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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강형욱은 어째서 냉정하게 대하라 했을까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가 던진 이 어처구니없는 대사는 장안에 화제가 되며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다견의 세계>라는 자막을 담아내며 여러 개를 키우는 집에서 '공평한 사랑'을 말하는 건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진돗개 믹스견 모찌와 시루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각각 있을 때는 그렇게 애교 많던 개들이 서로 보기만 하면 죽을 듯이 달려들어 싸웠기 때문이었다. 그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서로 물고 뜯겨 피를 보는 경우까지 있었고, 심지어 이를 말리는 보호자를 무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강형욱은 먼저 모찌와 시루가 사회성 자체가 없는 것인지를 테스트 해봤다. 하지만 헬퍼독을 데려와 진행한 테스트에서 모찌와 시루 모두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결국 문제는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강형욱은 모찌와 시루가 보호자 없이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보호자에게 단언했다. "이건 보호자님이 싸움을 조장한 것"이라는 것. 그 말에 다소 놀라는 보호자들이었지만 강형욱은 예를 들어 그 상황을 쉽게 이해시켜 줬다.

 

"제가 이런 거예요. 제가 사귀는 여성분이 셋이네. 그래놓고선 다 모여가지고 제가 이러는 거예요. 나는 너희를 모두 사랑해. 너희가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강형욱의 그 비유는 마치 <부부의 세계>에서 외도를 하면서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태오의 뻔뻔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사랑을 나누려했던 보호자와 달리 그걸 나눌 수 없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모찌와 시루. 강형욱은 설명했다. "애정을 나누는 게 아주 힘든 애들이 있어요. 아마 보호자님이 세 애들에게 어떤 애정도 주지 말아야 될 수도 있고요. 또 애정을 요구하는 친구들을 뿌리쳐야 될 수도 있어요. 저리 가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이지만, 강형욱은 정확한 솔루션을 내놨다. 이 집에서 지내는 세 마리의 개에게 정확한 보호자를 담당하게 해준 것이다. 모찌는 아빠가 담당하고, 시루는 딸이, 또 콩이는 엄마가 담당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각각의 담당자가 나눠지고 '자신의 개'에게만 집중하게 해주면 개들도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강형욱의 이런 솔루션은 만나면 싸우기만 했던 모찌와 시루를 180도 변화시켰다. 주로 애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엄마 보호자가 모찌와 시루의 애정을 받아주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안정되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자주 보호자들에게 반려견을 냉정하게 대하라는 솔루션을 내리곤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문제들이 애정 결핍이 아니라 애정 과잉으로 생겨난 애착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아서였다. 즉 보호자들 입장에서 보면 애정을 공평하게 주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지 않지만, '다견의 세계'에서 그건 치열한 애정 경쟁을 유발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이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다견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때론 죄가 될 수 있다는 걸 강형욱은 저들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보여주곤 한다.

 

"모두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보호자가 갖고 있는 많은 사랑을 조절해주셔야 해요." 강형욱의 말처럼 결국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건 단지 애정을 주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엄마 보호자는 "사랑만 주는 보호자가 아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보호자가 되겠다고 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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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지', 이재한의 빈자리를 채워준 최송현의 아버지

 

그저 달달한 실제 남녀 커플의 사랑이야기만이 아니었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최송현, 이재한 커플이 최송현 부모와 처음 만나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담아내려는 사랑의 폭이 훨씬 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늘 든든하게만 보였던 이재한은 약속 장소로 나가는 동안에도 떨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먼저 식당에서 기다리면서도 초조해보였다.

 

드디어 최송현의 아버지와 대면한 이재한. 입만 열면 어록이라던 멘트도 긴장감에 실종되었다. 손수 직접 깎아서 마련한 만년필을 선물하면서도, 아버지가 툭 던지는 "생각보다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는 그런 말 한 마디에도 이재한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딸을 전적으로 믿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딸의 선택 역시 아버지는 신뢰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칸트의 행복론을 이야기하며 "제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건 일종의 덕담이었다. 이재한의 말은 최송현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으로 채워졌다. 최송현을 보고 있으면 아버님, 어머님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일부러 그런 듯 최송현과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자 이재한과 아버지 사이에는 다소 데면데면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조금씩 풀어졌고 드디어 아버지는 "결혼하게 되면 서로 아끼면서.."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에둘러 표현한 결혼에 대한 승낙이 담겨 있었다. "재한아. 언제 사적으로 술 한 잔 하자."

 

아버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재한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지난 방송에 나왔듯, 이재한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도 자네는 추억할 수 있는 아버님이겠다"며 자신은 "아버님이 한 살도 안돼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비슷한 입장의 동감을 표현한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서 아빠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그 자리를 나서면서 "나는 딸만 셋인데 착한 아들 하나 생길 수도 있겠네"라는 아버지의 말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밖으로 나와 걷는 이들의 모습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앞서서 두 손을 꼭잡고 걸어가는 최송현의 부모와 그 뒤를 역시 손잡고 걸어가는 최송현, 이재한의 모습이 그렇게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를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재한은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엄마 아빠와 너무 비슷하시다"라고 했다. 아마도 이재한은 자신의 아버지가 부재한 그 빈자리에서 최송현의 아버지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현이를 만나면서 많이 궁금했었거든요. 쟤의 밝은 저 면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가 저렇게 주셨나. 사실 사람이 자라면서 제일 많이 보는게 자기 가족이잖아요. 오늘 부모님 보고 나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어머님 모습 그대로고 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사랑을 아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오늘 진짜로 아버지 생각 많이 났습니다."

 

최송현 또한 이재한의 아버지가 남긴 빈자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도 오빠의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오빠가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아빠가 오빠한테 따뜻하고 좋은 아빠가 돼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빠가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아빠랑 오빠랑 서로한테 좋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결혼해 그 가족이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물론 당사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무수히 보이지 않는 관계와 인연들이 겹쳐져 있다. 최송현과 이재한 커플의 이야기가 뭉클해진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마치 그 자리에 이재한의 아버지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주는 뭉클함.(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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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는 시대의 문제의식들

 

"기회비용. 모든 걸 다 누리면서 살 수는 없어.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돼. 잘 선택해봐.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든지, 제일 두려운 걸 피하든지. 네가 한재현을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 지명수배를 풀어주지. 계속 만나겠다면 잡아서 몇 년을 감방에서 썩게 할 거야. 넌 그 놈 옥바라지 나 하며 살아. 윤형구의 딸 윤지수가 아니라 한재현의 여자 윤지수. 욕심 많은 어린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울지 말고, 둘 줄 하나는 포기해. 한재현을 버리든가, 윤형구의 딸 윤지수를 버리든가."

 

대학시절 지수(전소니)에게 당시 검사장이었던 아버지 윤형구(장광)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다. 자신의 딸이 운동권인 한재현(박진영)을 만나는 걸 탐탁찮게 여긴 그는 결국 그에게 수배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지수는 결국 재현을 망가뜨린다는 아버지의 으름장에 결심을 한다. 재현에게 이별을 선언한 것.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 재현과 지수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윤형구 같은 부모의 반대다. 그런데 그 부모의 반대는 단지 빈부나 신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 운동권이라는 재현의 선택이 그 반대의 진짜 이유다.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란, 약자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고 어찌 된 일인지 형성그룹의 사위가 된 한재현(유지태)은 그 그룹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윤지수(이보영)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약자를 위해 싸우던 한재현은 이제 그 약자들을 밟고 군림하는 삶을 살아가고, 한재현이 망가지는 걸 보지 않기 위해 이별을 선언했던 윤지수는 한재현이 버린 그 약자들을 위한 삶을 이어간다.

 

정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 두 사람이지만, 한재현이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게 된 건 그 장인인 장산(문성근)이 자신 대신 그의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재현은 윤지수를 다시 만나면서 자꾸만 그 대학시절의 순수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한재현과 이혼해 아들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윤지수의 사랑은 그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이뤄질 수 없는 없는 것이다. 한재현의 아내 장서경(박시연)은 자신도 외도를 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대놓고 윤지수를 모욕주려 한다. 또 윤지수의 전 남편 이세훈(김영훈)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했지만 다시 윤지수과 재결합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볼모로 잡으려 한다. 한재현과의 불륜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해 윤지수를 굴복시키려 한다.

 

겉으로 드러난 대결 양상은 모두 불륜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재현과 윤지수를 둘러싸고 있는 건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한재현은 윤지수를 본 후 약자들을 짓밟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윤지수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한재현을 위해 그가 망가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사실 멜로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가로막는 방해요인들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면이 있다. 고부갈등이 주로 등장하는 건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것이고, 혼사장애는 빈부 격차나 새로운 신분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화양연화>가 가진 멜로를 통한 문제의식은 약자를 위해 살아가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아닐까 싶다. 약자를 위해 살고 싶지만 강자들이 여전히 짓밟는 현실의 요원함.

 

과연 한재현은 윤지수가 과거와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막아내고 또 스스로 저버렸던 소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약자를 위해 강자와 맞서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은 한재현과 윤지수가 다시 사랑하는 멜로의 과정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화양연화>를 보며 우리가 기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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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멜로는 설레지 않지만 세계관은 궁금한 아이러니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은 김은숙 작가의 야심이 엿보이는 기획이다. 평행세계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설정을 가져왔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는 그 세계관 역시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도플갱어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결국 각각 독립되어 있던 이 두 개의 세계가 만파식적을 통해 서로 넘나들 수 있는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두 개의 세계를 각각 지켜내려는 이곤(이민호)과 정태을(김고은)이 있는 반면, 두 개의 세계를 교란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이림(이정진)이 있다. 이림은 대한제국의 황제 자리를 꿰차려 하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정태을의 신분증을 가진)에 의해 저지되고 반쪽으로 갈라진 만파식적을 통해 대한민국을 넘나들게 된다.

 

그가 하려는 일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유혹해 대한제국에서 권력을 가진 채 살아가는 그들의 도플갱어를 제거한 후 그 자리를 대체시키는 것. 또 정반대로 대한제국의 인물을 데려와 대한민국에 채워 넣음으로써 이 곳에서의 부와 권력을 동시에 차지하려 한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세계의 인물들을 유혹해 자기 마음대로 배치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나가려는 일종의 도플갱어 게임이다.

 

이곤은 차원의 문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정태을과 만나면서 점점 이 곳에 대한제국으로부터 넘어 들어온 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정태을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형사인 강신재(김경남) 역시 어떤 이유에선지 대한제국에서 이 편으로 넘어와 성장한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가 도박에 빠져 자신을 탕진하며 사는 건 아마도 강신재와 바꿔치기 된 자신의 친자식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게다.

 

이림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제일 먼저 자신과 이곤의 도플갱어를 살해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곤마저 살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 게다. 정태을은 대한제국에 그의 도플갱어인 루나가 살아있다. 정태을이 형사인 반면, 루나가 범죄자라는 상황은 향후 이 두 존재가 만나 어떤 대결구도를 이룰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처럼 <더 킹>은 사실 두 세계의 도플갱어 게임이라는 그 세계관 자체가 꽤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점점 본격화되어가는 이 게임에 주목하고 몰입한다면 향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좋은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더 킹>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시청률도 조금씩 빠지고 있을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건 우리가 이른바 김은숙표 드라마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멜로'가 이번 작품에서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그도 그럴 것이 <더 킹>은 막시무스라는 백마를 타고 이 세계로 넘어와 정태을을 만나는 이곤 황제의 모습을 초반에 담아냈는데, 이런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또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기시감을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 김고은과 이민호를 캐스팅한 부분 역시 그다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었다. 김고은은 여러모로 김은숙 작가의 성공작인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의 모습을 자꾸 비교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그 상대로 등장하는 이민호는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상대였던 공유와 비교하게 됐다. 이민호가 연기하는 이곤의 황제라는 위치에서 나오는 특유의 어투들은, 아쉽게도 공유가 했던 그 어투처럼 몰입감을 주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멜로 대사들도 <더 킹>에서는 생각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니 대사 자체에서도 또 이를 소화하는 연기에서도 몰입이 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결국 <도깨비>와 비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 <더 킹>에서 김은숙표 멜로는 판타지의 황당할 수 있는 부분조차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킹>은 그 세계관의 흥미로움으로 인해 이런 멜로의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개가 궁금해지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실제로 멜로만 빼고 보면 <더 킹>의 도플갱어 게임은 마치 잘 짜여진 본격 스릴러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은숙 작가하면 먼저 떠오르던 멜로는 설레지 않지만, 대신 그 세계관의 대결이 궁금해진다는 건.(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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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이효리의 콜라보 모두가 기대하는 이유

 

이번엔 댄스 혼성 그룹 도전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여름을 맞아 유산슬의 트로트 도전 성공을 잇는 혼성 댄스 그룹 도전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룰라, 샵, 쿨 같은 혼성 그룹이 최근에는 거의 보기 힘들어진 상황에 김태호 PD는 오히려 그걸 틈새시장으로 봤다. 그래서 명맥이 끊긴 혼성그룹을 시도해 보겠다고 나선 것.

 

여기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나와 해변에 울려 퍼지곤 하던 바다, 휴가와 걸맞는 곡이 지난해 실종상태였다는 것 역시 이 도전의 또 다른 이유가 됐다. 그래서 유재석은 먼저 1990년대 혼성그룹을 이끌었던 룰라의 이상민, 샵의 이지혜, 쿨의 김성수 그리고 작곡가 윤일상을 만나 당대의 이야기를 통해 혼성 그룹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가를 끄집어냈다.

 

무엇보다 그룹은 팀원들 간의 마음이 맞아야 하고, 특히 여름 시즌을 겨냥해 내는 노래를 함께 부르려면 서로에 대한 좋은 마음이어야 밝게 부를 수 있다는 결론에 유재석이 찾아간 건 제주도에 사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국민남매 유재석과 이효리지만 보자마자 척척 맞는 케미는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짐짓 빼는 척 하면서도 "점점 욕심을 내는" 이효리의 적극성에 유재석도 흥겨워하며 빠져들었고, 이와는 상반되게 이런 케미가 영 불편한 이상순의 모습이 중간 중간 삽입되면서 기묘한 3인의 합이 보는 내내 빵빵 터지는 웃음을 제공했다.

 

의욕은 넘치지만 어딘지 부족한 노래 실력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듯, 키를 낮춰 달라는 이효리의 지나친 솔직함과, 흥에 넘쳐 춤을 추는 유재석에게 보니엠에서 춤만 시종일관 추는 멤버 역할을 제안하는 대목은 앞으로 펼쳐질 이 혼성 그룹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여름 노래들과, 유재석, 이효리의 오랜 케미에서 나오는 밀고 당기는 웃음, 게다가 어떤 인물들이 이 혼성 그룹에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이 프로젝트가 가진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유산슬 프로젝트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트로트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 같은 여러 인물들을 통해 그 제장과정의 즐거움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 역시 댄스음악이라는 장르를 통해 색다른 묘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효리가 그저 일회적인 만남이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 유재석과 함께 콜라보 하는 것에 대한 기대는 더더욱 크다. 오랜만에 함께 예능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들이 선사할 진지한 댄스음악의 세계 또한 여름 시장에 나온다면 그만한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까.

여러모로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기운이 빠져 있는 사회 분위기에 이제 혼성 그룹 연습생으로 펼쳐나갈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 도전이 어떤 확장을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이효리와 함께 하면서 그려낼 색다른 국민 남매의 도전기는 더더욱.(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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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절박함 이해하지만 코로나 탓할 수만도 없는 부실

 

“최근 들어 그렇게 (매출이) 더 많이 떨어졌었어요. 코로나 여파 때문에 거의 0원 찍고 가는 날도 많았어요. 거의 나와서 혼자 앉아서 울다 들어가는 날도 많고. 애들 있으면 또 꼬맹이들이 엄마 손님 없는데 그냥 집에 가자, 그렇게 말하면 이제 속은 막 타는데 겉으로 화는 낼 수 없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고 가자 가자 이렇게 얘기는 하는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롭게 찾은 수원 정자동 골목의 이른바 ‘떡튀순’ 가게의 사장님은 그렇게 안타까운 이야기를 꺼냈다. 실제 가게 안에 설치된 카메라로 그 날의 매출을 들여다본 결과 떡튀순 1인분과 포장 하나를 더해 고작 7천 원을 번 게 전부였다. 그나마 그 떡튀순 1인분은 제작진이 상황을 보기 위해 투입시킨 정인선의 매니저였다.

 

워낙 매출이 없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힘겨운 이 집은 월세가 밀려 보증금을 까먹기 시작해 지금은 마이너스가 되어가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집이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것이 경기나 상권, 코로나19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 건 가게가 내놓은 음식의 부실함 때문이었다.

 

이 집의 메인 요리인 떡튀순(떡볶이, 튀김, 순대)는 장사를 해보지 않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기본이 거의 없는 부실함을 드러냈다. 떡볶이는 양념이 어딘가 이상했고, 튀김은 요리를 모르는 사림이 봐도 그렇게 하면 눅눅해질 것 같은 조리과정을 보여줬다. 게다가 떡튀순은 각각을 나눠 주는 게 아니라 한 그릇에 한꺼번에 담아 내놓는 것으로 자칫 ‘찍먹파’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 요리가 되어 있었다.

 

이런 우려는 백종원이 직접 먹어보고 정인선 또한 불러 먹어보게 한 후 현실로 드러났다. 백종원은 떡볶이 양념 맛이 이상하다고 했고, 튀김은 기름에 푹 담겨져 식감이 안좋다며 “기분 나쁜 맛이 난다”고 했다. 정인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짜장가루가 들어간 떡볶이는 맛이 이상했고 튀김은 기름에 절어 “습해진 과자 식감”이 난다고 했다. 이러니 장사가 안 될 수밖에.

 

하지만 다음 주 예고에 잠깐 올라온 영상들은 이 집의 문제가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슬쩍 보여줬다. 백종원은 이 가게의 위생상태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급기야 방송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이쪽으로 오라고 사장님을 부르기도 했다.

 

그나마 음식에 있어서는 좋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있다 여겨진 쫄라김(쫄면 라면 김밥)집 사장님은 매출을 묻는 백종원 앞에서 “얼마나 늘었나”하며 계산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매출을 계산하지 않고 그냥 주머니에 돈을 넣고 만다는 것. 결국 백종원은 의욕이 없어보이는 사장님을 향해 안타까움이 담긴 호통을 쳤다.

 

사실 경기가 안 좋고 거기에 코로나19 같은 악재가 겹쳐 현재 요식업을 하는 분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장사가 안 되는 이유가 그런 외적인 요인만이라고 볼 수 없는 집들도 있다는 걸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 편은 보여주고 있다. 백종원도 쉽지 않을 총체적 난국. 과연 이 집들은 개과천선할 수 있을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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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이 세계의 끝은 결국 파국인가

 

'또라이 집합소'라며 뒷목 잡는 박막례 할머니 넘긴 "어떻게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다"는 일갈이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는 제대로 된 남자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태오(박해준)는 바람을 피워 이혼한 것도 모자라, 다시 돌아와 아들 준영(전진서)을 빼앗았다. 빼앗았으면 제대로 보살펴줘야 할 텐데 아버지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방황하던 준영은 도벽이 생겼고 결국 친구 해강(정준원)이와 주먹다툼을 벌여 문제를 만든다.

 

준영은 이혼한 부모들 때문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그의 말과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도둑질을 하고 외박을 한 건 그렇다 쳐도 지선우(김희애)에게 "엄마만 없으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분은 그가 얼마나 이기적인 어린아이인가를 드러낸다.

 

지선우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의 바람으로 큰 상처를 입었고, 겨우겨우 고육지책까지 써서 준영의 양육권을 얻어냈지만 다시 돌아온 이태오와 여다경(한소희)으로 인해 이 동네 커뮤니티로부터 배척되는 차별을 겪는다. 게다가 아들까지 데려가 버리니 그는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다. 병원을 그만 둔 그가 절망 끝에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은 그래서 이 인물의 잔혹사가 너무나 처절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웃집 손제혁(김영민)은 이태오와 친구면서 이런 흔들리는 지선우를 유혹해 맞바람을 피우는 인물이고, 지선우를 도와준 민현서(심은우)의 폭력적인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는 감방까지 갖다 와서는 이태오의 사주를 받아 지선우를 위협한다. 그는 도망치는 민현서를 잡기 위해 역전에 갔다가 결국 추락사하지만 그것이 자살인지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지는 아직도 미궁이다.

 

그나마 지선우의 옆을 지켜주는 인물은 같은 병원 정신과의사인 김윤기(이무생)다. 그는 지선우를 그 동네에서 쫓아내려는 여병규(이경영)로부터 그를 보호해주려 하고, 한 걸음 떨어져 지선우가 가진 아픔을 들여다보려 하는 인물이다. 결국 바다로 뛰어든 지선우를 구해낸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를 빼고 나면 이 드라마의 대부분 인물들은 지선우에게 상처를 주고 절벽 끝으로 몰아세우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지선우가 하는 충격적인 반격은 파격이지만 시청자들을 납득시키는 면이 있다. 불륜을 폭로할 때도 여다경의 부모 앞에서 낱낱이 까발리는 그 대목이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줬고, 손제혁과 맞바람을 피울 때도 또 여다경에게 "이태오, 나랑 잤어"라고 충격적인 한 마디를 던지는 것조차 고개가 끄덕여진다. 절망의 끝에 놓여진 인물이 살아남기 위해 날리는 한 방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부부의 세계>의 끝은 그래서 결국 파국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선우도 여다경도 완벽해 보였던 그 세계는 아주 작은 균열에 의해서도 쉽게 무너져 버렸다. 지선우는 아들 준영과 돌아갔지만, 이제 이태오와 여다경의 '부부의 세계'가 파국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결국 지선우는 이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 만일 끝나더라도 그 깊게 패인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이혼을 해도 질깃질깃하게 끊어지지 않는 부부라는 세계의 실체이니.(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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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싱어3', 극과 극이 만나 이토록 아름다운 하모니를 낸다는 건

 

어떻게 저런 하모니가 가능할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를 보다보면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버리는 하모니에 놀라곤 한다. 극저음의 동굴보이스 김영재와 극고음의 카운터테너 최성훈이 부르는 잔나비의 'She'가 그렇고, 정통 성악가들인 박기훈과 정민성이 부르는 엑소의 'MAMA'가 그러하며, 연어장인 이정권과 목소리 미남 구본수가 부르는 조동진의 '제비꽃'이 그렇다.

 

잔나비의 'She'는 원곡만 놓고 보면 낮은 저음의 매력을 가진 김영재가 훨씬 유리한 곡처럼 보였지만, 시작부터 울려 퍼진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온전히 그의 곡이 되어버렸다. 김이나 프로듀서가 "포기 못하는 목소리"라고 표현한 건 그래서였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 극과 극의 음역대를 최성훈과 김영재는 뛰어넘는 것만으로 프로듀서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여성 소프라노보다 더 아름답게 들리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성별의 차원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She'는 아련함과 그리움이 더해져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박기훈과 정민성은 '아이돌' 장르가 미션으로 주어지면서 선곡에서부터 난항일 수밖에 없었다. 성악을 해왔던 그들이 아이돌 곡을 소화한다는 게 머릿속으로는 잘 그려지지 않는 상황. 하지만 정민성의 아이디어로 엑소의 'MAMA'가 선곡되었고, 그 노래가 가진 특유의 웅장함은 오히려 이들의 성악 발성으로 더 잘 살아나게 되었다. 김문정 프로듀서는 "이것이 바로 팬텀싱어"라며 K팝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를 깨고 "다른 음악장르를 새로 경신"했다고 극찬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부른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이 화제가 되어 '연어 장인'이라 불리는 이정권과, 완벽한 호흡으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절창으로 '목소리 미남'이라는 칭호를 얻은 성악가 구본수가 부르는 '제비꽃'도 색다른 느낌을 줬다. 특히 구본수의 부드럽지만 단단한 발성은 곡의 감동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팬텀싱어>가 가진 힘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극과 극의 목소리나 장르가 한계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을 이들의 무대가 훌쩍 뛰어넘을 때 생겨나는 감동에서 나온다. 지난 회에 화제가 됐던 성악가 존 노와 국악인 고영열이 부른 쿠바 노래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에 기립박수가 터진 건 이 곡이 가진 정조를 두 사람이 정반대의 느낌으로 풀었지만 그것이 절묘하게 하나로 묶여지는 기적 같은 하모니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쿠바라는 나라가 가진 유쾌함과 그 속에 담겨진 쓸쓸함이 더해진 페이소스를 고영열은 마치 국악을 토해내듯 절절하게 해석해서 불렀고, 그 위에 존 노는 쿠바 특유의 경쾌함을 얹었다. 그래서 그 무대에는 마치 우리네 삶의 기쁨과 슬픔이 음악 하나로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줬다. 이런 무대에 어찌 먹먹한 감동이 없을 수 있을까.

 

1대1 대결이지만 하모니를 만드는 미션을 끝내고, 이제는 2명이 팀을 이뤄 2대2의 대결 미션을 치루는 <팬텀싱어>는 이렇게 조금씩 서로 다른 장르와 개성을 가진 목소리들을 쌓아나간다. 그 과정들은 마치 도저히 어우러질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음악이라는 틀을 통해 충분히 이어질 수 있고 그 장벽을 넘어 한계를 깰 때 하모니는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걸 그 자체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팬텀싱어>가 주는 감동은 노래의 하모니만이 아닌 셈이다. 이들의 어우러짐 그 자체가 큰 감동으로 다가오니 말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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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고구마를 먹어도 레스토랑처럼, '삼시세끼' 유머의 매력

 

시작부터 쉽지만은 않다. 던져놓은 통발에는 고기 한 마리 없고,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해도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다. 물론 첫 날 물 빠진 해변에서 전복을 따와 맛있는 한 끼를 먹었지만 그런 행운이 계속 이어지진 않는다. 거북손을 잔뜩 따와서 부쳐 먹고 잔치국수에도 넣어 먹었지만, 갑자기 급변하는 섬 날씨와 쏟아지는 비를 피해 들어온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은 저녁거리가 막막하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는 코로나19 때문에 만재도가 아닌 무인도 죽굴도로 들어갔다. 재료가 없어도 그나마 주민들에게 도움도 받고 때론 만재슈퍼에서 쇼핑(?)도 하던 건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오롯이 이 세 사람이 이 섬에서 차승원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수렵, 채취 등등으로 버텨내야 하는 상황이다.

 

비도 축축하게 내리고 배도 고파지는 저녁, 요리할 재료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 유해진은 고구마와 감자를 삶고 구워 저녁을 해결하자며 때 아닌 레스토랑 놀이를 시작한다. 메뉴를 받아 적는 시늉을 하며 대뜸 P와 SP가 있고 그걸 스테이크나 되는 듯 어느 정도로 익힐 것인가를 묻는다. 차승원과 손호준은 그런 유해진의 놀이에 적극 참여해 미디엄 웰던이니 미디엄 레어니 하며 죽을 맞춰준다.

 

P와 SP는 다름 아닌 Potato(감자)와 Sweet Potato(고구마)를 농담처럼 일컫는 지칭. 유해진은 그렇게 슬쩍 별 것도 아닌 감자와 고구마를 삶고 구워낸 음식을 P니 SP로 부르며 대단한 것이라도 하는 것처럼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피워놓은 아궁이로 고구마와 감자를 삶고 굽는다. 다 요리된 고구마와 감자를 예쁜 접시에 깍두기 김치를 놓아 세팅하고 손님이 원하는 굽기에 맞춰 내놓는다.

 

그저 놀이에 불과하지만 차승원은 진짜 레스토랑이나 온 것처럼 목에 냅킨을 걸고 칼과 포크로 고구마와 감자를 마치 스테이크나 되는 양 썰어 먹는다. 실상은 먹을 게 마땅치 않아 '구황작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제대로 챙겨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이들 특유의 유머 감각 때문이다.

 

사실 무인도에서 외부와의 접촉이 끊긴 채 며칠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건 만만하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게다. 물론 텃밭이 있고 쌀이 있어 챙겨 먹으며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런 자세로 즐거움이나 힐링까지 바라긴 어렵지 않을까. 그런데 그 막막할 수도 있는 섬 생활을 시청자들이 힐링으로 느끼며 바라보는 건 없어도 그걸 즐기며 농담으로 넘기는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 덕분이다.

 

없지만 있어 보이게 만들고 그 없는 것을 유머로 바꿔놓는 건 유해진과 차승원을 당할 자들이 없는 것 같다. 각종 도구들과 운동기구가 있는 창고에 '아뜰리에 뭐슬'이라 이름붙이고 입구에 도어락을 흉내 낸 고리를 만들어 놓고 유해진은 키가 177cm 이상은 입장불가하다고 써붙인다. 천장이 낮아서 그렇다지만 차승원 출입은 안된다고 농담 삼아 붙인 것. 그러자 차승원은 대뜸 멤버 가입해야겠다며 호텔식 헬스장이라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뷰를 자랑하는 호텔식 헬스장.

 

<삼시세끼>가 주는 유쾌함과 힐링의 이유는 어쩌면 그 공간 자체가 아니라 그 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긍정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해먹을 게 마땅찮아 고구마와 감자를 삶아 먹어도 레스토랑에 있는 것마냥 한껏 풍족한 느낌을 갖는 것. 너스레와 농담으로 불편함이나 부족함을 웃음으로 채워 넣는 것. 늘 좋지만은 않은 삶의 신산함 속에서도 그런 것들이 있어 우리는 웃으며 살아가는 지도.(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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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어째서 세상 엄마들만 죄인처럼 살아야할까

 

“왜요? 우리 엄마가 왜? 왜 죽어야 하는데요? 왜 다들 우리 엄마만 잘못이라고 하는 건데? 왜 우리 엄마가 내 딸을 봐줬어야 했는데요? 왜 그랬어야 했는데?” tvN 단막극 <외출>에서 한정은(한혜진)은 자신의 엄마 최순옥(김미경)을 향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시어머니에게 누르고 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킨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은 아이. 그 아이를 돌봐줬던 친정 엄마 최순옥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 아이의 엄마인 한정은은 아이의 죽음과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아픔 속에서 힘겨워한다. 감기약을 먹고 잠시 잠든 사이 사고가 벌어진 줄 알았으나 찾아온 아빠를 만나러 잠시 외출한 사이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하기도 하지만, 한정은은 그것 역시 엄마가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엄마는 치매 증세를 갖고 있었다. 사고가 난 날, 외출했던 엄마는 집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면서도 집을 기억하지 못해 행인들을 붙들고 도와 달라 애걸하는 최순옥은 마치 우리네 엄마들의 자화상처럼 보인다. 그 힘겨운 육아를 딸을 위해 떠맡으면서 잠시 외출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을 감당하는 엄마들.

 

<외출>은 아이의 죽음으로 촉발된 사건을 다루지만, 이런 비극이 최순옥에서부터 한정은 그리고 그의 딸 유나로 이어지는 여성들이 겪어온 비극이라는 걸 그려낸다. 육아는커녕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듯 살아온 엄마 최순옥이 살아온 세상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 또한 떠안으며 살아가야 하는 한정은이 살아가는 세상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워킹맘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적 육아 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회사는 대놓고 워킹맘들을 차별한다. “이래서 여자들은 안 된다니까. 맨날 집안 핑계나 대고 에이.” 계약직 사원 신소희(윤소희)를 정규직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평가를 내리는 조부장(손경원)은 대놓고 여성이 정규직이 되는 걸 꺼려한다. 그것이 회사로서는 리스크라는 것이다.

 

그러려니 듣고 지나치던 한정은은 그러나 조부장의 그 말에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팀장님. 애기 키우느라 퇴사한 사람을 재고용하는 게 하이리스크라고 하셨죠? 근데요. 애기 키우며 직장 다니는 여직원들 책임감은 더 강하면 강했지 덜하진 않아요. 애초에 그런 직원들을 퇴사하게 만드는 게 진짜 큰 손해고 리스크인 걸 모르시나 봐요. 직장생활은 다 의지로 하는 거라구요? 여기 의지 없는 사람 없어요. 근데 그 의지가요, 집에서 애기 봐주는 친정엄마 생각하면 자꾸 약해져요.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왜 엄마들은 항상 죄인이 되는 걸까요? 몰랐다고 하지 마세요. 그것도 죄예요. 그리고 모르지 않으셨잖아요.”

 

도대체 유나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일까. 억지로 서울 집까지 오게 해 대신 아이를 맡아줬던 엄마일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한 워킹맘 한정은일까? 이런 사고가 벌어지면 항상 엄마들이 그 죄인이 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사건이 벌어지게 된 진짜 원인들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여전히 육아는 엄마들만의 몫이라 여기는 인식, 하이리스크라고 욕하기만 하면서 워킹맘들의 복리를 위한 육아 시스템은 마련하지 않는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현실 등등. 진짜 원인들은 그런 것들이다. 여기 죄 없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책하는 엄마들이 아니고.

 

2부작이었지만 <외출>은 단편이 가진 압축적인 이야기로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아마도 워킹맘들이라면 이 드라마가 던지는 공감의 폭이 훨씬 더 컸을 게다. 한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육아문제와 성차별적 사회에 대한 진중한 화두를 던졌다. 친정엄마에서 그 딸로, 또 엄마가 된 그 딸이 또다시 그의 딸로 이어지는 그 삶이 더 이상 비극의 유산이 아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면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드라마는 묻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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