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만 하면 될까? 자숙이 필요한 이유

 

비는 월드스타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게 꽤 많은 논란을 갖고 있다. 워낙 인기가 있던 스타였기 때문에 그 논란의 후폭풍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월드투어와 주식 관련한 구설수는 그 첫 번째 논란의 시작이었고 이후 할리우드 진출과 군 입대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터진 김태희와의 열애설 보도로 인해 엉뚱하게도 군 복무 태만 논란이 불거졌다. 군 당국의 신속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이내 잠잠해질 즈음, SBS <현장21>에서 밀착 취재한 연예병사 복무실태가 방영된 후 비에 대한 논란은 다시 떠올랐다.

 

사진출처:큐브엔터테인먼트

군대 문제만큼 대중들에게 민감한 부분이 있을까. 대중들은 제대로 된 군 복무를 요구했지만 비는 아무런 제재 없이 전역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노래를 발표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비는 과거 자신이 최고의 스타로 올라갈 때 그러했던 것처럼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잘 노는 오빠콘셉트로 무대에 올라 건들대며 허세를 부리는 모습은 폼 잡지 않는 엔터테이너라는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가 발표한 라송이 태진아가 부르는 것 같다는 비아냥에 이른바 비진아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논란에 대한 정면 돌파. 열심히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떨궈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논란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서 속에 잠복되어 있었다. 무대 위에서의 노력이 무대 바깥에서 벌어졌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은 요즘처럼 연예인의 일상이 활동과 구분 없이 일어나는 일상화된 방송 트렌드 속에서는 거의 착각에 가깝다. 그래서 비 역시 엠넷의 <레인이펙트> 같은 자신의 일상을 꺼내놓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일 게다. 하지만 대중들의 마음 속에 복무 태만의 연예병사 이미지가 남아있는 한 비호감이 호감으로 둔갑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많은 이들이 논란 연예인에 대해 용서를 말한다. 끝없는 논란이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는 그들의 몫이 분명 존재한다. 상처 입은 대중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는데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 연예인들이 일종의 자숙기간을 갖는 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와 뉘우침의 의미를 보여주고, 그것으로 대중들의 마음이 진정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일이다. 물론 본인은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사죄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대중들의 정서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빠 어디가> 시즌2에 출연한 김진표에 대한 논란 역시 그 대처방식이 안이하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방송에서 일베를 연상케 하는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서 김진표 스스로 사과를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들끓는 대중 정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하필이면 <아빠 어디가>가 대중들에게는 일종의 유사가족을 형성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가 일종의 유사가족 판타지를 제공한다면 그 속에 있는 김진표는 논란으로 인해 그 판타지를 일시에 깨는 존재가 된다. 대중들은 바로 그 점이 불편한 것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반감도 더 커진 것이다.

 

항간에는 이것이 너무 지나친 마녀사냥식논란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란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일정한 진심어린 자숙의 모습을 보였거나 그 대중들의 마음이 누그러지기까지 방송이나 활동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논란이 불거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은 면죄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나 김진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그들이 대중들의 정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무하며 함께 움직이기보다는 마치 그 정서와 대결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서와 함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싸울 것인가 함께 할 것인가. 대중들과 같이 걸어가야 할 직업이라면 어떤 선택이 현명할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작은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KBS1TV <TV쇼 진품명품>은 그래도 7% 정도의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핫(hot)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진품명품>에 최근 벌어진 사태에 대해 대중들은 심지어 의아하게까지 여긴다. 무슨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사문제를 다루던 프로그램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뜨거운 프로그램도 아닌, 어찌 보면 KBS에 가장 어울리는 스테디셀러형 프로그램에 왜 이런 무리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작은 프로그램에도 이런 정도의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민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오죽할까 하고 말이다.

 

'TV쇼 진품명품(사진출처:KBS)'

문제는 사안 자체보다 그 사안이 진행되는 과정의 파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즉 이번 <진품명품> 사태는 멀쩡하게 잘 하고 있는 MC인 윤인구 아나운서를 김동우 아나운서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MC 교체야 개편에 즈음해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이 MC 교체가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였을 뿐이라며 윤인구 아나운서를 MC로 방송을 강행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과 제작진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마찰이 있었고, 결국 예정된 녹화는 파행되기에 이르렀다.

 

즉 사전에 충분히 사측과 제작진이 협의를 통해 MC 교체를 논의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사안이다. 하지만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와 낙하산식 인사는 결국 제작진의 반발을 불러 올 수밖에 없었다. “방송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던 사측의 이야기와는 달리, 실제 방송은 ‘감정위원이 선정한 최고의 명품’이란 특집 명목으로 급조된 편집본에 불과했다. 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작진 전원을 타부서로 발령내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권 남용으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집단 반발을 일으켰다. 방송은 결국 어떠한 협의도 없이 김동우 아나운서를 MC로 세우는 것으로 결정됐다.

 

과정이 납득될만한 것이었다면 충분히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 이제는 사안이 너무 커져버렸다. 사측과 제작진 사이에 벌어진 충돌로 청원경찰이 출동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심지어 제작진 전원을 타부서로 발령내는 역시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는 이제 제작진들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었다. 사측에 의해 제작 자율성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제작진들에게는 결국 생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숨만 쉰다고 사는 건가.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는 건 제작진에게는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인사권의 남용은 KBS 같은 공영방송이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되기 위해서도 반드시 막아져야 될 대목이다. 만일 경영진에 의해 마구 인사권이 휘둘려진다면 제작의 자율성은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결국 경영진 몇 명에 의해 국민을 위한 방송은 정부를 위한 방송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은 시청료를 납부하고 있는 국민들을 소외시키는 일이다.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KBS측은 뭐 이게 그리 큰일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 그렇게 말한다면 이 사태는 더 위중한 문제일 수 있다. 이런 일이 대수롭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진품명품> 사태는 작아보여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KBS측은 “차질 없는 방송”을 계속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나가게 되는 방송이 어찌 차질이 없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것은 <진품명품>의 문제이면서 KBS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 사태로 KBS의 진품성을 묻게 될 지도 모르겠다.

철거왕, 영화 같은 이야기? 끔찍한 현실이다

 

‘철거왕’. 마치 조폭영화 제목 같다. 실제로 무수한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재개발 현장에서 이른바 ‘용역’으로 활동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현실로 실감하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각목과 쇠파이프와 화염방사기, 물대포차, 포크 레인 앞에서 뼈가 부서지고 살이 타면서도 터전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던 주민들의 고통을 어찌 전부 알 수 있단 말인가.

 

'SBS스페셜(사진출처:SBS)'

<SBS스페셜>이 다룬 철거왕 이금열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마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 타이즈된 연출로 시작된다. 성공에 대한 욕망과 가진 것은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는 청년의 비뚤어진 야망 같은 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갖고 있는 막연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가 다루려는 것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 이미지 밑에 숨겨져 있는 추악한 폭력의 실체를 끄집어내 보여주고 그 밑바탕에 깔린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말하기 위함이다.

 

1998년 천주교 인권위원회가 펴낸 ‘다원건설 철거범죄 보고서’에는 당시 적준이라 불렸던 철거업체의 끔찍한 폭력의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임신 5개월 된 임산모를 때리고... 아주머니들에게 강제로 똥물을 먹이는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심지어 “부녀자의 국부를 발로 밟는 성추행”도 빈번하게 했다고 한다. 방송에 나간 내용을 보면 한 여성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서 반 실신시킨 사례까지 들어 있었다.

 

당시 전농동 주민이었던 피해자 송경란씨는 당시 적준이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불을 지르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자 “아이는 어떻게 하냐”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적준은 사람 죽이는 거 우습게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이 사람 다칠 거라는 생각 안하고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철거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때 참 많이 죽었어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김현욱 군은 누가 제일 보고 싶냐는 질문에 “엄마 아빠”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엄마 아빠는 적준아저씨들하고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김현욱 군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는 적준아저씨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아이가 담고 있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적준아저씨들이 포클레인 갖다요. 막 뭐라고 하면서 집 부수려고 막 그러는데 한 사람은 막 쇠파이프로 갖다 막 때리고 그랬는데, 어떤 사람은 불 갖다 지르고..”

 

도대체 국가가 있고 시가 있고 경찰이 있는데 왜 이런 살인 방화가 자행되는 것을 먼 산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었을까. 여기에도 역시 우리가 그간 조폭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정치권이나 공권력과의 커넥션이 제기된다. 15년 전에 보고서가 나오고 다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장이 제출되었을 때 실무를 주도한 박래군 소장에 따르면 “수사가 될 것 같더니 다원이 여당 실세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흐지부지 됐다”고 한다.

 

다원이나 철거왕 같은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범법자들이 버젓이 벼락부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 데는 그만한 우리사회의 아픈 현대사가 작용하고 있다. 중동경기가 끝나고 들어온 중장비들이 88서울올림픽을 명분으로 재개발쪽으로 이동했다는 것. 재개발을 국가가 민간으로 넘김으로써 폭력적인 철거를 사실상 방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최근 철거왕 이금열이 구속 기소됨으로써 그 이면에 놓여진 커넥션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억대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윗선에서 수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영화 같은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부끄러운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이 가진 아파트에 대한 소박한 꿈들은 어쩌면 그 밑에 이처럼 피와 눈물을 흘리며 쫓겨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묻혀졌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사실상 철거왕이라는 괴물의 탄생을 국가가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실로 너무나 살벌한 별명이 아닌가. ‘철거왕’이라니.

진흙탕 싸움과 노출경쟁에 가려진 영화제

 

영화제로 부산이 들썩들썩하는 건 알겠는데 정작 어떤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지, 어떤 행사가 어떤 의미로 치러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산이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하는 국제영화제이기 때문에 부산까지 가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인터넷이나 신문 혹은 방송에 잠깐씩 나오는 기사들이 영화제에 대한 정보의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인터넷에 들어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쳐보라. 거기에 정작 영화에 대한 정보들이 얼마나 있는지.

 

사진출처:YTN

제일 많은 것은 역시 레드카펫의 여배우 노출 경쟁을 말 그대로 경쟁하듯 올린 사진들이다. 매회 그러하듯이 이번에는 등을 훤히 드러내다 못해 엉덩이골까지 드러낸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라온 강한나와 가슴을 거의 드러내다시피 한 드레스를 입은 한수아가 주역이 될 모양이다. 여기 저기 연관검색어로 떠 있고 모음 사진에 동영상 서비스는 기본이다.

 

어딜 가나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일으키는 클라라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단연 기사의 상당 부분을 채우는 인물이다. 하지만 클라라가 무슨 영화에 출연하는지 알 수 없고, 이것은 강한나나 한수아도 마찬가지다. 물론 한수아는 올해 <연애의 기술>이라는 영화가 개봉예정중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레드카펫 노출을 통해 얻어진 홍보일 것이다. 영화 홍보하겠다는 데야 무에 잘못된 것이 있겠냐마는 막무가내 노출로 정작 영화제의 영화와 연기자에 대한 시선을 빼앗는 건 민폐가 아닐까 싶다.

 

아이돌들이 연기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영화제에 의도치 않은 폐를 끼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국외의 유명인사들을 초대해 열렸던 행사에서는 몇몇 아이돌 연기자들이 빠져나가면서 관객들까지 뭉텅 빠져나가 남은 해외 스타들에게는 민망한 행사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나친 팬덤의 문제일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을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이를테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돌 연기자들이 함께 하는 배려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이러니 행사에 참여했던 배우들 중 일부는 화를 낼 법도 하다.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18년이라는 영화제의 역사를 만들어온 영화인들과 영화들이 저 뒤로 묻혀 버리고 대신 일부 아이돌들이나 레드카펫 노출 연예인들 이야기만 무성하게 쏟아져 나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현수와 이켠이 SNS상에 토로한 씁쓸하고 답답한 심경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영화제 행사가 연예인들의 홍보 수단이 되거나 팬 미팅 현장이 되어서야 될 말인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 소식보다 더 뜨거웠던 이슈는 강동원측과 남동철 프로그래머 사이에 벌어진 진흙탕 싸움이다. “레드카펫에 서지 않으려면 센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그 진위와 상관없이 자극적이다. 마치 영화제 측에서 갑질을 한 뉘앙스를 보이기 때문이다.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여기에 맞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강동원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잡음이 터지면서 영화제의 이야기는 저 뒤로 훌쩍 물러나 버렸다. 누가 잘못했든 쌍방이 미꾸라지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진흙탕 속에 영화제는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18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화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판이 제대로 영화인들의 축제가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은 점점 사라지고 화제와 이슈만 난무하고 있는 듯한 영화제 풍경은 그래서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물론 선정적으로 화제만을 좇는 언론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제측이 좀 더 세심한 준비와 배려를 했다면 이처럼 논란과 가십성으로만 흐르는 영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게다. 매체를 통해 들어오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에 왜 영화 얘기를 찾는 건 이리도 어려운 걸까. 이것은 이제 역사와 전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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