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360)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14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497,970
Today276
Yesterday400

'개훌륭' 강형욱이 연민보다 진짜 사랑을 주라는 건

 

"유기견 출신? 맞아요. 유기견 출신이야. 그럼 뭐 어쩌라고. 어떡하라고. 근데 여기 온 이상 유기견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보호자님이 그렇게 대우를 해주고 대접을 해줘야 되거든요. 근데 얘보다 보호자가 더 유기견에 빠져있어요. 그렇다보니 이 친구는 지긋지긋한 거예요."

 

KBS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유기됐던 트라우마를 가진 사랑이가 입양되어 작은 자극에도 끊임없이 짖고, 외부인을 경계하며 보호자까지 피가 날 정도로 무는 공격성을 보이는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내며 그렇게 말했다. 보호자가 단호할 때는 단호하게 교육을 했어야 했지만 유기견이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너무나 짖는 바람에 쏟아지는 민원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이사를 하기도 했다는 보호자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충격 짖음방지기를 착용시키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짖음방지기. 직접 그걸 목에 착용해 봤다는 강형욱은 엄청 아프다며 자칫 풀지 않고 며칠을 놔두면 목에 구멍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이에게 물린 자국은 보기만 해도 심각해 보였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커서 그걸 빼앗으려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은 물기도 한다는 것. 그런데 강형욱은 자신의 통제에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사랑이를 보며 이런 반응은 맞은 개들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호자는 말했다. 사랑이가 보호자의 얼굴을 무는 장면을 보게 된 남편이 너무 분노해 사랑이를 때렸다는 것. 그 후로 남편의 작은 움직임에도 사랑이는 깜짝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사실 푸들이 이런 공격성과 극도의 예민함 그리고 물고 흔들기 까지 하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그리 흔한 게 아니었다. 보호자는 사랑이가 처음 왔을 때 너무나 겁에 질려 있는 모습에 학대를 당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 게다. 사랑이에 대해 좀더 엄격하게 교육을 하지 못했던 건.

 

"그만 좀 하라고. 나 이제 유기견 아닌데 왜 자꾸 유기견이라고 하냐고. 아니 뭐 그럼 아직도 유기견이야? 나 이 집에 입양했다며? 유기견이야? 뭐야 그러면 언제 파양되나 나? 파양할 거야 나?" 강형욱은 사랑이의 입장이 되어 그 목소리를 보호자에게 대신 들려주었다. 유기견이라는 생각을 사랑이는 떨쳐 버리고 싶은데 정작 보호자는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족처럼 대해주고 아닌 건 아니라고도 하고 해야죠. 내가 주고 싶은 거를 지금 안주면 돼요. 만지고 싶은 걸 안 만지면 되고 모질게도 가르치고. 오지 마. 나 혼자 있고 싶어. 나 건들지 마. 너 저기 떨어져 있어. 이런 걸 안 가르쳐주면 문제가 생기는데.. 그런 마음으로 이걸(짖음 방지기) 쓰면 어떡해요. 이걸 쓰기 전에... 이렇게 모진 행동은 없잖아요." 결국 진짜 사랑이 아닌 연민과 동정의 마음이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였다.

 

강형욱의 이야기는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진짜 사랑인가를 일깨워주었다. 보통은 도에 넘치는 사랑을 주고 그래서 제대로 된 사회화나 교육조차 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보호자와 반려견만 사는 세상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아파트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사회화 교육은 함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애정만 주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사랑이의 경우는 강형욱의 말대로 보호자가 애정을 조절하지 못해 생긴 문제를 사랑이가 대신 감당하는 상황이었다.

 

사랑이를 대변하는 강형욱의 이야기에 보호자는 번뜩 정신이 들었다고 했다. "사랑이는 저한테 왔으니까 이제 유기견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아 얘는 내 강아지지 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엄청 많이 부끄러웠어요. 사랑이를 조금 포기하려 했던 마음이 부끄럽더라고요." 유기견이니 더 애틋하고 그래서 사랑만 주면 다 된다? 그게 착각에 불과하다고 강형욱은 말하고 있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사랑이의 행동 교정 교육을 마친 후 강형욱은 짖음방지기를 어떻게 할 거냐고 보호자에게 물었다. "쓰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강형욱은 그걸 자신이 사가겠다고 했다. 다시는 이런 좋지 않은 선택들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다다', 막장 없는 착한 가족드라마의 훈훈함이라니

 

어쩌면 이렇게 악역 하나 없는 착한 가족드라마일까.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을 보면 작가가 보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어딘지 부족한 인물은 있어도 악한 인물은 없다. 그 부족함이 때론 서로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적어도 악해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 부족함조차 인간미로 웃음 짓게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송다희(이초희)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그래서 누군가의 부탁을 외면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요즘처럼 톡톡 쏘는 세상에 그런 성격이 무슨 매력일까 싶지만 사돈인 윤재석(이상이)은 바로 거기서 송다희의 매력을 알아본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고백하지만 송다희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자 애써 홀로 멀어지려 노력한다. 송다희는 윤재석이 과거처럼 살갑게 대하지 않자 그제서야 자신이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그래서 다시 본 선 자리에 찾아가 윤재석의 손목을 잡고 "내 남자친구"라고 선언한다.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멜로의 설정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멜로 구도 안에서도 윤재석이 자신을 거부한 송다희를 위해 애써 한 발 물러서려는 그런 모습에서, 또 그런 윤재석이 어딘지 마음에 쓰여 술에 취해 그 집을 찾아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송다희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 같은 걸 느끼게 된다.

 

작가의 이런 따뜻한 시선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에 드리워져 있다. 현실적인 가장이 되지 못해 이혼까지 하게 됐지만 돈을 벌지 못해 아이들 양육비를 못줘 안타까워하는 송준선(오대환)에게서도, 그런 내색 없이 새벽 대리알바까지 뛰어가며 홀로 아이를 돌보려는 전 아내 성현경(임정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혹여나 나쁜 일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에서도 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어찌 보면 이런 설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대결하는 갈등을 끄집어낼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도 30%가 넘는 놀라운 시청률을 이끌어낸다.

 

윤규진(이상엽)과 송나희(이민정)가 결국 이혼을 하게 되는 이유에는 자꾸만 간섭하고 아들에게 기대려는 윤규진의 엄마 최윤정(김보연)이 한 몫을 하지만 드라마는 그를 악한 시어머니로 그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관심에 대한 갈증이 큰 이 인물은 착한 송다희가 옆에서 호응해주고 맞장구를 쳐주자 어딘지 귀여운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다가오게 된다. 물론 향후 송다희와 윤재석이 서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또다시 갈등을 일으키겠지만 그 선한 본성은 이들의 관계를 파국으로 가져가게 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준다.

 

양치수(안길강)가 처음에 접근했지만 일단 방어기제가 발동해 밀어냈던 강초연(이정은)은 양치수가 장옥자(백지원)와 가까워지자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송영달(천호진)은 강초연과 소주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불쑥 단란주점을 했다 커밍아웃 하는 강초연에게 별 선입견 없는 이해와 공감을 해준다. 아마도 이 송영달의 말과 행동은 작가가 인물들에게 느끼는 연민이 투영된 것일 게다.

 

하다못해 양치수와 강초연이 노래방에서 같이 나오는 걸 보고 그 관계를 의심하며 이를 소문내는 시장 아줌마들인 건어물(신미영)과 꽈배기(김가영) 역시 악의는 없지만 입이 가벼운 캐릭터로 그려져 웃음을 준다. 대리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 손님과 전 아내 성현경이 실랑이를 벌이는 걸 보고는 주먹을 든 송준선이 "주먹 쓰지 말라"는 현경의 엄포에 맞기만 한 대목에서도 쓸데없는 무용담이 아닌 따뜻한 서로에 대한 생각만을 담아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대부분의 막장드라마는 가족드라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 거기에는 가족이지만 엇나간 욕망에 의해 인륜이 파괴되고, 때론 복수로 응징하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담겨진다. 즉 특정한 갈등 상황에서 분명한 악인을 세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들을 하게 몰고 가는 갈등의 극대화가 막장드라마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똑같은 갈등 상황이라도, 그것이 벌어진 이유가 그 인물이 악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약하고 부족한 점들 때문이라는 걸 드러내는 순간 그건 훈훈한 가족드라마가 된다. 그런 점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이혼이 이제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닌 시대를 담아내면서도 자극적인 대결보다는 따뜻한 연민과 공감의 시선이 느껴지는 훈훈한 가족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특별한 사건이랄 것도 없지만, 그 따뜻한 인물들이 자꾸만 생각나는.(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모두가 '화양연화', 과거는 현재를 어떻게 구원하나

 

"찾았다. 윤지수."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 대학시절 재현(박진영)은 지수(전소니) 앞에 나타나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리고 헤어진 후 중년이 되어 어느 눈 내리는 기차역에서 재현(유지태)은 지수(이보영)를 찾아낸다. 그토록 긴 세월동안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 언저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통증을 남기고 있던 그를.

 

<화양연화>가 그 먼 길을 돌아 재현과 지수를 다시 만나게 한 건, 현재의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이제 다시는 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현실에 다시금 꽃을 피워보기 위함이다. 형성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부사장이지만 사냥개처럼 부려지며 살아가는 재현은 노조를 위해 앞장서다 배신자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죽음이 장산 회장(문성근)의 짓이었다는 걸 알고는 복수를 결심한다.

 

또 지수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 윤형구(장광)와 아들 영민(고우림)을 부양하며 살아간다.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장산 회장과 결탁해 부정을 저질렀던 아버지로 인해 사랑했던 재현과 헤어졌고, 이세훈(김영훈)과의 불행한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백화점 붕괴사고로 엄마와 동생 지영(채원빈)이 죽고 나서 아버지마저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그 불행 속에서도 지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대학시절 재현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 약자들의 삶을 그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형성그룹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직들을 위해 시위에 나선다. 젊은 시절 갖고 있던 그 순수하고 선하며 정의로운 그 마음이 있어 그는 부당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맞서며 살아낸다. 정작 재현은 너무나 먼 곳으로 떠나 달라져 있었지만.

 

그래서 중년이 되어 재현이 지수를 찾아낸 건 어쩌면 그렇게 변해버린 자신을 찾는 과정이었다. 지수를 만나 대학시절의 그 순수하게 피웠던 열정의 꽃을 다시금 들여다 본 그는 현재를 바꾸기 시작한다. 애초에는 복수심과 욕망으로 형성그룹 장산 회장과 맞서려 했지만, 지수를 만난 후 그는 본래 자신이 있었던 약자들을 들여다보고 정의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비리를 고발해 장회장이 죗값을 받게 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장 회장과 아내 장서경(박시연) 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전문경영인을 세워 회사를 정상화시킨 것.

 

불행했던 장서경과의 결혼생활을 마무리 지은 재현은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다시 지수 앞에 선다. "찾았다. 윤지수." 재현의 그 말은 아마도 자신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현재의 재현은 지수를 찾아내고, 과거의 지수가 하는 말들을 들었고, 현재의 지수 역시 과거의 재현 앞에서 드디어 활짝 웃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재현이 과거의 재현을, 현재의 지수가 과거의 지수를 꼭 안아준다.

 

화양연화. 꽃처럼 예쁘던 순간들이 있어 우리는 어쩌면 견딜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과거들을 매 기억 속에서 만남으로써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일 게다. 그 때가 화양연화였다고 말하는 이들은 그래서 지금도 화양연화다. 그건 잘 살고 못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화양연화다. 그래서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슬퍼할 것도 이미 지나버렸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삶은 언제나 흐르고 있고 꽃은 언제든 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먼 거리를 버텨온 이들을 위해 <화양연화>가 건네는 위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긴어게인', 마스크·거리두기.. 그래도 마음을 이어주는 음악

 

어쩌면 대구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기획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모여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만으로 대구로 간 공무원, 소방관, 간호사, 의사들. 어찌 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또 평소보다 2,30배는 힘든 그 일을 자청해서 간 사람들을 위해 <비긴어게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으로라도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코로나 최전선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병원. 거점병원으로 내줌으로서 지금까지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 수가 1천명이 넘는단다. 10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보호용 작업복을 입은 채, 두 시간을 못버틸 정도로 힘든 그 일을 해온 분들. 심지어 그 곳에 함께 왔다는 간호사 모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굳이 그 곳에 오겠다 고집했던 딸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울었고, "마스크 단디 하고 다녀라"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딸이 울었다.

 

"이게 언젠가는 끝나는데.. 마스크 없이 대화하고 밖에서 활동하고 근무하는 그 날이 와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대구를. 지금의 우리를." 눈물을 닦고 그렇게 말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막이 새삼스럽다. 그건 <비긴어게인>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다. 본래 이 제목은 가수들이 버스킹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지만, 여기서는 우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고, 또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동산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청라언덕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러쉬의 '원하고 원망하죠'가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고, 이소라와 크러쉬가 부른 '잊어버리지 마'는 연인 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간호사가 말했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부네요' 역시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옆에서 전하는 온기에 의해 버텨내질 수 있고 살아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대학가를 찾은 헨리, 정승환, 수현, 적재는 텅 빈 대학 교정이 말해주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했지만, 막상 버스킹이 시작되자 모여 호응해주는 대학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캠퍼스에 활력을 만들어 주었다. 정승환이 첫 곡으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불러 상큼한 대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유쾌한 헨리와 수현이 듀엣으로 부르는 Anne Marie의 '2002'는 젊은 설렘이 느껴지는 곡으로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게 했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를 이들만의 색깔로 들려주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른 <알라딘>의 주제가 'Speechless'는 수현의 엄청난 가창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밤에 수성못에서 달을 올려다 보며 열린 버스킹은 오랜만에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음악은 어쩌면 이런 시기에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음악이 이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이소라가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들려주러 왔다가 본인들이 위로를 받고 간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를 일으켜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음악이 주는 지도.(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놀면' 유재석·이효리·비,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건

 

사실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게임 끝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그래서 그 구성 자체가 이미 성공이다. 이런 제안을 무심한 듯 유재석에게 툭 던져놓고는 대세 스타들인 이효리와 비를 끌어 모은 김태호 PD의 놀라운 선구안이 만든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직 노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시청률이 10.4%(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박명수와 함께 했던 '닭터유' 프로젝트에서 시청률이 7%대까지 떨어진 상황을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물론 <무한도전>의 시즌2를 기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놀면 뭐하니?>는 지금껏 해왔던 그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수치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혼성 그룹으로 모인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완벽한 조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어딘지 조금씩 부족함을 갖고 있고, 그것을 숨기기보다는 아예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호 PD가 괜스레 유재석을 따로 불러 이효리와 비에 비교해 자기 소속 연예인(?)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주영훈에게 보내 단기 속성 과외를 시키는 대목은 다소 의도적이다. 그런 상황을 통해 유재석은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어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효리도 또 비도 조금씩 부족한 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다. 이효리는 스스로도 말하듯 고음이 어렵다는 걸 털어놓기도 했고, 랩을 하면서도 영어 가사가 익숙하지 않은 걸 드러내기도 했다. 비는 '깡 신드롬'에서도 나타난 것이지만 어딘지 트렌드에서 조금 빗겨난 듯한 모습을 보여 유재석과 이효리의 공격을 받는다.

 

유재석은 물론이고 이효리나 비에게서도 어떤 부족한 지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을 서로 물고 뜯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그것은 이들이 최정상의 가수(그것도 시대를 풍미한)였다는 사실과 너무나 다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웃음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훨씬 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이 혼성 그룹이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을 유고스타로 또 유산슬로 유르페우스로 캐릭터를 확장시키온 과정이기도 하다. 즉 이번 혼선 그룹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어딘지 부족한 캐릭터가 세 배로 모인 셈이다. 그들은 물론 부족한 면들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독보적인 자기들만의 영역 또한 분명하다. 시대의 트렌드 세터로서 이효리의 앞서가는 아이디어들과 그만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 넘치는 춤이 그렇고, 음악만 나오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춤꾼에 이제 꾸럭미까지 갖춘 막내의 귀여움이 더해진 비가 그렇다. 뭐든 막상 시키면 다 해내는 유재석이야 두말이 필요 없고.

 

그래서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놀면 뭐하니?>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MBTI 검사를 통해 본 궁합이 '파국'이듯이 전혀 안될 것 같은 이 조합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한민국 여름 시장을 싹쓸이하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하다면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을 것들을, 부족하기 때문에 더 기대하게 되고 긴장감 넘치게 바라보게 되는 것.

 

부족해도 "그게 뭐?"하고 말하는 이효리의 당당함과 누가 뭐라고 해도 그걸 선선히 받아들이는 비의 대범함 그리고 안될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들어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유재석의 비상함. 마치 프로그램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이미 충분하다고.(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삼시세끼', 유해진의 너스레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

 

"야 진짜 해진씨가 고생 많이 했겠다. 계속 만재도부터 혼자.. 아 정말 그니까 이렇게 계속 있었을 거 아니야. 허리 아픈데.."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간만에 유해진을 따라 낚시에 나간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그렇게 말한다. 뭐라도 잡아오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저녁에 터덜터덜 빈 양동이를 들고 들어오며 괜스레 멋쩍은 듯 농담과 너스레를 늘어놓던 유해진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너스레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을 차승원은 그 몇 시간의 갯바위 낚시를 통해 슬쩍 들여다보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손호준씨가 (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많이 못하잖아요. 계속 낚싯대만 보고 있으니까. 만재도에서 특히나 예전에 죽 만들어서 배달했을 때 7시간 정도를 비탈 있는 바위에서 낚시를 했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낚시 나갈 때 바다도 보고 나름 괜찮겠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외롭고 고단하고.. 그리고 심적인 부담감. 왜냐하면 뭐라도 잡아와야 하는데 이런 거. 되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은 거야."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승원은 유해진의 무거웠을 어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닷가에 낚싯대만 던져 놓으면 척척 물고기가 잡힐 것 같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입질조차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비탈이 있는 곳에 서 있기도 힘들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도 얼얼해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 유해진은 서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와 농담을 유해진은 계속 던졌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에게 "오래 걸려"라며 서있지 말고 앉아 있으라 얘기해주며 웃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못 잡았을 때의 그 마음의 무게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낚시에도 타인을 먼저 챙기는 유해진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이 잡아올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 느낄 실망감을 어찌 그가 모를까.

 

그래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건 역시 차승원이다. 무전기로 괜스레 아무 것도 못 잡으면 저녁에 대안이 있냐고 묻자 차승원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해진의 농담이 이어진다. "뭉툭한 건?" 차승원은 그 농담을 또 받아준다. "뭉툭한 건 있어." "그걸로 먹자." 없고 부족해도 웃을 수 있는 건 그 없는 상황조차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유해진의 부담감을 제대로 알게 된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무전으로 "대안을 생각해놨다"며 김치부침개를 해먹자고 한다. 그 말에 유해진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것도 맛있다"고 말하고, 차승원은 부담을 덜어주는 말을 툭 던진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자구." 그런 이야기들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손호준이 마치 유해진의 너스레가 전염된 듯 농담을 던진다. "내일 날씨도 안 좋고 그러면 저번에 갔던 레스토랑 한 번 더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농담에 차승원은 빵 터진다. 그건 지난 번 먹을 게 없어 감자, 고구마를 삶고 구워내 마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유해진이 유쾌한 상황극을 했던 걸 말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유해진이 끊임없이 던지는 아재개그와 너스레다. 그는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도 그걸 슬쩍 뒤집어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끝없는 너스레와 농담은 차승원이 직접 겪어보고 알게 된 것처럼 쉽지 않은 부담감과 고단함을 슬쩍 감추고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드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5년 만에 참돔을 잡아 며칠 간 참돔으로 몇 끼를 해먹을 정도로 풍요로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꽤 많은 다른 시간들은 늘 부족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며 느껴왔던 풍요로움과 여유는 실제 먹거리가 풍족해서가 아니라 없어도 마법처럼 풍족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헛헛함을 너스레와 유머로 채워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유해진 그리고 '없이 살아도(?)' 잘 따라주고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서였을 게다. 마치 누구나의 가족이 그러하듯이.(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꼰대인턴', 김응수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제목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잡아 끄는 힘이 있다. 본래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메시지가 명쾌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어야 작품의 힘이 생기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꼰대인턴>은 꼰대였던 인물이 인턴의 처지가 된다는 그 독특한 아이디어가 작품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꼰대인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이만식(김응수)이다. 그가 바로 '꼰대 (시니어) 인턴'이기 때문이다.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가열찬(박해진)이 인턴시절일 때 그를 괴롭히던 팀장이었지만, 퇴직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경쟁업체 준수식품 본부장인 안상종(손종학)의 제안으로 가열찬의 팀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오게 되는 인물.

 

그 역전된 상황이 주는 기대감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결코 이만식 같은 꼰대는 되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가열찬은 과연 이만식을 인턴으로 들이고 꼰대짓을 하지 않을까. 만일 꼰대짓을 한다면 이만식은 어떻게 반응할까. 으르렁대면서도 팀으로서 어쩔 수 없이 협력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어떤 관계의 변화를 겪을까.

 

하지만 가열찬과 이만식이 팽팽한 대결구도로서 주던 긴장감은 의외로 쉽게 풀려 버렸다. 가열찬과 이만식이 각각의 위치에서 어쩔 수 없이 갑과 을의 관계를 악연으로 맺어왔지만, 알고 보니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다. 가열찬과 이만식은 그렇게 쉽게 팀장과 팀원으로 묶여버린다.

 

애초 안상종과 남궁준수(박기웅) 대표가 공조해 이만식을 끌어들였고, 그를 통해 가열찬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던 그 계획은 쉽게 무산되었다. 이제 이만식은 가열찬을 돕는 든든한 우군이 되어 있다. 대신 악역은 남궁준수가 온전히 맡는다.

 

과장된 병맛 코미디로 그려진 가열찬과 이만식이 섬에서 고립된 채 생존(?)하는 이야기는 남궁준수가 꾸민 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오랜 연구 끝에 가열찬과 이태리(한지은)가 협력해 만들어낸 핫쭈꾸면은 스프를 납품하는 업체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사실을 남궁준수가 터트리면서 다시 위기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멜로들이 깔린다. 가열찬은 과거 핫닭면을 만들었을 때의 뮤즈가 바로 이태리라는 걸 알게 되고, 주윤수(노종현)와 탁정은(박아인)은 계약직이라는 현실 속에서 가까워진다. 적당한 멜로도 더해지고, 라면업체에서 벌어지는 성공기와 위기 그리고 그 극복기가 주는 재미는 충분하다.

 

하지만 어딘가 이렇게 단순해진 대립구도와 적당한 멜로의 결합이 생겼지만, 애초 <꼰대인턴>이라는 이색적인 관계의 조합이 주던 힘은 조금씩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그 이유는 가열찬과 이만식의 관계가 너무 쉽게 화해무드로 정리되어 버려서다.

 

결국 중요해진 건 이만식의 역할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가열찬의 오른팔 역할 정도에 머무는 상황은 어딘지 이 캐릭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만이 가진 그 색깔을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이만식이라는 '꼰대 인턴' 캐릭터가 좀더 살아나야 하지 않을까. 그게 본래 이 작품이 하려던 이야기이기도 할 테고.(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맛남의 광장', 백종원이라 가능한 현실까지 바꾸는 착한 예능

 

못난이 감자 30톤, 대왕고구마 450톤에 이어 이번엔 다시마 2,000톤이다. SBS <맛남의 광장>에서 완도를 찾은 백종원과 김동준은 이런 어마어마한 물량의 다시마가 창고에 재고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0톤이라는 물량은 길이로 치면 지구 반 바퀴를 돌릴 수 있는 만큼의 양이었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다시마가 저렇게 많이 재고로 남아있을 줄은 전혀 몰랐을 게다. 간간이 국물을 내거나 할 때 한 조각씩 넣거나, 특정 라면에 들어가 있는 재료 정도로 다시마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다시마를 요리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일본 수출이 그나마 판로였지만 이제는 자국 쿼터제로 인해 그것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다.

 

사연에 담긴 어민들의 실상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추운 한 겨울에 배에 가슴을 대고 누운 상태로 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을 통해 정성스레 키워진 다시마지만, 그런 다시마가 창고에 쌓여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그래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다시마가 '다시는 하지 마'라는 뜻으로 불릴 정도라고 했다.

 

사연을 보낸 분은 그래서 백종원을 농어민들의 '백신(神)'이라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백종원은 다시마가 굳이 끓이지 않고 찬물에 담가 그 육수를 쓰는 것만으로도 천연조미료로서의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말로 다시마에 대한 인식을 깨주었다. 다시마가 특별한 음식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식재료로 충분하다는 것.

 

마침 건조장에서 사연자의 어머니가 가져온 새참을 통해서 다시마로 만든 피클과 무침, 김치 등등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백종원은 자신의 말이 실제라는 걸 확인시켰다. 김치를 담글 때 다시마를 그냥 위에 얹어만 놓아도 김치의 감칠맛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다시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몇 마디 이야기들과 그 실제 사례들을 보여준 후, 백종원은 다시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고민했다. <맛남의 광장>은 아마도 라면 회사의 도움이 가장 쉽게 그 재고 물량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 여겼을 게다. 아침에 일부러 다시마를 넣은 라면과 그냥 끓인 라면을 시식하게 하고 다시마를 넣은 라면이 훨씬 깊은 맛을 낸다는 걸 보여준 후, 백종원은 곧바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군대 선임이라는 함영준 회장은 백종원의 제안에 이미 다시마가 들어간 라면이 있는데 거기에 다시마를 두 배로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줬다. 실제로 완도 다시마를 위한 한정판 라면이 출시됐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그 라면은 품절되어버렸다.

 

<맛남의 광장>은 일찍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못난이 감자 30톤에 대왕고구마 450톤을 수매해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게 해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엔 새로운 키다리 아저씨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등장해 완도 다시마를 두 배로 넣은 라면을 내놓음으로써 다시마 소비를 이끌었다.

 

백종원의 중간 매개를 통해 이뤄진 일들이지만, <맛남의 광장>은 실제 현실을 바꿔나가는 힘을 발휘함으로써 방송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새롭게 참여하는 큰 손 키다리 아저씨들의 등장이 흥미로워졌고, 그런 이야기에 소비자들도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방송에서 농어민들을 돕는 노력들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백종원이 <맛남의 광장>을 통해 하는 일들은 훨씬 더 스케일이 커지고 있고, 식재료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남다르다. 그것은 이런 착한 방송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돈으로 상정할 수 없는 이미지 제고를 해줄 수 있고, 해당 농어민들에게는 노력의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며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식재료를 가까이서 기분 좋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서 생겨난 기적 같은 변화라니.(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20.06.20 08:43 blue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송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 쌓여있던 다시마 모습도..힘들게 작업함도..그 키다리아저씨도... 그 라면은 어떻게 됬을까 궁금했는데, 순식간에 완판했다니... 넘 기쁘네요.

음원차트·광고·방송 모두 장악한 임영웅 신드롬의 실체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현역부로 첫 출연한 임영웅이 노사연의 '바램'을 불렀을 때부터 이 신드롬은 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노사연이 부르는 '바램'은 온전히 임영웅의 '바램'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유의 속삭이듯 말을 건네는 듯 시작하던 곡은 완벽히 통제된 완급을 통해 오히려 그 꾹꾹 눌려진 감정들이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클라이맥스에서 터트릴 때는 확실히 터트렸다가도 그 마무리에 있어서는 다시 감정을 추스르듯 절제된 목소리로 차분히 내려앉았다.

 

그 때 아마도 시청자들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트로트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소리를. 트로트하면 꺾기 같은 기교가 먼저 떠오르고 조금은 과장된 감정 표현과 약간의 느끼함 같은 것들을 막연히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임영웅의 노래는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트로트의 맛을 보여줬다. 물론 그건 오해다. 과거 이미자가 부르던 트로트가 전해주던 담백함과 절제되면서도 절절한 감정들을 떠올려보라. 다만 최근 들어 트로트가 침체기를 겪으며 세미 트로트가 쏟아져 나오고 그러면서 마치 과거의 정통 트로트는 조금 느끼한 어떤 것으로 치부되면서 막연히 갖게 된 편견이자 선입견.

 

지금이야 트로트가 여러 음악 장르 중 하나로 분명히 구분되어지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가요의 중심적인 정서를 이루던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른바 '뽕끼'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민요와 국악 베이스의 우리 식 정서는 서구식 장르들과 접합되면서도 늘 뿌리 깊숙이 내려 있었다. 가왕 조용필의 초창기 음악이 민요 창법 특유의 색채를 얹어 절절하게 부르던 트로트였고 거기서부터 끊임없이 진화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그 과정은 트로트라는 장르가 얼마나 우리네 가요에 뿌리 깊은가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K팝이 마치 우리네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가요계 전면을 덮어버리면서 트로트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것을 다시 중심으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TV조선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이었다. 이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트로트는 젊어졌고 본래 자리였던 다양한 장르들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우리네 가요가 갖는 정서의 뿌리였다는 새삼 되새기게 했다.

 

임영웅이 최근 들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건 트로트의 본래 맛을 가져와 임영웅 특유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면서 노래 한 곡 안에 세대를 통합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그에게서 차분하면서도 진심어린 가사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털어놓는 정통 트로트 특유의 맛에 감탄하고, 젊은 세대들은 그것이 진정 트로트인가 싶을 정도로 편안해진 임영웅식의 노래에 빠져든다. 사실 조영수 작곡가가 쓴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는 굳이 트로트가 아니라 발라드라고 해도 괜찮을 듯한 색깔을 갖고 있다.

 

마음을 담아 진심을 이야기하듯 차분하게 부르며, 때론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로 듣는 이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폭발적인 시원함을 보여줬다가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마무리를 선사하는 임영웅의 노래는 그래서 그냥 트로트라고 표현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건 마치 이미자가 이미자를 부르고, 조용필이 조용필을 부르는 것처럼, 장르적 구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임영웅이 임영웅을 부르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이로써 꽤 길었던 침체기를 지나 본래 자리였던 우리네 가요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같은 트로트 오디션이 만들어낸 젊은 트로트라는 새로운 무대와 그 무대에서 탄생한 송가인, 임영웅 같은 가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트로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려, 장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신구 세대를 모두 빠져들게 하는 임영웅의 지분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