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고스타로 시작해 여름 댄스곡, 겨울노래까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2020년의 마지막을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장식했다. 이로써 유재석의 집이라는 콘셉트로 마련된 무대 위에 국민 겨울송으로 불리는 Mr.2의 '하얀겨울'이 울려퍼졌고, 탁재훈은 유재석과 함께 'Happy Christmas', 'Oh Happy'를 불렀다. 다음 주에는 김범수는 물론이고 에일리, 윤종신, 이문세 그리고 놀랍게도 존 레전드가 온라인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되돌아보면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7월 시작해 1년 반 동안 확고한 토요일 저녁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무한도전>이 시즌 종영하고 1년의 휴지기를 거친 후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시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많았다. 실제로 처음 시도됐던 '릴레이 카메라'는 너무 실험적이라 대중적인 호응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자리를 잡게 된 건 4회부터 등장했던 '유플래쉬'를 통해서였다. 드럼 비트에 도전하는 유재석은 이로써 유고스타라는 부캐를 얻었고, 이후 다양한 '부캐의 세계'를 열어갔다. 그런데 두드러지는 점은 <놀면 뭐하니?>가 주로 해온 프로젝트들 중 대부분이 음악과 관련된 아이템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드럼 비트에 도전했던 유고스타는 물론이고, 신인 트로트가수 도전기를 그린 유산슬, 하프 도전을 했던 유르페우스를 거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성장시킨 올 여름 싹쓰리 프로젝트와 가을을 강타했던 환불원정대까지 음악은 <놀면 뭐하니?>의 뮤즈로 자리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이템으로서 '겨울노래 구출작전'은 이러한 음악과 함께 한 <놀면 뭐하니?>의 그간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가 하필이면 음악이라는 소재와 만나면서 확실한 시너지를 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아닐 수 없다. 주말 저녁에 좀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예능의 소재로서 음악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늘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KBS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이 힘을 잃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는 음악이 가진 힘에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무한도전> 시절 경험했던 음악 소재 아이템들(가요제들)의 강점들을 더해 넣었다. 그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들에 더욱 강력한 힘이 만들어지는 것. 여기에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가는 '부캐의 세계'까지 얹어지니 차별화까지 이뤄졌다. 프로그램은 이로써 펄펄 날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음악 관련 아이템들은 음원 등의 부가사업을 통한 수익들을 기부함으로서 그 취지를 납득시키고 응원하게 해줬다. 2020년 <놀면 뭐하니?> 음원 등 부가사업을 통한 총 기부액 은 18억2천3백5십여만 원으로 1억2천7백6십여만 원은 코로나19 재난구호금, 밥상공동체 연탄기부, 예술의 전당 객석의자, 결식아동 급식지원사업에 기부했다. 또 남은 17억1천7십여만 원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음악과 더불어 그 프로그램의 방향을 만들고, 성장시킨 <놀면 뭐하니?>는 '겨울노래 구출작전'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의 진화와 확장을 보여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음악이라는 소재는 내년에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려운 시국일수록 더더욱 요구되는 것이 음악이기에.(사진:MBC)

'스위트홈', 좀비와는 다른 선택권이 있는 괴물이라는 건

 

세상이 갑자기 종말을 맞이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계가 됐다. 영화 <부산행>에서부터 <킹덤>에 이르기까지, 좀비들이 창궐해 온통 세상을 핏빛으로 뒤바꾸는 광경이 여러 콘텐츠들 속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좀비와는 다른, 색다른 괴물(뭐라 부르기가 애매한)이 등장한다. 

 

아포칼립스 장르들이 그러하듯이 왜 갑자기 그런 괴물들이 나타났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린홈'이라는 사뭇 역설적인 이름의 거의 폐건물에 가까운 아파트에 생존한 사람들 역시 그 원인을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욕망' 때문이라는 다소 막연해 보이는 원인이 등장할 뿐이다. 막연해 보이지만, 등장한 괴물들은 그 막연함을 실체적으로 구현해 보여준다. 

 

즉 괴물로 변하기 전 그 사람이 갖고 있던 욕망이 그 괴물의 형상과 의지(?)에 투영되는 것이다. 근육맨이나 파충류혀, 털북숭이 등의 괴물들은 그들이 어떤 욕망들을 갖고 있었는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털북숭이가 된 괴물로 변한 편의점 사장은 탈모로 가발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온통 털이 뒤덮인 괴물로 변하게 되는 것. 

 

하지만 흥미로운 건 어떤 원인에 의해 '감염'이 된다 해도 모두가 괴물로 변하지는 않는다는 설정이다. 흔히 좀비 장르에서는 물리기만 하면 무차별적으로 감염되어 좀비가 되어버리지만, <스위트홈>에서 일찌감치 감염되어 코피를 쏟아내고 눈동자가 검게 변하는 경험을 한 차현수(송강)는 괴물로 변하지 않고 대신 빠른 회복 능력을 갖게 된다.

 

이 괴물화의 선택권이 온전히 당사자들의 것이 된다는 점은 <스위트홈>이 색다른 괴물 아포칼립스가 되는 중요한 이유다. 그것은 괴물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인간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욕망의 문제라고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근육맨 괴물 앞에서 사고로 아이를 잃었던 한 엄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고 괴물로 변해 그 근육맨과 싸우지만 계속 그 괴물로 남아있지는 않는다. 그 엄마가 가진 보호본능과 더불어 가진 욕망은 실제 모습으로 그를 되돌리기도 하고 다시 괴물로 변하게도 만든다. 

 

주인공 차현수도 마찬가지다. 애초 온 가족이 사고로 사망한 후 혼자가 된 그는 아무런 삶의 의지를 갖지 않았던 인물이다. 은둔형 외톨이로 가족들과도 동떨어져 방에서만 지내던 그는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나자 그 방을 빠져나와 그린홈 아파트로 오게 된다. 그저 죽어버릴까를 생각하던 그는 세상에 괴물들이 창궐하고 고립된 아파트에서 아래층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그 역시 감염되어 눈빛이 변하게 되지만 그가 가진 선의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괴물이 되는 걸 막아준다. 

 

욕망에 따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고, 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이 작품이 단순한 좀비 아포칼립스가 그리곤 하던 디스토피아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해준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은유이고 일종의 경고로 그려진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욕망이 선의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악의를 갖고 있는가가 문제일 뿐.

 

이런 구도는 <스위트홈>의 세계에서 괴물들과의 사투를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까지 확장시켜놓게 해준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사실 괴물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그린 홈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삶의 의지가 전혀 없던 차현수가 괴물이 되는 걸 참아가며 아파트 사람들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나, 아무런 삶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편상욱(이진욱)이 그린 홈 사람들이 내미는 손에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 정재헌(김남희) 같은 기독교 신자가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하는 모습들은 우리네 사회의 인간군상들이 가진 저마다의 욕망과 의지들을 표상한다. 

 

그래서 <스위트홈>은 애초 시작부터 던졌던 화두를 향해 달려간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삶의 의지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 욕망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이 작품은 던지고 있다. 흥미진진한 괴물들과의 사투 속에서 인물들이 저마다 실제로 싸우고 있는 건 그래서 바로 자신이다. 

 

스토리나 설정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작품은 이런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낸 미술과 그 욕망을 캐릭터화한 괴물의 형상 같은 디자인적 요소들,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해낸 연출이 특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와 명콤비를 이루며 많은 빅히트작을 만들었던 이응복 PD의 야심이 묻어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시즌1이 끝난 것이지만 여러 시즌으로 반복되어도 충분히 흥미로워질 수 있는 세계관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사진:넷플릭스)

비전문 분야로 영역 넓힌 설민석, 전문가들 팩트체크에 멈칫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2회 만에 역사왜곡 논란이 터졌고 제작진과 설민석의 사과가 이어졌다. 논란이 터진 건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 '이집트편'의 자문 역할을 맡은 곽민수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이 방송 직후 SNS에 올린 비판으로 비롯됐다. 

 

그 SNS에서 곽소장은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는데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것이 많다"며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뒤늦게나마 설민석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류를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것이 제작진 잘못이 아닌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분명히 했고, 나아가 "더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위사실 유포 논란이 불거졌다. 설민석이 자신의 유튜브에 "재즈가 초심 잃어 R&B가 탄생했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재즈 블루스, 일렉트릭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초기 로큰롤에 대한 역사를 다룬 원서 한 권이라도 읽어본 적 없는 게 분명하다. 이 정도면 허위사실유포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설민석이 왜 '무지'에 가까운 영역에까지 손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세계사 왜곡 논란을 사과로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역시 비전공 분야인 음악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설민석에 대한 반감이 되레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들의 실망과 프로그램의 추락한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그 무엇보다 재미있게 세계사를 다루겠다던 취지는 이제 '재미'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보의 정확성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점 전문적인 정보가 교양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도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겨진다. 

 

사실 역사 같은 소재들은 일제강점기의 내용들이 일부 MBC <무한도전>이나 KBS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 시작했고, 그 후로는 아예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이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렇게 된 건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나 <어쩌다 어른>, JTBC <차이나는 클라스>처럼 교양의 영역이었던 정보들이 예능으로 들어오고 있는 그 트렌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교양이 가진 전문적인 정보들의 예능화에서 '팩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면이 있다. 이번 사태는 전문적 영역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설민석처럼 역사전문가는 아니지만 역사를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러 혹은 방송인 같은 인물들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사실 전문영역도 갖고 있으면서 방송까지 잘하는 인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이 우선 추구하는 재미적 요소를 채워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가 요구됐던 것.

 

설민석 같은 스토리텔러가 필요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되는 면이 있지만, 여기에는 선결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의 자문, 감수가 우선되어야 하고, 제작진도 재미와 정확한 팩트 사이에서 우선적으로 팩트를 추구해야 하는 이러한 방송의 성격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방송은 제작단계에서 자문도 필요하지만, 다 만들어진 방송의 방영 전 감수 또한 필수적이다. 그 이유는 우선적으로 스토리텔러가 팩트를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큼, 그것을 제작진이 재미를 위한 왜곡 없이 제대로 담아냈는가에 대한 사전 감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자문위원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실은 그 자문의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문이라고 부르지만, 제작진이 그 내용에서 재미있는 부분만 꺼내 활용한다면 제대로 된 자문의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까지 내걸며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스토리텔러와, 역사 같은 전문적 영역을 소재로 가져온 것에 대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 요구된다. 

 

교양이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건 역사 같은 소재만이 아니다. 방송의 리얼리티 경향은 전문적인 수준까지 요구되고 있어 다양한 전문정보들이 방송에 들어올 때 그 정확성을 체크하는 감수와 자문 그리고 편집의 문제는 점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을 통해 방송가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사진:tvN)

'KBS 연예대상', 김숙 대상에 축하와 응원 이어지는 이유

 

<2020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숙에게 돌아갔다. 대상후보로는 김숙과 함께 김종민, 샘 해밍턴 가족, 이경규, 전현무가 올랐다. 아마도 김숙은 이번에도 대상이 자신과는 상관없다 여겼을 게다. 그래서 대상으로 김숙이 호명됐을 때 그는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김숙의 마음이 촉촉한 눈물과 함께 전해진 수상소감에 고스란히 담겼다.

 

"진짜 상상도 못했고 아까 수상소감 미리 이야기하라고 했을 때 장난처럼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편하게 이야기했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KBS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딱 섰을 때 이곳이 25년 전에 공채로 들어올 때 처음 상을 받은 곳이거든요. 25년만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실은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그는 "상복이 없다"고 이야기했고 이번 대상을 통해 그것이 "큰 상을 받으려 지금까지 그랬나 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찌 김숙이라고 상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이 없었을까. 빈손으로 돌아갈까 가족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소회가 담겨 있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의료진, 자영업자들, 힘겹게 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광 돌리고 조금이라도 더 웃음 지을 수 있는 방송 만들어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사실 김숙에게 대상을 수여한 프로그램들은 생각만큼 뜨거운 프로그램이라 말하긴 어렵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가 주말시간대에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건 김숙만큼 관찰카메라에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의 비중도 컸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김숙에게 대상이 돌아가고, 거기에 대해 이견보다는 축하와 응원이 이어지는 건 이 상이 그런 몇몇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만이 아니라 지금껏 25년 간 꾸준하고 성실하게 김숙이 해온 노력들에 대한 의미 또한 들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방영됐던 <다큐 인사이트 –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숙은 그간 개그우먼으로 살아오며 쉽지 않았던 시간들을 술회한 바 있다. 1995년 <B사감과 요조숙녀>로 송은이와 처음 코너를 만들어 활동할 때 개그맨들 사이에서 김숙은 "재능 있는데 같이 나랑은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하는 그런 후배였다고 한다. 그는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 무대에 설 수 있던 개그우먼이었다. 스무 살에 방송국에 들어와 그렇게 7년을 무명생활 했다. 

 

그때 송은이는 김숙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며 "숙아 나는 네가 너를 했으면 좋겠어. 네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지 말고 그냥 김숙을 하면 어때?" 하고 제안했다고 했다. 그것이 김숙을 스타덤에 올렸다.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의 '따귀소녀'로 주목을 끌었고, SBS <웃찾사>에서는 '난다김'이라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 후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오면서 김숙은 물론이고 개그우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송은이와 다시 의기투합한 김숙은 팟캐스트를 통해 스스로 설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5년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주목받는 개그우먼이 됐다. 사실 받아도 벌써 받았어야 하는 대상이었다. 최근 KBS와 MBC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지만 대상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자신이 처음 발을 디뎠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그우먼으로 섰던 그 무대에서 드디어 받아낸 대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해온 그 시간들의 가치를 인정한 것. 김숙의 대상에 축하와 응원이 가득이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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