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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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는 다른 ‘비밀의 숲’, 주말 장르드라마 시대 열리나

D.H.Jung 2017. 6. 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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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발 주말드라마 지각변동 첨병으로 나선 '비밀의 숲'

주말드라마의 새로운 풍경이다. 사실 지상파가 장악해왔던 주말드라마는 전통적으로 가족드라마 혹은 막장드라마 일색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가 30%를 넘기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MBC의 <당신은 너무합니다>, <도둑놈, 도둑님> 역시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10%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주말드라마의 ‘공식적인 틀’이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OCN과 tvN이 쏟아내고 있는 장르드라마들 때문이다.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최근 tvN이 편성시간대를 토일로 바꿔 방영하고 있는 <비밀의 숲>은 본격 장르드라마로서 2회 만에 4%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밀의 숲>은 검찰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와 형사의 이야기로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몰입감을 주는 드라마다. 주말드라마가 늘 갖고 있는 흔한 멜로, 결혼 반대하는 양가집 이야기, 그게 아니면 복수극 같은 상투적인 이야기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들어가는 무정한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그와는 정반대로 피해자에 공감하는 경찰 한여진(배두나)의 수사과정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집중하게 만든다. 

이것은 대본과 연출에 있어서 드라마적인 수준이 아니라 영화적으로 접근하는 ‘디테일’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을 주변에서부터 집안까지 그 행적을 따라가며 추리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의 시퀀스는 끊김 없이 15분 가까이 이어진다. 황시목은 살인현장에서 여러 가지 추론들을 해가며 시간을 재고 그것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런 집중적으로 보여지는 디테일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거의 현장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한 실감을 준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사의 깊이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 비리의 증거들을 향해 다가오는 황시목과, 그에게 자신과 스폰서가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걸 덮어주는 대가로 이창준 차장검사(유재명)가 그를 형사부장으로 앉히겠다고 제안하는 그 장면을 <비밀의 숲>은 대사로만 약 5분 가까이 이어간다. 단지 대사만 주고받는 시퀀스지만 그 말 속에 담겨진 갖가지 의미들과 그 말을 던지는 이들의 표정에 숨겨진 진짜 속내 같은 것들이 겹쳐지면서 그 시퀀스의 몰입도는 그 어느 액션장면보다 치열하게 보여진다. 

그간의 지상파가 장악해온 주말드라마를 염두에 두고 볼 때, 이런 영화적인 몰입의 경험을 주말드라마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tvN이 금토드라마를 통해 장르적 특성들을 갖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여왔고, OCN이 늘 해왔던 대로 스릴러 장르드라마를 최근 괄목할 정도로 키우면서 우리가 생각해왔던 주말드라마의 선입견은 조금씩 깨져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토일 시간대로 맞춰져 케이블 채널이 주말드라마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변화다. 그 전면에 내세워진 건 장르드라마다. 

물론 갑자기 주말드라마의 시청자들이 취향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는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패턴들에 대해 식상함을 토로하는 시청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걸 온전히 받아주는 케이블 채널 장르드라마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떨까. 주말 하면 떠올리던 가족드라마, 막장드라마의 홍수에서 이제는 장르드라마로의 전환이 가능해질 수 있을까. 결과는 쉽게 장담할 수 없어도 현재 이들 장르물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호평은 분명 어떤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