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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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찌질한 박혁권의 분노와 그에 대한 동정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4. 17. 17:18
, 연애도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놀라움 첫 연주를 마치고 CCTV 사각지대에서 격렬한 키스를 하다 자칫 무대 밖으로 튀어나올 뻔한 혜인(김희애)과 선재(유아인). 그리고 그 이상한 낌새를 따라 무대 위까지 올라온 혜인의 남편 강준형(박혁권). 그는 거기 어딘가에 분명 혜인과 선재가 밀회를 즐기고 있을 거라는 걸 감지하지만 쉽게 다가가지도 또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못한다. 아내인 혜인과 제자인 선재가 보통 이상의 관계라는 걸 이미 눈치 챈 그지만 화를 내기보다는 한 발 물러선 게 그가 한 일이다. 그는 아내에 대한 사랑보다 ‘자기애’가 더 큰 남자다. 교수로서 번듯한 제자를 하나 키워내는 일이 자신의 그 어떤 것보다 큰 공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사실은 아내의 탈선이 자신에게 고통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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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이라는 복잡한 미로를 즐기는 방법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4. 16. 07:58
, 속도감과 복잡함을 풍부함으로 받아들여야 시작만 하면 누가 누구와 사랑하게 되고 또 누가 그들을 방해하게 될지 그리고 심지어는 결론이 어떻게 날 것인지를 바로 알게 되는 기성의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은 하나의 복잡한 미로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등장하고, 믿었던 인물들은 계속 해서 용의선상으로 올라온다. 그것도 적당한 속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동찬(조승우)의 옷을 입은 자가 수정을 살해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으로 그가 용의자로 몰리지만 그것은 곧 김수현(이보영)이 제시하는 알리바이에 의해 부정된다. 그러자 기동찬은 수정의 살인자로 지목한 자신의 형이 사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증언을 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기동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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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노비 김희애의 '밀회'는 왜 슬플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4. 10. 09:46
의 불륜, 사회극보다 더 신랄한 까닭 “그 사람들 기분 좋게 돈 쓰게 하고 또 돈 벌고 그런 걸 두루 돕는 게 내 일이야. 먹이사슬. 계급 그런 말 들어봤어?” 상류사회에서 혜원(김희애)이 당하는 갑질을 보고는 분노하는 선재(유아인)에게 그녀는 자신이 ‘우아한 노비’라고 말한다. 혜원을 하인처럼 막 대하는 서영우(김혜은)가 제일 꼭대기냐는 선재의 질문에 혜원은 이렇게 말한다. “꼭대기는 그 여자가 아니라 돈이다. 아니구나. 진짜 꼭대기는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마귀.” 도대체 이 마귀란 뭘까. 중년 여인과 청춘 사이에 벌어지는 불륜을 소재로 다루지만 를 단순한 불륜 치정극으로 바라보면 이 작품이 가진 다양한 결들을 놓치게 된다. 혜원이 조금씩 선재에게 허물어지고 결국 그의 품에 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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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감격시대', KBS드라마 왜 이러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4. 3. 17:12
KBS 드라마의 총체적 부실 무엇이 문제일까 KBS 월화드라마 는 시청률이 2.2%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KBS라는 이름에 2.2%라는 시청률은 너무하다. 4% 시청률을 내고 있는 JTBC 에도 밀린다는 건 KBS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는 이것이 라는 작품 하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전작이었던 가 5% 시청률에 머물렀고, 역시 4%, 는 2.9%라는 부진한 시청률을 냈던 경험이 있다. 보편적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KBS에서 2%대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건 사실상 안 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 드라마들은 KBS 드라마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것은 단지 각각의 사안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