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6104)
주간 정덕현
가수의 드라마 진출이 말해주는 것 요즘 드라마는 단연 중견연기자들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줌마 연기자들의 컴백과 그 성공이다.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연기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채시라’, ‘발칙한 여자들’에서 발랄깜찍한 역을 소화해낸 ‘유호정’,‘주몽’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 오연수, 이들은 연륜에 걸 맞는 연기내공을 보여주며 새로운 아줌마 연기자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황진이’의 김영애는 중견연기자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고 ‘여우야 뭐하니’로 복귀한 고현정은 새로운 연기변신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중견 남성 연기자들의 두각은 사극에서 빛을 발한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은 그 각축전이라 할만하다. 먼저..
북핵과 양극화가 불가사리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들은 그 탄생과정 속에 분명한 목적의식을 드러낸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탄생이 미군부대에 포름알데히드를 무단 방류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은 이 영화의 목적의식이 바로 미국과, 미국의 이런 행동을 방치하고 자기 이권만 밝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괴물은 에둘러 말하기 위한 장치인 셈인데, 괴물담의 파급력은 ‘에둘러 말한다’는 그 장점에서 비롯한다. 이런 괴물담 중에 우리네 민담으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것이 ‘불가사리’란 괴물 이야기다. 쇠를 먹고, 먹으면 먹을수록 몸집이 커지는 이 괴물이야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입에서 입으로 흘러온 ‘불가사리’란 이야..
연개소문 세트 논란, 극 집중도 저하가 원인 대하사극 연개소문의 세트 논란이 거세다. 이밀(최재성 분), 양현감(이진우 분), 이화(손태영 분) 등이 왕빈, 연개소문 일행과 함께 사냥을 떠나는 장면에 노출된 성문 배경이 조잡하게 만들어진 세트의 티가 너무 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이 나온 다음날 지적의 효과였는지 배경의 세트는 이화와 연개소문이 나란히 말을 타고 가는 장면에 너무도 명확하게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 세트의 문제가 논란으로까지 비화된 것은 단지 세트를 너무 조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일까. “400억 짜리 드라마에 합판 배경이냐”는 질책 속에는 400억이나 들여서 그것밖에 못 만드냐는 비아냥이 섞여있다. 세트 논란은 이 드라마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 이제는 서서히 그 증상이 나오고 있다는 걸..
너무 착해서 개성이 잘 안보이는 arboleda merlot 요즘은 착한 것보다는 개성 넘치는 것, 차라리 욕을 먹을 지라도 무언가 특색이 있는 것이 더 추앙 받는 시대입니다. 이미 착하다는 것은 그 어떠한 가치도 상실한 그 마지막에 겨우 꺼낼 수 있는 카드 같은 것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관심을 끄는 캐릭터들은 ‘싸가지가 없거나(환상의 커플의 한예슬)’, ‘막말을 한다거나(여우야 뭐하니의 고현정)’, 심지어는 ‘매력 가득한 악마(타짜의 김혜수)’같은 그런 캐릭터들입니다.와인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다지 특징이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와인 말입니다. Arboleda 시리즈 중에서 멜로가 그렇습니다. 칠레 와인의 명문가인..
숫자숭배에 지배당한 위험한 우리 사회 정지영 아나운서의 퇴진까지 가져온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는 숫자 놀음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것은 출판계에서는 ‘판매부수’로 불리며, 영화에서는 ‘관객수’로, 그리고 TV 드라마에서는 ‘시청률’로 불린다. 그것들은 이름만 다를 뿐 그 역할은 비슷하다. 작품에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숫자들이 맡은 역할이다. 숫자들의 권력은 점점 커져서 언제부턴가 우리네 문화계는 콘텐츠 자체의 질에 승부하기보다는 이 숫자를 얻기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서 있는 느낌이다. 스테디셀러보다는 베스트셀러를, 두고두고 꺼내보는 명작으로 남기보다는 최단기간에 최대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를, 그리고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시청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