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생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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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 당신의 이야기옛글들/생활의 단상 2009. 10. 9. 09:30
'선덕여왕'이 떠올리는 별자리 이야기 당신이 가끔 고개를 쳐들고 별을 보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가. 지금도 저기 당신의 별은 빛나고 있건만, 당신은 지금 왜 고개를 떨구고 하늘을 바라보지 않는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바로 그 별을 보던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꿈꿀 수 있었고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어린 시절, 바라보았던 그 별 매포 외할머니댁을 찾아가는 길은 늘 낯설고 두려웠다. 버스가 당도하는 시각은 늘 어둠이 내린 한밤중이었고, 외할머니댁으로 가는 나룻배를 타려면 빛 한 자락 찾기 힘든 캄캄한 길을 걸어야 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 길을 어머니는 어떻게 걸었던 것일까. 어린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가면서도 그게 궁금했다. 배 건너 와요- 어둠만큼 깊은 정적 속에 어머니가 소리를 치면 한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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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바보상자에서 또 하나의 가족이 되기까지옛글들/생활의 단상 2009. 4. 16. 17:56
똑똑한 TV의 시대, 새로운 가족의 풍경 자물쇠를 찬 바보상자, 옛날TV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TV에 대한 첫 기억으로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묻는다면 ‘자물쇠’라고 말할 것이다. 큰 맘 먹고 아버님이 모셔온(?) TV는 방 한 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접근 불가능의 물건이었다. 가구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던 그 녀석은 커다란 자물쇠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연 후에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교육열이 유난히도 뜨거웠던 그 시기, 이른바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을 가리고 저희들끼리만 보려고 누군가 고안했던 고약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가린다고 안볼 우리들이었을까. 저녁 시간마다 TV를 볼 수 있는 친구 집으로 달려가는 건 우리의 일상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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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된 여행, 휘발되는 여행지옛글들/생활의 단상 2009. 3. 12. 17:55
‘MBC스페셜’ 곰배령 사람들 편에서는 강원도 오지 중의 오지인 곰배령으로 들어가는 취재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눈길에 바퀴가 빠져버리자 취재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나와 뒤에서 차를 민다. 그것은 만일 현지에 살아가는 생활인들이라면 몹시 곤란하고 귀찮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를 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그들에게는 그 사건(?)조차 일상의 파격이 주는 어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결국 차가 오를 수 없는 길에서부터 카메라와 장비를 메고 한 시간이 넘게 산을 올라가야 했다. 현장에서조차 현지인들과 방문인들의 느낌이 이다지도 다른데, 오지에서의 삶에 대한 현지인들의 느낌과 그걸 편안하게 집안에서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며 보는 우리의 느낌은 얼마나 먼 거리에 있을까. 아름다운 곰배령의 눈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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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이어트, +사고에서 -사고로옛글들/생활의 단상 2008. 11. 23. 17:53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 “다이어트 아니면 죽음을(Diet or die!)!” 이 말장난 같은 문구가 식상해질 정도로 다이어트는 이제 생활이 되었다. 과거 같으면 “다이어트를 한다”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표현 속에 다이어트가 있었다면, 지금은 “운동을 한다”거나 “좀 덜 먹는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행동방식으로 다이어트가 들어와 있다. 이것은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삶의 한 행동양식 속에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굶어서 병나던 시대에서 많이 먹어 병나는 시대로 우리나라에서 다이어트라고 하면 최근의 일처럼 여겨지지만 서구에서 다이어트의 역사는 꽤 이전으로 돌아간다. 뉴욕타임스 과학전문기자인 지나 콜라타가 쓴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에 의하면 서구에서 다이어트는 이미 19세기에 광풍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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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2등들에게 보내는 박수옛글들/생활의 단상 2008. 8. 26. 09:18
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진 것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선전을 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위해 마련된 공연. 인순이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이미 객석의 선수들의 눈은 젖어있었다. 이제 인순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녀의 노래, ‘거위의 꿈’은 온 선수들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메달을 따고 못따고가 뭐가 중요할까. 그 순간 선수들의 가슴 속에는 똑같은 공감의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끝없이 날갯짓을 해온 자신에 대해 스스로가 쳐주는 아낌없는 박수였다. 올림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단연 금메달. 하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선전이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상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이벤트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진짜 메시지를 잃게 되는 격이다. 올림픽의 금메달보다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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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옛글들/생활의 단상 2008. 6. 11. 10:48
디지털은 광장을 지구촌으로 확장시켰다 전경과 시민간의 승강이가 벌어지는 현장. 자칫 폭력 진압, 폭력 시위가 연출되려고 하는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누군가 외친다. “찍어요! 찍어서 올려요!” 그러자 여기 저기서 무수한 카메라들이 고개를 들이민다. 시민들의 손에 들려진 폰카들이 그 수많은 눈들을 번뜩이자 긴장은 순식간에 풀어진다. 카메라의 힘이 승리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디지털이 아날로그적 마인드를 넘어서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시대의 광장은 물리적인 충돌로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그랬고, 87년 610민주항쟁이 그랬다. 그 때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마치 선점하거나 사수해야할 진지였다. 세상을 향해 사회의 부조리를 외치는 장소로서의 광장은 유일한 시민들의 매체였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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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먹거리, 어쩌다 생활이 생존이 됐을까옛글들/생활의 단상 2008. 5. 8. 15:56
개발 논리의 끝, 사람도 자연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 아이를 가진 사람으로서 그 아이의 하루를 생각해보는 것은 불안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아이의 생활을 파고드는 위해한 환경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의 위험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아이들의 급식으로 올려지는 건 아닐까.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걸리지는 않을까. 대량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모르는 사이 먹고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한편 급증하고 있는 아이 성폭력 사건 사고에 재수 없이 휘말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회적인 불안감까지 걱정은 끝이 없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나은 것은 없다. 삶의 기본 조건이라는 의식주를 두고 볼 때, 나아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양적인 측면에서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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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살림, 태안을 살림옛글들/생활의 단상 2008. 1. 16. 11:40
지난 달 TV를 보다 문득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도하고는 기분이 영 안 좋았다. 화면을 가득 메운 기름유출사고로 태안에 밀어닥친 절망감은 괜한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왜 분노하게 된 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마치 신성한 몸을 더럽힌 파렴치범들의 행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어머니 같은 바다는 문명이라는 손에 잔인하게 유린되었다. 한동안 생명을 잉태할 수 없을 만큼. 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연일 대선정국에 대한 방송만이 전파를 탔다. 누가 몇 프로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둥, 누가 무슨 발표를 했다는 둥, 누가 또 거짓말을 했다는 둥, 그렇고 그런 매일 똑같은 이야기를 쳐다보면서, 도대체 왜 이 심각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리도 인색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