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잇는 '알함브라'와 '품위녀' 잇는 'SKY캐슬'

한동안 주춤했던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고, 같은 채널의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7% 시청률을 넘겼다. 두 드라마 모두 2회 만에 거둔 성적이라 향후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JTBC 역시 금토드라마 <SKY 캐슬>로 4회 만에 7.4%를 찍었다.

그간 승승장구하다 최근 들어 잠시 고개를 숙였던 tvN의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일드 원작의 정서적 차이를 이겨내지 못함으로써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나인룸>은 너무 들쭉날쭉하고 과장된 이야기 전개로 tvN드라마 같지 않은 느낌마저 주었다. <미스터 션샤인>이 썼던 왕관의 무게를 이어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항간에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판타지 계보를 잇는 적자가 나타났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인>과 <W>로 보여줬던 송재정 작가 특유의 판타지가 가진 매력이 이 작품에는 고스란히 묻어난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쟁탈전 속에서 현실과 가상이 접목된 광경들은 SF적이면서도 동시에 판타지적인 느낌을 주고, 스페인 그라나다의 이국적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달달한 멜로가 더해진 데다, 이 게임이 실재와 연결되면서 벌어질 충격적인 사건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생겨나고 있다. tvN이 그 자리에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작품으로 세웠던 장르물과 판타지의 기대를 채워주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한편 <제3의 매력>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던 JTBC 금토드라마도 <SKY 캐슬>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SKY 캐슬’이라는 부유층이 사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뜨거운 사교육 전쟁의 이야기가 폭로하듯 전개되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 던져진다. 첫 회에 서울대의대에 합격한 아들 때문에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그 엄마는 2회 만에 자살을 함으로써 그 이면에 숨겨진 넘어서는 안 될 악마의 유혹이 존재한다는 걸 실감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SKY 캐슬> 역시 JTBC 금토드라마가 그간 구축해온 드라마의 색깔을 정통으로 이어받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JTBC 드라마는 그간 <미스티>나 <품위 있는 그녀>, <밀회> 같은 작품들을 통해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전적이 있다. <SKY 캐슬>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불편하지만 보다보면 우리네 현실의 축소판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실감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작품.

사실 최근 들어 우리네 방송가에는 드라마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월화에 5편, 수목에 7편, 금토일에는 무려 10편에 가까운 드라마가 방영된다. 하지만 쏟아지는 양에 비해 주목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새해를 한 달여 앞두고 방송사들은 저마다 비장의 무기들을 꺼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새롭게 기지개를 켜는 작품의 면면을 보면 그간 그 채널이 쌓아온 드라마의 색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새로 피어나는 tvN의 장르물과 <SKY 캐슬>로 고개를 들고 있는 JTBC의 사회극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지상파들은 어떤 대응으로 나올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tvN)

멜로 틀 뒤집기, ‘남자친구’ 박보검과 송혜교 역할이 바뀌었다는 건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첫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진혁(박보검)을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다 보게 된 대표 차수현(송혜교)이 보고는 차를 돌린다. 그냥 지나치려다 멈춰서 경적을 울리자 깜짝 놀라 깨어난 진혁이 술에 취해 꼬인 혀로 대표를 반가워한다. 대표는 차에 진혁을 태워 데려다주는데, 술 취한 진혁은 혼자 가는데 졸릴 것 같다고 주머니에서 안주로 가져왔던 오징어를 꺼내 굳이 대표의 입에 물려주고 차에서 내린다. 혼자 차를 몰고 가던 대표는 입에 오징어를 문 채 미소를 짓는다.

평범한 시퀀스지만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의 이 장면은 익숙한 듯 낯설다. 익숙한 건 우리가 그토록 멜로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캔디와 실장님, 대표님의 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이 낯설기도 한 건 그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어서다. 이 드라마에서는 진혁이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면서도 밝고 건강한 캔디이고, 수현은 호텔체인의 오너로서 모든 걸 가진 듯한 특별한 삶을 살지만 웃을 일이 별로 없는 대표님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 설정만 바꿔놓은 게 아니라, 그 클리셰들이 그려내던 풍경까지 모두 바꿔놓았다. 이를 테면 신입사원들에게 환영사를 하는 자리에서 진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수현이 비서에게 신입들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달라고 하고, 이를 통해 진혁의 자기소개서를 읽은 후 거기 등장하는 오래된 놀이터에 갔다가 거기서 진혁을 만나는 장면 같은 것도 우리가 많이 봐왔던 신데렐라 이야기의 남녀를 바꿔놓은 버전이다. 

인형 뽑기를 하는 장면도 그렇고, 술 취해 진혁이 실수한 대목을 계속 물고 늘어지며 장난을 치는 수현의 모습이나, 주말에 휴게소에 가서 라면이나 먹자고 제안하는 대목도 그렇다. 그 주말 데이트에 멋진 차를 끌고 나와 진혁을 태우고 가는 장면도 그렇고. 이런 세세한 대목들까지 모두 기존의 여성 신데렐라 클리셰를 뒤집고 있다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늘 힘 있고 능력 있으며 심지어 지위까지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남성이 리드하고 힘은 없어도 밝고 맑고 건강한 여성캐릭터가 따르곤 하던 연애방식을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담아낸다. 

그러고 보면 <남자친구>라는 제목 또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과거의 흔한 멜로드라마의 틀이었다면 ‘여자친구’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게다. 연애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지목하는 우리네 성 고정관념이 그런 제목을 더 자연스럽게 여기게 했던 시대였으니.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정반대로 ‘남자친구’라는 제목을 달고 연애의 대상으로서 남성을 지목하고 있다. 주체는 당연히 여성이 된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이 드라마를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렇게 성 역할을 바꿔놓은 대목만을 통해 이 드라마가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연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그 흔한 신데렐라의 멜로를 통한 신분상승을 담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성공한 삶이 갖는 화려함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더 큰 가치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그래서 수현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신이 하는 일에서의 성취와 성공이 아니다. 데드 마스크처럼 공식적인 일정 속에서 살아가다 잠시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일상의 틈입 속에서 비로소 수현은 잊고 있었던 듯한 웃음과 표정이 살아난다. 그 일상의 틈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물이 바로 진혁이다. 

그래서 진혁에게 수현이 처음 제안한 데이트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소하게 보이는 휴게소에서 라면 먹기다. 그것 하나 하기가 쉽지 않은, 화려해 보여도 속은 텅 비어있는 그 삶에서 수현은 탈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는 장면을 누군가 사진에 담고, 그것이 대서특필되면서 그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수현은 알게 된다. 심지어 그건 진혁의 일상까지 파괴시킬 수 있는 일이다. 

<남자친구>는 단지 성 역할만 남자와 여자를 뒤집어 놓은 게 아니다. 그걸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꿔 놓았다. 화려한 성공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부유하고 힘 있는 공적 생활보다는 가난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사적인 삶을 가치로 세웠다. 이건 그래서 ‘신데렐라’ 이야기 자체도 뒤집는다. 수직상승하는 성공의 꿈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공유하려는 행복의 꿈을 담고 있어서다.(사진:tvN)

‘죽어도 좋아’,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먹먹해진다는 건

“도와줘.” 그저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고집만 강한 진상으로 알았던 백진상 팀장(강지환)은 가리봉점으로 밀려나 겪는 힘겨운 현실 속에서 이루다(백진희)에게 그렇게 절실함을 드러낸다. 진상 고객이 행패를 부리는 걸 어쩔 수 없이 받아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본사에 알리겠다는 진상 고객의 으름장에 제 뺨을 때리며 참아내던 백진상은 이루다를 보자 무너져 내린다. 

그 얘기를 듣는 이루다의 눈은 한없이 커지면서 그 안에 다양한 감정들을 담아낸다. 그건 백진상의 새로운 면을 봤다는 놀라움이면서, 동시에 그 힘겨움을 공감하는 마음이고 또한 그 변화를 기꺼워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런 장면은 KBS 수목드라마 <죽어도 좋아>가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웃음의 코미디를 그려나가면서 슬쩍 얹어놓은 공감의 페이소스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백진희는 그 놀라면서도 감동하며 공감하는 그 복잡한 마음을 얼굴 표정 하나로 표현해낸다. 

<죽어도 좋아>는 타임루프라는 판타지 설정까지 가져와 직장상사를 갱생시킨다는 다분히 블랙코미디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끔씩 코미디에서 벗어나는 지점들이 등장한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멀리서 보느냐 가까이서 보느냐의 차이라고 말하듯, 시종일관 흐르던 코미디는 살짝만 틀어 보여주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비극적인 현실이 드러난다.

도무지 진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백진상 같은 인물이 진심을 드러낼 때가 그렇고, 그가 밀려나 가게 된 가리봉점의 매장직원이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텨내다 결국은 그 힘겨움을 드러낼 때가 그렇다. 단골이라며 찾아와 막말에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는 진상손님에게 보다 못한 백진상이 나서서 한 마디 쏘아붙인다. “치킨 두 마리 생맥주 두 잔 도합 사만사천원. 여기에 치킨과 생맥주 그리고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값이 포함된 거지 멋대로 갑질하는 걸 받아주는 건 비용이 1도 포함돼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진상손님을 쫓아 내버리자 왜 문제를 만들었냐고 실장 아줌마가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때 성추행을 당한 매장직원이 다가와 백진상에게 말한다.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장님. 진짜 상사다운 게 뭔데요? 어떻게 해야 좋은 상사인데요. 저는요 손님이 큰 소리만 질러도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무슨 말을 들을까봐. 무슨 짓을 당할까봐. 근데 실장님은 그런 일 있을 때마다 그냥 넘어가자고 하셨잖아요. 별 일 아니라고. 결국엔 그냥 제가 다 참으란 거잖아요.” 자기 딸 같아서 그랬다고 말하는 실장 아줌마에게 매장직원은 속내를 털어놓는다. “누가 그런 걸 바란댔어요? 누가 엄마 같은 상사를 바란댔어요? 직장에서는 제대로 보호해주고 막아주는 상사가 훨씬 필요하다고요.”

뛰쳐나가는 매장 직원을 따라나서는 이루다는 그 직원이 아무 말 없이 눈물을 보이며 자신에게 다가와 안기는 걸 받아준다. 이루다의 얼굴에는 그 직원에 대한 깊은 공감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리고 그 공감은 이루다의 얼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깔깔 웃으며 보다가 어느 순간 드러나는 진심은 그들이 그간 웃고 있어도 사실은 울고 있었다는 걸 알려줌으로써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건 어쩌면 <죽어도 좋아>가 직장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일 게다. 강준호(공명)가 이루다에게 말하듯, “지켜보다 보니 지켜주고 싶어졌다”는 그 시각 말이다. 그 누구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려 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샐러리맨들의 아픈 속내들. 지켜보다 보니 그 속내들이 보이고 그러다보니 그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이건 타인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이루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대리도 힘들잖아요. 이건 진짜 현실이니까. 이대리도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부딪치고 깨지고 그렇게 웃고 있어도 당연히 힘들거잖아. 난 그게 너무 신경 쓰여요. 그리고 루다씨를 지키려면 나도 더 이상 겁쟁이여서는 안 될 거 같고. 저도 이제 도망치지 않고 해볼게요. 그러니까 내 옆에서 저 지켜봐 줄래요?” 강준호가 이루다에게 하는 고백을 담은 이 말이 그저 사랑고백의 차원 그 이상으로 다가오는 건 그것이 이 드라마가 진심으로 하려는 이야기처럼 들려기 때문이다.(사진:KBS)

그래서 ‘남자친구’가 박보검과 송혜교의 멜로로 말하려는 건

캐스팅만으로 드라마가 이만한 화제가 됐다는 건 박보검과 송혜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첫 방송으로 8.7%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역대 tvN 수목극 첫 회 최고 기록을 만들었다. 

실제로 <남자친구>의 첫 회 방송은 온전히 쿠바의 이국적인 풍광과 그 속에서 돋보이는 송혜교와 박보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워낙 햇볕이 좋고 색감이 좋은 쿠바의 말레콘 비치에서 바라보는 석양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 송혜교와 박보검의 모습은 한 장의 화보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주얼 뒤에는 이들이 엮어갈 이야기가 어떤 것인가를 예감케 하는 포석들이 존재했다. 차수현(송혜교)이 재벌가 자제와 결혼했다 이혼한 이혼녀이고 그 후 동화호텔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대표라는 사실이 짧지만 속도감 있게 이야기에 전제를 깔았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의 딸로 살았고, 재벌가에 입성한 며느리였다가, 이제는 이혼해 성공한 사업가로 살고 있는 차수현은 꽤 오랫동안 사적인 일상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쿠바에 호텔 사업을 하기 위해 갔다가 우연히 김진혁(박보검)을 만나 보내게 된 1박2일 간의 일들이 굉장한 ‘모험’처럼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엽서에 담겨진 말레콘 비치의 석양에 이끌려 무작정 홀로 길을 나섰다가 가방을 소매치기 당하고 앞서 먹었던 수면제 기운에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김진혁은 그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차수현이 나중에 다 돈으로 갚겠다며 김진혁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함께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이고, 길거리에서 파는 샌들 하나를 사서 신는 것이며, 배고픔을 달래줄 한 끼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모이면 어디서든 춤을 춘다는 쿠바 사람들이 추는 살사 춤 속에 슬쩍 들어가 함께 춤을 추는 정도만 해도 그에게는 일상의 모험이 된다. 

차수현이 김진혁에게 이끌리는 건 자신이 살던 세계의 사람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진혁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청년이다. 차수현이 탄 차가 그가 앉아 있던 테이블을 들이받아 상처 입은 카메라를 굳이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거기 담겨진 추억까지 살 수는 없다며 그걸 거부하는 인물. 사람의 손때와 흔적들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나는 쿠바의 풍광은 그래서 김진혁이 소중히 여기는 일상과 어울리는 면이 있다. 그 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것도.

결국 <남자친구>는 차수현과 김진혁의 멜로를 그릴 게다. 그렇다면 그 멜로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과거 신데렐라 이야기를 담던 멜로들은 왕자님에 천거되어 신분상승을 이루는 신데렐라를 담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오히려 거꾸로 된 상황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남자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남자친구가 갖고 있는 일상과 소소함 속으로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황량한 성공으로 치장된 삶에 지친 차수현이 빠져드는 이야기. 

하지만 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소한 일상을 세상은 가만히 놔둘까. 이미 공적인 얼굴을 갖게 된 차수현에게 이런 일상이 허락될까. 심지어 그가 다가옴으로써 김진혁의 일상까지 파괴되어 가는 건 아닐까. 이 긴장감이 <남자친구>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려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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