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종’, 세상을 바꾸는 일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맞이하는가

지배종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은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가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로 문을 연다. 화면 속에서 튀어나온 소들이 설명회장 속으로 뛰어들어오는 듯한 입체적인 영상이 펼쳐지자 사람들은 신기해 하지만, 곧바로 그 소를 도축하는 끔찍한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그건 어찌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고기를 먹고 있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걸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윤자유가 소개할 인공 배양육이 얼마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설득하기 위함이다. 인공으로 배양한 고기이니 피를 볼 필요가 없다. 도축할 소들을 키워내면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이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실제 고기와 다를 바 없는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이 기업의 이름 BF는 ‘비프’ 즉 고기를 뜻하는 단어처럼 읽히지만 그 의미는 ‘Blood Free’다. 피(희생)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이 기업은 인공 배양육으로 물고기까지 성공시켰다며 그 고기를 맛보게 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인다. 

 

‘지배종’이 보여주는 이 첫 도입부는 이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질 드라마가 가진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것이다. 드라마는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인공 배양육이라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바꿀 세상을 먼저 펼쳐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진짜 바뀔까. ‘지배종’은 질문한다. 바로 거기서부터 수많은 도전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은 이전의 세상을 바꾸거나 닫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공 배양육을 상용화해 그것이 고기를 대체하게 만들면, 지금껏 그걸 생계로 삼아온 축산업자들은 모두 도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물고기까지 인공 배양육으로 바꾸면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가 위기를 맞는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하나의 산업이(그것도 거의 원시사회부터 이어져온) 하루 아침이 사라지게 된다. 어찌 반발이 없을 수 있을까. 

 

그래서 BF와 이를 이끄는 윤자유는 저들의 ‘표적’이 된다. 인공 배양육이 세균덩어리라는 루머가 퍼지고 연구소의 컴퓨터를 랜섬웨어로 해킹한 후 800억을 요구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즉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진 자와 이를 막으려는 모종의 세력들과의 대결이 펼쳐진다. 하지만 위협하는 세력의 실체가 누구인지가 밝혀지지 않음으로써 드라마는 그 실체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을 작정이다. 

 

이수연 작가는 특히 어떤 조직 내부에서 생겨난 변화에 직면해,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이들이 그것 때문에 그려내는 ‘관계의 화학작용’을 잘 그려내는 작가다. ‘비밀의 숲’이 검찰 개혁을 소재로 그걸 그려냈다면, ‘라이프’는 병원에 다른 신념을 가진 사장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렸다. 이번에는 인공 배양육으로 상징되는 미래에 대한 어떤 선택이 그 갈등의 소재가 된 셈이다. 

 

폭탄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후 하야할 수밖에 없었던 전직 대통령 이문규(전국환), 그 테러가 있었던 부대에서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채 이문규의 지시에 의해 의도적으로 윤자유의 전담 경호원이 된 우채운(주지훈)은 물론이고, 랜섬웨어 해킹 사건의 범인이 내부 직원일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옴으로써 용의선상에 오른 연구소 직원들인 온산(이무생), 김신구(김상호), 서희(전석호), 전해든(박지연), 홍잎새(이서), 랜섬웨어로 BF 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얻어내려는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 등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며 보여줄 관계의 화학작용을 기대하게 만든다. 

 

결국 ‘지배종’은 선택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인간의 다른 표현일 수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선택이 마주하게 되는 도전 속에서 과연 모든 것이 통제되는(인간에 의해 지배되는) 완벽한 삶이 가능할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까. (사진:디즈니+)

‘선재 업고 튀어’, 시간까지 되돌려 최애를 살리는 팬심의 위대함

선재 업고 튀어

팬심은 위대하다?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누군가를 덕질해본 이들이라면 200%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 위대한 덕심은 심지어 시간을 되돌리고, 위기에 처한 최애를 구해내는 판타지 또한 납득시키는 것이니.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고 삶을 포기하고팠던 임솔(김혜윤)은, 신인 아이돌이었던 류선재(변우석)와 라디오 방송에서 우연히 하게 된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옆에 있는 사람은 고맙다고 느낄 것이고, 날이 좋아서 하루를 살고 비가 와도 하후를 버티다 보면 사는 게 괜찮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선재는 말하고, 그걸 임솔은 힘을 얻는다. 

 

선재의 팬이 되어 그를 덕질하는 것으로 살아갈 힘과 위안을 얻게 된 임솔. 게다가 인턴 면접에서도 회사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떨어지고, 입장권도 잃어버려 공연장 바깥에서 덜덜 떨며 응원한데다, 돌아오는 길 휠체어가 고장나 한강다리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됐을 때 기적처럼 선재가 나타나 우산을 씌워주고 손난로를 쥐어준다. 

 

하지만 이 꿈 같은 일도 잠시, 약물 과용으로 호텔 난간에서 수영장으로 추락한 선재는 결국 사망하고, 그 사실을 확인하고 절망에 빠진 순간 임솔의 시간은 2008년으로 되돌려진다. 이 드라마가 회귀물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2008년 임솔은 아직 사고 전이다. 그래서 두 다리로 서고 같은 학교 수영선수였던 선재를 향해 달려갈 수도 있다. 물론 선재가 아팠던 것을 그 때는 몰랐지만 다시 알아봐줄 수도 있고, 나아가 훗날 아이돌로 성공하지만 심한 우울감에 사망하게 되는 그 사건도 어쩌면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을 되돌리는 회귀물이 그 판타지를 허용하는 건, 어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회한과 그로 인해 모든 걸 되돌리고픈 욕망 때문이다. 이미 웹소설에서부터 리메이크된 많은 회귀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와 익숙해진 장르가 됐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여기에 ‘덕심’이라는 강력한 동인을 넣어 색다른 서사를 그려낸다. 

 

회귀한 이들은 결국 회귀 전 후회했던 일들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기 마련이다. 성공을 원했다면 이미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는 경제사정을 이용해 성공을 쟁취하고, 복수를 원한다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자들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 사태를 뒤집는다. 회귀물은 그래서 주로 성공이나 복수 같은 보다 드라마틱한 소재를 먼저 활용해왔다. 심지어 남편의 불륜 같은 소재를 담은 회귀물에서조차 멜로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살인 같은 보다 강력한 극적 갈등을 내세우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선재 업고 튀어’의 회귀는 어딘가 보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행복의 회복이라는 색다른 지점을 건드리는 면이 눈에 띤다. 일단 하반신 마비라는 주인공의 설정은 두 다리로 서고 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세상을 그려낸다. 또한 심지어 죽고 싶은 절망의 순간에도 그걸 이겨내게 해주는 건 누군가 건네는 위로의 한 마디일 수 있다고 말한다. 때론 임솔의 경우처럼 선재 같은 아이돌을 덕질하는 것이 삶의 빛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그래서 그 제목에 이 회귀물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회귀의 목표를 담고 있다. 회귀한 임솔은 선재의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을 알아주고 그를 덕질하듯 추앙하며 훗날 벌어질 수도 있는 우울의 그늘을 지워내려 하고, 사고 전 튼튼한 두 다리로 그와 함께 우울한 현실로부터 튀려고 한다. 그 작지만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행복을 찾아가는 회귀의 판타지. 그것이 바로 ‘선재 업고 튀어’가 팬심을 자극하는 지점이다. (사진:tvN)

변방에서 오히려 도드라지는 김지원의 페르소나

눈물의 여왕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 오? 좋아한다고? 아, 진짜? 아... 나는 아닌데.. 나는... 사랑하는데...”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백현우(김수현)는 꺾은 가지에서 잎 하나씩을 떼어내며 홍해인(김지원)을 두고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점쳐본다. 그러다 문득 마지막 하나에 ‘사랑한다’는 잎 하나를 발견하자 수줍은 듯 속내를 꺼내놓는다.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는 속마음을. 

 

결혼해 어느 정도 세월을 겪어낸 부부들이라면 이 짧은 장면에 담긴 이들의 사랑표현에 공감할 게다. 사랑이라는 말은 어딘가 낯설고 그래서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말로 그 애증(?)의 속내를 꺼내놓기 마련인 부부들. 사랑한다는 말은 술에 잔뜩 취하거나, 꺾은 가지로 잎 하나씩을 떼내며 점을 치는 식의 장난을 더해서야 비로소 슬쩍 꺼내놓는 그런 부부들의 마음이 그 장면에 담겨있다. 그런데 그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딘가 사랑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문득 ‘나의 해방일지’에서 미정(김지원)이 구씨(손석구)에게 갑자기 다가와 뜬금없이 그렇게 말했던 대목이 떠오른다. 구씨가 혼자 사전으로 찾아본 ‘추앙’의 뜻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이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같은 표현이 있을 정도로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고 익숙해져 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에, 미정은 ‘추앙’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가져온다. 낯설지만 어딘가 사랑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진심이 느껴지는 단어다. 

 

‘눈물의 여왕’에서 백현우가 결코 쉽지 않은 마음으로 진짜 사랑을 표현하는 홍해인이라는 인물이나, ‘나의 해방일지’에서 사랑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신을 추앙하라고 말하는 미정이라는 인물이나 모두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독특한 이미지가 더해져 더욱 빛이 난다. 그건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어딘가 다른 곳에서 온 듯한 도도한 이방인의 이미지다. 그는 자신이 선 자리에서 그 곳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더더욱 도드라진 아우라를 드러내는 배우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경기도 어디쯤의 가상소도시인 산포시에 거주하는 미정은 출퇴근 시간으로 하루가 다 가서 퇴근 후 여가도 없는 ‘변방’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처럼 벼랑 끝에 서 있어서인지 오히려 진짜 행복을 직시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용감한 인물이다. 도시의 삶이 점심에 무엇을 먹고,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고, 다달이 받는 월급으로 ‘행복하다’ 여기는 그저 그런 시시한 삶에 무감각해져 있다면, 미정은 ‘고객님 사랑합니다’ 같은 사랑 대신 추앙을 이야기할 정도로 진짜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도시에서 한 가락 했지만 사람들에 염증을 느끼고 이 변방으로 칩거해 술에 빠져 살아가는 구씨조차 미정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다.

 

“너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 깜짝 놀란다. 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 근데 넌 날 쫄게 해. 네가 눈앞에 보이면 긴장해. 그래서 병신 같아서 짜증 나. 짜증 나는데 자꾸 기다려.” 구씨가 한 이 고백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미정의 아우라면서 그걸 연기한 김지원이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이기도 하다. 변방에 서 있지만 어딘가 그 곳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사람 같지 않은 도도한 이방인의 면면이 그것이다. 

 

‘눈물의 여왕’에서도 홍해인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김지원의 이런 아우라는 빛을 발한다. 퀸즈 백화점의 대표로서 그 화려하고 빛나는 세계 속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인물은, 자꾸만 그 세계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오히려 도드라지는 모습을 드러낸다. 뭐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뇌종양 시한부 판정을 받고 평범한 사람들보다 못한 처지로 미끌어지고, 백현우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용두리로 내려왔던 ‘여왕’의 위치에서 하루아침에 쫄닥 망해 이혼한 전 남편 시댁에 얹혀 사는 처지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시골의 소박한 삶 속에서도, 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처지임에도 이 인물은 여전히 꽂꽂하고 도도하다. 그래서 변방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그 곳과 유리된 이방인으로서 자꾸만 시선이 머물게 만드는 아우라를 드러낸다. 

 

일찍이 ‘상속자들’에서 유라헬이라는 악역으로 김은숙 작가의 눈도장을 찍고는, ‘태양의 후예’에서 육사 출신 군의장교 윤명주 중위로 서대영(진구)과의 커플 연기를 보여줬을 때도, 김지원이 가진 이러한 아우라는 그 세계 바깥에 나와 있어 오히려 추앙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들을 빚어내곤 했다. 임상춘 작가의 ‘쌈,마이웨이’에서 연기한, 아나운서의 꿈을 꾸지만 현실은 백화점 인포데스크에서 일하는 최애라라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스펙 때문에 ‘쌈마이’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변방의 세계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 이방인 같은 존재는 결국 ‘마이웨이’를 선택하는 당당함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리고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쓴 선사시대의 인류사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탄야라는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를 연기하기도 했다.

 

김지원은 어딘가 추앙하게 만드는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그것은 평범하게만 보이는 세계 속에서 그 안에 스며들기보다는 자신의 진짜를 꼿꼿하게 유지하며 그 정체성을 지켜내는데서 나오는 아우라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삶을 그저 흘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이방인의 시선으로 낯설게 바라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조금은 관조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반복되는 삶이 답답하거나 시시하게 느껴질 때, 이방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 그건 스스로를 추앙함으로써 특별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을테니.(글:국방일보, 사진:tvN)

‘푸바오와 할부지’,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에게 영상으로 남은 푸바오 

푸바오와 할부지

“할부지는 활짝 미소 지으며 너를 보내줄거야. 눈물 보이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면 안된다. 할부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고맙고 고마워. 네가 열 살, 스무 살이 되어도 넌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판다라는 걸 잊지말렴. 사랑한다.” 작년 12월 SBS에서 방영됐던 4부작 ‘푸바오와 할부지’의 마지막회에서 할부지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에게 그런 편지를 남겼다. 

 

당시 이미 올해 초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푸덕이들은 아마도 강바오의 그 편지에 담긴 마음과 똑같았을 게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지난 3일 푸바오는 중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푸바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떠나는 과정부터 중국 쓰촨성에 도착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작은 해프닝조차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더 뜨거워졌다. 

 

푸바오의 존재를 잘 몰랐던 대중들이라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가 의아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푸바오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일상들을 지속적으로 SNS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푸덕이들에게 이런 이별 앞에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푸바오를 지켜보며 응원하며 푸며들었던 푸덕이들은 어느새 내 가족 같은 끈끈한 감정을 갖게 됐으니 말이다.

 

코로나19 시기, 그 힘겹던 시절에 탄생해 각별했던 푸바오는 ‘행복’을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모두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존재였다. 많은 이들이 푸바오에게서 받은 위로의 정체는 ‘무해한 편안함’이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세상 걱정 하나 없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푸바오는 그것만으로 대중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푸바오가 이토록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할부지 강철원을 비롯해 작은 할부지 송영관 같은 우리네 사육사들의 남다른 애정이 더해져서다. 다른 나라에서의 판다 사육이 일정한 거리를 두는 방식이었다면, 강바오나 송바오가 보여준 푸바오에 대한 애정은 ‘할부지’라는 닉네임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가족 같은 방식에 가까웠다. 

 

물론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는 푸바오를 위해 어느 정도 독립할 시기가 됐을 때는 강바오 역시 거리를 뒀지만, 어린 나이에는 진짜 할아버지가 손녀를 챙기는 것처럼 살뜰했다. 다큐멘터리 ‘푸바오와 할부지’는 이 관계를 마치 푸바오의 엄마인 아이바오가 홀로 해야 하는 육아를 할아버지인 강바오가 챙겨주는 방식으로 담아냈는데, 그건 마치 우리네 사는 모양을 닮아 있었다. 

 

강바오의 푸바오 육아 방식은 여러모로 한국적인 색깔이 묻어났다. 어려서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는 나이 들어 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사랑의 힘으로 모든 걸 잘 극복해내리라는 믿음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푸바오와 할부지’는 물론이고 푸바오를 담은 유튜브 영상들이 담고 있는 이 믿음은 푸덕이들 또한 할부지의 마음에 동화되어 푸바오 가족의 일원처럼 여겨지게 만든 힘이었다. 

 

“이 셔츠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확정된 후 SBS는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푸바오와 할부지’ 시즌2를 방영했다. 그 첫 회에 출연한 송영관 사육사는 떠나는 푸바오에게 무얼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그런 의외의 답변을 내놔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멀리 떠나는 푸바오를 편안하게 떠날 수 있게 익숙한 체취가 담긴 자신의 셔츠를 보내주겠다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다.  

 

2회에 푸덕이를 자처하며 방송에 나온 산다라박은 일본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샹샹이 일본어를 듣고는 멈춰서고 달려오는 영상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건 다름 아닌 한국어가 더 익숙할 푸바오가 앞으로 그를 보러 찾아올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우리는 푸바오를 보내지 않았다. 그가 담겨진 무수한 영상들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새록새록 우리를 푸며들게 할 테니. 전현무가 은근히 내비친 속내처럼, ‘푸바오와 할부지’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져 중국 쓰촨성에 살아가는 푸바오를 찾아가는 그 광경이 이어지길 많은 푸덕이들은 바라고 바랄 것이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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