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강형욱은 어째서 냉정하게 대하라 했을까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최근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가 던진 이 어처구니없는 대사는 장안에 화제가 되며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는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다견의 세계>라는 자막을 담아내며 여러 개를 키우는 집에서 '공평한 사랑'을 말하는 건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진돗개 믹스견 모찌와 시루는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각각 있을 때는 그렇게 애교 많던 개들이 서로 보기만 하면 죽을 듯이 달려들어 싸웠기 때문이었다. 그 싸움은 점점 치열해져 서로 물고 뜯겨 피를 보는 경우까지 있었고, 심지어 이를 말리는 보호자를 무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강형욱은 먼저 모찌와 시루가 사회성 자체가 없는 것인지를 테스트 해봤다. 하지만 헬퍼독을 데려와 진행한 테스트에서 모찌와 시루 모두 사회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 결국 문제는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강형욱은 모찌와 시루가 보호자 없이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보호자에게 단언했다. "이건 보호자님이 싸움을 조장한 것"이라는 것. 그 말에 다소 놀라는 보호자들이었지만 강형욱은 예를 들어 그 상황을 쉽게 이해시켜 줬다.

 

"제가 이런 거예요. 제가 사귀는 여성분이 셋이네. 그래놓고선 다 모여가지고 제가 이러는 거예요. 나는 너희를 모두 사랑해. 너희가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강형욱의 그 비유는 마치 <부부의 세계>에서 외도를 하면서 "둘 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태오의 뻔뻔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사랑을 나누려했던 보호자와 달리 그걸 나눌 수 없어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모찌와 시루. 강형욱은 설명했다. "애정을 나누는 게 아주 힘든 애들이 있어요. 아마 보호자님이 세 애들에게 어떤 애정도 주지 말아야 될 수도 있고요. 또 애정을 요구하는 친구들을 뿌리쳐야 될 수도 있어요. 저리 가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이지만, 강형욱은 정확한 솔루션을 내놨다. 이 집에서 지내는 세 마리의 개에게 정확한 보호자를 담당하게 해준 것이다. 모찌는 아빠가 담당하고, 시루는 딸이, 또 콩이는 엄마가 담당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각각의 담당자가 나눠지고 '자신의 개'에게만 집중하게 해주면 개들도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거였다.

 

실제로 강형욱의 이런 솔루션은 만나면 싸우기만 했던 모찌와 시루를 180도 변화시켰다. 주로 애정을 모두 쏟아 부었던 엄마 보호자가 모찌와 시루의 애정을 받아주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안정되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자주 보호자들에게 반려견을 냉정하게 대하라는 솔루션을 내리곤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문제들이 애정 결핍이 아니라 애정 과잉으로 생겨난 애착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아서였다. 즉 보호자들 입장에서 보면 애정을 공평하게 주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처럼 여겨지지 않지만, '다견의 세계'에서 그건 치열한 애정 경쟁을 유발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말이 얼토당토않은 것처럼 '다견의 세계'에서도 사랑은 때론 죄가 될 수 있다는 걸 강형욱은 저들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보여주곤 한다.

 

"모두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보호자가 갖고 있는 많은 사랑을 조절해주셔야 해요." 강형욱의 말처럼 결국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건 단지 애정을 주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엄마 보호자는 "사랑만 주는 보호자가 아닌 믿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보호자가 되겠다고 했다.(사진:KBS)

'부럽지', 이재한의 빈자리를 채워준 최송현의 아버지

 

그저 달달한 실제 남녀 커플의 사랑이야기만이 아니었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최송현, 이재한 커플이 최송현 부모와 처음 만나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담아내려는 사랑의 폭이 훨씬 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늘 든든하게만 보였던 이재한은 약속 장소로 나가는 동안에도 떨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먼저 식당에서 기다리면서도 초조해보였다.

 

드디어 최송현의 아버지와 대면한 이재한. 입만 열면 어록이라던 멘트도 긴장감에 실종되었다. 손수 직접 깎아서 마련한 만년필을 선물하면서도, 아버지가 툭 던지는 "생각보다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는 그런 말 한 마디에도 이재한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딸을 전적으로 믿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딸의 선택 역시 아버지는 신뢰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칸트의 행복론을 이야기하며 "제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건 일종의 덕담이었다. 이재한의 말은 최송현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으로 채워졌다. 최송현을 보고 있으면 아버님, 어머님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일부러 그런 듯 최송현과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자 이재한과 아버지 사이에는 다소 데면데면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조금씩 풀어졌고 드디어 아버지는 "결혼하게 되면 서로 아끼면서.."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에둘러 표현한 결혼에 대한 승낙이 담겨 있었다. "재한아. 언제 사적으로 술 한 잔 하자."

 

아버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재한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지난 방송에 나왔듯, 이재한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도 자네는 추억할 수 있는 아버님이겠다"며 자신은 "아버님이 한 살도 안돼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비슷한 입장의 동감을 표현한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서 아빠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그 자리를 나서면서 "나는 딸만 셋인데 착한 아들 하나 생길 수도 있겠네"라는 아버지의 말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밖으로 나와 걷는 이들의 모습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앞서서 두 손을 꼭잡고 걸어가는 최송현의 부모와 그 뒤를 역시 손잡고 걸어가는 최송현, 이재한의 모습이 그렇게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를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재한은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엄마 아빠와 너무 비슷하시다"라고 했다. 아마도 이재한은 자신의 아버지가 부재한 그 빈자리에서 최송현의 아버지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현이를 만나면서 많이 궁금했었거든요. 쟤의 밝은 저 면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가 저렇게 주셨나. 사실 사람이 자라면서 제일 많이 보는게 자기 가족이잖아요. 오늘 부모님 보고 나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어머님 모습 그대로고 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사랑을 아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오늘 진짜로 아버지 생각 많이 났습니다."

 

최송현 또한 이재한의 아버지가 남긴 빈자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도 오빠의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오빠가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아빠가 오빠한테 따뜻하고 좋은 아빠가 돼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빠가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아빠랑 오빠랑 서로한테 좋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결혼해 그 가족이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물론 당사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무수히 보이지 않는 관계와 인연들이 겹쳐져 있다. 최송현과 이재한 커플의 이야기가 뭉클해진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마치 그 자리에 이재한의 아버지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주는 뭉클함.(사진:MBC)

'화양연화'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는 시대의 문제의식들

 

"기회비용. 모든 걸 다 누리면서 살 수는 없어.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돼. 잘 선택해봐.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든지, 제일 두려운 걸 피하든지. 네가 한재현을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 지명수배를 풀어주지. 계속 만나겠다면 잡아서 몇 년을 감방에서 썩게 할 거야. 넌 그 놈 옥바라지 나 하며 살아. 윤형구의 딸 윤지수가 아니라 한재현의 여자 윤지수. 욕심 많은 어린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울지 말고, 둘 줄 하나는 포기해. 한재현을 버리든가, 윤형구의 딸 윤지수를 버리든가."

 

대학시절 지수(전소니)에게 당시 검사장이었던 아버지 윤형구(장광)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다. 자신의 딸이 운동권인 한재현(박진영)을 만나는 걸 탐탁찮게 여긴 그는 결국 그에게 수배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지수는 결국 재현을 망가뜨린다는 아버지의 으름장에 결심을 한다. 재현에게 이별을 선언한 것.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 재현과 지수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윤형구 같은 부모의 반대다. 그런데 그 부모의 반대는 단지 빈부나 신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 운동권이라는 재현의 선택이 그 반대의 진짜 이유다.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란, 약자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고 어찌 된 일인지 형성그룹의 사위가 된 한재현(유지태)은 그 그룹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윤지수(이보영)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약자를 위해 싸우던 한재현은 이제 그 약자들을 밟고 군림하는 삶을 살아가고, 한재현이 망가지는 걸 보지 않기 위해 이별을 선언했던 윤지수는 한재현이 버린 그 약자들을 위한 삶을 이어간다.

 

정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 두 사람이지만, 한재현이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게 된 건 그 장인인 장산(문성근)이 자신 대신 그의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재현은 윤지수를 다시 만나면서 자꾸만 그 대학시절의 순수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한재현과 이혼해 아들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윤지수의 사랑은 그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이뤄질 수 없는 없는 것이다. 한재현의 아내 장서경(박시연)은 자신도 외도를 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대놓고 윤지수를 모욕주려 한다. 또 윤지수의 전 남편 이세훈(김영훈)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했지만 다시 윤지수과 재결합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볼모로 잡으려 한다. 한재현과의 불륜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해 윤지수를 굴복시키려 한다.

 

겉으로 드러난 대결 양상은 모두 불륜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재현과 윤지수를 둘러싸고 있는 건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한재현은 윤지수를 본 후 약자들을 짓밟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윤지수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한재현을 위해 그가 망가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사실 멜로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가로막는 방해요인들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면이 있다. 고부갈등이 주로 등장하는 건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것이고, 혼사장애는 빈부 격차나 새로운 신분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화양연화>가 가진 멜로를 통한 문제의식은 약자를 위해 살아가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아닐까 싶다. 약자를 위해 살고 싶지만 강자들이 여전히 짓밟는 현실의 요원함.

 

과연 한재현은 윤지수가 과거와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막아내고 또 스스로 저버렸던 소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약자를 위해 강자와 맞서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은 한재현과 윤지수가 다시 사랑하는 멜로의 과정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화양연화>를 보며 우리가 기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더 킹', 멜로는 설레지 않지만 세계관은 궁금한 아이러니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은 김은숙 작가의 야심이 엿보이는 기획이다. 평행세계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설정을 가져왔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는 그 세계관 역시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도플갱어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결국 각각 독립되어 있던 이 두 개의 세계가 만파식적을 통해 서로 넘나들 수 있는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두 개의 세계를 각각 지켜내려는 이곤(이민호)과 정태을(김고은)이 있는 반면, 두 개의 세계를 교란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이림(이정진)이 있다. 이림은 대한제국의 황제 자리를 꿰차려 하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정태을의 신분증을 가진)에 의해 저지되고 반쪽으로 갈라진 만파식적을 통해 대한민국을 넘나들게 된다.

 

그가 하려는 일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유혹해 대한제국에서 권력을 가진 채 살아가는 그들의 도플갱어를 제거한 후 그 자리를 대체시키는 것. 또 정반대로 대한제국의 인물을 데려와 대한민국에 채워 넣음으로써 이 곳에서의 부와 권력을 동시에 차지하려 한다.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세계의 인물들을 유혹해 자기 마음대로 배치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나가려는 일종의 도플갱어 게임이다.

 

이곤은 차원의 문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정태을과 만나면서 점점 이 곳에 대한제국으로부터 넘어 들어온 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정태을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형사인 강신재(김경남) 역시 어떤 이유에선지 대한제국에서 이 편으로 넘어와 성장한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가 도박에 빠져 자신을 탕진하며 사는 건 아마도 강신재와 바꿔치기 된 자신의 친자식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게다.

 

이림은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제일 먼저 자신과 이곤의 도플갱어를 살해한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곤마저 살해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 게다. 정태을은 대한제국에 그의 도플갱어인 루나가 살아있다. 정태을이 형사인 반면, 루나가 범죄자라는 상황은 향후 이 두 존재가 만나 어떤 대결구도를 이룰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처럼 <더 킹>은 사실 두 세계의 도플갱어 게임이라는 그 세계관 자체가 꽤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점점 본격화되어가는 이 게임에 주목하고 몰입한다면 향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좋은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더 킹>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시청률도 조금씩 빠지고 있을까.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건 우리가 이른바 김은숙표 드라마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멜로'가 이번 작품에서는 생각만큼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그도 그럴 것이 <더 킹>은 막시무스라는 백마를 타고 이 세계로 넘어와 정태을을 만나는 이곤 황제의 모습을 초반에 담아냈는데, 이런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또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기시감을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 김고은과 이민호를 캐스팅한 부분 역시 그다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었다. 김고은은 여러모로 김은숙 작가의 성공작인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의 모습을 자꾸 비교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그 상대로 등장하는 이민호는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상대였던 공유와 비교하게 됐다. 이민호가 연기하는 이곤의 황제라는 위치에서 나오는 특유의 어투들은, 아쉽게도 공유가 했던 그 어투처럼 몰입감을 주지 못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멜로 대사들도 <더 킹>에서는 생각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니 대사 자체에서도 또 이를 소화하는 연기에서도 몰입이 되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결국 <도깨비>와 비교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번 <더 킹>에서 김은숙표 멜로는 판타지의 황당할 수 있는 부분조차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킹>은 그 세계관의 흥미로움으로 인해 이런 멜로의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개가 궁금해지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실제로 멜로만 빼고 보면 <더 킹>의 도플갱어 게임은 마치 잘 짜여진 본격 스릴러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은숙 작가하면 먼저 떠오르던 멜로는 설레지 않지만, 대신 그 세계관의 대결이 궁금해진다는 건.(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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