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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추노’의 줄초상이 이해되는 이유 역사가 외면한 낮은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추노’는 왜 그토록 많은 죽음을 보여주었을까. 혜원을 호위하던 백호(데니안), 명나라 출신 여자 자객 윤지(윤지민), 원손을 지키던 궁녀 필순(사현진)의 죽음은 소소한 것이었다. 죽을 때까지 세상을 저주한 천지호(성동일)의 죽음은 시청자들을 가장 안타깝게 했으며, 태하의 심복 한섬(조진웅)의 죽음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본래 죽을 운명이었던 최장군(한정수)과 왕손이(김지석)는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순진하게 ‘노비들의 세상’을 꿈꾸던 개놈이(이두섭)나 끝봉이(조희봉)를 위시한 노비당 인물들은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했다. 업복이(공형진)는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경식(김응수)과 그 분(박기웅)을 죽이고 결국 죽음의 길로 들어섰고, 주인공 대길.. 더보기
'추노'의 혁명, 그 실패가 실패가 아닌 이유 '추노', 역사에 이름 한 줄 없는 그들만의 역사 송태하(오지호)가 석견(김진우)을 구명하기 위해 한밤중 몰래 저자거리에서 봉림대군(이준)을 만나는 장면에서 대길(장혁)은 태하처럼 무릎을 꿇지 않는다. 그저 건들대며 간단한 목례를 할 뿐. 짧은 장면이지만 이 길바닥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추노꾼 대길과 봉림대군의 만남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것은 우리가 사극이라고 하면 늘 봐왔던 그런 풍경, 즉 왕이나 세자 앞에서는 누구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그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봉림대군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그 곳은 대길과 태하가 그를 좇는 철웅(이종혁)과 부하들이 한 판 벌이는 자리로 바뀐다. '추노'는 이처럼 역사 속의 인물을 어둠 저편으로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역사 바깥에 .. 더보기
해피냐 새드냐, 왜 엔딩에만 몰두할까 작품,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은 끝났지만 엔딩에 대한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모른다. '지붕킥'의 엔딩은 실로 파격적인 면이 있다. 지훈(최다니엘), 세경, 정음, 준혁의 얽히고설킨 멜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훈과 세경의 죽음'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죽음'이라는 뉘앙스만으로 '지붕킥'을 그저 새드엔딩이라고만 단정할 수 있을까. 물론 죽음은 슬픈 것이지만, '지붕킥'이 그 죽음을 어떻게 보여줬는가도 중요하다. '지붕킥'은 사고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 사망 사실도 3년이 흐른 후 성장한 정음과 준혁(윤시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주었다.. 더보기
시트콤이라서? 시트콤이어서! '지붕킥'이 열어놓은 시트콤만의 가능성 그 누구도 시트콤을 하위 장르라 내놓고 얘기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시트콤을 보는 시선은 늘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트콤 작가들이 정극으로 빠져나가고, 새로운 작가들도 시트콤에 도전하려 하지 않게 된 건 그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대접받지 못하는 시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을 통해서 시트콤은 더 이상 하위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지 일일극과의 대결에서 거둔 그 대중성 때문만은 아니다. '지붕킥'은 시트콤의 웃음이 힘겨운 현실과 결합해 어떻게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지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우리는 '지붕킥'을 통해 시트콤이 웃음은 물론이고 멜로도 그릴 수 있으며 때론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더보기
막장드라마가 국민드라마? 국민이 막장인가 막장이 국민이 되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폐해 끊임없는 막장 논란을 가져오고 있는 '수상한 삼형제'에 대해 진형욱 PD는 "이 작품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드라마"라고 밝혔다고 한다. 진 PD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작가가 쓰는 드라마"이며 "평범한 위기나 너무나 편안한 일상만 펼쳐진다면 드라마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안내상은 "시청률 40%를 기록하면 국민드라마가 아니냐"며 막장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이 "드라마가 불편한 이야기를 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지금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하늘이시여'는 끊임없는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섰지만 시청률은 40%를 훌쩍 넘어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