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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끼남’, 라면 한 그릇이지만 놀라운 다채로운 접근방식

 

tvN 예능 <라끼남>은 사실 그 콘셉트가 단순하다. ‘라면 끼리는 남자’라는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강호동이 라면을 끓여먹는다. 이런 단순함으로 방송이 될까 싶지만 여기에 한 가지 방송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가 들어간다. 그 라면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해 특정한 장소를 가거나 심지어 라면 맛에 최적화된 몸을(?) 만든다는 것.

 

그래서 첫 번째 라면 끓이는 장소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강호동이 스스로 말했듯, “라면 한 그릇 끓여먹으려고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딱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산행은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방송 분량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 산을 계속 오르는 것이 반복되는 영상일 수밖에 없고, 힘들기 때문에 토크도 계속 이어가기가 어렵다. 찍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예능 프로그램이 산행을 찍는다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끼남>은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흔한 상황을 거꾸로 뒤집어놓는다. 그저 천왕봉 산장에 오른 강호동이 라면을 끓여먹는 게 아니다. 거꾸로 라면 한 그릇을 끓여먹기 위해 천왕봉에 오르는 것이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그러려니 해도 사람이 개를 물면 특별한 사건이 되는 것처럼, 상황을 뒤집어 놓으니 <라끼남>의 산행은 흥미로워진다.

 

일단 산에 오르기 전부터 보여주는 강호동의 비장함이 웃음을 준다. 이게 뭐라고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를 더하고, 어떤 라면을 먹을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 차량 트렁크 뒤편 가득 채워진 라면들 속에서 산장으로 가져갈 라면을 고르느라 주차장에서만 1시간이 훌쩍 넘는 분량을 뽑아낸다.

 

그렇게 라면을 정해 배낭에 담고 본격적으로 오르는 산행. 내려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 여정이 흥미로운 건 강호동의 상태다. 그는 과연 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가. 너무 힘들어 멈춰 서고, 배가 고파 투덜대다가 너무 배가 고프면 ‘입맛을 잃을 수 있다’며 잠시 멈춰 귤 한 조각 입에 넣는다. 귤이 “설탕덩어리” 같다며 그걸 먹고 몸이 재충전됐다고 호들갑을 떨다 곧바로 퍼져 눕는 강호동의 모습이 웃음을 준다.

 

이런 단순한 콘셉트 속에서도 끊임없이 상황에 대한 몰입을 끌고 가는 데는 강호동의 ‘밀당’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는 귤 하나를 먹을 때도 또 찹쌀떡을 먹을 때도 그냥 먹지 않는다.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밀당을 해대며 끝없이 토크를 이어 붙이고 나서야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고 그 맛을 음미한다. <라끼남>이라는 프로그램에 그가 얼마나 최적화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tvN에서 6분짜리로 압축해 보여준 영상이지만 아마도 유튜브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접한 시청자들은 그 세세한 과정들이 주는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방송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나영석 PD가 강호동과 만나 <라끼남>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소개되었고, 본방 직전에는 나영석과 양정우 PD 그리고 강호동이 출연해 본방을 독려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여줬다.

 

이처럼 본방 주변의 다양한 영상들은 <라끼남>의 재미를 다채롭게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본방 직전 내놓은 라이브 방송에서 강호동이 자신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너무 토크가 많은 탓에 유튜브 방송이 본방을 잡아먹을 것 같은 아슬아슬함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라면 한 그릇을 끓여먹는 것이지만 그 주변 이야기나 상황들로 그 재미를 돋우는 것처럼, 본방 하나를 내면서도 다양한 양념 같은 이야기들을 유튜브 방송으로 더해냄으로써 프로그램은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라끼남>은 그래서 그 짧은 방송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매체와 기성 방송이 어떻게 공조해 그 재미를 풍부하게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짧은 첫 방송이지만 본방 시청률이 4.3%(닐슨 코리아)를 냈고,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올라온 영상들도 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새로운 미디어와 공조해 만들어내는 시너지로서 <라끼남>은 그 교본 같은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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