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진짜 소중한 걸 잃어버린 이상윤

 

“한 순간의 감정으로 한 세상을 잃었어. 네가 뭘 잃었는지 몰라?”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박성준(이상윤)의 엄마 한숙영(정애리)은 그렇게 말한다. 아들이 부사장의 딸 하유리(표예진)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걸 털어놓자, 한숙영은 그런 일이 아들에게 또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자신 역시 내연녀로서 아들을 낳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한 때의 엇나간 욕망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만드는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성준은 과연 하유리를 사랑했던 것일까.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이자 자기연민이었다는 건 아내 나정선(장나라)이 행사 도중 사고로 다쳤을 때 단박에 드러난다. 나정선이 쓰러지자 그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놀라 행사도 뒤로 한 채 하유리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를 병원으로 옮겼고, 꼬박 나정선을 지켰다. 그는 순간 알았을 게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는지를.

 

하유리 역시 조금씩 흔들린다. 박성준과의 부적절한 만남이 점점 힘겨워지고 그가 여전히 나정선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를 통해 확인하고 더더욱 흔들린다. 게다가 행사 중 VIP 중 한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걸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과연 박성준의 이런 행동과 하유리의 이런 흔들림이 말해주는 건 뭘까. 이들은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어쩌면 자기연민에 빠져 그걸 사랑이라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VIP>는 이러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일의 세계에서의 진정한 성공 또한 묻는다. 박성준은 하재웅 부사장(박성근)의 내연녀들과 차명계좌를 관리하면서 그 인맥으로 이사 자리까지 오르지만 그것은 과연 진정한 성공이었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사내 정치와 인맥을 통해 갖게 된 자리. 그것 역시 그의 허망한 욕망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사랑과 성공에 대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평범하지만 저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제시된다. 부모덕에 명품으로 치장하며 살아왔지만 사업이 망한 후 명품들을 모두 처분하고 옥탑방으로 이사 오게 된 이현아(이청아)는 그런 자신을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하고 응원하는 차진호(정준원)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는 과거 성공에 목말라하다 배도일(장혁진)에게 성추행당할 뻔한 일을 겪지만, 이를 폭로하고 새 삶을 선택한다.

 

육아 때문에 번번이 휴직을 하다 만년사원이 된 송미나(곽선영)는 어떻게든 승진하기 위해 배도일의 엇나간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그건 오히려 그를 더 힘겨운 늪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남편 이병훈(이재원)은 아내를 위해 진짜 남편 역할을 함으로써 관계는 회복된다. 성공은 아니지만 그들은 사랑으로 행복해진다.

 

VIP라는 수직적 세계에서 저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그 욕망이 저들의 삶을 뿌리째 쥐고 있지만 저들은 그것이 사랑이자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보통의 샐러리맨들도 그 세계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고, 그렇게 되면 막연한 사랑이나 성공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허망한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박성준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신의 진짜 소중한 ‘세상’을 잃어버린다.

 

“네가 처음 정선이 데리고 왔을 때 참 다행이다 싶었어. 정선이가 바르고 고운 아이라 그렇긴 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어. 그 애가 너의 세상이 되어준 것 같아 그래서 그랬어. 이 아이라면 네가 나처럼 허공에 뜬 삶이 아니라 땅에 제대로 뿌리박고 살 수 있겠다 싶어서 그게 참 좋았어.” 한숙영의 이 말은 박성준이 하고 있는 사랑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들이 그저 허망한 신기루라는 걸 잘 말해준다. 저 멀리 있는 VIP라는 막연한 신기루를 향하는 삶. 정적 가까이 있는 진짜 VIP는 못 보는 바보 같은 삶.(사진:SBS)

‘스토브리그’를 끌고 나가는 남궁민의 연기 전략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등장인물이 꽤 많다. 드림즈라는 프로야구 꼴찌팀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프런트의 이야기. 그러니 당연히 프런트의 구단주나 사장은 물론이고 스카웃팀, 운영팀, 전력분석팀, 홍보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드림즈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들까지 더해지고, 상대팀까지 겹쳐지면 인물구성은 굉장히 복잡해진다. 본래 야구라는 경기 자체가 다양한 인물들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니 이를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의 인물 구성도 복잡해질 밖에.

 

게다가 <스토브리그>는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한 발 더 들어가 다루는 드라마라 야구를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진입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스토브리그>는 애초부터 제작진이 장담했던 대로 야구를 몰라도 충분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어째서 이렇게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런 편안한 몰입이 가능한 걸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건 드라마의 중심에 서 있는 백승수(남궁민)라는 신임 단장의 역할이다. 백승수는 씨름팀 같은 타 종목의 단장을 여러 차례 지낸 바 있지만 야구는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 드림즈에 들어왔을 때 코치진들은 은근히 그를 얕보기도 했다. 야구를 잘 모르니 자신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백승수는 야구는 잘 몰라도 스포츠팀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효과적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드림즈에 오자마자 팀 내에 이미 존재하는 코치진들 사이의 파벌을 감지하고 이들이 감독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도 간파한다. 백승수는 그들의 파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대신 경쟁을 하려면 야구로 하라고 한다. 정치가 아니라. 그들의 경쟁심을 팀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다.

 

그리고 곧바로 모두가 신뢰하고 지지하는 드림즈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프랜차이즈 선수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 시키려는 놀라운 선택을 한다. 코치진들은 물론이고 모든 프런트들이 반대하지만 그는 임동규를 트레이드시켜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을 통해 설명한다. 성적이 가장 좋게 수치로는 나오고 있지만 팀 내 기여도는 낮다는 것. 결국 팀의 승패가 중요한 시점에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한계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임동규가 가진 상업적 위치 때문에 트레이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과거 임동규와의 불화 때문에 바이킹스로 이적해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강두기 투수(하도권)를 데려올 거라 말함으로서 뜻을 관철시킨다.

 

이처럼 <스토브리그>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인물구성과 낯설 수 있는 야구라는 스포츠의 세계를 백승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움으로써 해결해나간다. 그 역시 야구라는 세계가 낯설지만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스토브리그>가 그리는 이야기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새로운 에피소드로 등장한 스카웃팀 고세혁 팀장(이준혁)과 양원섭(윤병희) 중 누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가를 두고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그 중심은 백승수가 끌고 간다. 그는 양측 모두를 의심하면서 차분하게 조사에 임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렇게 극을 이끌어가는 백승수를 연기하는 남궁민의 전략이다. 남궁민은 이 인물이 일에 있어서 냉철하고 많은 것들을 데이터와 사실 확인을 통해 처리하는 캐릭터라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작은 단서에 휘둘리기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확실한 데이터가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래서 남궁민이 연기하는 백승수의 늘 무감한 표정은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든다. 도대체 저 인물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궁금증을 증폭시킨 채 입을 다물고 감정 표현도 하지 않은 채 있는 사이, 프런트와 코치진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입장과 감정들을 마구 끄집어낸다. 그러니 점점 더 백승수라는 단장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는 이런 복잡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결국 남궁민은 그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그가 그 생각을 풀어내는 그 순간은 의외로 통쾌한 느낌마저 드는 건 그 궁금증이 비등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를 보면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저 백승수라는 인물처럼 연기에 있어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나오는 작품이 잘 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사진:SBS)

‘싸패다’, 다이어리 하나로 이런 다양한 상황 전개라니

 

애초에는 우스꽝스런 코미디인 줄 알았다. 물론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고 그를 추적하는 경찰이 나오는 범죄 수사물의 색깔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워낙 육동식(윤시윤)이라는 인물이 가진 코믹한 설정이 웃음을 먼저 자아내게 했기 때문이다.

 

진짜 살인마 서인우(박성훈)가 노숙자를 살해하려던 현장에서 그 살인마의 일기장을 얻어 도망치던 중 심보경(정인선) 경장이 몰던 경찰차에 부딪쳐 기억을 상실한 육동식이 깨어난 후 그 일기장 때문에 자신이 싸이코패스라 착각하는 그 상황이 어찌 웃기지 않을 수 있을까. 늘 호구로 불렸던 육동식은 자신이 싸이코패스라 착각하면서 그를 핍박했던 회사 상사들이나 길거리 깡패들 앞에서도 의외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하지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그런 코미디로 끝날 드라마가 아니었다. 육동식의 행동에 흥미를 느낀 진짜 살인마이자 그의 회사 상사인 서인우 이사가 점점 그에게 접근하고, 심보경은 사건 수사 중 머리를 다쳐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된 아버지가 자신이 추적하는 ‘포식자 살인마’라는 사실에 조금씩 접근해간다.

 

육동식은 자신이 싸이코패스답지 않게 두려움에 떨고 연민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포식자 살인마’가 바로 자신이라고 착각한다. 다이어리에 적힌 피해자들의 신상이 심보경 경장이 수사를 통해 찾아낸 피해자들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포식자 살인마를 자처하는 모방범죄자가 등장하고 연쇄살인을 수사하던 전담팀은 그를 잡아 사건을 종결시킨다. 하지만 육동식도 심보경도 그게 진짜 연쇄살인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이야기는 이제 연쇄살인범인 서인우가 육동식과 심보경의 아버지의 정체를 알아차림으로써 본격적인 스릴러로 흘러간다. 서인우는 육동식이 스스로를 연쇄살인범이라고 착각하는 걸 이용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들을 모두 그에게 뒤집어씌우는 작업에 들어간다. 자신의 정체를 알아채고 협박하는 전직 형사 박무석(한수현)을 마치 육동식이 제거한 것처럼 꾸미려 한다. 서인우가 계획한 대로, 육동식은 박무석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 착각하고 죽이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쉽지가 않다. 하지만 실랑이 끝에 박무석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자 육동식은 패닉 상태가 되어버린다.

 

생각해보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다이어리 하나로 인해 생겨난 코믹하면서도 심장 쫄깃한 스릴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작은 사건을 통해 끝없이 새로운 상황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흥미롭다. 기억을 잃은 채 싸이코패스의 다이어리가 자신의 것이라 착각해 스스로 연쇄살인범이라고 생각하는 육동식의 이야기는, 진짜 연쇄살인범 서인우가 그의 정체를 알아채가는 과정을 담고 그에게 모든 살인을 뒤집어씌우려는 방향으로 커져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심보경의 수사에 육동식이 점점 마음을 졸이게 되고 결국 심보경도 그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까지. 그 전개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코미디와 스릴러를 적절히 엮어 놓은 장점은 이런 웃기면서도 심장 쫄깃해지는 반전 스릴러를 가능하게 해준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진지해지면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한 몰입이 어려웠을 수 있지만, 적당히 코미디로 눌러줌으로써 황당한 상황을 오히려 더 긴장감 있게 끌고 갈 수 있게 된 것.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그런 점에서 보면 장르물과 코미디의 퓨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사진:tvN)

'VIP'가 그리는 두 개의 세계, 어느 쪽이 이길까

 

SBS 월화드라마 <VIP>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계속 부딪친다. 처음 그 부딪침은 나정선(장나라)과 박성준(이상윤)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듯 보이는 부부 사이에서 시작했다. 박성준의 불륜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그 불륜 사실이 밝혀지고 그 대상이 박성준의 라인인 하재웅(박성근) 부사장의 숨겨진 딸이자 VIP 전담팀에 갑자기 막내로 들어온 온유리(표예진)라는 게 드러나면서 그 사적인 대결구도는 공적인 대결로 이어진다.

 

온유리가 하루아침에 하유리가 되면서 성운백화점 재벌가, 즉 VIP의 딸이 되면서 전담팀의 서열 구도가 능력이나 경력이 아닌 혈연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면서다. 부사장이 공공연하게 하유리를 딸이라 공표하고, 성운백화점 재벌가에서도 그를 집안사람으로 받아들이면서 하유리도 조금씩 변한다. 급기야 부사장이 그 힘으로 하유리를 덜컥 과장 승진시켜버리자 노력해서 성공하려는 보통의 샐러리맨들은 커다란 허탈감에 빠진다.

 

물론 <VIP>는 사회생활을 하는 남성과 여성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대결구도 또한 담아놓은 면이 있다. 하재웅 부사장과 박성준 라인이 가진 권력구도는 새로 부임해온 하태영(박지영) 사장과 나정선과의 가시적인 남녀 대결을 보여주고, 송미나(곽선영)와 이현아(이청아)가 자신들을 성추행한 배도일(장혁진) 이사를 미투 폭로로 내모는 그 과정에서도 남녀의 대결구도는 분명히 보인다. 여기서 나정선-이현아-송미나-강지영(이진희)은 하나의 여성들의 연대가 되어 서로를 돕는다.

 

그렇지만 <VIP>가 무조건적인 남녀 성별 대결구도를 그리는 건 아니었다. 거기에는 송미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려 노력하는 남편 이병훈(이재원)과 이현아를 응원하는 차진호(정준원) 그리고 은근히 나정선을 걱정해주는 마상우(신재하) 같은 남성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 등장한 하태영 사장은 여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권력의 의지가 더 큰 인물이다. 그래서 이 대결구도는 남녀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당한 노력으로 그만한 대가를 얻으며 성취하려는 보통의 정상적인 인물군들과, 부정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낙하산 인사를 하고 권력의 힘을 이용해 약자들에게 갑질하는 비정상적인 인물군들의 대결이다.

 

하재웅 부사장과 박성준의 검은 네트워크가 그걸 대변한다. 하재웅의 내연녀와 차명계좌를 박성준이 관리하고, 그런 내밀한 관계로 박성준이 이사가 되는 그 과정은 이른바 ‘VIP’라는 특정 인물군들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부정이 저질러지고 그런 결탁을 통해 성공을 거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여전히 박성준 밑에서 차장으로 일해 왔고 심지어 지방발령까지 갈 위기에 몰렸던 나정선의 고군분투는 시청자들을 그 분노에 공감하게 만든다. 그는 남편이 이제 대놓고 불륜을 하고 있다는 걸 보면서도 사내의 복잡한 관계에 얽혀 오히려 벼랑 끝에 서 있게 된 상황이다. 부사장이 아예 초 VIP들을 위한 팀을 따로 꾸려 박성준과 자신의 딸 하유리를 그 팀에 넣고 VIP 전담팀을 와해시키려 하자, 나정선은 하태영에게 블랙다이아몬드 클럽을 운영하자며 박성준 팀과 TF팀을 구성한다. 부정한 방식으로 사내 권력을 쥐려는 저들과 나정선이 본격적으로 대결하기 시작하는 것.

 

하유리가 하루아침에 과장 승진을 하는 모습은 육아 때문에 만년 사원으로 승진을 못한 채 심지어 사내 갑질에 성추행까지 당하며 이제는 퇴사를 고민하는 송미나와 대비된다. 저들은 별 다른 노력 없이도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내에서 승진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뛰고 또 뛰는 송미나가 그런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구도다.

 

드라마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혈연과 어두운 관계로 이어져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들과 오로지 노력을 통해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으려 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게 되는 이들이 가진 두 세계의 부딪침을 그린다. 거기에는 역시 두 개의 너무나 다른 의미를 가진 VIP들이 있다. 혈연과 어두운 관계로 이어진 이들의 세계에는 부정한 일들조차 처리해주고 받들어지는 VIP들이 존재한다. 한편 보통의 삶에서는 저들의 갑질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는 남편이나 남자친구 혹은 회사동료 같은 진정한 의미의 VIP(아주 중요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VIP>는 이 서로 다른 인물군들을 대비함으로써 어느 쪽이 진짜 VIP인가를 질문하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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