버리는 <무한도전>이다. 물론 16년 만에 다시 뭉친 젝스키스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옛 멤버들이 다시 모여 옛날로 돌아간 듯 그 때의 추억에 잠기고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한 성격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하지만 모인 그들이 예전처럼 무대에 올라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이야기에 기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젝스키스의 게릴라콘서트 계획이 기사화되었고, 그 설레는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무너져버렸다. 플랜B로 내세워진 하나마나 콘서트가 있었지만 제목처럼 어딘지 너무 소소해져버린 복귀 무대라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게릴라 콘서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나마나 콘서트를 하는 것처럼 꾸며 고속도로 휴게소와 민속촌에서 복귀 공연을 선보였지만 바로 마지막 콘서트장이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라는 걸 알리며 계획했던 대로 게릴라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는 걸 젝스키스에게 말했다.

 

사실 게릴라 콘서트의 의미는 과거 <일밤>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SNS가 일반화되어버린 시대에, 굳이 시간을 정해놓고 길거리 홍보를 직접 해서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어렵게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누군가 길거리 홍보를 하는 그들의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진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젝스키스가 게릴라 콘서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그래서 그것이 무산된 것처럼 여겨졌다가 다시 콘서트를 강행한다는 그 반전에 반전이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결국 게릴라 콘서트라는 아이템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많은 팬들 앞에 서게 되는 젝스키스의 반응이다.

 

하나마나 콘서트로 시작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첫 무대는 젝스키스가 생각했던 무대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어색하고 심지어 창피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차츰 그들은 어떤 장소이건 어떤 관객이건 또 그 숫자가 얼마이건 상관없이 함께 다시 모여 노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이라는 걸 체험하게 된다.

 

두 번째 찾아간 민속촌에서의 공연은 그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덤덤해하다가 차츰 젝스키스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여전히 젝스키스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춤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게릴라 콘서트가 젝스키스를 여전히 사랑하는 팬들과의 만남이었다면, 하나마나 콘서트는 현재의 불특정 다수 대중들 속으로 들어가 조금씩 노래와 춤으로 교감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역시 하이라이트는 예고편에서 잠깐 나왔던 것처럼 안대를 벗고 노란 물결로 가득한 객석을 바라보며 감동하는 모습으로 시작될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다. 여기에 그간 함께 참여하지 못했던 고지용이 모습을 깜짝 드러내 완전체 젝스키스의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토토가2’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게릴라 콘서트의 콜라보레이션이 됐다. 게릴라 콘서트 하나만 했다면 어딘지 단조로웠을 이야기는 하나마나 콘서트와 엮어지면서 훨씬 다채로워졌다. 역시 믿고 보는 <무한도전> 다운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