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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대중문화 소비자 시대, 그 명과 암 혹자들은 '패밀리가 떴다2'와 '승승장구'의 낮은 시청률이 2PM 때문이라고 한다. 2PM의 재범 영구탈퇴 결정과 함께 팬들은 하루아침에 안티 팬으로 돌아섰고, 이로 인해 2PM에 대한 호감은 그만큼의 배신감으로 돌아섰다는 것. 그저 항간에 도는 소문이겠지만, 이러한 소문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련의 2PM 사태와 그로인해 유포되는 다양한 루머들을 들여다보면 거기 이제 팬 문화에서 대중문화로 확대되어가는 징후들이 포착된다. 과거 기획사-아이돌그룹-팬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기획사가 주도하고 아이돌은 그걸 따라가며, 팬은 그런 아이돌에 열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소비자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로서의 팬은 그 덩치를 키웠고 ..
연예인들의 자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 고 최진실씨가 간 그 길을 동생 최진영씨도 따라갔다. 우발적인 자살이라고 하지만 그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어찌 그저 갑작스레 다가온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 한 방울로 물이 넘치기 전까지 이미 마음이라는 사발에는 계속 해서 물이 차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겉으로는 가까스로 웃고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바라봤던 그 마음 속에는 한없이 쏟아지는 우울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흔히들 '마음의 감기'라고 표현하는 우울증은 사실은 감기처럼 경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다가오지만 심지어 목숨마저 앗아가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측근의 이야기로는 고 최진영씨가 제대로 된 우울증 치료를 받지 못했..
20분으로 압축된 다큐, 그 일상의 미학 그릇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때론 그릇이 어떤 형태이냐에 따라 담겨지는 음식도 달라진다. 감성다큐 '미지수'는 20분으로 압축된 3편의 다큐멘터리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다. 짧아진 분량은 단지 짧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1시간 정도의 다큐멘터리를 구상하고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분량이 부담으로 작용해 다큐멘터리 자체를 무겁게 만들기 마련이다. 여기에 다큐가 삶을 성찰하는 형식이라는 고정된 인식은 다큐 자체를 일상적인 삶과 멀어지게 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분이라는 분량은 다르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찍어내기만 하면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이 분량은 그 다큐 속에 담겨질 소재 역시 제한한..
복근에 담겨진 사회적 의미 드라마 '추노'는 몸뚱이 하나로 시대의 억압과 맞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몸에 대한 연출은 '추노'가 가진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한다. 멋진 남자들이 훌러덩 옷을 벗어던지고 군살 하나 없는 복근을 보여주는 것이 단지 눈요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잘 단련된 복근이 드라마의 인기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장군(한정수)이 숙소로 돌아와 지친 몸을 씻을 때 드러나는 복근 앞에서, 송태하(오지호)가 날이 엇나간 장도를 휘두를 때 언뜻 옷깃 사이로 보여지는 몸 앞에서 시청자들의 눈은 분명 호사를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추노'야 그렇게 몸을 드러내는 것이 드라마의 연출의도와 적합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드라마에서도 남성의 복근을 보..
불황이 만들어낸 마이너리티 감성 만일 당신이 사회의 정신적인 뇌관을 건드리는 테러리스트라면, 우리 사회만큼 간단한 테러 목표도 없을 것이다. 그저 남자라는 단어와 '루저'라는 단어를 붙여 넣기만 하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테니까. '미녀들의 수다'의 한 여대생이 "남자 키 180cm 이하면 루저"라는 말 한 마디가 일으킨 대폭발(?)은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있어서 얼마나 민감해져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불황에 남녀 구분이 있을까마는 아마도 상대적인 박탈감은 남성들이 더 할 것이다. 본래 높은 위치에 계시던 분이 진창으로 나서야 그 힘겨움을 더 느끼게 되는 법 아닌가. 남성들은 가부장제적 사회 속에서 이제 조금씩 남녀평등의 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는 중이고, 차츰 자신들이 가졌던 이성적 능력보다, 여성..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2012'의 쓰나미는 온 지구를 삼켜버리지만 그 이유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뭐 과학적인 이론이야 그럴싸하지만 과연 그런 지구 종말이, 그저 예언되어진 대로 벌어지는 것일 뿐, 인간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는 심지어 무책임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하긴 할리우드에서 흥행을 위해 만들어진 재앙 블록버스터에서 윤리적인 측면까지 기대한다는 건 좀 지나쳐 보이기까지 한다. 재앙이 벌어졌으나 거기에 인간의 죄는 묻지 않는 태도,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지지만 먼 거리에서만 바라봐 그 지옥도조차 스펙타클로 여겨지게 만드는 할리우드 CG의 놀라움 앞에서 환경 문제 같은 이야기는 쑥 들어가 버린다. 코맥 매카시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더 로드'는 이야기가 약간 다..
'아마존의 눈물', 무엇이 문명이고 무엇이 야만인가 MBC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프롤로그 '슬픈 열대 속으로'가 살짝 보여준 속살은 실로 시선을 뗄 수 없는 문화적 충격과 이국의 자연이 주는 경이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옷 한 가지 걸치지 않고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원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에덴을 빠져나오기 전의 아담과 이브처럼 거리낌 없는 모습. 하지만 원시 그대로의 몸에 옷을 걸쳐 입고 활 대신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문명의 바람을 쐰 흔적이 역력한 몇몇 원주민들의 모습은 작금의 아마존이 무엇으로 병들어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레비-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라는 인류학의 기록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했듯이, '아마존의 눈물'은 문명인의 ..
대중은 지금 서민들의 영웅을 원한다 영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덕여왕'은 대부분의 사극이 그러하듯이 수많은 영웅들의 탄생과 성장을 그려냈다. 그 중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은 난무하는 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세 치 혀만으로도 충분한 정치적 지도력을 선보이며 여성 영웅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여성성의 시대, 이 여성 영웅들의 리더십은 꿈꾸지 않는 작금의 현실 정치가 희구하는 것으로, 대중들은 그 강력한 판타지 속으로 빠져들었다. 덕만과 미실이 그 시대의 정점에 서서 그 통치를 통해 현실을 개척해나가는 영웅이라면, '아이리스'의 현준(이병헌)은 시대가 꺾어버린 개인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래서 그것이 결국은 시대를 바꿔버리는 그런 영웅이다. 그 시대란 다름 아닌 남북분단의 상황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