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3> 일진설이 담고 있는 복잡한 딜레마

 

<K팝스타3> 첫 방은 나쁘지 않았다. 기대감을 충분히 만들어주는 참가자들이 꽤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스타3>의 시청자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이 기대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대신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건 첫 방에 출연해 심사위원의 극찬을 받았던 한 참가자에 대한 비난 글들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까.

 

'K팝스타3(사진출처:SBS)'

이 모든 상황의 시작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K팝스타 ○○○ 정말 화가 납니다라는 글에서 비롯되었다. 이 글에 의하면 이 참가자는 과거 수업을 방해하고, 행실이 불량했으며,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자신의 친구를 모아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때리거나, 심지어 손목에 자해를 한 뒤 그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진이었다는 것.

 

물론 이것은 아직까지 그 진상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 끊임없이 그녀의 일진설을 입증하는 내용이라며 무수히 많은 증거들과 그녀가 일진으로 했던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행적들이 열거되어 있지만 그것은 역시 아직까지는 에 불과하다. 당사자 혹은 <K팝스타3> 제작진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 결과의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의 속성 상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논란은 거의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서 극찬을 받았던 출연자이기 때문에 논란이 제기된 내용은 더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것은 누구나 민감하게 생각하는 일진’, ‘왕따’, ‘집단 괴롭힘같은 사안들이 아닌가. 따라서 누리꾼들의 분노는 클 수밖에 없고 해당 출연자의 하차요구 또한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항간에는 이번 사태를 과거 일진 미화 논란을 일으켰던 <송포유>와 비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비교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K팝스타3><송포유>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송포유>의 경우는 거기 출연하는 아이들의 과거 행적을 이미 알고 있는 제작진이 대처하고 배려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K팝스타3>는 전혀 그럴 수 없었다는 점이다. 노래를 중심으로 예비가수를 뽑는 오디션에서 출연자들을 100% 검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며 오히려 출연자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 건 제작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K팝스타3> 제작진은 이렇다 할 해명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걸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K팝스타3>는 적어도 공정한 룰에 의해 합격과 탈락이 결정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과거의 행적이 어떻든, 그래서 대중정서가 심지어 험악하다고 해도 그것을 이유로 강제하차를 시키는 것은 스스로 룰을 깨는 일이 된다.

 

즉 과거의 행적이 문제가 되어 하차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차시키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의 사유는 단지 가창실력과 가능성에만 있지 않다. 요즘처럼 연예계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상황 속에서 어쩌면 실력이나 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 관리 능력이나 윤리의식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이 이것을 고려해서 이번 논란의 참가자를 판단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좋지 않은 과거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하차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과거를 가진 많은 참가자들을 우리는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출연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었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과거가 어떻든 현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그들 참가자들의 오디션 과정을 허용하기도 했다. 즉 이것은 과거의 행적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 행적에 대해서 지금 현재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두운 과거는 단번에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과거를 가진 이들은 특히 대중들과 함께 하는 직업으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어쩌면 평생 동안 그 과거를 짐으로 떠안고 살아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 자세가 아니라면 결코 대중들이 지지해주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용서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나이 어린 학생이 과거가 주홍글씨가 되어 미래마저 모조리 저당 잡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과거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 않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겠다는 건 어리석음을 넘어서 무모한 일이다.

 

일진설이 터지고 제작진은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진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벌써 일주일이 흘렀지만 제작진측에서는 아직도 이렇다 할 입장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 대충 지나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일 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진상을 좀 더 명쾌하게 알려주고 거기에 대한 사후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며,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해당 출연자가 오히려 집중 공격받아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막아줘야 한다. 어느 쪽이든 제작진의 해명은 반드시 필요하고 거기에 따른 조치도 빠를수록 좋다.

 

이번 사안은 어쩌면 일반인 방송출연의 시대가 떠안고 있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 마다의 다양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장점은 때로는 검증 안 된 과거가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프로그램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 또 방송에서 출연자의 과거 행적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 또 이런 문제들을 방송으로는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가 하는 것 등등. 모쪼록 이번 <K팝스타3>가 이런 복잡한 딜레마들을 명쾌하게 풀어낸 한 사례로 남길.

<12>, 기대감 뺄수록 기대되는 까닭

 

우리의 장점은 다 고갈됐다.” <12>을 새롭게 이끌 유호진 PD는 시즌3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장점을 묻는 질문에 장점이 없다는 답변. 어찌 보면 황당하게도 느껴질 수 셀프디스다. <12>이라는 프로그램을 예능의 자존심으로까지 여기는 KBS와는 사뭇 다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러한 <12>의 셀프디스 분위기는 시즌3의 첫 촬영 예고편에서도 묻어난다. 차태현은 죄송한데 이게 다인가요?”하고 물었고, 김준호는 누구 한 명 데리고 와하고 말했다. 자막으로 표기된 것만 봐도 떠들썩한 섭외의 최종결과’, ‘저조한 인지도’, ‘저조한 자신감같은 문구들이 전하는 고개 숙인 <12>’의 분위기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당에 왜 유호진 PD는 자신감이나 기대감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자신 없음기대감 없음을 내세운 걸까.

 

여기에서 유호진 PD가 가진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유호진 PD는 독불장군식으로 <12> 혼자 달려 나가기보다는 지금 현재 대중들이 체감하는 <12>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사실 현재의 <12>은 전성기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추락한 것이 사실이다. 패턴의 반복으로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고, 새로운 예능 형식들에 비해 어딘지 구닥다리 느낌마저 주는 것도 사실이다. 유호진 PD는 이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는 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결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제작진의 생각과 대중들의 생각이 공유되는 지점이라고 볼 때 유호진 PD의 마인드는 일단 합격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누가 새로운 멤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지기도 했지만 그것은 새 멤버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기대 없음의 표현이 더 많았다. 아마도 이 실상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유호진 PD떠들썩한 섭외의 최종결과같은 다소 부끄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자막을 붙였을 게다. 셀프디스는 그런 점에서 일단 괜찮은 접근방식으로 여겨진다.

 

<12>이 시즌2를 하면서 망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자꾸만 겉핥기만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12>의 본질은 늘 대중들과 함께 하는여행이었다. 그래서 대중의 이름을 빌어 와 복불복을 하고 까나리 액젓을 마시기도 했고, 때로는 제작진 전원이 비를 맞으며 야외취침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 대중들과 함께 정서를 공유했기 때문에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여행을 했던 것이다.

 

요는 복불복이나 여행 그 자체보다 먼저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정서적인 유대감이라는 점이다. 저 복불복이 저 여행이 우리들의 여행이라고 느껴지는 것과 저들만의 여행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천지 차이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호진 PD<12>의 현재 초라한 모습을 꺼내놓고 대중들과 다시 소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그 어떤 새로운 게임의 개발이나 새로운 여행지의 발굴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된다.

 

뭔가 잘 안 되는 이들의 여행은 뭔가 잘 안 풀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도 어쩌면 정서적인 공감대를 줄 수 있다. 이 대중들의 정서적 지점과 제작진이 처한 현실 그리고 출연자가 느끼는 무력감 같은 것이 하나의 공감대로 엮어진다면 <12> 시즌3의 여행은 분명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여행이라는 아이템이 낡아서, 형식 그 자체가 식상해서, 아니면 새로 들어온 출연자들이 재미가 없어서 <12>이 추락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대중들의 정서를 어루만지지 못하고 함께 하지 않으면서 저 혼자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소통하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공감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추락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시작하는 마당에 유호진 PD의 셀프디스는 그런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물론 남은 것은 이 정서적 공감대를 어떻게 유지하고 또 어떻게 흥미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가 일 테지만.

<K팝스타>, 이 오디션이 시즌제를 이겨내는 비법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톱9에까지 올라간 한희준이 부른 제임스 모리슨의 유 기브 섬띵(You give something)’에 대해 심사위원 유희열은 프로다운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 이 무대가 완성형이라면 성장하는 다른 참가자와 경쟁할 수 없다.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찌 보면 이미 프로 가수나 마찬가지다. 박진영은 그가 미국인들이 쉽게 알아볼 정도의 유명인사라고 했다.

 

'K팝스타3(사진출처:SBS)'

즉 한희준이 이미 실력자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K팝스타>라는 오디션 무대는 어쩌면 그에게 불리할 지도 모른다. 유희열이 지적한 대로 이 오디션은 완성형을 뽑는 무대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적해서 고쳐질 부분이 없거나, 아니면 타고난 재능을 갖추지 못한 참가자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오디션이 <K팝스타>. 한희준의 잘못된 발성방법이 노래를 올드하게 들리게 만든다는 박진영의 지적은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한희준에게는 계속 이 오디션에 설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된다.

 

<K팝스타>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참가자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뚝뚜바예바 쌀따낫 같은 인물이다. 누가 들어도 기본기가 거의 안 되어 있는 이 참가자에게 혹평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고칠 점이 많은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었다. 박진영은 음정, 발성이 너무 안 좋다. 그런데 정말 좋다. 첫 음정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그녀의 가능성에 애정을 보냈다.

 

<K팝스타>라는 오디션은 언제부턴가 기본기를 평가하기보다는 그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천재성과 가능성을 발굴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정세운 같은 일상이 묻어나는 자작곡을 들고 온 참가자는 노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박진영은 인사하는 목소리에서조차 심상찮은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듯이 부르는 그의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는 물론 대중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확실히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것만은 분명했다.

 

시즌1에서 어린 나이에 참가해 놀라운 춤 실력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결국 탈락했던 이채영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보여준 놀라운 성장이었다.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가창력은 신디 로퍼의 트루 컬러스(true colors)'를 통해 그 우려를 씻어냈고 한층 성장한 춤 실력은 양현석을 매료시켰다. 양현석은 이렇게 빠른 성장이 단지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며 그녀가 가진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K팝스타>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장 큰 차별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재능을 백 분 발휘하게 만들어줄 체계적인 기획사 시스템이었다. 결국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없는 기본기는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되자, 오디션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오로지 원석의 향후 발전성과 그 드라마틱한 성장과정이 되었다. 이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가 참가자의 놀랄만한 성장을 바라보는 지점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또한 이 성장 과정의 스토리는 오디션이 끝난 후 이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곧바로 데뷔할 때의 아우라가 될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K팝스타>만의 오디션이 전제할 것은 도대체 그 가능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어떻게 대중들에게 설득시키느냐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K팝스타>의 심사위원은 단순히 현재의 상태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향후에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면서 참가자들을 바라봐야 한다. 또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참가자들 속에 숨겨진 재능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과한 멘트와 리액션도 필요해진다.

 

심사위원 박진영의 리액션은 늘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많다. 시즌3의 첫 회에서도 심사 분위기를 전면에서 이끈 것은 결국 이 박진영의 리액션이었다. 그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은 여린 참가자들 앞에서 목소리의 가능성만을 듣고도 심지어 사랑에 빠진눈빛을 던지기도 했다. 생각해보라. 박진영처럼 오래도록 가수들을 발굴해온 아티스트가 이제 첫 걸음도 떼지 못한 아기 같은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찬사를. 그 한 마디 한 마디나 리액션은 고스란히 그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진영의 과한 리액션은 그래서 <K팝스타>로서는 대중들을 이 특별한 오디션에 주목하게 만들고 설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된다.

 

흥미로운 건 이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유희열이라는 존재가 주는 심사의 균형감각이다. 과거에는 아무래도 기획사 3사를 대표하는 이들의 오디션이다 보니 어딘지 기획사 아이돌을 뽑는 듯한 기준들로 심사가 편향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유희열이라는 중소기업(?)’의 대표가 함께 자리를 하면서 박진영, 양현석과의 대립구도를 통해 어떤 균형점이 세워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진영의 과하게 느껴지는 심사에 유희열이 툭툭 농담식으로 비판을 가하는 장면은 그래서 대중들과의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실로 오디션의 홍수 속에서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디션이 식상해지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K팝스타>가 여전히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이 오디션만이 가진 특징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과치가 아닌 가능성에 더 점수를 주고, 연습을 통한 기량보다는 타고난 재능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이 오디션은 그 가능성과 재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의외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박진영의 심사방식은 <K팝스타>라는 오디션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중들에게 과하다 지적받을 때도 많지만.

천안함 이슈,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MBC는 결국 <진짜사나이>의 이외수 강연 녹화 분량을 통편집 하기로 했다. 방송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준다면 심지어 자그마한 피해라고 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건 방송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어찌 됐건 천안함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그 아픔을 다시 끄집어내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일 테니 말이다. 즉 방송이 유가족을 위해 통편집을 하는 건 방송 윤리로서 당연한 일이란 얘기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이 남는 건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번 논란이 마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어떠한 의혹 제기도 마치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아예 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폭침에 의한 것이라는 걸 기정사실로 못 박고 얘기하면서 유족을 내세워 감정적인 설득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외수 작가가 당시 의문을 제기한 것처럼 아직도 국민들은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지 아니면 사고였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미심쩍은 정부의 공식발표는 신뢰받지 못했고 국민들을 오히려 더 깊은 혼돈 속에 빠뜨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 의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나온 것도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하나하나 제기하는 형식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성급히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의문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의식을 던졌다. 이외수 작가의 소설이라는 표현이 과격한 느낌은 있어도 그 역시 사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문을 제기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을 조롱이라고 표현한 하태경 의원의 진술 또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선을 끄는 대목은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훨씬 더 심도 있고 파괴력 있는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와 이번 <진짜사나이> 논란의 전개 양상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한 멀티플렉스 상영 중단 결정이 나왔을 때 야권에서는 여기에 대한 거센 반발을 드러냈다. 심지어 대중들은 공안 정국을 운운하면서 영화 한 편 볼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사나이>는 천안함을 전면에서 다룬 것도 아니고 단지 과거 천안함 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이외수 작가가 해군에서 강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방송 불가 운운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반발은 <천안함 프로젝트>만큼 거세지 않다.

 

이것은 어쩌면 이외수 작가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해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자택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자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하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당시 박 후보의 선거 공보물에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니 트통령으로 불리며 정부와 집권 여당에 쓴 소리를 하던 이외수 작가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생기게 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어쨌든 이외수 작가의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왜 현재의 <진짜사나이>의 이외수는 안되고 지난 해 대선 정국에서 박근혜 후보 선거 공보물에 사용된 이외수는 허용되는 것일까. 혹시 이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인물일까. 결국 이것은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이외수 작가가 이리저리 이용되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대선 당시에는 그가 가진 트통령으로서의 엄청난 영향력이 필요했던 것이고, 현재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바다 밑에 잠재워진 듯 보이던 초대형 이슈를 끄집어내는데 필요했던 셈이다.

 

아직까지 명쾌하게 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천안함 사건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이외수나 <진짜사나이>가 연루되어 마치 북의 소행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호도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또 반드시 북한의 소행이어야만 안타까운 젊은 순국장병들의 명예가 지켜지는 식으로 전개되는 논리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들은 어쨌든 모두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안타깝게 희생된 우리네 자식들이다. 그러니 어쩌면 명명백백한 사건의 진실을 찾는 것은 먼저 간 분들의 인권이기도 할 것이다.

 

<진짜사나이>의 이외수 강연 녹화 분량 통편집은 그래서 천안함 사건의 진실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방송이 단 한 사람의 불편함도 수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의 통편집이지,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확증한다는 의미에서의 통편집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방송사의 이 같은 결정은 잘못된 것이 없다 여겨진다. 다만 씁쓸함이 남는 것은 이번 사안이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한 어떠한 의문 제기조차 허락되지 않는 한 사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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