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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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골목식당' 막걸리 집, 이럴 거면 식당은 왜 차린 걸까

D.H.Jung 2018. 9. 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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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손님 생각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대전의 청년구단. 처음엔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장소가 안 좋다는 것 때문 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대전 청년구단 사장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장사가 안 되는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게 발견됐다. 식당을 열고는 있지만 손님 생각은 전혀 안하는 식당. 이러니 잘 될 리가 있을까.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식당이 바로 막걸리 집이었다. 오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막걸리를 개발했다는 이 집 사장님은 처음부터 솔루션을 요청하면서 “막걸리는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막걸리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고, 백종원이 그만큼 알까싶어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막걸리를 즐긴다는 백종원은 그만큼 기대하는 얼굴이었지만 막상 막걸리를 맛보고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생각했던 막걸리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어떤 물을 쓰냐며 물맛에 따라 막걸리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지만 막걸리 집 사장은 수긍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쓰는 게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고, 맛은 물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라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다시 만나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백종원은 물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다시 했지만 사장은 “물맛보다는 누룩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이야기에 산까지 올라가 약수를 길어와 막걸리를 만들어 내놓은 사장은 일반 생수를 쓴 막걸리와 약수 막걸리를 비교해본 결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약수 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막걸리를 맛본 백종원은 여전히 갸우뚱한 얼굴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시중에 나와 있는 유명한 지역 막걸리들을 가져와 사장과 함께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막걸리 데이터베이스가 있다”는 사장의 주장과는 달리 12개의 막걸리 중 2개만 겨우 맞혔을 뿐이었다. 그것도 하나는 자신이 만든 막걸리였다. 백종원은 사장이 만든 막걸리가 다른 막걸리들과 비교해 먹어보면 맛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사장은 막걸리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며 모두가 통일된 맛을 낸다면 소규모 양조장들은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사장의 말대로 본래 가양주(집에서 담그는 술)였던 막걸리를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막걸리 맛이 다른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고 개성일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럴 거면 굳이 식당을 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담가 혼자 마시는 술이 어떤 맛이 있건 그건 말 그대로 그 집의 개성일 수 있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막걸리집이라면 손님들의 입맛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닐까. 

12개의 막걸리 중 사장이 좋다고 한 막걸리 3개(자신의 막걸리 포함)을 꺼내 청년구단의 다른 식당 사장들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고 투표를 한 결과 사장이 만든 막걸리는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손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하고 대중적인 건 그리 중요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사람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솔루션은 왜 신청했을까.

손님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태도는 딱히 막걸리 집 사장만이 아니라 이 청년구단 사장들 모두가 가진 문제였다. 덮밥집의 ‘김치스지카츠나베’는 그 이름 자체가 어려워 그 지역의 주 고객층인 40대 이상의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양식집의 순두부 파스타는 그때 그 때 간을 해 균일화된 맛을 내지 못해 짜다는 손님들의 평가를 받았다. 햄버거집은 언양식 불고기 흉내를 냈지만 불맛을 내는 게 아니라 그을음을 얹은 패티를 내놓고 있었고, 초밥집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이었다. 심지어 청년구단 사장들이 한 테스트에서 바뀐 초밥과 고등어조림은 둘 다 ‘내놓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지목되었다. 

장소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손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 생각하는 사장들의 마인드였다. 자기들끼리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손님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이들은 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이라면 그래도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손님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내놓는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그런 마인드로는 백전백패일 수 있었다. 먼저 그 잘못된 마인드를 깨는 것. 백종원이 혹독한 평가와 독설을 날리는 건, 그 잘못된 마인드가 깨지지 않으면 솔루션이 제아무리 많아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