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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팬텀싱어3’, 코로나19도 잠시 잊게 만든 귀호강 랜선 콘서트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다시 돌아온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는 첫 회부터 만만찮은 실력의 소유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전조에 전조를 더해 프로듀서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Il Mondo’를 부른 유채훈은 김문정 프로듀서로부터 “오디션 참가하실 실력이 아니다”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고 그 누구보다 간절함이 노래에 묻어 있었다. 이런 실력자가 그간 연이은 사기와 계약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먹고 살기 위해 코러스 등을 전전했다는 사실은 그가 그간 겪은 시간들의 힘겨움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Il Mondo’는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그 어려운 시간들을 빨리 잊으라 해준 윤상의 심사평..
‘슬의생’ 이우정 작가가 그 흔한 악역 하나 심어두지 않은 건 여기저기 핑크빛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멜로가 쏟아졌다. 신부가 되겠다며 결혼생각이 없는 안정원(유연석)을 짝사랑하는 장겨울(신현빈), 굳이 부대까지 찾아가고 놓고간 휴대폰을 직접 갖다 주며 이익순(곽선영)에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김준완(정경호), 산모를 위해 배려하는 모습에 양석형(김대명)을 혼자 좋아하게 된 추민하(안은진), 그리고 후배의사인 안치홍(김준한)의 “좋아한다”는 말에 당황하는 채송화(전미도). 러브라인이 본격화됐다. 의학드라마에서 갑자기 러브라인이 등장하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보통이다. 한때는 이런 드라마들을 가운 입고 연애하는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런 ..
‘반의반’이 그리는 골목과 식물 그리고 짝사랑 이숙연 작가는 공간이 주는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다. 전작이었던 의 공간이 공항이었다면, tvN 월화드라마 의 공간은 골목이다. 일상을 벗어나는 두려움과 설렘의 관계를 의 공항이라는 공간이 은유했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마치 숨바꼭질하듯 엇나가는 짝사랑의 관계를 의 골목은 은유한다. 이들은 그래서 그 골목길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머무르고 회고하며 아파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원(정해인)과 한서우(채수빈)가 처음 만나게 된 것도 그 골목에서였다. 우연히 골목을 걷다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고개를 돌린 하원은 녹음실 창을 통해 서우를 봤고, 그렇게 멈춰서 음악을 듣는 하원을 위해 서우는 볼륨을 높여주었다. 하원은 그 소리에 이끌려 녹음실을 찾아왔고..
‘날씨가’ 서강준과 박민영의 봄, 문정희가 꺼낸 겨울 같은 현실 JTBC 월화드라마 가 드디어 끄집어낸 해원(박민영)의 비극적인 가족사는 그의 폭력적인 아버지 목주홍(서태화)으로부터 비롯됐다. 평상시에는 그토록 자상해 보이는 아버지였고 특히 딸 해원에게는 둘도 없는 살가움을 보인 그였지만, 갑자기 돌변해 아내 심명주(진희경)에게 폭력을 가하는 그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폭력을 직접 목격한 심명주의 동생 심명여(문정희)는 목주홍으로부터 도망치려 차에 올랐다가 너무 두려운 나머지 엑셀을 밟아 그를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심명주는 이 사건이 결국 모두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심명여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목주홍의 폭력은 그래서 심명주를 감옥에 가게 만들었고, 해원이 ‘살인자의 자식’이란 소..
‘개훌륭’, 강형욱이 반려견 영정사진을 통해 보여준 것 강형욱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간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벌어지게 만들었던 ‘마법’의 주인공은 거기 없었다. ‘개통령’이라는 수식어도 무색해졌다. 자신의 반려견 앞에서 강형욱 역시 눈물 흘리는 보호자였다. KBS 가 ‘행복하개 프로젝트’로 보여준 건 떠나보내기 전 기억을 남기기 위해 찍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영정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형욱의 반려견 다올이었다. 당뇨에 혈액암까지 와서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 시한 판정을 받은 다올이. 강형욱의 사무실을 찾은 이경규와 이유비는 같은 방에 누워 있는 다올이를 보고 반색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는 달리 다올이는 겉보기에도 힘이 없어 보였다. 일어나 같이 나가..
‘아무도 모른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아이도 아이다워진다 은호(안지호) 같은 착한 아이가 있을까. 버려졌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자식 돌보는 일도 내팽개쳤던 엄마 정소연(장영남)을 마치 보호자처럼 챙긴 것도 은호였고, 윗층 사는 차영진(김서형)의 사막 같은 삶에 들어와 화초를 놓고 물을 줘 피어나게 했던 것도 은호였다. 길을 가다 쓰러진 장기호(권해효)를 외면하지 않고 살려낸 것도 은호였고, 시험지 답안을 유출해온 친구 민성(윤재용)에게 사실을 밝히라 했던 것도, 또 엇나가는 동명(윤찬영)을 친구로서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준 것도 은호였다. SBS 월화드라마 는 사건을 추적해가는 스릴러 장르를 갖고 왔지만, 그 추적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려는 건 은호 같은 착한 아이와 대비되는 추악하거나 미성숙한 어른들의 현..
‘더블캐스팅’ 김지훈의 ‘귀환’, 무엇이 우리 마음을 울렸을까 노래를 듣던 멘토들도 자신의 역할을 잠시 잊고 눈물을 흘렸다. 절절하지만 담담하게 불러내는 노래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마도 시청자들 역시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단 몇 분 동안 흘러나오는 노래지만, 그 노래 가사 하나 하나가 저마다의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끄집어냈을 테니 말이다. tvN 톱12가 선보인 ‘한국 창작 뮤지컬’ 미션에 26살 김지훈이 고른 곡은 의 ‘내가 술래가 되면’이라는 곡이었다. 이 뮤지컬은 6.25 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주제로 한 것으로, ‘내가 술래가 되면’이라는 곡은 참전용사 승호가 퇴직 후 전사한 친구들의 유해를 찾아 산을 헤매는 내용을 담았다. 26살 김지훈에게는 결코 쉬운 선곡이 아니었다..
'부부의 세계' 김희애, 저질 밑바닥 박해준에게 살벌한 저주를 바닥 중에서도 이런 바닥이 없다. 아내 몰래 오래도록 바람을 피우고 친구들도 속이게 만든 것도 모자라, 집을 담보로 심지어 아들의 보험까지 건드려 빼낸 돈으로 내연녀의 명품 가방을 사주는 그런 인간. 게다가 어머니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상주가 되었지만, 상가에서조차 내연녀와 몰래 차 속에서 밀회를 나누는 그런 바닥 중의 바닥이 바로 이태오(박해준)의 실체였다. JTBC 금토드라마 는 이런 남편의 실체를 하나씩 알게 되면서 무너져가던 아내 지선우(김희애)가 아들 때문에 갈등하던 마음을 다잡고 복수를 결심하는 과정을 담았다. 단지 다른 내연녀와 불륜을 맺었다는 사실보다 그를 더 아프게 하는 건 그를 속였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심지어 사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