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선녀전’·‘일억개의 별’·‘나인룸’, tvN 드라마 맞아?

몇 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 tvN 드라마들의 위치는 확실히 상향됐다. 그것은 단적으로 시청률에서부터 드러난다.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은 5%대(닐슨 코리아)로 시작했고, 금토드라마 <나인룸> 역시 그 시작은 6%대였다. 수목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도 첫 회 시청률은 3.9%였다. 

첫 회 시청률이 말해주는 건 tvN 드라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로만 집중하던 시선을 tvN 드라마에 주기 시작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나의 아저씨>, <미스터 션샤인> 같은 화제성도 시청률도 높은 드라마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으니 이런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기존 성공작들과는 다른 결함들을 갖고 있어서다. 월화에 배치된 <계룡선녀전>은 전작인 <백일의 낭군님>의 후광을 입고 무려 5.6%로 시작했지만 반응은 영 시원찮다. 첫 회부터 엉성한 CG에 대한 실망감이 제기되었고, 스토리도 너무 과장에 과잉이 많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심지어 출연자들의 연기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대본과 연출에서 드라마에 맞는 코드 변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래서는 무려 14%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던 <백일의 낭군님>을 잇기는커녕, tvN 월화드라마에 대한 신뢰감마저 앗아갈 판이다.

수목에 편성된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동명의 유명한 일본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화제가 되었지만 갈수록 시청자들이 이탈하고 있다.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일본 원작을 봤던 시청자라면, 이 작품에 들어있는 근친 소재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리메이크는 이 부분을 바꾸고 다른 설정으로 만들었지만, 원작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서 특유의 이야기를 숨기는 방식은 우리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전개로 다가온다. 미스터리 구조에 치밀한 심리묘사 그리고 추리까지 더해진 작품이기 때문에 일단 깊게 몰입해야 그 이야기를 즐길 수 있지만, 원작이 주는 정서적 불안감이 계속 그 부분을 가로막고 있어 드라마를 즐기기 어렵게 만든다. 결국 이런 부조화는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시청률은 2.6%까지 떨어졌다. 

이런 tvN 드라마의 추락은 <미스터 션샤인>의 후속으로 들어온 토일드라마 <나인룸>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역시 <미스터 션샤인>의 후광을 입어 6.1%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사고로 인해 영혼이 바뀌는 판타지 설정으로 시선을 끌었지만 갈수록 난삽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률이 3.5%까지 떨어졌다. 영혼이 바뀌는 설정은 이야기만 복잡하게 만들었고, 결국 다시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간 이후에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틀로 돌아감으로써 왜 이 드라마가 초반에 영혼체인지라는 소재를 활용했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판타지 설정이 들어갔다면 그 설정이 가진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이 뒤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나인룸>은 그 일관성을 좀체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 때 그 때 시선을 묶어두려는 자극적인 설정들만 얼기설기 묶어둔 느낌이다. 이러니 <미스터 션샤인> 같은 작품으로 작품을 보는 눈높이가 한참 높아져있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묶어두기가 어렵게 된다. 

물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기 마련이고, 어쩌다 보니 편성된 작품들이 전작들과 비교되는 상황을 맞이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tvN 드라마가 그간 쌓아놓은 ‘완성도’에 대한 신뢰감을 허물어뜨리는 지경에까지 나가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드라마가 좋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름의 기본적인 완성도는 챙기는 것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채널에 대한 신뢰를 꺾지 않는 길이 되지 않을까.(사진:tvN)

‘여우각시별’ 이제훈의 장애, 그 특별함과 차별 사이

사고가 난 차량이 마치 요동치듯 날아오는 걸 맨 손으로 막아내면서 한여름(채수빈)을 구해낸 이수연(이제훈).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는 여객을 한 손으로 제압하고, 화물을 실은 카트가 아이를 덮치려 할 때 맨손으로 그걸 막아내며 쇠막대를 팔로 막아 구부리는 괴력의 소유자.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이수연은 남다른 능력을 갖춘 슈퍼히어로처럼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달려가는 이 드라마 속에서 이수연은 더 이상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대신 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에 1급 장애를 가진 존재이고, 그래서 웨어러블 보조기를 함으로써 괴력을 갖게 됐지만 언제 어떻게 오작동이 일어날지 몰라 마치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아마도 감정에 따른 체온의 변화 같은 것 때문에 생겨난 오작동일 가능성은 이수연이 한여름을 사랑하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로 만든다. 갑자기 생겨난 자력은 모든 쇠붙이를 끌어당길 정도로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든다. 그러니 한여름을 사랑하고 가까이하는 일을 그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게다가 한 때는 이복형이었던 서인우(이동건)는 이수연의 이런 ‘특별함’을 문제 삼아 공항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만들려 한다. 과거 자신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지금 현재도 누군가에 의해 위협을 당하고 있어 또 다시 이수연이 사고를 겪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어쨌든 이수연의 ‘특별함’을 위험요소로 보고 ‘차별’하는 인물이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 괴력을 갖게 된 인물이라면 슈퍼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을 숨긴 채 누군가를 돕는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하겠지만, <여우각시별>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드라마는 이수연을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그 특별함을 갖게 되어 차별받는 존재로 그린다. 우리네 사회가 그러하듯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종종 차별의 이유가 된다. 남다른 능력으로도 볼 수 있는 그 힘을 다르다는 이유로 ‘괴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기서 생긴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곳이란 점에서 이수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는 그 거대한 힘에 마치 슈퍼히어로의 그것처럼 설렘을 갖지만, 동시에 그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우리는 그 거대함이 안전하게 현실에 안착할 수 있을까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괴력의 이수연을 특별하게 바라보거나 아니면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닮았다. 

웨어러블을 벗은 이수연은 이제 정반대로 장애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차별적인 시선으로 흘끗흘끗 훔쳐본다. 자신이 태어난 게 여름이라 ‘한여름’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은 부모를 만난 가을이라는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스런 가족사를 털어놓은 한여름에게 이수연은 휠체어를 탄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나는 행인과 부딪쳐 떨어뜨린 휴대폰 하나를 줍지 못해 휠체어에서 떨어져 쓰러져버린 이수연은 자신의 본 모습으로는 무기력한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웨어러블 보조기를 했다고 그가 전혀 다른 이수연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존재는 한여름이다. 이수연이 자신이 달라서 두렵지 않냐고 물었을 때 한여름은 우린 어차피 모두 다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여우각시별>가 그리려는 건 그래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바로 이 다름의 문제다. 그 특별함이 어째서 차별이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가를 공항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사진:SBS)

만남 아닌 이별을 얘기하는 '최고의 이혼'

“조석무씨에게. 조석무씨라니 이렇게 적고 놀랬어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른 게 언제지? 너무 오랜만인 거 같아 왠지 긴장이 되네요. 일단 보고 드립니다. 저 집을 나갑니다. 방을 보고 놀랐습니까? 입 벌리고 있지 않나요? 지금 설명한 테니 입을 닫아 주세요. 있잖아요. 조석무씨 아무래도 이대로 같이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이혼하고 시간도 꽤 흘렀잖아요.”

KBS 월화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강휘루(배두나)는 전 남편 조석무(차태현)에게 편지를 쓴다. 이미 이혼을 했지만 당분간 같은 거처에서 머물며 지냈던 그들이었다. 강휘루는 이혼의 사유로 조석무가 “너무 몰라서”라고 했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뭐가 꿈인지 그런 것들을 조석무는 알려 하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상처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강휘루는 뒤늦게 자신 역시 조석무에 대해 제대로 알려 한 것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그가 홀로 음악노트를 쓰고 있었고, 그의 후배 임시호(위하준)가 부르는 곡이 사실은 조석무가 만든 곡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강휘루는 드디어 조석무와 이혼한 것이 온전히 그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 진짜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

조석무는 자신의 속내를 굳이 드러내는 일을 너무나 싫어했다. 그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진유영(이엘)에게 자신이 딱 한 번 누군가를 때린 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안 좋을 일을 당한 여직원에게 회사 상사가 “힘내”라고 말하는 걸 보고 그 상사를 때렸고 결국 해고당했다는 것. 그 이야기를 했지만 조석무는 진유영에게 “힘내”라고 그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 “미안하다”며 돌아서는 조석무에게 진유영은 “고맙다”고 말한다. 표현을 잘 하지 않던 그가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고 그 마음이 전해질 때 갖게 되는 기쁨을 경험한다.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을 정리하듯 편지를 통해 강휘루는 조석무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적어나간다. “당신한테 사과한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미안해요. 어쩌면 나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모두 당신한테 전가했는지도 모릅니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무심하고 이기적이라고. 같은 꽃을 보고 같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탓했지만 생각해보니까 누구보다 이상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릅니다.” 강휘루는 이제 헤어짐의 이유가 상대방의 잘못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도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

“여러 가지로 조절이 잘 안돼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생활하는 데서 마음이 맞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좋아지지 않아요. 애정과 생활은 항상 부딪치고 뭐랄까. 그건 내가 쭉 안고 가야하는 성가신 병처럼 느껴집니다. 당신과 함께 영화를 보며 항상 10분씩 늦었잖아요.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약속장소에 항상 당신이 서 있었어요. 아 이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언제까지나 지켜보고 싶었어요. 그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멋진 풍경이었거든요. 당신을 몰래 보는 게 좋았습니다.”

함께 사랑하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걸 강휘루는 안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지만 좋아하지는 않아”라고 말한 바 있다. 부부든 연인이든 사랑은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그래서 함께 부대끼며 살다 보면 모든 게 맞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다른 점들이 있어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것일 지도. 강휘루는 그 다른 것들을 이제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상대방에 대한 자잘한 고마운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맛있는 밥 고마웠어. 따뜻한 침대도 고마웠어. 무릎위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훔쳐보고 자세히 보고 그런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한 행복이었습니다. 석무씨. 고마웠어요. 헤어지는 건 내가 결정한 거지만 조금 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혹시 당신을 몰래 보고 싶을 때는 또 어딘가에서...”

이렇게 길게 써나가던 편지를 강휘루는 끝내 조석무에게 남겨주지 못한다. 그는 왜 그랬을까. 그 마음을 전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걸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강휘루는 편지를 남기는 대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오므라이스를 챙겨먹으라는 쪽지를 대신 남긴다. 때론 밥 한 끼를 챙겨주는 일 속에 더 많은 속말들이 담기기도 하는 법이다. 

<최고의 이혼>은 특이하게도 헤어지는 법을 말하는 드라마다. 대부분의 멜로드라마들이 ‘만남’을 이야기한다. 우연히 어떻게 만났고 그 만남의 순간은 얼마나 빛이 났으며 설레었던가를 말한다. 하지만 만남만큼 사랑을 완성시키는 건 어쩌면 ‘잘 헤어지는 법’은 아닐까. 헤어짐이 서툴러 때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우리네 사회에서 만나는 법만큼 중요한 건 헤어지는 법이다. 서로의 소소한 일들조차 고맙게 느끼며 헤어질 수 있다면.(사진:KBS)

‘손 더 게스트’를 만든 빙의 연기자들, 윤종석, 전배수, 유승목...

한 마디로 올해 최고의 역대급 스릴러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표방한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가 종영했다. ‘무서워 못본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공포와 스릴러를 넘나들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빙의라는 소재를 가져와 공포 스릴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면서도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까지 끄집어내려 했던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수훈갑은 그 모든 것들을 진정으로 가능하게 한 빙의 연기자들이었다. 

박일도라는 큰 귀신에 빙의된 인물들을 연기한 연기자들은 진짜 말 그대로의 ‘빙의된’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 화평의 삼촌 역할로 출연해 시작부터 확실한 몰입감을 만들어냈던 한규원, 최신부 역할로 소름 돋는 빙의자의 끔찍함을 보여준 윤종석이 이 드라마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줬다면, “박일도-”하고 외치는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배수는 이 배우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KBS <오늘의 탐정>에서도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 전배수는 아마도 향후 주목받는 배우가 될 거라 여겨진다. 

폐차장 주인으로 등장해 동생이 빙의자인 줄 오인하게 만들고 결국 빙의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을 오싹하게 만든 이중옥, 임산부 빙의자 역할을 놀랍게 해낸 김시은, 귀신을 보는 영매 역할을 연기한 명불허전 아역배우 허율, 윤화평의 아버지로 빙의된 부마자로서의 끔찍함과 부성애의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한 명품 조연 유승목, 강길영(정은채)의 파트너로 따뜻한 형사지만 빙의되어 그를 공격하는 장면으로 소름 돋게 만들었던 박호산 등등. <손 더 게스트>는 그 빙의 연기를 해낸 많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가 빈틈없이 채워진 드라마였다. 

그 중에서도 뒤통수를 때리는 역대급 연기를 보여준 인물들은 빙의된 것도 아니지만 빙의자 그 이상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준 박홍주 역할의 김혜은과, 처음부터 최윤의 옆에서 그를 지켜주는 줄 알았지만 악마가 들어온 모습으로 ‘어둠의 미사’를 주관하는 연기를 보여준 양신부 역할의 안내상, 결국 박일도였다는 것이 드러난 윤화평의 할아버지 역할의 전무송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박일도를 받아들여 봉인해버린 윤화평 역할의 김동욱이 그들이었다. 

이중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박일도임을 드러내는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해낸 전무송과, 그 귀신을 받아들여 봉인하려 하지만 오히려 박일도에게 지배당하기도 하는 모습을 오가는 연기를 해낸 김동욱은 역대급 엔딩을 가능하게 해준 장본인들이다. 끝내 최윤(김재욱)을 지켜내며 혼자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과, 한쪽 눈을 잃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아 재회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돌아보면 <손 더 게스트>는 좋은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기자들이 숨은 공헌을 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 많은 빙의자들은 진짜 말 그대로의 ‘빙의 수준의’ 연기 몰입을 해냈다. 그리고 이것은 <손 더 게스트>는 해외의 그 어떤 엑소시즘 장르나 스릴러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그 어떤 물량 투입이 만들어내는 스릴러와는 확실히 다른 ‘역대급 인력 투입을 통한’ 스릴러의 완성. 어쩌면 여기에 우리네 스릴러의 강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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