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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로봇다리 보다 든든한 가족을 가진 세진이의 희망가 세진이는 참 없는 것투성이다. 먼저 두 다리가 없고 오른손 손가락이 없다. 태어났을 때는 가족도 없었다. 남들 다 가는 유치원도 34번이나 퇴짜를 맞았고,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친구도 없었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왕따에 심한 놀림을 받기 일쑤여서 차라리 학교가 없었으면 했을 정도였다. 수영을 배우려 했지만 수영할 수영장이 없었고, 가르쳐줄 코치 선생님이 없었다. 외국에 수영대회를 나갈 때면 동행해주는 코치나 감독도 없어서 현지 적응하는데 애를 먹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진 것 없는 세진이가 가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느 날 그의 앞에 나타나 그를 안아준 엄마였다. 엄마를 만나고 나서부터 두 다리도 생겼고 손가락도 생겼다. 그리고 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그들 햇수로 19년이 흘렀지만 한결 같이 저녁 6시면 들려오던 그 털털한 목소리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7000회를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는 7000이라는 숫자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도 방송을 할 뿐"이라는 것. 하지만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팝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DJ로 같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만일 당대 스무 살로 처음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청취자가 됐던 분이라면 지금 불혹의 나이가 되어 있을 터(필자가 그렇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그 자체적으로 20년 터울의 세대가 갖는 차이 따위는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역시 배철수라는 청년정신의 ..
모성애 그리고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는 힘, 가족 (아직도 어제 보았던 최정미씨의 젖은 눈과 앙다문 입,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을 보며 짓던 미소와, 은서의 그 작은 손과 초롱초롱한 눈, 엄마를 온 몸으로 감싸안는 그 행동들이 눈에 선합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그 가녀린 손짓들과 몸짓들이 전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미 칼럼으로 쓴 글을 블로거 뉴스로 다시 발행합니다.) 저 작은 고사리 손이 얼마나 많이 엄마의 발을 주물렀을까. 말기암으로 투병 중인 두 아이의 싱글맘, 최정미씨의 발을 매만지는 맏딸 은서의 손은 제법 야무지다. 이 일곱 살 아이의 손은 엄마가 잠시라도 누워있으라며 대신 설거지를 하고, 동생 홍현이의 목욕을 시켜주고 밥을 차려준다. 주중 동안 엄마와 떨어..
인디문화는 어떻게 대중들과 만났나 누구나 싸구려 커피를 마셔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달달한 맛이 제 아무리 맛좋다는 카푸치노나 에스프레소보다도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강한 중독성이 단지 싸구려 커피가 가진 설탕물에 가까운 달달함 때문만일까. 아니다. 싸구려 커피는 어느덧 하나의 문화 감성이 되어 있다. 거기에는 서민들의 피곤함을 풀어주는 대중들의 노곤한 감성이 들어있고, 단 몇 백 원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여유가 들어있다. 장기하가 부르는 ‘싸구려 커피’에는 우리가 흔히 대중문화라고 불러왔던 것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좀 더 본질, 진정성에 가까운 대중의 감성이 녹아 들어있다. ‘싸구려 커피’같은 비주류로 취급되던 인디 감성의 문화가, 주류를 치고 들어오는 현상은 단지 불황을 ..
음악, 토크, 농담까지, ‘유희열의 스케치북’ 빵빵 터진다. 늦은 밤이지만, 음악 프로그램이지만, 이 작고 메마른 남자가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다. 라디오를 통해 재치 있는 언변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공개무대에서 저처럼 자연스럽기도 쉽지 않을 듯싶다.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어눌하고 어색한 이하나의 진행이 오히려 풋풋한 맛을 주었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이면 음악, 토크면 토크, 순발력 넘치는 농담까지 능수능란한 유희열의 진행에 편안한 맛이 느껴진다. 진행자에 따라서 이다지도 스타일과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다.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조분조분함이었다면,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그 치기에 가까운 활기참이었고,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풋풋한 생기발..
주말 밤의 풍경을 바꾸는 명품 다큐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히딩크의 사나이, 그리고 맨유의 심장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함으로 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하지만 이런 화려한 영광 속에 서 있는 박지성은 스포츠 경기 중계나 뉴스를 통해서 보여진 모습일 뿐이었다.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박지성을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으로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MBC 스페셜’이 보여준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지만 보통사람이고 싶은” 한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MBC 스페셜’은 작년 말부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아왔다. 창..
도전과 체험까지 개고생으로 만드는 상술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이런 자막과 멘트가 흘러나왔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봤을 것이다. ‘개고생’이라는 말이 주는 특유의 어감 때문이다(물론 이 단어는 표준어다. 하지만 어감은 여전히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불쾌한 단어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욕이라도 들은 것 같은 감정을 갖게 한다. 티저광고로서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이 단어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맥락 속에 들어가면 엉뚱하게도 마치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순간 샐러리맨들은 개고생하러 집 나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바탕에 깔리는 ‘아내의 유혹’의 한 장면. 은재(장서희)의 치밀한 복수로 거리로 내몰린 정교빈(변우민)이 쓰레기통에 숨어 ..
드라마, 예능, 음반에 드리워진 88만원 세대의 그림자 그들은 오로지 대학만이 모든 것을 이뤄줄 것이란 이야기를 들어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낭만이란 말은 뒤로 접어둔 채, 일찌감치 취업준비로만 전전해왔다. 그리고 사회에 버려지자마자 바늘구멍 뚫기만큼 힘들다는 취업전선에서 다시 경쟁해야 했고, 그렇게 가까스로 기회를 잡은 그들도 그러나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월 간의 치열한 노동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어야 했다. 정당한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전긍긍해야 하는 그들. 한때 사회현상처럼 대중문화에서 조명되었던 백수세대는 이제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내조의 여왕’, 온달수의 인턴시대 ‘내조의 여왕’의 온달수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