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11/09 (13)
주간 정덕현
‘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나를 잊지 말아요’ 라는 꽃말 하나를 남기고 향미(손담비)는 떠났다. 박복한 삶에도 그 마지막 순간까지 새 삶을 꿈꿨던 그지만, 연쇄살인범 까불이에 의해 속절없이 그 삶은 꺾였다. 하지만 그 꺾인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다. 동백(공효진)은 까불이가 남긴 쪽지를 통해 향미가 자기 대신 죽음을 맞이했다는 걸 알고는 돌변했다. 참지 않겠다는 것. 용식(강하늘)은 호수에서 떠오른 사체 앞에서 넋을 잃었다. 향미에게 협박을 받아왔던 노규태(오정세), 또 죽여 버리겠다고 향미에게 차를 몰았던 제시카(지이수)마저 자신이 그를 죽인 건 아닌가 죄책감에 빠졌다. 한 사람의 삶은 그렇게 쉽게 잊히는 게 아니었다. 물망초의 기원처럼 향미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
‘동백꽃’, 엄마 이정은은 늘 딸 공효진 옆에서 뭐든 “그래 물증이 없지. 그러니 경찰이 뭐하겠어? 근데 나는 헷갈릴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어. 짐승의 에미도 제 자식한테 해 끼칠 놈은 백 리밖에서부터 알아. 그리고 에미는 제 자식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해 얼씬대지 말어. 난 동백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나는 해 뭐든지.” 철물점 흥식이(이규성)가 까불이라는 심증을 가진 정숙(이정은)은 그에게 그렇게 말한다. KBS 수목드라마 이 휴먼드라마와 엮어 시청자들을 빠뜨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가 이제 곧 밝혀지려 한다. 그런데 이 즈음에 놀라운 건 이 드라마가 까불이라는 캐릭터를 세워 만들어냈던 스릴러의 정체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어떻게 스릴러로도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걸까.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
‘프듀’ 사태를 통해 보이는 국내 가요계의 기형적 구조 Mnet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구속되면서 사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시리즈는 그 결과가 나올 때마다 잡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때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당락이나 최종 합격이라는 게 모든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는 없는 거라 여겨지며 넘어가곤 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응원했던 연습생이 고배를 마시게 되도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였던 건 그래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최종 결과에 의문을 가진 시청자들이 구체적인 수치가 일련의 배합으로 나타난다는 걸 찾아내면서다. 어느 정도의 개입은 있을 거라 심증을 갖고 있었고, 편집 정도를 통해 개입하는 건 ‘악마의 편집’이라 욕하면서도 시청률과 재미를 위해 그러려니 팬들 역시 받아들였지만 구..
공식적 틀에 갇혀버린 tvN 드라마, 기획만 보인다 한때 잘 나가던 tvN 드라마가 어찌된 일인지 주춤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는 애초 문근영의 주연작이라는 점과 지하철 경찰대라는 소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갈수록 기운이 빠져간다. 첫 회 4.1%(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매회 뚝뚝 떨어지더니 급기야 2.4%까지 추락했다. 이유는 첫 회에 끌어 모았던 주목을 드라마가 계속 이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인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연쇄살인범 지하철 유령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곁가지 스토리들로 매회 채워지고 있고 그 스토리들도 그다지 큰 몰입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겨우겨우 유령(문근영)과 고지석(김선호)의 멜로 라인으로 이어가려 하고 있지만, 이 지하철 범죄 ..
‘유퀴즈’, 이토록 짧게 삶의 위대함을 보게 해주다니 이건 마치 한 편의 감동적인 동화 같다. tvN 예능 은 어떻게 매번 이런 놀라운 분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걸까. 서울 후암동 어느 골목길을 걷다 발견한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문방구 이야기다. 40년이나 된 문방구이니 어찌 이야기가 없을까마는, 남편을 2년 전 갑자기 여의고 홀로 그 곳을 지키고 계신 함범녀 할머니와 그 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던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기적 같았다. 2년 전 갑자기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나서 가게 문을 닫을까 생각했던 할머니의 마음을 돌린 건 아이들이었다. 청소를 하다 발견하게 된 아이들이 남긴 쪽지. 거기에는 빼곡하게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 너무 힘들어하시지 마시고 언제나 힘내..
‘날씨의 아이’의 흥행실패, 과연 시국 때문 만일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이었던 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370만 관객이라는 흥행을 거둔 감독이다. 국내에는 이미 그 작품 때문에 그의 전작들이었던 이나 등 또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 투자한 영화사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가 첫 주말에 약 33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적이 실망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까지 내놨다. 공식 입장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에 비해 의 성적이 저조한 이유가 지금의 냉각된 한일관계 때문이라는 것이고, 이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이 토로되어 있다. 물론 지금의 이런 시국이 이 작품의 성패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일 게다. 아무래도 일본 영화라는 사실이 주는 막연한 부담감(?) ..
심상찮은 'VIP' 반응, 불륜을 통해 담아내는 사회적 의미 SBS 월화드라마 에 대한 반응이 심상찮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청률도 그렇지만, 이 작품이 단지 불륜만은 아니라는 징후들이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상황도 그렇다. 사실 불륜을 소재로 한다고 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륜 드라마’가 되는 건 아니다. 불륜을 소재로 담으면서도 그것을 통해 색다른 사회문제나 의미를 가진 드라마들 역시 존재했기 때문이다. 는 분명 초반 불륜을 전면에 내세웠다. 어느 날 갑자기 나정선(장나라)에게 온 문자 하나가 그 시작점이었다.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문자. 그 후 나정선은 남편 박성준(이상윤)을 의심하고 그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려 하기도 하고 그 뒤를 따라가기도 한다. 또 그 ‘여자’가 누구인가 ..
‘돈키호테’ 통해 본 몸으로 웃기는 예능의 부활 가능성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에는 ‘미치거나 용감하거나’라는 표현이 붙었다. 여러모로 세르반테스의 소설 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둘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풍차를 향해 달려들었던 인물. 보는 관점에 따라 그건 미쳤거나 혹은 용감한 행위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의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가져온 이 예능 프로그램은 그래서 프로그램 소개에서도 소설 의 대사 중 하나를 가져온다. “꿈꾸는 자와 꿈꾸지 않는 자, 도대체 누가 미친 거요?” 그럴 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막상 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어떻게든 과거 우리가 봐왔던 몸으로 웃기는 예능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걸 애써 강변하려는 안간힘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이 첫 회만 슬쩍 보고도 이건 MBC 의 시작점이었던 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