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죽어라 노력해도 팽 당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비애

 

'이상하다. 대답은 해주지만 핵심을 자꾸만 교묘하게 비껴가는 대답. 묘한 불친절. 그리고 이쪽은 지나치게 급하다.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입학사정관이면 적어도 갑을관계는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학생 수가 주는 추세라면 오히려 대학 쪽이 더 협조적이어야 하는데 왜.. 왜 자꾸 갑질을 하는 것 같지?’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서현진)은 진학부가 찾아간 한국대 입학사정관에게서 묘한 갑질의 분위기를 읽어낸다. 알고 보니 그 입학사정관은 대치고에서 3년 반을 기간제로 일하다 팽 당한 경험을 한 인물이었다. 정교사 시켜준다고 해서 죽어라 일했는데 결국 그 자리는 도연우(하준)가 차지했다. 그는 기간제 교사가 처한 부당한 현실을 고스란히 겪고는 애꿎은 진학부에 분풀이를 하고 있었던 것.

 

그 사실을 알게 된 고하늘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미 기간제로서 겪는 부당함을 대치고에 오는 날부터 겪어온 그였다. 채용비리에 대한 오해까지 뒤집어쓴 그는 그래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를 챙겨줬던 기간제 교사 송지선(권소현)이 송영태(박지환)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기간제라는 게 학생들에게 밝혀지자 그만 두는 사건을 겪었다.

 

송지선은 떠나면서도 고하늘을 걱정하며 쪽지를 남겼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이 아닌 사람 없다.’ 그 짧은 쪽지 안에 그가 얼마나 잡초처럼 짓밟혔는가가 느껴진다. 그래도 그는 새로 온 기간제 교사 고하늘을 모두가 낙하산이라며 백안시할 때 꽃으로 바라봐 준 인물이었다.

 

<블랙독>이 그리고 있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은 부당하기 이를 데 없다. 6년 간이나 대치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지내고 있는 지해원(유민규)은 하루하루의 삶이 지옥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정교사가 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버텨왔지만 고하늘이 오자 그는 불안감을 느낀다. 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복도 청소를 자청하는 걸 본 박성순(라미란)이 “선생님이 있어야할 곳은 이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절실함은 무엇이든 하고야 말 기세다.

 

마침 시험문제 오답 문제가 터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되자 자구책으로 ‘심화반 부활’ 카드를 꺼내든다. 결국 상위권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한 편법인 심화반은 맡게 되면 거의 야근을 해야되는 힘겨운 일이지만 그건 오히려 기간제 교사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 일이기도 했다. 지해원은 자신이 심화반을 맡고 싶다 나서지만 결정권자인 송영태는 고하늘을 지목한다. 항상 대립하는 박성순(라미란)이 이끄는 진학부를 흔들면서 동시에 문수호 교무부장의 친인척인 고하늘을 자신 밑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노림수다.

 

고하늘은 자신을 잘 대해준 진학부 사람들과 박성순을 위해서도 또 공평한 공부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심화반을 맡는 일이 어딘가 잘못됐다 여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교사라는 현실은 그를 갈등하게 만든다. 주변 동료 교사를 생각하고, 또 학생들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게 기간제 교사의 현실이라는 걸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블랙독>은 보면 볼수록 어째서 이렇게 부당한 처우를 받는 기간제 교사를 법이 허용하고 있는가가 궁금해진다. 적어도 몇 년을 복무하면 정교사가 되게 해주는 게 합당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몇 년을 일하고도 팽 당할 수밖에 없는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그 누가 학생들을 위해 진정한 교육에 열성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자신의 생존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니 말이다.

 

박성순은 그런 고민에 빠진 고하늘에게 “학생들에게는 다 똑같은 선생님”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그리 위안이 될 지는 의문이다. 제도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잘못된 현실을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서 감내하라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블랙독>이 꼬집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스토브리그’ 파괴력의 원천은 그 리더십에 있다

 

매회가 쫀쫀하다. 스토리에 빈 구석이 없고 버릴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스토리를 200%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와 연출이 있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다 보면 작금의 달라진 드라마의 성공방정식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공방정식의 정점은 야구라는 구체적인 세계에서 가져온 리얼한 이야기를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건 백승수(남궁민)라는 개혁가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다.

 

<스토브리그>가 주목되는 건 현실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다. 그 스토리는 당연히 철저한 취재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이 작품을 쓴 이신화 작가는 꽤 오래도록 사전 취재를 했다고 한다. 공개된 자문위원만 18명에 이른단다. 물론 실제 자문을 받은 인물들은 더 많았을 게다. 야구라는 특정 전문적 영역을 다루면서 정확한 사전 정보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꼼꼼한 취재 덕분인지 <스토브리그>는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기도 하는 리얼한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다루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첫 번째 스토리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를 다뤘고, 두 번째 스토리는 스카우트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다뤘다. 그리고 세 번째 스토리는 용병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그 과정에서 병역을 기피하고 미국으로 귀화해 스타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부상으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선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취재를 통해 가져온 야구계에서 벌어지는 사건 소재들을 작가가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프로야구 팀 드림즈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야구드라마이면서 동시에 오피스드라마에 가깝다. 야구를 잘 아는 시청자들은 좀 더 깊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지만, 모르는 시청자라도 보편적인 오피스드라마로 충분히 즐길 수 있게 구성해 놓았다.

 

오피스드라마의 관점으로 보면 작가가 이 야구소재의 드라마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건드리려는 의도가 역력히 드러난다. 백승수(남궁민)라는 새로운 단장이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에 부임해 개혁을 통해 팀을 성장시키는 이야기. 부진한 성적은 단지 선수들의 실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가 굴러가는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 때문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있다. 백승수라는 시스템 개혁가는 그래서 우리네 사회의 어떤 조직에서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현실과 리더십을 담아낸다.

 

백승수라는 리더십에 대해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건, 우리네 사회 현실에서 느껴지는 고질적 병폐들에 대한 개혁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드림즈라는 팀 안을 들여다보면 임동규(조한선) 같은 팀 전체가 아닌 개인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선수도 있고, 고세혁(이준혁) 같은 스카웃 비리를 저지르는 팀장도 있다. 구단주의 조카인 권경민(오정세)은 적자가 누적된 팀을 은밀하게 해체시키려 한다. 이철민 수석코치(김민상)와 최용구 투수코치(손광업)는 팀을 위해 화합하기보다는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파벌싸움의 각을 세운다. 이러니 잘 될 턱이 없다.

 

드림즈를 우리네 사회나 특정 집단의 축소판으로 본다면 이 드라마는 어째서 그 사회나 집단이 바람직한 모습을 갖지 못하는가를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단장이라는 그 위치에서 공정한 시선으로 문제를 들여다보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판관의 역할을 하는 백승수는 그래서 우리네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존재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최근 들어 검찰 개혁이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건 그런 시스템의 병폐를 이제는 일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벌 없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리와 데이터로서 설득해가며 시스템을 개혁하는 존재로서의 백승수. 그 리더십에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사진:SBS)

‘블랙독’이 그리는 기간제 교사의 답답한 현실

 

과연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은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을 보다보면 <미생>의 장그래가 학교로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교사와 기간제로 선이 그어져 있는 대치고등학교. 고하늘은 전혀 몰랐지만 이 학교에 삼촌 문수호(정해균)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채용비리를 의심받는다. 함께 들어간 기간제 교사들은 그래서 고하늘에게 편견어린 시선을 던지며 그를 따돌림 한다. 기간제 교사라는 위치 자체가 미생이지만, 그들 속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는 ‘블랙독(색이 검다는 이유로 꺼려지는 유기견)’의 처지가 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교사로서의 학교생활도 만만찮다. 교과 파트너가 된 김이분(조선주)은 대치고 교사들이 모두가 꺼려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덜컥 고하늘이 그 파트너가 된 것. 전화로 오라가라 명령하는 김이분은 노골적으로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으려 한다. 고하늘이 만든 수업자료들을 마치 자신이 양보라도 하듯 공유하자고 하고, 그렇게 갈취(?)한 수업 PPT와 자료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수업한다. 고하늘은 함께 수업자료들을 준비하자고 제안하지만 김이분은 그럴 생각이 없다.

 

그걸 보다 못한 같은 진학과의 도연우(하준) 선생이 고하늘에게 김이분과 대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건 만든 사람만 알 수 있는 PPT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는 것이었다. 교과 내용 정리야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자기만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해 만든 PPT 자료는 만든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김이분은 활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김이분은 고하늘에게 대놓고 갑질을 시작하지만 고하늘은 이런 분란의 피해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거라는 걸 알고는 김이분에게 자료까지 공유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이렇게 고하늘에게 빨대를 꽂아 공개수업까지 잘 끝낸 김이분을 교감이 모를 리가 없었다. 교감은 고하늘과 김이분을 함께 불러 같이 자료를 만든 게 맞냐고 물었고, 고하늘은 맞다고 말함으로써 김이분을 놀라게 했다. 김이분 역시 이 상황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개과천선했다. 고하늘과 오히려 가까워졌고 그와 함께 수업준비를 해나갔다.

 

하지만 고하늘이 처한 기간제라는 처지는 늘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고하늘은 1년 계약으로 뽑혔지만 한 교사가 다음 학기에 돌아오게 되어 반 학기만 계약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기간제와 정교사는 노는 물이 다르다며 선을 긋는 송영태(박지환)가 교내 방송으로 수업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들을 불러 모으는 만행을 저지르자 이를 견디지 못한 송지선(권소현) 선생이 학교를 떠나버리고 고하늘은 1년 계약을 하게 된다. 고하늘은 떠나간 송지선이 말한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이 가슴에 박힌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간제 교사는 1년을 넘어가는 수업 계획조차 잡을 수 없는 처지다.

 

<블랙독>은 학교를 소재로 다루는 많은 드라마들이 초점을 맞춰왔던 학생이나 부모가 아닌 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도 일반 정교사가 아니라 기간제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박성순(라미란)이 상심해있는 고하늘에게 “학생들에게는 정교사나 기간제나 다 똑같은 교사”라고 말해주지만 그게 진정으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위로가 될까 싶다.

 

<블랙독>은 물론 중간 중간 자그마한 판타지들을 던져주지만, 전반적으로는 기간제 교사의 무거운 현실을 다루고 있다. 또 입시 교육 앞에서 치열하게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의 현실 또한 그려진다. 그들은 학원가에서 거액의 연봉을 얘기하며 스카웃 제안이 오지만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너무 적나라한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우리네 사회가 가진 정직원과 계약직 직원 사이의 차별을 그대로 그려낸다. 워낙 무거운 주제여서인지 드라마 역시 무겁고 사이다 판타지를 섣부르게 던지기보다는 고구마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과연 고하늘은 미생을 벗어나 언제쯤 웃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의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은 그가 웃을 날만을 기다리게 만들고 있다.(사진:tvN)

'검사내전', 같은 이야기도 스토리텔링이 다르면 

 

전국구 연쇄 사기범 검거. 물론 액수가 수백억에 달하는 사기지만 그간 드라마에서 피가 튀고 시체가 넘쳐나던 사건들을 무수히 봐왔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평범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평범한 소재가 저 마다의 검사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들이 더해지고, 이야기 구성이 달라지자 쫀쫀한 맛을 낸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이 그리는 독특한 세계의 특징이다.

 

사건은 단 하루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입에 거품을 물고 진영지청에서 119 앰블런스에 실리고 그 곳에 모여든 형사2부 사람들의 면면들이 먼저 소개된다. 잔뜩 당황한 김정우(전성우)와 낭패한 얼굴이 역력한 차명주(정려원), 놀라서 달려오는 조민호(이성재)와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지는 홍종학(김광규) 그리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의아해하는 이선웅(이선균).

 

그리고 이야기는 이들이 그날 하루 겪었던 저마다의 사연들로 풀어내진다.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진 홍종학은 보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이선웅과 차명주를 수석으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조민호에게 지적을 당하고는 그 스트레스로 위경련 증세를 일으킨다. 어떻게든 화해를 시키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한 아주머니가 쓰러지는 사건이 터지자 조민호 부장검사가 줄 스트레스에 결국 쓰러져버린다.

 

김정우는 마치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부터 스튜어디스와의 소개팅 약속이 잡혔고 맡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도 의외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 내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게다가 차명주가 자신을 자기 팀에서 함께 일했으면 하는 뜻을 전하며 “능력 있다”는 얘기를 연거푸 들은 김정우는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건 한 불쌍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뒤집어졌다. 아들이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비행기표를 끊어놨는데 명의를 준 게 문제가 되어 내려진 수배령 때문에 출국을 못한다고 울며 애원하는 아주머니. 결국 소개팅 약속 때문에 일시 수배령을 풀어주기로 했지만 덜컥 차명주에게 붙잡혀 다시 사무실로 돌아오게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차명주의 그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태도는 의외로 이 아주머니가 전국구 연쇄 사기범이었다는 걸 밝혀내게 된다. 그는 이 연쇄사기범을 검거하게 되면 포상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까지 상상했지만 거기서 의외의 일이 벌어진다. 연쇄 사기범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진 것. 혹여나 사망하기라도 하면 그건 검찰의 과잉 압박수사로 오히려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이선웅은 그 연쇄 사기범이 하이타이를 입에 물고 거품을 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된다.

 

소재로만 보면 이 이야기는 연쇄 사기범이 해외 출국을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 하에 진영지청을 찾아와 연기로 수배를 풀려다 덜미를 잡힌 사건이다. 그런데 이 다소 평범해 보이는 사건을 형사2부 사람들이 그 날 가졌던 저마다의 사연을 덧붙이고 그 구성을 극적으로 꾸며내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2부의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내부적으로는 이선웅이나 차명주처럼 서로 으르렁대기도 하고, 홍종학처럼 제대로 관리를 못해 위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며, 김정우처럼 사건 그 자체보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사생활을 중요시해도 결국 모두의 협업으로 사건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저마다의 감정과 욕망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우리네 사회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검사내전>이 흥미로운 건 거대한 사건들이 아니라 우리네 가까이서 벌어질만한 사건들을 다루고 또 그걸 해결해가는 검사들 역시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아니라 마치 샐러리맨 같은 일상적 직업군으로 그려내고 있어서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해결하는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그런 사건들 역시 보통의 평범한 검사들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이뤄지는 공조로 해결되는 이야기. 바로 이 지점이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부분이 아닐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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