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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보다 하모니, 이게 진짜 ‘팬텀싱어’지

무엇이 이토록 큰 감동을 줬을까. JTBC <팬텀싱어2> 트리오 대결에서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은 스스로 자신들을 최약체팀이라고 불렀다. 다른 트리오팀들이 연습하는 걸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감은 뚝뚝 떨어졌다. 게다가 선곡해간 곡을 사전에 들어본 프로듀서들은 “분발하셔야 될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 윤종신과 김문정은 무대가 시작되기 전, 사실 이 팀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막상 이들이 고심 끝에 선택한 Mark Vincent의 ‘Look Inside’를 부르자 프로듀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이 그간 봐왔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무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고음과 중음과 저음이 절로 잘 배합되어 내는 하모니는 모두를 깊은 감동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노래의 메시지는 그들의 심정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프로듀서들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를 쳤고 극찬이 이어졌다. 윤종신은 특히 세 사람의 “합심된 노력”이 빛난 무대였다고 했고, 윤상은 그 어떤 무대들보다 “각자의 컨디션이 최고였다”고 평했다. 김문정은 “트리오의 표본을 보여주셨다”고 했으며 마이클 리는 “이 무대밖에 없다”는 그런 모습이 큰 감동을 줬다고 했다. 

도대체 이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약점들을 극복하고 어떻게 이런 놀라운 하모니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약점들이 저마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윤종신 프로듀서의 말대로 <팬텀싱어>는 솔로를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하모니를 들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약점은 들려주지 않아도 되고 강점을 잘 하면 된다는 것. 그는 제아무리 뛰어난 싱어도 모두를 다 잘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사실이었다. 우리가 <팬텀싱어>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의 실체가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잘 하는 사람이 잘 부르는 노래에서 무슨 더 큰 감동이 있을까. 그것은 그저 “잘 부른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 부를 때 약점이 분명했던 인물이 하모니로 팀을 이뤄 서로 부족한 면들을 채워주고 잘 하는 면들을 부각시켜 최고의 노래를 들려줄 때 그걸 보는 우리들도 어떤 위안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는 잘 안 되는 것들도 함께 하니 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 것.

그것은 우리가 굳이 혼자 부르지 않고 합창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혼자 충분히 다 잘해낼 수 있는데 왜 굳이 함께 부르겠는가. 그리고 거기서 발견하게 되는 건 겸손이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더 큰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깨달음. <팬텀싱어2>의 최약체팀으로 불리던 이정수, 임정모, 정필립이 보여준 건 그저 좋은 무대만이 아니었다. 그 작은 무대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이 여타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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