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3’의 즉흥성에 성큼 우리 옆으로 온 음악

 

풍경만 봐도 이게 실화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이태리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포지타노 전망대. 레몬의 마을에서 레모네이드를 한 컵씩 마신 JTBC <비긴어게인3>의 가수들은 갑자기 흥이 오른다. 수현의 제안으로 부르게 된 박혜경의 ‘레몬 트리’. 하림의 우쿨렐레 연주가 전부지만 거기에 맞춰 경쾌하게 부르는 수현의 노래에 박정현이 화음까지 맞춰주자 모두의 어깨가 들썩거린다.

 

사전에 계획된 무대도 아니고 또 사전에 준비한 곡도 아니었지만 오순도순 모여 개다리춤까지 춰가며 부르는 노래는 그 어떤 화려한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보다 더 흥겹다. 역시 준비해 온 관객들도 아닌 행인들이 이들의 노래를 듣고는 발길을 멈추고, 어떤 이들은 그 노래를 카메라에 담는다. 순간 음악은 성큼 우리 옆으로 다가온다. 마치 보이지 않던 어떤 선 저편에서 경계를 넘어 바로 우리 옆으로.

 

그 곳에서 작은 버스킹을 마치고 차로 라벨로를 찾아가는 길, 좁은 해안도로로 밀리는 차들 때문에 지쳐갈 즈음, 수현이 문득 라벨로를 담아 즉석에서 우쿨렐레 곡을 만들어 부른다. 언덕길 위에 있는 라벨로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와서 영감을 얻어갔던 곳으로 유명한 곳. 여유로운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광장에서 악기세팅을 시작하자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박수갈채로 노래를 부추긴다.

 

흥겨운 곡으로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갑자기 난입한 꼬마들의 흥겹고 귀여운 춤은 그 어떤 무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음악의 의외성을 더해준다. 갑자기 꾸려진 무대에서 불리는 노래들이지만 가수들과 관객들은 순식간에 흥겨운 노래로 하나가 된다. 낯선 가요들에도 호응해주는 이태리 사람들. 그 곳을 찾았던 이들에게는 이역만리에서 날아온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어쩌면 앞으로도 좀체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테다.

 

라벨로에서 아말피 해변으로 내려와 어둑어둑해진 바닷가에서 부르는 노래는 <비긴어게인3>만이 보여줄 수 있는 즉흥성과 현장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모래사장 위에서 수현이 부르는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는 아름다운 아말피 바다와 어우러져 기막힌 조화를 만든다. 마치 그 ‘아틀란티스 소녀’가 수현이 된 듯.

 

헨리가 부르는 미발매곡 ‘I LUV U’ 역시 그 아말피 해변의 밤풍경과 어우러져 그 절절함이 더해지고, 김필과 박정현이 듀엣으로 처음 입을 맞춘 프랭크 시나트라와 낸시 시나트라가 부른 ‘Something stupid’는 너무 긴장한 김필이 가사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곡이 가진 풋풋함 같은 것이 더 묻어난다.

 

도대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고, 오히려 불완전하기까지 한 <비긴어게인3>의 음악들의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사로잡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우리가 너무 완벽한 음향시설이 갖춰진 무대 위나 스튜디오에서 부르는 노래들을 듣다보니 조금은 멀게 만 느껴졌던 음악이 성큼성큼 우리 곁으로 걸어오는 듯한 느낌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의 진가가 아닐까. 숭배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귀를 간지럽히는 그런 노래들. 진짜 음악이란 이런 게 아니었던가.(사진:JTBC)

염정아부터 정우성까지 화려한 출연진... 하지만 너무 익숙한 형식

 

tvN 예능 <삼시세끼> 산촌편은 출연자들의 면면이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남성 출연자들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프로그램에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을 투입했다. 염정아와 윤세아는 JTBC <스카이캐슬>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고 여기에 척 봐도 싹싹하고 귀여운 막내 박소담이 더해졌다. 어딘지 허당기가 엿보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염정아와 다정다감하고 유쾌한 윤세아 그리고 어리지만 의외로 이 시골살이가 더 익숙해 보이는 박소담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이번 <삼시세끼> 산촌편을 떠나기 전 사전 미팅 자리에서 나영석 PD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기획의도’를 강조했다. 그건 이 곳에서 나는 작물들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해먹는다는 그 취지를 이번 편에서는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도회적인 방식의 요리나 식사는 잠시 접어두라는 나영석 PD의 은근한 엄포(?)다.

 

세 명 중 그나마(?) 요리를 하는 염정아가 메인셰프가 되었지만, 이 산골집에서 아궁이도 직접 만들고 솥을 걸어 불을 피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주부9단이라도 허둥대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식재료들을 텃밭에서 직접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솥밥에 콩나물국을 끓여먹으려던 식단은 만들면서 콩나물밥에 이상하게도 매운탕 맛이 나는 된장찌개(혹은 국)로 변신한다.

 

불 하나 피우는 일이 어렵고, 솥단지를 세워 요리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도 금세 익숙해진다. 염정아는 반나절만에 자신이 마치 그 곳에서 오래 산 사람처럼 밥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감자를 잔뜩 캐와 부쳐 먹고 삶아먹고, 야채들을 가져와 즉석에서 겉절이를 무쳐 먹는 맛은 비가 촉촉한 산골 풍경과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허기(정신적 허기까지)를 돋운다. 저런 곳에서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으로 전날 남은 밥을 볶아 만든 볶음밥을 쌈으로 싸먹는 아침도 식욕을 돋운다. 박소담이 좋아하는 계란국은 속은 뜨듯하게 데워준다. 실로 <삼시세끼>의 본래 취지에 맞는 그림들이 나온다. 모난 인물 하나 없이 모두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끼니를 챙겨먹는 풍경. 하지만 처음 당황했던 상황에서 금세 적응해 너무 척척 잘 맞아 돌아가는 세 사람의 모습은 프로그램으로 보면 다소 심심하게 다가온다.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삼시세끼>는 지금껏 ‘아무 것도 안하고 세 끼만 챙겨먹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안에 인물들끼리의 툭탁거림이나 투덜댐이 예능적 재미를 부여했던 프로그램이다. 이서진은 계속 투덜댔고, 심지어 이 프로그램은 망했다고 선언했던 인물이고, 유해진과 차승원은 살가우면서도 툭탁대는 부부케미를 보여줬다. 아직 진면목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은 이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화로운’ 정경을 보여준다.

 

그 어딘지 심심함을 나영석 PD가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래서 슬슬 고기반찬으로 유혹해 감자 한 상자에 1만5천원을 쳐주겠다며 노동을 부추긴다. 이렇게 키워낸 욕망은 향후 장터에서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줄 것이고, 거기서 사온 재료들이 식단 또한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서둘러 정우성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투입한다. 정우성의 등장은 프로그램 초반부의 심심함을 한방에 날려버리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놓는다.

 

<삼시세끼>를 워낙 다양한 버전으로 다양한 인물들과 해왔기 때문인지 나영석 PD는 캐스팅부터 과정까지 능수능란하게 어떤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이번 편에서 염정아와 윤세아 그리고 박소담이라는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흡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여러 번 반복되어 갖게 된 익숙함과 능숙함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난적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런 자연이 주는 힐링의 시간들을 그간의 <삼시세끼>를 통해 익숙하게 경험해왔다. 그래서 인물은 바뀌었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삼시세끼>는 여전히 재밌다. 하지만 그 반응은 예전만큼 100%의 호평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건 어쩌면 나영석 PD가 지금 처한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싶다. 그는 이제 베테랑이고 자기만의 세계를 확고히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너무 익숙한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재밌지만 앞으로도 계속 더 재밌어지려면 나영석 PD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보인다.(사진:tvN)

‘골목식당’, 식당 선정의 중요성 새삼 느낀 여름 특집

 

만일 이게 드라마라면 이런 막장도 없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 특집으로 다시 찾은 이대 백반집. 이 프로그램이 처음 찾아간 골목이 바로 그 곳이고, 거기서 특히 백종원이 마음을 썼던 집이 바로 그 집이다. 하지만 고집 센 주인아주머니와 음식대결까지 벌여가면서 솔루션을 줬던 백종원은 다시 찾은 그 집의 ‘참상’을 보고 분노와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불시에 백종원이 찾아가자 이대 백반집 아주머니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넉살 좋게 변명을 늘어놓는 아주머니는 이미 백종원이 찾기 전 몰래 그 곳 상황을 비밀요원(?)들이 찾아가 촬영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맛이 없다는 손님에게 “백종원 음식이 원래 짜고 맵고 하다”며 자신들이 그래서 더 낫게 바꿨다고 말하는 사장 내외의 모습. 게다가 해준 적도 없는 닭백숙과 김치찌개 레시피를 백종원으로부터 받았다 거짓말까지 하며 장사하는 모습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었다.

 

그 사실도 모른 채 거짓말을 늘어놓는 백반집 아주머니가 찾은 손님들의 음식을 할 동안, 백종원은 냉장고를 들여다보고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 잔뜩 쌓여 있는 뚝배기들. 미리 양념들을 담아놓은 그 뚝배기들은 과거 백종원이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던 일들을 이들이 버젓이 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게 쌓여있는 뚝배기가 무려 57개. 하루에 다 소진된다고 백반집 아주머니는 애써 변명했지만 그건 사실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렇게 남겨진 재고가 다음날 누군가에게 팔리고 있었다는 얘기다.

 

백종원은 “마음이 다쳤다”고 말했다. 왜 그렇지 않을까. 자신이 특히 신경을 쓰고 마음을 썼던 가게가 그런 진심은 몰라주고 기본도 지키지 않은 채 자기 이름을 팔아 장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백종원의 분노를 옆에서 지켜보던 백반집 아저씨는 결국 백종원에게 “잘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백종원도 지금껏 방송에서 단 한 번도 보인 바 없던 눈물을 흘렸다. 그건 아마 속상함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백반집 아주머니는 엉뚱한 농담을 늘어놓았다. 매출이 늘어 빚을 갚고 살도 쪘다는 것. 백종원이 어떤 심경일지 안다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매출이 어떻게 해서 늘게 되었던 건가. 그건 그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고, 백종원이라는 이름값에 방송의 힘을 빌어서 얻은 결과가 아닌가. 결국 이들은 백종원과 방송을 이용해 거짓장사를 한 것이고, 손님들을 피해를 입은 것이며 나아가 백종원이 말하듯 힘들어도 이 방송을 보며 어떤 희망을 가지려하는 사람들의 꿈마저 꺾어버린 것이다.

 

이번 여름 특집은 ‘재점검’이라고는 했지만 포상의 의미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 프로그램이 가게 선정을 하는 일이 이제는 더 중요해졌다는 걸 보여줬다. 이대 백반집은 물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백종원도 그렇게 하라 신신당부하며 여름 특집을 마무리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찜찜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포방터 시장의 늘 손님 생각을 우선으로 하는 돈가스집이나 개과천선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홍탁집 같은 가게들은 충분히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주는 곳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대 백반집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의미 없는 방송 낭비에 재능 낭비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이 받은 수혜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게다. 더 성실히 노력하면서도 힘겹게 버텨내는 다른 가게들이 있다는 걸 제작진은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이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이야기 중에는 패턴화된 부분이 생겼다. 이른바 뒷목 잡는 빌런이 등장하고, 분노하는 백종원과 그럼에도 솔루션을 줘 개과천선하는 가게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패턴화된 이야기는 자칫 막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 자극은 물론 시청률을 올리지만, 지나친 막장의 반복은 아예 시청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사진:SBS)

‘캠핑클럽’, 이들의 캠핑여행에 우리도 동승하게 되는 이유

 

새벽 경주 화랑의 언덕에 해가 떠오른다. 너무 예쁜 모습에 이진은 한참 꿈나라에 있는 옥주현과 성유리도 그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번은 보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옆에 있던 이효리가 말한다. “애들도 때가 되면 보겠지. 다 때가 있는 거 아니겠어?”

 

JTBC 예능 <캠핑클럽> 캠핑 4일 차, 해돋이를 보며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이효리는 아마도 이 캠핑여행을 오기 전부터 이들과 하고팠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모양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먼저 꺼내 보인다. “너는 어떻게 잘 다 받아줘? 잘 이해하고?”

 

이효리가 불쑥 던지는 그 말은 이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도 불편할 때가 많지만 고맙고 미안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말로 내놓지 않았지만 싫다는 내색을 늘 표정에 드러내며 했다는 것. 그걸 받아줬던 멤버들이 고마웠다며 그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이진은 조용히 눈을 훔친다. 왜 우냐고 웃다가 이효리도 전염된 듯 눈이 촉촉해진다.

 

이진은 갑자기 “어제도 미안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말투가 직선적이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자 이효리는 이제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며 이진과 함께 핑클 시절을 회고한다. 이진은 “유리는 챙겨주고 싶고 주현이한테는 기대고 싶다”며 이효리에게는 여기 오기 전에는 잘 몰랐다고 말한다. 자신과 이렇게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는. 21년 만에 알게 된 동질감에 공감하며 두 사람은 미소 짓는다.

 

이효리는 그간 말하지 못하고 풀리지 못했던 ‘응어리’가 있다며 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너무 달랐던 그들. 이효리는 세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데 자신만 빠져 있는 상황을 느끼며 “내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게다. 이효리는 자신이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실제로 그는 캠핑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고 요가를 하고 불을 피워 차를 마시고 혼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다. 다른 멤버들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달라진 점도 있다. 그것은 해돋이를 함께 보고 있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같이 일어나 준 이진이 있었고, 그와 함께 있어 좋았던 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여기 오기 전까지 “너네가 날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아마도 자신이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했다. 이진은 다만 함께 이렇게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전날 낮에도 경주의 어느 피맥집에서 그들은 핑클 시절 각자 다른 것에 대해서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들을 이야기했었다. 성유리는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캠핑클럽>은 어쩌면 한때 핑클로 지냈던 멤버 네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여행을 담아내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저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캠핑클럽>이 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건네는 남다른 위로와 위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때 치열했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어느 새 나이 들어 “그때는 왜 그랬을까”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누구나 겪기 마련인 늘 미숙해서 미안하고 후회됐던 관계에 대한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는 그것이 응어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질.

 

어느 새벽 해돋이 앞에서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에 우리가 깊이 빠져드는 건, 저마다 개성이 강해 부딪치기도 했던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 갖고 있었다는 걸 확인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발견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캠핑클럽>은 저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아픔도 오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풀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해가 져도 다시 뜨는 것처럼.(사진:JTBC)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