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굳이 유재석 모르는 사람을 찾아 나선 까닭

 

우리나라에 과연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미션 자체가 되지 않을 이 질문이 <무한도전>에서는 굉장한 흥미를 자극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시상식에서 대상만 무려 14번을 받은 그가 아닌가. 그만큼 방송에서 맹활약한 인물이고 인지도로만 치면 아마도 국내에서 손을 꼽을 만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늘 그렇듯이 농담처럼 툭 던져진 이 궁금증을 <무한도전>은 제대로 된 하나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출연자 모두가 거리로 나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을 찾고, 만약 찾게 되면 그 즉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내놓은 것. 빨리 찾게 되면 금세 퇴근할 수 있다는 보상이 따르지만, 그건 또한 당사자에게는 커다란 굴욕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웃을 수도 또 울 수도 없는 상황을 포착하는 것이 이번 아이템이 갖고 있던 웃음의 포인트였다.

 

하하와 함께 미션에 나선 최민용은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회고하며 지나는 행인들에게 하하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너무나 쉽게 하하를 모르는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한 어르신이 하하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 연예인으로서 너무 일찍 굴욕을 맛본 하하를 최민용이 짐짓 안타까워하며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향해 그가 하하라는 걸 외치는 장면은 고개 숙인 하하와 함께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재석은 마침 하루 쉬는 날이었던 김종민을 불러 함께 미션을 수행했다. 옷차림을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로 차려입고 나선 유재석은 김종민을 저승사자라 부르며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 도깨비 신부를 찾아 가슴에 꽂힌 칼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부제를 붙여 놓은 이 미션은 그래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도깨비>의 콘셉트를 엮어 더 깨알 같은 재미요소들을 추가했다.

 

<12>10년째 전국을 여행해온 김종민은 하필 쉬는 날 이런 미션을 함께 하게 된 것에 투덜대기도 하고, 유재석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는 퇴근 욕심을 드러내며 웃음을 안겼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이미 <12>에서 갔던 강원도 두메산골까지 들어가 유재석의 이름을 묻는 이 미션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황당해 했다.

 

이 미션의 백미는 한 시골에 사는 91세 할머니를 만나면서였다 KBS1TV만 본다는 할머니는 유재석을 듣도 보도 못한 일반인 취급 했고, 게다가 그다지 호감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대신 함께 갔던 김종민을 알아보고 그가 웃는 상이라며 대놓고 호감을 드러냈다. 졸지에 울상이 되어버린 유재석은 김종민에게 인지도에서 눌리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그 상황에서 유재석은 초심을 떠올렸다. 과거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그토록 노력하던 시기가 있었다며 이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다닌다니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것.

 

사실 굉장히 단순하고 소소한 미션이지만 의외로 <무한도전>은 이런 미션들에서 깨알 같은 재미들을 만들어낼 때가 더 많다. 유재석이 그를 모르는 산골 어르신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큰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그로 하여금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아니면 아이템 자체가 되기 힘든 미션이다. 그 정도 되는 인지도이기 때문에 두메산골까지 가서 비로소 찾아낸 유재석 모르는 할머니가 굉장한 흥밋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 유재석의 막강한 존재감을 오히려 더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나 싶다

<썰전>, 비상식적 현실 유시민의 상식을 만나면

 

국정감사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끝나고도 대책회의도 안했다는 건 놀고먹었다는 거다.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유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그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부인했던 조윤선 장관의 청문회 이야기를 하면서다. 사실 유시민이 말한 대로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말이 납득되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이런 중차대한 문건이 나돌고 있다는데 문화부 장관이라는 직책에서 그 존재 자체를 몰랐다? 유시민은 그것이 놀고먹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썰전(사진출처:JTBC)'

촛불민심을 소크라테스에 비유해 논란을 낳은 서석구 변호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유시민 작가는 명쾌한 상식으로 맞섰다. 소크라테스의 비유는 직접 민주주의의 의사결정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경고하는 사례로 흔히 사용되는데, 이번 탄핵의 경우에는 이런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것. 탄핵에는 엄연히 헌법재판소의 심사가 있는데, 서석구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헌법재판관들이 군중심리에 좌지우지되는 사람들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은 법과 절차에 따라 법리적으로 심의할거다. 거기다 대고 이렇게 말하면 우리를 군중심리에 떠밀려 갈 사람으로 보는거야?’라며 반감을 살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추론이다.

 

또한 서석구 변호사가 거론한 촛불집회에서 “(대통령 퇴진곡을 만든) 윤민석이란 사람은 김일성 찬양 노래로 감옥 갔다 온 사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시민 작가는 사실관계를 재차 명확히 했다. “윤민석씨가 국보법 위반으로 재판에 간 적 있지만 김일성 찬양 노래는 서석구 변호사의 주장일 뿐이라는 것.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와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의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이런 저런 말들은 사실 대중들을 혼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나름의 그럴 듯한 논리들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중들을 미혹시키는 말들은 사실 한 발만 물러나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말 자체가 부적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유시민 작가가 그 말들이 가진 허점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상식을 들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건 그래서다. 엉뚱한 논리는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면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관계 역시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유시민은 이를 명쾌하게 정리해냈다.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 유시민은 한국을 뭘로 보는 거냐. 자기네가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끼리 협의 하면 온 국민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일본의 태도가 지극히 부적절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10억 엔을 내놨다는 건 저들이 잘못한 게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돈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과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

 

여기에 대해서는 전원책 변호사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합의란 걸 했다. 그런데 무슨 권리로 하냐. 박근혜 정부나 당시 서명한 윤병세 장관, 이병기 비서실장이 어떤 권리로 합의했는지 국회가 따져봐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할머니가 당사자다. 이분들이 위임해준 적이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걸 했냐는 거다. 법률적으로 무효다.”라고 그는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이 한일 문제에 있어서 망각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그는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가면서 치렀던 학살을 잊을 수 있어서 한민족 공동체가 성립됐던 것처럼 망각 없이는 공동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전제는 진정한 사과라는 걸 명확히 했다.

 

유시민 작가가 갖가지 복잡해 보이는 시사적인 사안들을 갖고 와도 명쾌하게 그것들의 진상을 드러내주는 방식은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다. 지극히 보편타당한 상식과 논리가 그것이다. 바로 이 점은 아마도 대중들이 유시민 작가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게다. 좋은 세상이 대단한 어떤 것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며, 상식만 지켜도 보다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 대중들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11년 달려왔는데 7주 정도야

 

MBC <무한도전>이 정규방송 대신 2달 간 레전드편을 재편집해 내보내기로 결정하면서 김태호PD는 굳이 휴식이 아닌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건 이 레전드편이 나가는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쉬는 게 아니라 회의를 하고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태호 PD는 이 기간을 통해 “<무한도전> 본연의 색깔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휴식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한 데는 또한 김태호 PD가 지금 현재 <무한도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시각도 들어있다고 보인다. ‘정상화라는 말은 사실상 지금의 <무한도전>비정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색깔을 찾겠다는 말에도 현재의 <무한도전>이 본연의 색깔을 잃었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무한도전>의 팬이라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내용이다. 무려 11년이다. 11년 동안 단 한 주도 빼놓지 않고 갖가지 도전들을 해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에 비해 <무한도전>은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다. 다른 예능이 한 번 촬영해서 내보낼 분량을 <무한도전>은 추가 촬영을 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이려 노력했고, 또 시의성을 맞추려 애써왔다. 그러니 한 주에 며칠을 <무한도전>에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여기에 매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돌아가는 기계도 쉬지 않고 11년을 돌리면 삐걱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에는 잠시 멈춰서 기계를 재점검하고 기름도 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처해 새로운 부품을 고민해보는 그런 시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멈춤 없이 달려가는 건 수명을 줄이는 일이다. 그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그저 달리기만 했다는 것.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김태호 PD는 강연에서나 혹은 SNS를 통해 에둘러 이런 심경을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건 방송사의 입장도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입장 또한 고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청자들이나 팬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하다. 사실 김태호 PDSNS 등을 통한 심경 토로가 나올 때마다 팬들의 입장은 분명하게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는 입장을 거듭 보여 왔었다. 레전드편을 재편집해서 대신 내보내라는 의견도 이미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대안 중 하나였다. 그러니 굳이 정상화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팬들은 말한다. 쉬어도 된다고. 11년 동안이나 달리고 또 달려왔는데 고작 7주를 쉬지 못하겠냐고.

 

<무한도전>이 갖는 휴지기의 열매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올 거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것은 또한 시청자들도 잠시 멈춰서 그간의 <무한도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매 주 해왔던 그 도전들이 그냥 때 되면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고,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온 한 걸음 한 걸음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시간

<씬스틸러> 김신영,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울려도 되나. 연기자인 이한위는 마치 코미디언처럼 웃기는 반면, 웃길 것 같던 개그우먼 김신영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다니. SBS <씬스틸러>에서 김신영이 하는 할머니 연기를 보던 출연자들은 그 뭉클함에 눈물을 흘렸다. 대본 없이 만들어진 즉석 연기에서 생겨난 돌발 상황이다.

 

'씬스틸러(사진출처:SBS)'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상황을 슬쩍 가져온 이 즉석 연기에서 김신영은 진짜 할머니에 빙의된 듯, 상대역인 이준혁을 살뜰히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여전히 수줍은 듯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힘겨웠던 젊은 날들을 회고했다. 연실 입에 붙은 듯한 죄송합니다미안합니다라는 습관적인 말 속에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녀의 살아온 삶들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이가 시원찮다며 거부하는 오돌뼈를 짓궂게도 이준혁이 씹어서 수저에 담아 건네자 김신영은 진짜 그 상황에 몰입한 듯 그걸 받아 씹었다. 그건 이준혁이 즉석 연기를 통해 그녀를 당황시키려 했던 것이지만 김신영의 스스럼없는 모습은 오히려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웃음을 기대하던 장면들은 차츰 진지해져갔고, 이준혁의 프로포즈는 이규한이 아들로 깜짝 등장해 사실은 치매를 앓는 김신영에게 수천 번 반복해왔던 것으로 드러나며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즉석연기가 끝나고 나서도 김신영은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이규한은 꼭 안아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김신영으로 하여금 이토록 이 할머니 연기에 몰입하게 한 것일까. 그녀는 분장을 할 때 문득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점점 자신의 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기를 통해 자신의 할머니에 더더욱 몰입하게 됐던 것. 김신영의 이 즉석연기는 연기가 흉내 내기의 차원을 넘어서 진심을 담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씬스틸러>가 연기라는 영역을 예능으로 가져올 때 먼저 떠올리게 된 건 과거 <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의 부활이었다. 그래서 여기 출연하는 연기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즉석 연기 상황을 통해 웃음을 전달하려는 강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파일럿 때부터 출연했던 황석정이나 이번에 출연한 이한위도 순간적으로 던지는 애드립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점이 그렇다. 이건 물론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을 주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씬스틸러><헤이 헤이 헤이> 같은 콩트 코미디와 다른 점은 그 연기가 단지 웃음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김신영이 보여준 것처럼 진심을 담은 즉석 연기는 웃음의 차원을 뛰어넘어 어떤 감동까지도 선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웃음에만 포인트를 맞춤으로써 자칫 축소될 수 있던 다양한 연기의 세계를 좀 더 열어 놓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 역시 웃음에 대한 강박을 버린 지 오래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신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씬스틸러>에서 시청자들을 울리는 김신영의 연기와 시청자들을 웃기는 이한위의 연기가 동시에 보여질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으로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 김신영. <씬스틸러>에 이만큼 고마운 존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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