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웨이’, 송하윤의 눈물과 엄마의 피눈물

“결혼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엎으고 우리 설희 앞에 다신 얼씬대지도 마러라. 그 따우 집구석에 나는 우리 딸 안 보낸다.” 이렇게 적으려던 엄마는 썼던 문자를 지워버리고 다시 적는다. “주만아, 잘 지내지? 본지가 오래 되었구나. 설희가 혼자 돌잔치에 가 있다. 설희가 너를 참 많이 좋아한다. 우리 설희 그저 많이 예뻐해다오.” 본래 쓰려던 문자와 보낸 문자 사이에,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느껴지던 본래 쓰려던 문자는 한껏 정제되고 차분한 문자로 바뀌었다.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진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엄마와 딸은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읽어내는 걸까. 딸 백설희(송하윤)는 엄마가 주만(안재홍)에게 보낸 문자를 읽는 순간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날 낮 예비시댁의 백일잔치에서 종업원처럼 일하던 자신의 모습을 엄마가 봤을 거라는 걸 그녀는 단박에 알아차린다. 한쪽으로 치워져 있던 쓰레기를 엄마가 치워놓았다는 것 역시.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기가 좋아 하는 일이라고는 했지만 그걸 봤을 엄마의 마음이 설희를 눈물 흘리게 한다.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에서 백설희라는 청춘은 지나치게 저자세다.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 고기를 잘라준다. 그녀는 6년 동안이나 남자친구 주만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그 덕에 주만은 홈쇼핑 회사에 들어가 대리를 달고 살아간다. 하지만 백설희는 여전히 주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습관처럼 살아가고, 그것은 그녀의 삶 전체를 저자세로 만들어버린다.

주만은 그녀에게 “네가 모자란 게 뭐가 있냐?”고 질책하며 제발 저자세로 그러지 말라고 한다. 누나네 백일잔치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설희를 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사람들이나 주만의 집안사람들은 설희의 그런 희생에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는다. 늘 그래왔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주만의 집안사람들은 설희가 주만과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도 부정한다. 

그래도 온전히 그녀를 챙겨주고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건 주만이다. 그는 집안 사람들에게 설희를 무시하지 말라고 호통치고, 설희와 결혼을 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아니면 자신은 결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에게 무작정 달려드는 인턴 장예진(표예진)에게 철벽을 치고, 혹여나 이를 신경 쓸 설희를 걱정한다. 

<쌈마이웨이>는 빈부 격차로 인해 태생적으로 스펙이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가지지 못한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멜로로 엮어낸 드라마다. 하지만 그 짠내 나는 현실은 청춘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청춘의 부모들은 그 현실 앞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죄인이 된다. 백설희라는 청춘이 눈물을 흘릴 때, 그걸 바라보는 엄마는 피눈물이 흐른다. 

족발집을 하는 설희네 가게에서 족발을 자르는 남편에게 설희 엄마가 슬쩍 한 마디를 던져본다. “우리 족발집 때려치고 레스토랑이나 하나 할까?” 낮에 백일잔치에서 주만네 집 사람들이 설희네가 족발집을 한다고 한 말이 떠올라서다. 주만에게 선이 들어왔는데 그 집이 레스토랑을 한다는 이야기에 설희 엄마는 괜스레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왜 그러냐는 남편의 물음에 설희 엄마는 말한다. “그냥 설희가 족발집 딸이라는 게 싫어서.” 

힘겨운 청춘들, 어째서 부모가 죄인이 되어야 할까. <쌈마이웨이>가 던지는 질문이다.

'쌈' 박서준·김지원, 갑질 향한 시원한 돌려차기 위해

도둑을 잡았는데 오히려 도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게 한다?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1천만 원 호가의 시계를 훔쳐 나오다 최애라(김지원)에게 발각되자 이 진상 VIP는 자신의 구매능력을 내세워 오히려 큰 소리를 친다. 도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매출을 올려주는 VIP 고객이기에 상사는 도둑 잡은 최애라에게 사죄를 하라고 한다. 돈이면 다 되는 씁쓸한 세상의 한 자락이 그 풍경에 잡힌다.

'쌈마이웨이(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쌈마이웨이>는 그 청춘들이 몸담고 있는 공간이 의미심장하다. 최애라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은 특히 갑질 고객의 행패가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물건이 있고 가격이 매겨져 있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객에 따라 VIP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백화점이란 공간은 자본으로 재구성된 현대판 신분제를 재현하는 곳이다. 

최애라의 더럽혀진 무릎을 보며 분노하는 고동만(박서준)은 “왜 도둑 잡은 애한테 상은 못줄망정 사과를 하라고 하냐”며 소리친다. 아마도 그 분노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범죄행위까지 눈감아주는 자본의 갑질 횡포라니.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위해 나서준 고동만에게 최애라는 오히려 화를 낸다. 당장 월세가 걱정인 그녀지만 얼떨결에 회사를 나오게 된 그녀는 그깟 무릎 꿇는 일이 대수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 속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비참한 처지에 대한 심경이 담겨있다. 

백설희(송하윤)는 홈쇼핑 계약직 상담원이다. 회식자리에서 그녀는 고기를 잘라주느라 정작 자신은 잘 챙겨먹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그걸 도와주기는커녕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심지어 고기를 너무 잘 자르니 앞으로 회식자리에는 꼭 함께 하자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녀는 오래도록 김주만(안재홍)과 사귀며 뒷바라지를 해왔지만 새로 입사한 부잣집 딸 인턴이 자꾸 신경 쓰인다. 김주만에게 애정공세를 쏟는 그녀 앞에서 백설희는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이런 감정은 갑자기 나타나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의사 박무빈(최우식) 앞에 선 최애라도 마찬가지다. 고급 자동차로 그녀를 에스코트 해주고 영화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사주지만 어쩐지 최애라는 그게 너무 불편하다. 어느새 그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그녀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백설희가 느끼는 것처럼 최애라 역시 가진 자들 앞에서 위화감을 느끼며 주눅이 든다. 

사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다고 누가 누구를 함부로 대한다거나,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비교되는 현실은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청춘들에게는 절망감을 주는 일이다. 어쩌다 가진 것에 의해 직업도 나아가 그 사람의 존재의 가치까지도 규정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쌈마이웨이>가 담고 있는 청춘들의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거대한 갑질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고동만이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격투기를 하겠다 마음먹는 대목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응원하게 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짠한 면이 있다. 하필이면 격투기장이라는 설정은 아마도 가진 것 없는 고동만 같은 청춘이 몸뚱어리 하나로 현실과 맞설 수 있는 상황을 이 공간이 잘 표징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어디 격투기장 이라고 해도 이 갑질 현실의 그림자가 없을까. 고동만은 결국 김탁수(김건우)의 교활한 함정에 빠져 오른 링에서 피를 흘리고 무너져 내린다. 

이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 그나마 이 청춘들이 의지하는 건 서로에 대한 마음이다. 고동만은 박무빈을 만나고 다니는 최애라를 걱정하고, 최애라는 링에서 쓰러진 고동만을 보며 마치 자신이 당한 듯 아픈 표정을 짓는다. 백설희는 힘겨운 현실 앞에서도 일편단심 김주만을 믿으려 하고 김주만은 불안해하는 백설희를 꼬옥 안아준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풍경은 짠하면서도 예쁘기 그지없다. 

<쌈마이웨이>의 이 청춘들은 과연 갑질 하는 세상에 속 시원한 ‘돌려차기’를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너무나 거대한 자본의 힘 앞에서 이 청춘들의 한 방은 그다지 힘을 발휘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외침이 주는 공명은 결코 작지 않다. 또한 그렇게 아프기 때문에 서로의 사랑이 공고해지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의 마음도.

‘시카고’, 시청률 아쉬웠어도 더할 나위 없는 수작인 이유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가 종영했다. 물론 시청률은 만족스러울만한 수치가 아니다. <시카고 타자기>는 한때 1%대 시청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평균적으로 2% 시청률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작품의 완성도를 두고 볼 때 <시카고 타자기>는 최근 방영된 어떤 작품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카고 타자기(사진출처:tvN)'

타자기에 깃든 유령 유진오(고경표), 그리고 그 유령이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함께 써나가는 소설, ‘시카고 타자기’. 그리고 그들 사이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지와 사랑으로서 운명처럼 들어와 있는 전설(임수정). 일제강점기라는 전생의 이야기가 2017년 현생의 이야기와 교차되며 어떻게 역사와 기억이 조응하는가를 ‘소설’이라는 틀로 보여준 진수완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 게다가 더할 나위 없는 연기로 이 상상의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한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라는 배우들의 아우라까지. <시카고 타자기>는 한 마디로 더할 나위 없는 수작이었다. 

<시카고 타자기>는 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 집필기로 시작하지만 그 이야기의 끝을 보면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 조국 해방을 위해 싸우다 장렬하게 산화한 청춘들에 보내는 헌사를 담고 있다. 그 소설이 사실은 전생에 독립투사들이었던 자신들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던 것. 당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비극적인 끝을 맞이했던 그들은 통일된 조국의 후생을 기약했고, 그렇게 환생한 이들이 잊혀져 가는 당시 청춘들을 기억해나간다는 설정은 지금 현재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시카고 타자기>는 그래서 일제강점기라는 역사를 현재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역사적 시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들의 아프고 찬란했던 사랑 이야기까지 담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설정의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재미적 요소만큼 의미 또한 남달랐던 작품도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 <시카고 타자기>의 완성도가 높다고 여겨진 건, 이 판타지가 그저 재미를 위한 인위적 설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아가 문학적 상징으로까지 이해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그 안에 전생을 기억해나가고, 유령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소설’을 쓰는 작가의 상상력을 상징화하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었다. 즉 이 작품 전체가 한세주라는 작가가 일제강점기의 청춘들을 상상하며 받은 영감으로 쓴 소설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타자기’라는 소설을 끝내고 그 소설 속에 유진오를 영원히 봉인시킨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소설가들이 자신의 작품 속 인물을 마치 실제 인물처럼 몰입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영감을 주는 인물이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설가 같은 창작자들에게는 마치 신비 체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작품은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었던 것처럼,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을 동시에 묶어냈다. 즉 전생의 삶들은 결국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었지만, 그 비극은 현생의 삶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인 해피엔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카고 타자기>의 종영은 그 느낌이 독특하다.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이 겹쳐져 어딘지 쓸쓸하면서도 위로를 받는 듯한 행복감 또한 그 안에 담겨진다.

되돌아보면 현생과 전생을 넘나드는 청춘 멜로에 소설과 현실을 뛰어넘고, 판타지와 실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내면서 하나의 굵직한 주제의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시카고 타자기>라는 드라마의 탄생은 실로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생과 현생의 인물들을 넘나들며 사실상 1인2역을 해낸 연기자들의 공적 역시 박수 받을 만하다.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그것만으로 평가받는 건 더욱 아쉬운 작품이 바로 <시카고 타자기>였다.

정의 없는 세상, ‘파수꾼’의 판타지가 만들어지는 지점

“니들이 못 잡고 안 잡으니까 내가 대신 잡았잖아!” MBC <파수꾼>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마도 이 조수지(이시영)가 던지는 한 마디 속에 압축되어 있을 것이다. 검찰이 있고 검사가 있지만 그들은 범인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검장의 아들이 조수지의 아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자 검찰은 그 아들을 무혐의로 만드는 것으로 지검장에 줄을 서려 한다. 결국 아이가 희생되자 조수지는 법 정의가 이 사회에서 무력하다는 걸 실감하고 스스로 총을 든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녀가 살인미수로 현상수배범이 되어 쫓기며 살아가는 것이었고, 그 지검장은 검찰총장이 되어 그녀를 더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파수꾼(사진출처:MBC)'

법이 정의의 편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편이라는 걸 담은 드라마들은 꽤 많았다. 대부분의 법정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이런 테마들을 담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수상한 파트너>에서도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이 엉뚱하게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가 남주인공에 의해 가까스로 풀려나지만 그 후로 이 남녀의 미래는 가시밭길이 되어버린다. 법 정의가 진실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가진 자들을 비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생겨난 현실들이다. 

<파수꾼>은 그래서 아예 법 바깥에서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가상조직을 판타지로 그려낸다. 조수지를 끌어들인 이 조직은 장도한(김영광)을 수장으로 서보미(김슬기)와 공경수(키)가 함께 모여 비뚤어진 법 정의를 바로잡는 일을 음지에서 한다. CCTV를 통한 감시와 해킹을 통한 정보 수집 등을 서보미와 공경수가 한다면, 조수지는 몸으로 부딪쳐 임무를 수행하는 행동대원이다. 

그래서 <파수꾼>의 관전 포인트는 시작부터 보여졌던 이시영의 액션이 그 첫 번째다. 오토바이로 자동차를 추격하며 아슬아슬한 액션을 선보이는 이시영의 걸 크러시는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화제가 되는 포인트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드라마가 가진 겉모습일 뿐이다. <파수꾼>이 가진 실제의 힘은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숨겨진 분노와 울분 속에 들어 있다. 

이시영이 연기하는 조수지라는 인물은 딸을 잃는 그 과정을 통해 그 울분을 드러내지만, 시작부터 어딘지 출세에 눈먼 속물 검사처럼 연기를 하고 있는 장도한은 더 큰 분노를 숨긴 채 와신상담하는 중이다. 그는 정의를 향해 직진하려 애쓰는 김은중(김태훈) 검사에게 말한다. “너처럼 하면 절대 저들을 못 잡아.”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장도한은 그래서 검찰 조직 속으로 들어온 언더커버나 마찬가지다. 보통 조폭들 속으로 들어간 형사들의 언더커버가 그려지는 것과 달리, 검찰 조직을 상대로 들어온 검사의 언더커버가 의미하는 건 이 법 정의를 구현해야할 집단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다. 

그래서 <파수꾼>은 법 집행을 하는 검찰과 싸우는 은밀한 조직의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의 사적인 정보들을 캐내고 그것을 통해 협박을 하기도 하는 이 파수꾼들은 그래서 법 바깥에 존재한다. 그것은 거꾸로 말하면 범죄행위가 포함된 사투지만 더 큰 악과 싸우다는 점에서 용인된다. 

어찌 보면 단순한 대결구도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의외로 힘이 세지는 건 지금의 대중들이 느끼는 법에 대한 정서가 이 불씨를 불길로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무수히 쏟아지는 법비들과 싸워나가는 법정드라마들은 돈 없으면 무고해도 죄인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담고 있다. 이들의 액션이 그저 통쾌하기보다는 어딘지 짠하게 다가오는 건 이렇게 해서라도 잠깐이나마 속이라도 풀어보겠다는 정서가 그 안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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