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 갑갑한 현실 시트콤급 웃음이 못내 그리웠다면

JTBC 새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벌써 제목부터가 시끌벅적하다. 드라마는 와이키키의 햇살 찬란한 해변에서 서핑을 하며 즐겁게 노니는 외국의 청춘들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쑥 빠져나오면 그 곳은 동구(김정현)와 준기(이이경) 그리고 두식(손승원)이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다. 수도세와 전기세를 내지 못해 수도가 끊기고 전기마저 끊길 위기에 처한 곳.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 상황을 시트콤적인 웃음으로 보여준다. 물이 끊겨 머리를 감다 비누거품이 가득한 채 투덜대는 청춘들 앞에 누군가 놓고 간 아기가 울어댄다. 왜 우는 지 살피다 손에 똥이 묻어 화들짝 놀라는 청춘들이 기저귀를 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주는 웃음. 마침 동구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여자친구 수아(이주우) 앞에서 호기롭게 커플링을 던져버렸지만 한 푼이 아까워 그걸 다시 찾아갔다 들켜 굴욕을 당하는 장면이나, 영화촬영장에서 손가락 하나로 모든 걸 얘기하는 대배우 박성웅이 얼굴에 붙은 밥알을 떼 내라는 포즈를 잘못 이해해 뽀뽀를 하는 준기의 굴욕 또한 웃음을 준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아기 엄마 싱글맘 윤아(정인선)는 모유 수유를 위해 불쑥 가슴을 내놓는 바람에 이 청춘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고, 젖이 나오지 않아 울어대는 아기를 위해 유축기를 사러 간 청춘들의 당황스런 상황들이 이어진다. 동구의 여동생 서진(고원희)은 갑자기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온 윤아와 하룻밤 동침을 하게 되고, 마치 <하얀거탑>의 의사들처럼 비장한 얼굴로 윤아의 나오지 않는 젖을 마사지하는 일을 겪게 된다. 

사실 이런 상황들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웃음은 우리가 시트콤에서 익숙한 것들이다. 실제로 이 작품의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같은 작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녕 프란체스카>나 <푸른거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같은 시트콤에서 활약해온 이들이다. 물론 시트콤만이 아닌 <모던파머>나 <프로듀사>, <뱀파이어 탐정> 같은 드라마를 쓰기도 했었지만, 워낙 웃음 만드는 일에 이력이 난 작가들이라는 것.

그러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가진 기획의도가 분명해진다. 이 작품은 웃을 일 없는 현실에 한바탕 휴식 같은 웃음을 던져보겠다는 의도로 제작된 드라마다. 사실 현실이 고구마다 보니 그것을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시원한 사이다로 풀어보려는 작품도 많고, 차라리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넘어서려는 작품도 있지만, 이렇게 메시지보다는 재미로 똘똘 뭉쳐 웃음 그 자체가 주는 한 시간의 유쾌함을 제공하는 작품 역시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게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 드라마가 소품인 만큼 신인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 이주우, 정인선, 고원희가 그들이다. 아직까지는 시청자들에게 낯선 배우들이지만 첫 회만으로도 이들이 가진 풋풋한 매력과 개성은 이미 전해지고도 남았다. JTBC가 <청춘시대>를 통해 작품으로서도 성공했지만 신인연기자 발굴로서 큰 역할을 해냈던 것처럼, <으라차차 와이키키> 또한 그걸 잇는 드라마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그런데 왜 하필 <으라차차 와이키키>라는 제목일까. 그것은 첫 장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청춘하면 당연히 와이키키 같은 낭만이 먼저 떠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로 다가오는 현실을 담는 것일 게다. 그런 굴욕과 힘겨움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애써 ‘으라차차’ 힘을 내자고 제안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그걸 넘어서보자고. 그것이 어쩌면 청춘의 특권이기도 하니 말이다.(사진:JTBC)

‘황금빛’, 나영희의 결혼승낙 신혜선의 꽃길이 될 것인가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노명희(나영희)가 완강히 반대하던 아들 최도경(박시후)과 서지안(신혜선)의 결혼을 승낙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도경과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가 해성그룹의 자제라는 점이 오히려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지는 서지안이었다. 해성가의 삶을 이미 경험해본 터라 그 집안으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게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랑은 하지만 헤어지려 하는 서지안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최도경도 이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걸 감지한 노양호(김병기) 회장이 서지안의 집을 찾아가 그의 부친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도경은 노양호 회장을 찾아가 자기도 이런 집안에 서지안이 들어오는 게 싫다고 선언했다. 그 역시 홀로 서기 위해 무일푼으로 집을 나와 살아보면서 재벌가의 갑질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부당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그 삶이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어찌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결국 결혼은 하지 않더라도 연애라도 하자고 선언한 최도경과 그러자고 답한 서지안이 시한부 연인으로 사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노명희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미 노양호 회장도 최도경을 포기하려는 느낌을 갖게 된 노명희는 아마도 서지안과 최도경을 결혼으로 엮는 것만이 아들을 다시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을 게다. 

물론 결혼 승낙은 두 사람이 바라는 일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그들이 원하는 삶과는 멀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노명희와 결혼한 최재성(전노민)이다. 그는 평범한 서민으로서 재벌가의 딸인 노명희와 사랑해 결혼했지만 그 결혼생활을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집안에서 거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며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남편으로 살아왔던 것. 

결국 그 삶은 서지안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노명희의 삶이 최도경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서지안과 최도경은 겨우 자립해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가며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노명희의 결혼 승낙은 이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든다.

<황금빛 내 인생>은 ‘황금빛’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삶이 그저 부럽기만 했던 주인공이 그걸 실제 경험하고는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은 삶이라는 걸 깨닫는 드라마다. 그것은 ‘황금빛’의 화려함을 갖고는 있어도 정작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서지안도 최도경도 또 해성그룹의 실제 딸인 서지수(서은수)도 그래서 그 황금빛으로부터 도망쳐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노명희의 제안과 서지안과 최도경이 어떤 선택을 통해 이를 극복해갈 것인가 하는 점은 엔딩을 향해가는 이 드라마가 궁극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서지안과 최도경은 어떤 선택을 할까. ‘황금빛’일까 ‘내 인생’일까. 사실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지만 그 과정은 실로 궁금해진다.(사진:KBS)

'돈꽃' 명작으로 만든 김희원 PD, 특급 드라마 연출자가 나타났다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막장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해 명작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의 범주는 애매모호하다.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만듦새가 엉성해 도무지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드라마를 흔히 막장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저 ‘기업극화’나 ‘복수극’ 혹은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들을 무조건 막장이라는 선입견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막장과 명작으로 가르는 건 결국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또 그 만듦새가 지향하는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돈꽃>이 그 흔한 복수극과 기업 내의 권력 투쟁 같은 흔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이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

<돈꽃>의 완성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김 PD는 여타의 막장 드라마들이 하는 ‘속도’에 대한 강박 같은 걸 애초부터 벗어버렸고, 그래서 느릿느릿 읊조리듯 이어지는 대사들에 대한 집중력을 만들었다. 이 부분은 <돈꽃>이 시청자들을 조금씩 빨려들게 만든 가장 큰 힘이다. 막장드라마들의 경우 그 허술한 개연성을 가리고 자극적인 전개를 앞세우기 위해 빠른 속도의 연출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인물들에 깊게 몰입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꽃>은 아주 천천히 장면들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들이 그 인물의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바로 이점은 시청자들이 꽤 많은 <돈꽃>의 인물들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감정들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대립구도 속에서도 단순 선악구도로 빠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돈꽃>의 연출에서 큰 역할을 한 건 배경음악이다. 조금씩 깔리는 선율의 리듬감은 일관된 연출의 묘를 만들어냈고, 드라마에 비장미를 더해줬다. 자본의 세상에서 좋아 보이기만 하는 행복의 실체가 결국 돈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그래서 이러한 비장미가 더해져 비극의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 현대판 비극이 어쩌면 자본이라는 새로운 신에 의해 축조된 욕망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걸 드라마는 메시지를 통해 보여줬고, 거기서 장중하고 일관된 배경음악은 그걸 드러내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돈꽃>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러한 쉽지 않은 작품을 잘 소화해낸 연기자들의 공이다. 장혁은 자신까지 파괴해가는 복수극으로 비극의 주인공이 전하는 처연함 같은 걸 제대로 표현해냈고, 이미숙과 이순재는 역시 베테랑 연기자로서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만드는 양대 기둥을 세워주었다. 이 바탕 위에서 박세영이나 장승조 같은 젊은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임강성, 박정학 같은 배우들까지 어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촘촘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준 건 역시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지금껏 우리는 드라마가 작가의 작품이라고만 생각해온 경향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작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또 연출자 중에도 몇몇은 작가보다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돈꽃>의 김희원 PD만큼 작품에 있어서 연출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출자는 흔해 보이지 않는다. <돈꽃>이 명작이 된 데 있어서 그의 연출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면이 있다.(사진:김희원 PD, MBC)


‘미스티’, 김남주의 독한 연기가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절박하게 만드는 걸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성공한 앵커 고혜란(김남주)이 처한 만만찮은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치열하게 싸워 여성 앵커로서 성공한 인물이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고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앵커라면 실력과 경륜이 가장 중요할 수 있지만, 방송사가 고려하는 건 오로지 시청률이다. 그래서 당장 시선을 끄는 젊은 기자 한지원(진기주)을 그를 밀어내고 앵커 자리에 앉히려 한다.

고혜란은 앵커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방송사가 어떻게든 인터뷰를 잡으려 하는 케빈 리(고준) 프로골퍼 섭외를 앵커 자리보전을 위한 조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케빈 리를 섭외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려는 그 순간에 오랜 병원생활을 해왔던 엄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결국 병원이 아닌 공항을 선택한다. 엄마 또한 늘 그에게 말했었다. 넌 성공해야 한다고. 그러니 그가 간다고 살아날 수 없는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보다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 

성공을 위해 달려왔고 그렇게 거머쥔 최고의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비정한 고혜란을 남편 강태욱(지진희)은 납득할 수가 없다. 유명한 아내를 위한 마지막 배려로서 자신을 놓아줄 때까지 그냥 묵묵히 각자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그는 그래서 고혜란과는 쇼윈도 부부의 삶을 살아간다. 고혜란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생활에서는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이들과 싸워야 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자신이 기댈 곳은 전혀 없다. 스스로 아이를 지워버릴 정도로 그의 삶은 성공에만 맞춰져 있으니 그런 삶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이 선택한 삶이 점점 추락해가고 있는 걸 느낄 때, 그의 앞에 과거의 연인이었지만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그가 버렸던 케빈 리가 성공한 프로골퍼로서 나타난다. 그것도 보잘 것 없이 살아왔던 그의 여고시절 단짝 서은주(전혜진)의 남편으로. 독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현재 위치를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 고혜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서은주의 존재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과거 자신이 버렸던 케빈 리 역시 은근히 자신을 도발하는 상황은 또 어떻고.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케빈 리를 섭외하고 자꾸만 그와 얽혀들게 되지만.

하지만 고혜란은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지원에게 앵커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가 유혹의 시선을 던지는 케빈 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찍은 사진으로 한지원을 밀어낸다. 그에게 그 사진을 찍어준 기자 윤송이(김수진)는 그를 “독한 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좋다고. 

이건 마치 여성 앵커 버전의 <하얀거탑>을 보는 것만 같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이 병원에서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고 공고히 하기 위해 갖가지 술수들을 다 동원하는 것처럼, 고혜란도 방송국 앵커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자행한다. 심지어 그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 또한 저버리는 단계에 이른다. 도대체 그는 왜 이렇게 절박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방송국 앵커 자리는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유리천정이라고 불린다. 남성 앵커는 나이가 들수록 경륜으로 받아들이지만, 여성 앵커는 나이가 들면 교체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이 앵커만큼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유리천장을 실감하게 하는 직종이 있을까. 그러니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한 년”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여성이라는 성차에 대한 편견까지 공공연한 곳이 바로 거기이니 말이다. 

그래서 <미스티>의 고혜란에게는 그 독한 행보들이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되면서도 동조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렇게 독하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강한 공감이 깔려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10년 전 <하얀거탑>이 성공을 위한 질주와 그로 인한 파국을 통해 개발시대의 가장들의 자화상을 장준혁이라는 캐릭터로 담아냈던 것처럼, <미스티>는 지금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차별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독하게 버텨낼 수밖에 없는 커리어우먼들의 자화상을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로 담아내고 있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김남주는 그래서 고혜란 역할을 연기하는 모습 속에 여성 연기자로서 갖는 정서적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 연기자들 역시 나이 들어갈수록 그 위치를 계속 버텨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현실이다. 젊은 연기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방송은 더더욱 시청률에만 집중하는 현실이니. 김남주의 연기가 <미스티>에서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이러한 캐릭터와 배우 사이에도 존재하는 공감대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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