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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이 떠나면서도 끝까지 초심 강조한 이유

 

처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군포 역전시장을 찾았을 때를 떠올려 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현재의 풍경이 놀라울 정도다. 처음에 충격적인 위생상태로 백종원도 시청자도 경악하게 했던 치킨 바비큐와 불막창집은 아예 업종을 닭꼬치 튀김집으로 변경했다. 금세 튀겨낼 수 있어 회전율이 좋기도 할뿐더러 기존 치킨 바비큐나 불막창에 비해 재료 관리도 간편해져 위생 관리도 용이해졌다.

 

닭꼬치 이야기가 그걸 튀기는 방식으로 하면 어떠냐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만들어진 닭꼬치 튀김은 시장이라는 이 곳의 특성에도 잘 맞아 떨어졌다. 손에 간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장을 볼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닭꼬치 튀김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의 전체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반전은 떡맥집(떡볶이+맥주)에서도 벌어졌다. 그저 평이한 떡볶이를 맥주와 함께 내놓던 이 집은 백종원으로부터 짜장떡볶이 레시피를 전수받고 특별함을 더할 어흥소스(매운 소스)를 추가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떡맥집으로 거듭났다. 떡볶이에 튀김을 안주로 놓고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는 광경은 군포 역전시장의 매력적인 유인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또 족발집은 백종원이 유명 족발집의 맛과 비교하게 해 더 나은 족발의 맛을 업그레이드시켰고, 여기에 모듬 내장을 새로운 메뉴로 추가시켜 이 집만의 특색까지 갖추었다. 지난주 방영된 방송에서는 최근 <이태원 클라쓰>로 주목받은 배우 안보현이 이 곳을 찾아 그 맛에 매료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군포 역전시장은 본래도 장사가 잘 안된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텅 비었던 그 초창기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방송에 나왔던 그 음식들이 궁금해 찾아온 손님들로 줄을 섰고, 맛을 보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시장이 활성화된 그 광경은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그저 좋게만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송에 백종원은 일주일새 방심한 가게들에 덕담이 아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초반에 워낙 호된 질타를 받은 닭꼬치 튀김집은 그 긴장감이 여전히 남아있어 청결과 위생을 습관화하고 있었지만, 지적보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던 떡맥집과 족발집은 백종원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애초 짜장떡볶이 레시피와 달라진 떡맥집에 백종원은 손님들이 몰려온다고 대충대충 하면 어떻게 하냐고 꼬집었고 그런 변화가 결국 가게를 망칠 수 있다는 걸 경고했다. 족발집은 손님들이 많이 늘어 미리 잔뜩 포장해 냉장고에 넣어둬 시든 상추를 백종원은 지적했다. 그런 초심과 멀어진 작은 변화들이 결국 안좋은 소문으로 이어지고 가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였다.

 

결국 지적을 받은 두 가게는 장사를 잠시 멈추고 초심을 다잡았다. 떡맥집은 만들어 놓았던 짜장떡볶이를 모두 버리고 원래 레시피대로 다시 만들어 내놨고, 족발집은 냉장고에 있는 상추들을 다 끄집어내 시든 건 버리고 나서야 장사를 재개했다. 마지막 방송이었고 떠나는 마당이었기 때문에 허전한 마음을 갖고 있던 가게 사장님들은 떠나면서도 끝까지 해준 백종원의 지적에 아파하면서도 공감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환골탈태한 가게들이었고 그로 인해 변한 시장의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 변화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변함없이 그 초심 그대로 자신을 다잡아가며 가게를 운영해야 방송하는 동안의 반짝 변화에 머물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이제 위생과 청결은 강조할 때만 해야 될 일이 아니라 늘 지켜야 하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방심하는 순간 늘 위기는 우리 옆에 존재한다는 것. 마찬가지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보여준 위기의 가게들은 솔루션을 통해 회생에 성공하지만, 그것 역시 방심하는 순간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걸 이번 군포 역전시장의 사례는 강조하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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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의 색깔이 된 우아하고 지적인 폭로 드라마

 

부유하게 산다고 과연 잘 살까. JTBC 드라마에는 유독 부유층의 속물적인 속살을 폭로하는 드라마들이 많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이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파격적인 불륜 소재를 굉장한 속도감으로 다루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거의 저택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며, 마을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여는 그런 부유층들이 결코 잘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그 속으로 문드러진 삶을 들여다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이혼했지만 영화로 성공해 새 가정을 꾸려 돌아온 이태오(박해준)와 여다경(한소희) 부부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관계가 그렇고,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는 고예림(박선영)과 손제혁(김영민) 부부도 그렇다. 물론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삶도 성공한 의사라는 사회적 위치와는 사뭇 다른 고행길의 연속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의 파국이 가진 것만큼 갖지 못한 삶의 품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들여다보며 때론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지점은 이 작품을 연출한 모완일 PD의 전작이었던 <미스티>에서도 슬쩍 담겨진 바 있다. 고혜란(김남주)은 잘 나가는 앵커로 보였지만 그의 삶은 살인사건과 불륜으로 얼룩져 있다. 물론 고혜란이라는 강인한 여성의 성공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재미요소지만, 저 반듯하게만 보이던 부유하고 명망 있는 이들의 세계가 맞이하는 파국 역시 그 재미요소에서 빼놓을 수 없다.

 

무려 23.7%(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던 <스카이 캐슬>은 부유층의 속물적인 허위의식을 들여다보는 관점으로 사교육의 문제를 가져왔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정보와 돈으로 무장한 이 캐슬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결국 그 엇나간 욕망 때문에 심지어 아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엄청난 비극을 겪게 된다.

 

명작으로 남은 <밀회>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상류사회에 편입하기 위해 갖가지 부정한 일들까지 해온 오혜원(김희애)이 이선재(유아인)라는 청춘을 만나면서 그 세계의 허위를 폭로하는 드라마로 이 작품은 시청자들의 폭넓은 호응과 공감을 얻어낸 바 있다.

 

<품위 있는 그녀> 역시 우아해 보이기만 하는 부유층의 삶에 들어간 박복자(김선아)가 겪는 비극적인 최후를 통해 그 세계의 민낯을 폭로한 작품이었다. 품위는커녕 엇나간 욕망으로 얼룩진 저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동시에 그 세계에 결코 편입하지 못하는 서민이 느끼는 애잔함이 이 작품을 통해 그려졌다.

 

<밀회>에서 <품위 있는 그녀>, <미스티> 그리고 <스카이 캐슬>을 거쳐 <부부의 세계>까지. 어쩌다 보니 부유층의 위선을 폭로하는 이야기는 JTBC 드라마의 일관된 색깔이 되었다. 그리고 이 소재들은 모두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부유한 삶을 구가하는 저들의 파국을 들여다보고, 그 파국이 결국은 부유함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삶의 진정성 부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은 지금의 서민들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발견하고픈 이야기가 되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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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반’, 조기종영 했지만 마무리는 아름다웠다

 

“지수씨. 지수씨의 진심을 강인욱에게 알려준 사람이 누구게요? 강인욱으로 가장 고통 받은 사람, 하원이었어요.” tvN 월화드라마 <반의 반>에서 한서우(채수빈)는 김지수(박주현)가 남긴 편지를 읽고는 오열하는 강인욱(김성규)을 보며 그렇게 속으로 말한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녹음실을 찾아간 하원(정해인)은 강인욱을 벽에 밀치며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냐?”고 분노를 터트렸지만, 그 곳을 떠나며 지수의 편지를 강인욱에게 남겨두었다.

 

강인욱의 말 한 마디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지수 역시 괴로워하다 찾아간 노르웨이에서 사고로 죽었다. 하원으로서는 사랑하는 두 사람을 강인욱 때문에 모두 잃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하원의 선택은 강인욱에 대한 분노나 복수 같은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떠나버린 지수의 진심을 알지 못해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강인욱에게 그 진심이 담긴 편지를 건넸으니 말이다.

 

‘그이의 눈물이 괴롭습니다. 괜찮다고 이제 그만 힘들어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인욱씨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결론을 내니 마음이 편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 일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편지에 적힌 지수의 마음을 읽고 강인욱은 오열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그를 향한 구원의 손길이기도 했다. 지수가 자신을 미워한 게 아니라 힘이 되고자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하원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것은 강인욱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지수가 이 곳을 떠나기 전 올랐던 육교 위에서 하원은 이제는 닿지 않을 이야기를 지수에게 속으로 건넨다. ‘지수야. 네 간절한 진심 전했으니까. 이제 마음 편히...’ 하원의 선택은 지수를 위한 것이었다. 괴로워했을 지수가 마음 편하게 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한 선택.

 

<반의 반>은 우리가 하는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는 짝사랑일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드라마였다. 하원이 강인욱에게 그 편지를 전하는 건 지수가 요구했던 일은 아니었다. 다만 하원이 선택한 사랑의 방식이었을 뿐이다. 그는 그렇게 지수를 편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취한 행동은 그래서 저 편에는 닿지 않는 짝사랑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짝사랑은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는 강인욱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알고는 괴로워하는 하원에게도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하원은 그렇게 지수를 통해 미움의 감정을 이겨내고, 강인욱은 그 편지를 통해 죄책감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곧바로 닿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강인욱은 떠난 지수를 생각하며 피아노 연주곡을 만들고 연주했고, 지수는 노르웨이에서 사고를 당하기 직전 서우와의 전화 통화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연주곡을 들으며 위로받았다. 문순호(이하나)는 마치 죽어가는 화초를 가꾸듯 시들어가는 강인욱을 돌보려 했고, 은주네 하숙집 전은주(이상희)는 그 곳을 찾는 이들이 집이라 느낄 수 있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다.

 

한서우 역시 지수를 짝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하원을 짝사랑했다. 잠 못 드는 그를 위해 함께 잠자리에 들었고, 지수를 잊지 못하는 하원을 위해 지수의 목소리가 담긴 AI 디바이스를 깨워내 주었다. 함께 지수가 걷던 길을 걸어주었고, 그 아픈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짝사랑으로 시작한 사랑은 하원의 마음에 닿았다. 하원은 산불로 부모님이 사망해 갖게 된 서우의 트라우마를 이기게 해줬고, 하원 역시 서우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노르웨이에 나란히 묻힌 엄마와 지수의 묘소를 찾았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건 나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도 타인에 대한 사랑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짝사랑일 지라도 그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을 구원해주는 힘이 되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반의 반>이 따뜻하게 느껴진 건 그렇게 한 걸음 씩 떨어져 있는 어느 곳에 일방적일 지라도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런 시선이 있는 한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하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반의 반>은 시청률이 반 토막 났고 조기종영으로 끝을 맺었다. 그렇게 <반의 반>이라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짝사랑한 드라마가 되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더 폭넓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드라마가 건네는 짝사랑이 준 따뜻함은 어떤 이들에게는 충분한 위로로 다가가지 않았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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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난폭견은 없다, 다만 둔감한 보호자가 있을 뿐

 

“보호자님은 예민한 보호자가 돼야 해요. 둔감한 보호자가 되면 안돼요. 절대 키울 수 없어요. 누구보다 촉이 좋아야 돼요. 다들 그래요. 개들이 개 물면 우리 개가 물 줄 몰랐대요. 왜 물 줄 몰라? 자기가 둔감한 거지.” 강형욱은 견주에게 강한 어조로 그렇게 강조했다. 지금껏 KBS <개는 훌륭하다>에 나왔던 그 어떤 개들보다 역대급 공격성을 보이는 개였지만, 이들을 견주는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네코르소 종인 메리는 일명 ‘마피아 견’으로 불릴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개였다. 이 견종의 특성상 보호자와는 관계가 좋았지만, 사회성 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어 보이는 메리는 타인이나 다른 개가 접근하면 괴력을 발휘하며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려와 물려고 부딪칠 때는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집에는 메리만이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지내는 레트리버 땡이와 진돗개 뭉치가 또 있었다. 어려서는 사이가 좋았지만 이사를 한 후부터 뭉치와 메리는 서로 물어뜯을 정도로 보기만 하면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그래서 뭉치는 2층에서 지내고, 메리와 땡이는 1층에서 지내는 상황이었다.

 

강형욱도 만만찮은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 덩치가 워낙 크고 힘이 좋아 공격해오는 걸 몸으로 막아내며 통제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 번도 통제를 받아본 적이 없어 보이는 메리는 강형욱을 향해 달려들었고, 줄을 끊고 입마개를 망가뜨릴 정도로 맹렬하게 공격했다.

 

그런 공격에도 끄덕 없다는 걸 보여줘야 했고, 실제로 물러서지 않는 강형욱으로 인해 조금씩 메리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타인이 아닌 견주에게 집중하게 하는 훈련을 시켰고, 그래서 타인이 다가와도 덤벼들지 않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심지어 보기만 해도 싸우던 뭉치와 나란히 걷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가 보여준 교훈은 제 아무리 사랑하는 반려견이라고 하더라도 보호자가 통제할 수 없으면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강형욱은 맹견이 나쁜 친구들이 아니라 내 보호자를 너무 좋아하는 애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통제가 되지 않으면 도살장 같은 좋지 않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 말에 보호자는 눈물을 보였지만, 강형욱의 이런 조언이 아니었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날 강형욱의 솔루션은 기존과 달리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메리의 공격성을 보호자가 조금 통제하는 훈련을 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일찍 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알아 미연에 방지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었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개가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혔다는 기사를 접하곤 한다. 그럴 때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그 개가 난폭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이번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생각해보면 그건 개의 문제가 아니라 견주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정도로 둔감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는 건 좋지만,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통제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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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캐스팅’의 캐릭터 판타지, 스파이 액션은 덤이다

 

한국판 <미녀삼총사>처럼 보인다. 똘끼 넘치는 막강 요원 백찬미(최강희)에 싱글맘 요원 임예은(유인영) 그리고 보험아줌마로 살아가며 임무를 수행하는 황미순(김지영)이 그 삼총사. SBS 새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미녀삼총사>를 우리 식으로 해석했다는 게 그 인물 구성을 통해서 먼저 느껴진다.

 

이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는 물론 국제적인 산업스파이이자 동료 요원들을 살해한 마이클 리를 잡기 위한 작전이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시청자들의 마음을 끄는 건 이들 캐릭터들의 면면이다. 작전 수행을 위해 교도소에 들어가 살인무기 같은 액션으로 순식간에 그 곳을 장악해버리는 백찬미가 통쾌한 걸 크러시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요원이라기보다는 보험아줌마에 가까운 황미순은 주부로서의 공감대를 끌어오며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이다. 또 현장보다는 안전한 데스크로 오래오래 버티는 게 꿈인 임예은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서의 면면이 시청자들을 더 공감하게 만든다.

 

즉 <굿캐스팅>은 스파이액션에 뛰어들게 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요원들의 이야기가 핵심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싱글맘이나 주부 같은 우리네 현실 정서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미녀삼총사>와는 궤를 달리한다. 어찌 보면 국정원 요원이긴 하지만 소외된 주변인물로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이 작전을 수행해가는 캐릭터 판타지를 이 드라마는 담으려 하고 있다.

 

<미녀삼총사>에 세 미녀를 관리하는 찰리가 있었다면 <굿캐스팅>에는 동관수(이종혁)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리 식의 정서가 이 캐릭터에 들어간다. 백찬미와 사내커플이었다가 헤어진 동관수는 어딘지 팀장이긴 해도 이들 3인방에게 질질 끌려 다닐 것 같은 그런 캐릭터다. 3인방이 보여줄 통쾌하고 유쾌한 작전 과정 속에서 그들에게 짓눌리면서도 인간미를 보여줄 동관수의 코미디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반적으로는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드라마의 추진력은 권민석(성혁)이 마이클 리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임예은의 남자친구였고 그가 키우는 딸 소희(노하연)의 아빠였던 권민석이 사망한 그 사건현장에는 백찬미도 황미순도 있었다. 그의 죽음은 특히 당시 팀장이었던 백찬미에게 작지 않은 상처로 남았을 터였다. 그러니 마이클 리를 추격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이들 모두에게 추진력을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월화극으로 편성된 <굿캐스팅>은 그 편성 시점에 있어서도 운이 좋다. 동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경쟁작들이 이렇다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tvN <반의 반>은 12부작으로 조기종영을 앞두고 시청률이 1%대 밑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고 차기작인 <외출> 역시 2부작 단편이다. KBS <본 어게인>은 3%대 시청률에 머물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JTBC는 드라마페스타 단편 2부작 <탁구공>을 재방송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적수가 없는 <굿캐스팅>은 첫 회부터 12.3%(닐슨 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굿캐스팅>에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코믹한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작전 과정에 있어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다. 이 드라마는 코미디가 맞지만 그 코미디가 진지한 작전 상황을 뒤집는 데서 나온다는 걸 염두에 두면 작전 자체가 갖는 긴박감과 개연성 또한 중요하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나간다면, <굿캐스팅>은 정서적으로나 캐스팅으로나 편성에 있어서나 괜찮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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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청춘은 유지태와 이보영을 구원할 수 있을까

 

“찾았다. 윤지수. 내가 더 일찍 찾았어야 됐는데 너무 늦었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기차역. 막차가 끊겨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하는 윤지수(이보영)에게 한재현(유지태)은 그렇게 말했다. 윤지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 항상 가슴 한 편에 두고 있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너무나 긴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그 시간 동안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윤지수는 도망치듯 역사를 빠져나오지만, 역시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재현이 다가와 말한다. “기억 나는 거 별로 없는 선배라도 길잡이로는 쓸 만 할 거야.” 소리도 없이 쏟아지는 눈 길 위를 한재현이 앞서 걸아가고 윤지수는 그 시간의 거리만큼 떨어져 그를 따라 걷는다. 발자국을 따라서 잘 쫓아오라는 한재현의 말에 윤지수는 대학시절 앞서 걸어간 재현의 발자국을 밟고 따라 걷던 때를 떠올린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치열한 삶이 자신을 마모시키기 전 풋풋하고 설렜으며 순수했던 시절.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가 보여주는 이 눈 내리는 날 재회한 윤지수와 한재현의 만남은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시적이고 은유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대학 시절 눈처럼 벚꽃이 날리던 봄날 윤지수를 찾아냈던 한재현과 달리, 그들은 쏟아지는 눈 속에서 차도 끊겨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재회한다. 과거의 만남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던 밝은 설렘의 순간이었다면, 현재의 만남은 막막한 길 위에서 어디도 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순간이다.

 

그들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윤지수와 한재현은 모두 감옥에 갔다 왔다. 하지만 그들이 감옥에 간 이유는 너무나 다르다. 윤지수는 유족들을 모욕한 이들에게 어떤 소신있는 행동을 보인 일로 감옥에 갔고, 한재현은 그의 장인이자 회장인 장산(문성근) 대신 감옥에 갔다 왔다. 윤지수는 노동자들의 편에서 여전히 길거리 투쟁을 하고 있지만, 한재현은 장산의 지시대로 사측이 되어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등 손에 피를 대신 묻히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현실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겪는 심경의 고통은 비슷해 보인다. 두 사람은 모두 결혼해 또래 아이를 둔 부모지만, 윤지수는 이혼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고, 한재현은 마치 자신을 사냥개처럼 부리려는 장인과 그런 위세 그대로 마음대로 하려는 아내 장서경(박시연)과 불화를 겪고 있다. 윤지수가 현실에 치여 힘겨워하는 반면, 한재현은 자신의 부유한 삶에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삶이 꽃이 되는 순간’. 즉 ‘화양연화’는 이미 지나간 청춘의 시절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화양연화>는 힘겨운 현재와 꽃처럼 피어났던 청춘 시절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책방에서 그리워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그러다 만나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 시절. 그런 시절은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꽤 오래도록 우리네 삶에는 차디 찬 눈들이 쌓였고 그래서 그 때의 이야기들을 덮어버렸다.

 

윤지수와 한재현은 이제 다시 만나 그 눈 위를 걸어간다. 그 장면은 아마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화양연화를 추억하게 했을 게다. 너무나 멀리 와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으로만 남겨 뒀던 저마다의 화양연화를. <화양연화>는 바로 이 지점에 슬며시 발자국을 찍어 놓는다. “발자국 따라서 잘 쫓아와.” 한재현이 던지는 그 말이 윤지수의 가슴에 발자국을 찍어 놓은 것처럼.

 

과연 이들의 청춘은 그들이 현재 처한 현실을 구원해낼 수 있을까. <화양연화>는 이제 좀 먼 길을 걸어와 다시는 그 때로 갈 수 없다 절망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그 때의 기억들이 현실의 구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를 묻는 드라마다. 과연 윤지수는 한재현을 통해 현재의 그 불면의 삶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재현은 윤지수를 통해 현재의 그 사냥개의 삶을 벗어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현재에 복원해내는 청춘의 화양연화는 어쩌면 이들을 구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랜만에 보는 정통 멜로의 설렘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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