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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준비 안 된 집에는 방송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건

 

"오늘 장사 잘 하신 거 같아요?"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수원 정자동 골목 오리주물럭집 사장님에게 그렇게 물었다. 방송에 잠깐 나간 게 홍보가 되어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그래서 마치 전쟁을 치르듯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내오고 손님을 받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왜 백종원은 이런 질문을 새삼스럽게 던졌을까.

 

사장님들도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그 날 점심장사를 점수로 치면 5점 만점에 2,3점 정도밖에 안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음식 맛도 균일하지 못했고 손님 응대도 친절하지 못했다. 또 직접 홀 테이블에서 손님이 구워먹는 오리주물럭의 특성상 해먹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손님 중에는 싱겁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오늘 왔던 손님이 다시 올 거 같아요? 나는 죽어도 안와요. 이따위 서비스를 받으며 이 가격에 여기까지 뭐 하러 와. 두 분은 지금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일주일 동안 장사되니까 다 된 거 같죠? 일주일 동안 손님을 다 놓친 거예요 지금. 신기해서 온 거예요. 방송에 나온 집이라 온 거고." 방송을 통해 알려져 줄을 서서 먹은 손님들은 맛에서도 서비스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다신 안 오게 된다는 백종원의 일침이었다.

 

백종원은 그것이 손님을 깎아먹는 거라며, 그게 '실수'가 아닌 '실력'이라고 했다. "이 집은 맛집이 아니고 실력 있는 집이 아니에요. 실력을 쌓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집이지. 근데 벌써부터 잔치를 벌이는 거야. 막." 방송은 기회를 주는 것일 뿐, 소화가 안 되면 손님을 덜 받았어야 한다는 게 백종원의 이야기였다.

 

백종원은 그 사례로 제주도로 내려간 돈가스집을 언급했다. "180개까지 갔었어요 100개 팔다가. 사람이 들어와서. 지금 몇 개 파는 지 알아요? 130개 140개로 다시 줄였어요. 그 집에서 일하겠다고 천 명씩 들어와서 면접 봤는데 자기 여기 뼈를 묻고 일하겠다던 사람이 열흘만에 나가 5일만에 나가, 못해먹겠다고 다 나가는 거예요. 나가니까 다시 줄이는 거예요. 다시. 왜? 손님한테 완벽한 서비스를 못하고 완벽한 음식을 못 대접하니까. 거긴 돈 벌기 싫겠냐고. 하루에 500개 팔아도 되는 집이에요 거기는."

 

백종원의 일갈에 사장님들은 드디어 깨달았다. 손님들이 몰려왔을 때 감당할 수 없었는데 왜 끊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그저 손님이 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거였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왔다가 실망해 손님들이 돌아서버리면 가게는 이전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백종원은 누누이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오리주물럭 가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포자기한 상태로 가게문을 열었던 쫄라김집 사장님도 손님들이 찾아오자 없던 메뉴인 떡볶이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먹어본 백종원은 맛에 특징이 없다며 이 집까지 굳이 찾아와 먹을 시그니처 메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가능성이 보인 김말이와 멘보사과 튀김 그리고 김밥을 주력 메뉴로 제안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주 출연 대상이 된 식당의 자격 논란이 벌어지곤 했던 게 사실이다. 어째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집이 이렇다 할 명분이나 이유도 없이 출연해 수혜를 입는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정당한 비판이었다. 실제로 기본도 되지 않은 집들이 나왔을 때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지적은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집이 방송에 나오는 것 자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물론 잠깐의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손님들이 그걸 알게 되고 판단한다는 것. 이것은 방송이 아니라도 가게를 오픈하는 자영업자 분들이 모두 한 번쯤 되새겨볼만한 이야기다. 홍보를 통해 가게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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