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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비평

‘퉁소소리’, 나는 이 조선시대판 오딧세이가 ‘글래디에이터’보다 낫다 믿고 보는 고선웅 연출 돋보인 ‘퉁소소리’의 묵직한 희비극살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매일 새벽 아픈 어깨를 이끌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내게 묻곤한다. 미력하나마 무언가 세상을 향해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하다못해 작은 날갯짓이라고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미세한 떨림이나마 전해져 죽지 않았다는 걸 드러낸다는 것. 그런 게 아닐까. 믿고 보는 고선웅이 각색하고 연출한 연극 ‘퉁소소리’는 바로 그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끝내 버텨낸 이들의 대서사시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희비극이다.  아마도 현재의 청년들은 수능시험에 지문으로 등장하곤 했던 ‘최척전’을 기억할 게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병자호란의 전쟁 통에 이별과 만남을 거듭하는 최척과 옥영 그리고 .. 더보기
‘정년이’로 국악에도 쏠리는 비상한 관심 콘텐츠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힙해진 국악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 ‘정년이’로 인해 여성 국극 나아가 국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콘텐츠와 결합해 힙해지고 있는 국악의 세계. 그 시너지는 어떻게 생겨나고 있을까. 여성 국극 1세대, 조영숙 명인의 한 마디“죽을 때까지도 못 잊을 거예요. 내 나이가 벌써 90인데, 부모님이 물려주신 목구멍은 성해요. 그래서 말은 잘하고 노래는 잘하는데... 춤도 움직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앞으로 더 남은 여생이라도 우리 여성 국극을 위해 힘쓰라는 말씀으로 알고 이 영광스러운 상을 받겠습니다.” 지난 10월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국악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조영숙 명인은 수상 소감에서 그렇게 감사의 마음을.. 더보기
언제까지 K팝을 아이돌 음악의 틀에 가둘 것인가 밴드음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말해주는 것최근 데이식스나 QWER, 실리카겔, 쏜애플 같은 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움츠러들었던 콘서트 열기가 더해져 밴드 기반의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무얼 말해주는 걸까. 최근 주목되는 데이식스와 QWER지난 10월22일 멜론차트를 보면 로제와 브로노마스가 함께 한 ‘APT.’와 에스파의 ‘UP’ 그리고 제니의 ‘Mantra’ 같은 K팝 아이돌의 음악들이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띠는 건 데이식스다. 데이식스는 멜론 탑100 차트 20위 권에만 최근 발매한 ‘Fourever’ 앨범 수록곡들인 ‘Happy’, ‘Welcome to the Show’는 물론이고 예전에 냈던 곡들인 ‘한 페이지가 될 .. 더보기
한강의 기적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일주일 전 나는 모스크바에 있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모스크바 사무소의 주최로 열린 ‘전 러시아 대학생 한국어 올림피아드’에 특강을 요청 받아서였다. 알다시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데, 그 곳을 굳이 가야할까 싶었지만 호기심이 일었다. 하필이면 한국의 대중문화 관련 글을 쓰며 살아가는 나를 불렀다는 건, 그 곳에도 한류 열풍이 있다는 걸 예감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 예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 곳에서 환대해준 러시아 한국어 교수들(행사에 심사를 맡은 러시아안들이다)은 유창한 한국어로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빗대 한국과 러시아의 상황을 농담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금 ‘전쟁과 평화’ 중입니다. 전쟁 중이라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지만 우리는 이렇.. 더보기
전쟁이 가로막고 있지만 지금 러시아는 한류가 뜨겁다 K콘텐츠 파워, 실감케 한 러시아 한류 그 현장에 가다문화는 막힌 길도 에둘러 뚫고 나간다고 하던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필자가 느낀 건 전쟁으로 인해 막힌 한국과 러시아의 외교적 국면들 속에서도 한류는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러시아 청년들이 보여주는 한류 열풍 그 현장을 다녀왔다. 러시아인이 사도세자 뒤주 이야기를 하는 진풍경“여기서 뒤주는 사도사제가 가둬져 죽은 뒤주를 떠올리게 합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Agust D)가 낸 ‘대취타’ 중 ‘과건 뒤주에 가두고’라는 가사를 설명하는 한 러시아 대학생이 그렇게 말한다.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말하는 러시아인들도 놀랍지만, 그들이 단지 언어만이 아니라 ‘사도세자’ 같은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건 더더욱 놀랍다. 지난 4-5일 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