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표 쿡방 왜 파괴력 있나 했더니

 

우리한테는 백종원이라는 작가가 있는 셈입니다.” tvN <집밥 백선생>이 단 몇 회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연출자인 고민구 PD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작가들은 따로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생각이 소재 선택이나 구성에 있어 가장 큰 잣대가 된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얘기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은 단 6회 만에 5.67%(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찍었다. 2%대에서 시작해 한 회마다 1%씩 계속 상승 중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여기서 머물 것 같지 않은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입소문을 타고 남자들은 물론이고 가정주부들에게까지 화요일 밤이면 <집밥 백선생>의 특급 레시피를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집밥 백선생>이 그저 그런 쿡방의 하나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백종원이 대세이긴 대세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의 백종원과 올리브TV <한식대첩>의 백종원과는 다른 면면이 <집밥 백선생>에는 있다.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소통의 신이고 <한식대첩>에서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지만 <집밥 백선생>에서는 특이한 요리철학을 가진 요리사다. 지극히 대중적인 마인드를 가진.

 

백종원이 너무나 친 대중적이라는 건 <집밥 백선생>이 지금껏 매회 해왔던 요리들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김치를 이용한 김치전과 김치찌개, 돼지고기, 밥 반찬, 카레, 된장. 정말 특별한 게 하나도 없는 요리들이다. 누구나 냉장고만 열면 늘 준비되어 있는 식재료들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은 <집밥 백선생>의 시청층이 거의 모든 가정을 포괄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만일 양장피니 이름도 부르기 힘든 이태리 파스타 요리니 그것도 아니면 아예 창작된 퓨전요리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집밥 백선생>만큼의 대중적인 호응을 얻어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흔하고 대중적인 재료와 요리를 선보이면서 자기만의 요리 꿀팁을 얹어주는 건 백종원표 쿡방이 그토록 파괴력이 있는 이유다. 그는 김치전을 만들 때 슬쩍 참치를 넣으면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맛은 훨씬 좋다고 말해주고, 김치찌개를 끓일 때 먼저 돼지고기를 물에 넣고 끓이면 기본 이상은 한다고 말한다. 또 밥 반찬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만능간장을 소개하고, 카레를 맛있게 만들려면 오래도록 양파를 볶으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 흔해 보이는 된장찌개도 무와 쇠고기를 볶아 끓이면 더 깊은 맛이 난다는 팁을 준다.

 

사실 이런 팁은 엄마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들이다. 많은 경험이 묻어나다 보니 알게 된 것들. 소소해 보여도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우리가 만드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만드는 이유들이다. 백종원이 입만 열면 하는 말이 쉽죠?” “간단하죠?” “.” 같은 말이라는 걸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요리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며, 작은 팁과 경험 그리고 상상력이 있다면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

 

<집밥 백선생>의 파괴력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그가 말한 된장찌개와 노각무침의 노하우들은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가고, 각 가정에서는 그걸 그저 보고 지나치는 방송이 아니라 한 번씩 해보는 경험을 쌓아간다. 방송에 대한 충성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저 시청하는 것으로만 소비되는 쿡방과 시청 후 직접 그대로 요리를 해보는 쿡방은 대중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저들의 요리가 아니라 나의 요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밥 백선생>의 다음 요리는 국수라고 한다. 여름철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 이런 음식의 선정은 당연히 백종원의 선택일 것이다. 이미 음식 선정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 백종원이 <집밥 백선생>의 가장 큰 작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우리의 저녁 메뉴까지 바꿔버린 <집밥 백선생>의 파괴력. 거기에는 요리 무식자도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를 통해 요리의 대중화를 선언한 백종원이 있다



강균성, 노래, 예능, 강연까지 못하는 게 없는 남자

 

강균성을 주목시킨 건 그의 특별한 성대모사였다. <라디오스타>에서도 <무한도전>에서도 강균성은 틈틈이 자신만이 가진 과장된 성대모사를 통해 그 존재감을 보였다. 그것은 목소리와 표현력의 결합이었다.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을 할 때는 그래서 그가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의 연기를 통해 쏟아져 나와 감정 기복 많은 다중이의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캐릭터 플레이고 성대모사라는 개인기였다. 과거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능의 한 지분을 가져가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관찰카메라의 시대다. 그런 연기적인 요소보다 더 중요한 건 진짜 그 사람의 인성이나 가치관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SBS <썸남썸녀>를 통해 조금씩 보여지는 그의 진면목은 이 예능 새내기가 꽤 괜찮은 확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썸남썸녀>는 일찍부터 그가 함께 지내게 된 출연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의 독특한 연애학개론을 선보인 바 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사뭇 고루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혼전순결같은 이야기를 자기만의 확고한 가치기준을 통해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은 우습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꽤 진지한 그의 진짜 모습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 그가 대학에서 청춘들 앞에 연애에 대한 강연을 하는 모습은 의외로 신선했다. 썸에서 연애로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칠판에 적어 놓은 후, 결혼을 전제한 만남이 왜 진정한 만남이 될 수 있는가를 설파하는 모습은 실로 고루하기는커녕 파격적이면서도 진지했다. 그 강연 내용은 사실상 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실제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그가 강연을 통해 반드시 그래야 한다가 아니라 그런 삶의 방향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는 건 중요한 대목이다. 그것은 그가 꽤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며 또한 그렇다고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강균성의 연애학 개론을 듣고 난 후 <썸남썸녀>가 그와 최희와의 데이트를 보여준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강균성은 어찌 보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빠라는 호칭을 의도적으로 쓰며 친근함을 보이는 최희에게 그는 또박또박 존칭을 사용했고, 선을 넘기 보다는 늘 예의를 차리는 쪽이었다. 그건 거리감을 느껴지게 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연애학 개론을 이미 들은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그의 그런 말과 행동이 자신만의 가치관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과정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만큼 순수함을 지켜내려는 노력에서 강균성이라는 인물의 내면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었던 것.

 

노을의 보컬로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갖고 있는데다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끼와 개인기는 물론이고 이제는 리얼 예능이 드러내기 마련인 진면목의 매력까지. 강균성은 확실히 많은 가능성을 가진 예능 새내기임이 분명하다. 이러니 <무한도전>도 식스맨으로 그를 눈독 들였을 테고.



<냉장고> 맹기용 논란, 끝없이 제기되는 까닭

 

이번엔 레시피 도용 논란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맹기용을 출연시킨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첫 출연에서부터 줄곧 제기되어온 자격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가지치기를 해가는 형국이다. 그는 연달아 2연승을 거뒀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영 곱지만은 않다. 항간에는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건 이 문제가 맹기용의 문제에서 점점 프로그램의 문제로 커져가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냉장고를 부탁해(사진출처:JTBC)'

호사다마(好事多魔). 현재의 <냉장고를 부탁해>에 딱 어울리는 얘기다. 가장 잘 나가던 그 시점에 맹기용이 출연하면서부터 이런 논란을 반복해서 겪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초반에 간단히 진압될 수 있는 논란이었다. 처음 맹기용 출연에 대해 대중들이 불편함을 드러냈을 때 그걸 선선히 수용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맹기용에 대한 예의를 거론하며 계속 방송을 내보냈다.

 

문제는 이것이 맹기용 본인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일 처음 만든 맹모닝논란으로 조기 퇴진되고 그것을 맹기용 자신도 선선히 받아들였다면 그건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 강행은 이미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맹기용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는 그를 두둔하는 셰프들의 이야기까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번 오징어를 이용해 만든 소시지, 이른바 오시지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 대한 써니의 리액션이나 셰프들의 반응 하나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맹기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 때문에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레시피 도용이라는 문제제기 역시 사실 <냉장고를 부탁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즉 이 프로그램은 <한식대첩>이 아니다. 경합 자체보다는 15분 만에 한정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보이는 일이 중요한 것. 어딘가 있는 레시피를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터지는 건 맹기용에 대해 대중들이 갈수록 불편한 시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엄친아 이미지와 짧은 요리 기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방송과 광고에 입성한 이미지는 이런 불편함을 더욱 크게 만든 요인들이다. 맹기용은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어찌 보면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대중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존재처럼 인식됐다는 점이다.

 

이건 캐스팅 논란에 가깝다. 그러니 방송을 통해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제작진 입장에서는 대중들의 이런 반응이 의외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볼 권리를 시청자가 가진 만큼, 시청자들을 보지 않을 권리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맹기용은 이런 시선 속에서는 열심히 하고 또 대결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콘텐츠로 승부해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그 어떤 쿡방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이 프로그램을 주목시켰고 거기 출연한 셰프들 또한 스타덤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좋은 콘텐츠와 함께 필요한 건 소통능력이다. 소통의 부재는 작은 일도 크게 만든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를 통해 겪은 것처럼



'1박' 문근영, 진짜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란

 

근영아 내가 너 이렇게 만들려고 부른 거 아냐.” 김주혁은 생각 외로 너무나 <12>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근영에게 그렇게 말했다. 문근영에게서는 <12>의 이 모든 상황들이 즐겁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미션을 들을 때면 누구보다 집중해서 룰을 이해하려 했고, 복불복 게임을 할 때는 몸을 사리는 법이 없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은근 식탐을 보이는 문근영은 다음 미션을 성공할 시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보며 아 맛있겠다. 근데 다 술 안주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누를 타고 먼 거리를 가서 음식이름이 적힌 푯말을 가져오는 미션에서는 남달리 단련된(?) 체력을 보여주며 마치 조정경기 선수나 된 것처럼 쉬지 않고 노를 저었다. 심지어 그녀는 시간이 남는다며 다시 한 번 그 먼 곳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승부욕 또한 넘쳐났다. ‘노래자랑 선곡 쟁탈전에서 의자 뺏기게임을 하면서 문근영은 의외의 괴력(?)을 보여줬다. 그 운 좋다는 정준영을 일찌감치 엉덩이로 밀어내버린 그녀는 신지도 밀어내고 결국은 여유 있게 우승을 했다. 의외의 승부욕과 힘을 갖고 있는 그녀지만 표정은 늘 수줍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련의 모습에서 문근영에게 느껴지는 건 진짜 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늘 방에만 콕 박혀 지낸다는 그녀였다. 하긴 가까운 슈퍼에 가는 것도 그녀를 알아보는 이들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을 거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순식간에 국민 여동생이 되었던 그녀. 그러니 그 한참 놀 나이에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단발머리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자기가 자기 손으로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미용실에 가서 다듬어달라고 했다는 것. 머리 하나 자르는 것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12>은 진짜 처음 공개적으로 하게 된 놀이가 아닐 수 없었다.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모습에 보는 이들까지 흐뭇해진 건 그래서다.

 

그런데 <프로듀사>의 효과일까. 마침 <12>이 기획한 여자 사람 친구 특집또한 달라보였다. 문근영에게서는 <프로듀사>에서 <12>에 출연했던 신디가 떠올랐다. 어쩐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복불복 미션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나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이 <프로듀사>의 신디라는 인물과 자꾸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밝고 활기찬 모습만큼 그 뒤에 숨겨져 있을, 적은 나이에도 결코 적지 않을 아픔 같은 것이 느껴졌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문근영의 모습이 주는 짠함. 오죽하면 <12>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나마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일까.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이나 쓸쓸함이라니.

 

<프로듀사> 신디라는 캐릭터를 통해 슬쩍 들여다본 아이돌의 삶은 그래서인지 <12>에 출연한 여자사람들에게서 어떤 페이소스 같은 걸 느끼게 만들었다. 이것은 아마도 <12>이라는 프로그램이 늘 즐거움을 주면서도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어떤 애잔함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이건 연예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현지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나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가끔씩 너무 열심히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으로 느껴지는 훈훈함과 애잔함. 큰 웃음 속에서도 느껴지는 이런 정서가 <12>을 자꾸 들여다보게 만드는 진짜 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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