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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책으로 세상보기

'개미와 베짱이'에서 '프레드릭'으로 어린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이야기, '개미와 베짱이'. 개미들이 월동준비를 할 때 음악이나 연주하고 있던 베짱이가 겨울에 개미들에게 손을 벌리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개발시대의 가치를 심어놓았다. 새마을 운동으로 대변되는 그 때의 구호들은 근면, 자조, 협동이었다. 흙먼지 나던 마을에 시멘트 향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개미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왔다. 베짱이는 나태함과 게으름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세월은 그러나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그토록 외쳐왔던 개발의 가치가 고개를 숙이고 대신 분배의 가치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급속도로 달려온 개발의 속도에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더보기
[서평] 당신의 눈은 제대로 시장을 읽고 있는가 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_한상완 지음 경제는 어렵다. 어려운 데다 어딘가 학문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 경영이나 마케팅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경제서라고 하면 선뜻 손이 안간다. 무엇보다 경제서가 하는 말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이야기 같은 경우가 많다. 이유는? 경제서가 대부분 국제경제나 국가경제, 기업경제 같은 거대담론에만 지면을 할애할 뿐, 가계경제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 서민들이 나라경제가 어떠니 하는 경제서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다. '공자님 얘기는 개나 물어가라지'하는 냉소적인 시선까지 더하고 나면 경제서를 대중들이 손에 쥐는 것은 참 어려운 이야기처럼만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경제서는 무조건 다 어렵고, 또 나와는 상관없는 공염불만 외는 그런 종류의 .. 더보기
[서평] 칼레의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계안의 '누가 칼레의 시민이 될 것인가?' 14세기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프랑스 칼레를 점령한 영국 왕 에드워드 3세는 1년 동안 끈질기게 저항한 칼레 시민들을 몰살하고 싶었다. 하지만 측근들의 만류와 칼레시의 탄원으로 한 발 물러선 에드워드 3세는 실로 잔인한 조건을 내건다.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신, 시민들 중 처형될 6명을 뽑아오라고 한 것이다. 칼레 시민들이 고민에 빠졌을 때, 나선 인물이 당시 최대의 거부였던 생 피에르였다. 그는 스스로 희생양을 자처했고, 이어 칼레시의 부호, 귀족, 법률가 등이 손을 들었다. 결국 생 피에르의 자결과 칼레시 부호와 귀족들이 보여준 희생정신에 감복한 에드워드 3세는 사형을 포기하고 관용을 베풀었고, 이 이야기는 '고귀한 자일수록.. 더보기
바라본다 이왕주의 '쾌락의 옹호' 2> “플라톤의 이데아는 전혀 난해한 개념이 아니다. 증거는 그 말의 족보에 있는데 그것은 원래 ‘바라본다’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의 일상어였다. 이 말에는 싸움에 이기기 위한 병법적 의미는 전혀 깃들여 있지 않다. 대신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판정하는 눈을 위한 풍부한 암시가 스며 있다.”=> TV가 하나의 대상이 된 요즘, TV를 바라보는 행위는 TV를 보고 있는 나와 그런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이 TV를 보고 있는 나를 보는 또 다른 나의 존재는 저 플라톤이 말하는 진짜와 가짜를 판정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준다. 우리는 TV를 보는 동안, 도마 위에 올라 저 칼날이 내 몸을 파고 들어와 회를 뜨는 장면을 보고 그 상태를 느끼는 .. 더보기
흙이 되기도 전에 흙처럼 살지 마라 이왕주의 '쾌락의 옹호' 1> “흙으로 되기도 전에 벌써 흙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동안은 ‘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성경은 “너의 젊은 날을 기뻐하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더 나아가서 “살아있는 모든 날을 기뻐하라”고 충고한다.”=> 욕망 없는 담담한 삶을 살라하지만 그것은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를 현재로 끌어들여 결국은 현재의 욕망을 무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실재하지 않는 욕망이 삶의 에너지라면 이것은 어찌 보면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다. TV 속에 넘쳐나는 욕망은 그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의미 없는 욕망이 의미 없는 것이며, 그 욕망을 포식하기만 할 뿐 음미하지는 않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