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 길을 가족으로 보듬는 방식


<무한도전>의 한 코너로 자리 잡고 있는 <무한상사>는 직장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상황들을 뒤틀고 과장하고 풍자하는 코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코너 속에 등장하는 권력적인 상황들은 <무한도전> 내에서 멤버들 간의 위계(물론 실제라기보다는 코너 속 캐릭터로서의)를 꼬집기도 한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늘 팀장이고, 박명수는 늘 아부로 버티는 2인자이며, 정준하는 늘 구박받는 만년 과장이다. 그리고 길은 만년 인턴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한상사>에 빅뱅의 지드래곤이 특별출연한다는 것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로 최근에 <무한도전>이 <슈퍼7> 콘서트로 겪은 논란 때문이다. 콘서트의 사업 주체로서 (주)리쌍컴퍼니가 서게 됨으로써 논란의 비난을 리쌍이 온통 뒤집어쓰게 되었다. 이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길과 개리는 예능을 하차하고 음악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이해할만한 일이다. 열심히 하려던 일이 미숙함과 소통의 실패로 진심이 곡해되는 그 상처가 얼마나 깊겠는가.

 

이번 논란으로 유독 길에 대한 하차 요구가 거셌던 것은 사실 그가 중간에 들어온 데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무한도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예능인이라면 웃기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들은 어느 정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딘지 <무한도전>에 완전히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듯한 길의 모습에서 팬심은 엇나가 버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겉돌고 있는 듯한 모습이 바로 길이었다.

 

물론 이것은 길 혼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무한도전>이 웃기지 못하는 정형돈을 바로 그 웃기지 못한다는 것을 캐릭터로 만들어 지금의 ‘미친 존재감’을 만들었듯이, 길에게도 어떤 시간과 기회가 필요했을 뿐이다. <무한상사>는 바로 이런 <무한도전>이 길에게 갖고 있는 마음을 웃음의 상황 속에 제대로 표현해냈다. 만년 인턴. 그것은 어쩌면 <무한도전> 속에서 길이 지금껏 위치한 지점이 아니었을까.

 

3년 반째 인턴생활을 하면서, 지드래곤 같은 신입사원(게스트)과 <무한도전>의 다른 멤버들을 뒤에서 챙기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황극 속이지만 지드래곤이 길에게 “다른 회사에 가도 될 것 같은데 왜 안가냐”고 묻자 길은 이렇게 답한다. “무한상사가 좋아서요. 친 가족 같아요.”라고. 이것은 아마도 길의 진심이었을 게다.

 

물론 이번 <무한상사>는 길이 하차 선언을 번복하기 이전에 촬영된 것이지만 편집 과정에서 <무한도전>의 길에 대한 마음이 투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까지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기도 하지만(이 모습 역시 무한상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도 묵묵히 인턴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게 그의 상황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된 "괜찮다. 1년 더 제가 열심히 해서 내년엔

꼭.."이라고 하는 말이 콩트의 대사만은 아니었을 게다.

 

그런 그에게 <무한도전>은 이런 자막을 붙여 주었다. '속으로만 삭히는 속상한 마음.' 물론 콩트 형식을 빌어서 보여준 것이지만 그 안에는 <무한도전>식의 길에 대한 마음이 녹아 있었다. 여전히 가족처럼 신뢰하는 그 마음이.

 

강호동이 굳이 <스타킹>을 고집하는 이유

 

왜 하필 <스타킹>일까. 여러 언론 매체에 의해 강호동의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이 지목되고 있다. 강호동의 복귀작으로 대중들이 더 원하는 프로그램은 <1박2일>일 것이다. 하지만 <1박2일>은 이미 시즌2의 새 멤버들의 진용이 갖춰진 상태라 강호동의 복귀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은 자칫 도움을 주기보다 폐를 끼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스타킹'(사진출처:SBS)

물론 강호동이 지상파 방송3사에 각각 한 개씩의 프로그램을 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MBC는 <무릎팍 도사>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고, KBS는 기존 코너보다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SBS의 강호동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은 어딘지 약한 느낌을 준다. <스타킹>은 강호동 하차와 거의 동시에 관심도도 뚝 떨어진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색깔도 많이 흐려진 상황이다.

 

이런 <스타킹>에 왜 굳이 강호동이 나오려고 하는 걸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즉 <스타킹>은 주인공이 MC도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 출연자들인 프로그램이다. 그들을 무대에 올려주고 한껏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MC와 연예인들의 역할이다. 따라서 강호동으로서는 <스타킹>이 갖고 있는 이런 특성이 그의 복귀 이미지에는 최적이라 여길만 하다. 자신을 띄우기보다는 일반인들을 받쳐주는 모습이 훨씬 더 대중친화적인 강호동의 이미지를 굳건히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강호동이 일반인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은 이미 <1박2일>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 같은 거대 프로젝트에서 그 전체를 움직이고 때로는 세세하게 그 일반인들 속에 들어가 캐릭터까지 만들어내는 강호동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또 시골길에서 우연히 만난 가족 여행객들이나 그 동네 주민들과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그 특유의 친화력도 익히 봐왔던 모습이다. 그런 그이니만큼 그가 <스타킹>에 투입된다면 어쩌면 조금 가라앉아있는 프로그램을 활기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설혹 살려내지 못하고 소소하게 간다고 해도 강호동으로서는 어쨌든 가장 자연스러운 복귀가 가능하다.

 

또 토요일에 방영된다는 점도 강호동의 유력한 복귀 프로그램으로 <스타킹>이 지목되는 중요한 이유다. 사실상 방송3사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으로 어느 한 방송사를 선택한다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복귀 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방송3사에 골고루 프로그램을 포진시킨 상황에는 일요일 예능으로 한 방송사를 선택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잠정은퇴 후 복귀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방송사의 일요일 예능을 선택한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다.

 

결국 <스타킹>이 가장 유력한 물망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일반인을 무대에 세운다는 이 프로그램의 일반인을 무대에 세우는 특성과, 그것이 방송3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강호동이 극도로 예민하게 모든 걸 신경 써가면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대중들이 복귀를 원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그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일일 테니 말이다. 어쨌든 이 조심스러운 행보가 대중들의 호평으로 이어지기를.

주연은 억 소리, 단역들은 워낭소리

 

톱스타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 회당 1억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총 20부작이었으니 드라마 한편 개런티로 20억을 번 셈이다. 하지만 장동건의 수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사의 품격>이 성공하면서 그의 광고 수입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의 광고료 수입은 작년보다 130% 이상 상승한 65억여 원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약 3개월 정도를 일하고 수 십 억이라니, 서민들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신사의 품격'(사진출처:SBS)

물론 장동건은 특별한 경우이다. 보통 남자배우들은 회당 3천만 원 선에서, 또 여자배우들은 2천만 원 선에서 출연료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드라마 한 편 하고 나면 5,6억 원의 수입을 번다. 물론 드라마가 성공해 광고료까지 올라가고 광고 촬영수도 늘어나게 되면 그 수입은 훨씬 많아진다.

 

혹자는 장동건이니까, 그렇게 받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꽤 오래도록 영화만 찍으면서 드라마에서는 멀리 있던 그의 복귀작이니 그럴 법도 하다고. 하지만 드라마 제작이라는 것이 대단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들어가는 게 뻔하고 나가는 것 역시 뻔하기 마련이다. 즉 버젯은 정해져 있는데 누군가에게 돈이 많이 들어갔다면 다른 부분에서 빠진 것이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조연의 출연료가 적게 갔거나, 아니면 조연, 단역의 수 자체가 줄어들거나. 이것은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 내부에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사례가 만들어짐으로써 드라마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의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재연배우 고 여재구씨의 자살로 드러나게 된 무명배우들의 생활고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무명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10만원-15만원에 불과해 정상적인 삶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나마 회당 출연료가 50만원에 이르는 연기자들도 전체의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물론 단역들은 하루 10시간을 일하고도 세금 떼고 고작 3,4만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07년도 기준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최근 들어 조역들이 선전하면서 작게는 회당 3백에서 많게는 7,8백까지 받아가는 이들도 생겼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이른바 주연급 조역들이 생기고 있다.

 

톱스타들의 개런티가 점점 오르게 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조단역 캐릭터들이 사라지는 것도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이것은 연기자들의 문제를 넘어서 드라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돌들이 주조연을 꿰차면서 제대로 연기를 배우고 경력을 쌓아온 연기자들조차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상대적 박탈감도 큰 문제다.

 

물론 이것은 장동건 같은 특정배우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현실에서 주연을 누가 하느냐는 것은 투자, 편성 혹은 수출과도 거의 직결되는 이야기다.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특A급 배우를 캐스팅하려 들기 마련이고 그것이 바로 그들의 개런티를 천정부지로 높여놓은 이유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구조적인 상황 때문이라고 해도 장동건의 억소리 나는 출연료가 드리울 그림자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배우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 스텝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 때론 비정상적으로 한쪽 파이만 커진 상황에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제작 스텝들에게 전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연들은 억 소리 나고 단역들이나 제작 스텝들은 워낭소리를 내는 이 불균형한 구조. 이것이 장동건이 회당 1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사실에 씁쓸해지는 이유다.

<짝> 패러디 소송 논란, 핵심은 진정성

 

<짝>이 <SNL코리아>에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유는 <SNL코리아>의 짝 재소자 특집이 <짝>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 SBS는 <SNL코리아> 짝 재소자 특집이 <짝>이 갖고 있는 형식인 ‘-호’, ‘도시락 선택’, ‘데이트권’ 등을 그대로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짝'(사진출처:SBS)

따라한 것은 맞다. 다만 그것이 모방인지 아니면 패러디인지는 구분해야 할 것이다. SBS의 행보에 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하나의 사례로 남는다면 무수한 패러디들은 모두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무한도전>이 했던 짝 패러디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미션들 중 하나에서 가지가 나와 생겨난 <1박2일>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오리지널리티를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진다. 작금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히 새로운 창조로 만들어진다기보다는(이건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있는 것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만들어진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렇게 엄밀하게 바라보면 <짝>이라는 프로그램 역시 그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하기 애매해진다. 이것 역시 해외의 리얼리티쇼 형식을 가져온 것이고, 그 안에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짝짓기 프로그램 형식을 덧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베낀 것은 표절이 맞지만 그 형식을 가져와 거기에 새로운 요소를 덧붙여 창조적으로 해석한다면 그것을 표절로 몰아붙이기 힘들다. 또 패러디라는 것은 애초부터 원본을 전제하는 것이다. 누구나 패러디를 보면 그 원본을 떠올린다. 그 원본과의 비교점에서 패러디의 진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SNL 코리아>의 짝 패러디는 말 그대로 흔하디 흔한 패러디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노골적인 베끼기가 아니라 원본을 가져와 비트는 형식일 뿐이다. 따라서 정규 프로그램도 아니고 일회성의 콩트를 갖고 저작권 침해 운운하는 것에는 어딘지 과도한 느낌이 묻어난다. 왜 이런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사실 이번 소송 논란에서 핵심은 표절이나 모방이라기보다는 ‘진정성 훼손’으로 보인다. <짝>의 패러디가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그것이 ‘진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SNL 코리아>에서 다룬 <짝> 패러디 속에는 재소자들을 내세워 성을 희화화한 면이 있다. 게이, 스님, 강간범 등이 등장해 성희롱을 하는 장면들이 패러디 속에는 들어 있다.

 

그렇다면 <짝>은 왜 이렇게 진정성에 목숨을 걸게 되었을까. 이런 모습은 이미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며 33기 여자3호와 31기 남자7호를 명예훼손과 계약위반으로 고소하면서 드러난 바 있다. <짝>이 진정성에 집착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 근거가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기획의도에서 밝혔듯이 이 프로그램은 ‘현재 짝 없는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실제 만남과정을 통해 한국인의 사랑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고 ‘가장 소중한 짝에 대한 희생과 배려와 그리고 사랑을 돌아보는 것’이 그 존재이유다. 이 진정성이 흐트러졌을 때 프로그램은 자칫 자극적인 남녀 짝짓기 행태를 포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기획의도와 달리 특정 목적을 갖고 홍보를 위해 출연하거나 아예 자신의 과거를 속이는 식의 출연자들이 최근 계속 등장하면서 생겨난 논란들은 <짝>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실 <SNL코리아>의 패러디조차 그저 한번 웃고 넘길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상황은 <짝>이 그만큼 작금의 진정성 논란이 만든 위기상황에 여유조차 갖기 힘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진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대중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과연 이것이 <짝>의 진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비춰질까. 진정성은 그런 식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주는 정서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이지, 소송 같은 법적인 판단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그 프로그램과 대중들 사이의 교감과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리지널리티를 내세워 패러디조차 모방으로 치부하는 폐쇄성으로 대중들은 과연 <짝>에서 소통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