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PD가 전하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인기비결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는 요즘 중국 방송사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한국인 중 한 명이다. 중국 후난TV<나는 가수다> 포맷이 수출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 지도와 자문역을 맡아 이른바 플라잉 디렉터(FD·Flying Director)로 활약하게 되면서 그는 마치 한류 예능 콘텐츠를 대변해주는 인물로 부상했다. 지난 9월 그는 북경TV제작자협회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고 12월에는 광저우 난방TV에서 초청 강연을 했다. 내년 2월에도 후난TV 초청 강연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강연료는 국내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그의 말 한 마디에 대한 중국 방송사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중국에서 유명인사 된 김영희PD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가수다>가 국내 가요계 전반에 미친 영향이 실로 지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 흔치 않은 오디션은 운용에 있어서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끝없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인물과 스토리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이것은 결국 시즌제가 아닌 매주 편성으로 프로그램이 운용되면서 생긴 문제다. 적절히 끊어주고 휴지기를 만들어주는 시즌제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조절하고 다양한 가수군과 그들이 전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필수적인 형식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결국 김영희 PD<나는 가수다> 형식의 완성은 국내가 아닌 중국이 되었다. 국내에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나는 가수다> 중국판을 시즌제로 만들었고, 거기에 중국인들의 정서적인 면을 고려한 그들의 영웅상을 무대 형식으로 재현했다. 즉 실력은 출중하지만 메인에서 멀어져버린 가수들을 끄집어내 무대에 올림으로써 중국 대중들의 억눌린 정서를 그 소영웅들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즌1의 마지막 시청률이 3% (중국에서는 1%가 성공 시청률이라고 한다)에 육박했던 것.

 

하지만 중국에서의 김영희 PD 입지를 더 공고하게 해준 것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대성공이었다. 시즌1 중국 시청률이 5%대를 넘었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서는 무려 8%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 수치는 중국 방송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는 국내에서 매주 제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마침 중국에 있던 김영희 PD<아빠 어디가> 중국판의 지도와 자문을 맡게 됐던 것.

 

김영희 PD가 들려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을 처음 찍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는 대단히 흥미롭다.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가보니 아이들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것. 아빠들이 있어도 도무지 통제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방송을 찍어야 하는데 모이라고 해도 모이지도 않는 상황. 결국 김영희 PD는 아빠들을 다 모아 놓고 이렇게 설득을 시켰다고 한다. “당신들의 아이들은 정말 예쁘다. 하지만 지금 이런 식이라면 결코 예쁘게 방송에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아빠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들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모습이 방송에 잡히면서 <아빠 어디가>에 대한 중국 대중들의 열광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기에는 중국만의 특수한 문화적 요인도 깔려 있다. 중국에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했던 산아제한 정책(독생자녀제 獨生子女制)으로 1자녀 이상을 둘 수 없게 되면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 불리는 독특한 아이들 세대가 생겨났다. 외자녀들이 그러하듯이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들 세대는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 혜택까지 누리게 되었다. 소황제라는 지칭이 말해주듯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칫 이기적이고 나약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문제였다. <아빠 어디가>가 바로 이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었다는 것이다. 회를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중국인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가 만들어낸 중국에서의 대성공은 현재 중국의 예능 한류 포맷 러시를 만들어냈다. <12>, <불후의 명곡>, <슈퍼스타K>, <K팝스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뜨겁다 싶은 예능 프로그램 포맷들이 중국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포맷이 <아빠 어디가> 같은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12>은 큰 기대를 업고 지난 6월 쓰촨TV에 포맷 수출계약을 맺어 방영되기도 했는데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것은 여행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정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포맷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성패는 잘된 포맷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현지화하는가 하는 제작진의 파트너십과 노력이라는 것.

 

김영희 PD는 중국이 대단히 매력적인 예능 한류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불안요소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진 노하우가 존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결국 중국의 방송사들은 지금 현재 우리네 방송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종의 투자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 투자가 성과를 보이는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 이 프로그램은 지금껏 중국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자막이 본격적으로 예능의 툴로 활용되면서 중국 방송 전체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지금껏 잘 보이려 하지 않던 중국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소재로서 떠오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 시장에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에 이은 <아빠 어디가>의 성공에 대해 중국의 광전국(우리의 방통위에 해당>이 최근 한 방송사당 1년에 한 편만 포맷 수입을 허가하는 수입제한조치를 내리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는 관대하기 때문에 특히 중국의 예능 한류는 앞으로도 한동안 장밋빛 흐름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2의 쌀집아저씨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은 국내의 예능 제작진들에게도 고무적인 일이면서 동시에 예능이 한류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나영석, 신원호, 유호진PD까지, 그들의 성공 비결

 

최근 예능계에 단연 돋보이는 제작라인은 이른바 <해피선데이> 라인이다. tvN의 이명한 CP는 그 뿌리나 마찬가지다. 초창기 KBS <12>의 야생을 살려놓고 나영석 PD에게 바톤을 이어준 후, 신원호 PD를 통해 <남자의 자격>을 런칭시켰다. 이들은 지금 현재 모두 CJ로 이적해 이른바 이명한 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응답하라1994(사진출처:tvN)'

나영석 PD는 이적 후 첫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로 적시타를 치더니 배낭여행 연작 프로젝트인 <꽃보다 누나>는 첫 회에 10% 시청률을 넘기며 훌쩍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날렸다. 신원호 PD 역시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을 성공적으로 끝내더니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도 우려와 달리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내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2> 초창기에 몰래카메라로 만들어진 식당에서 폭주하는 강호동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던 유호진 PD 또한 최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새로 <12> 시즌3의 메가폰을 잡자마자 시청률이 반등하면서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서 이런 승승장구가 가능해질까.

 

가장 첫 번째 이유로 지목되는 건 이들 뒤에 서 있는 이우정 작가라는 존재다. 사실 이들 프로그램의 전면에 거의 PD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선이 거기에만 집중되지만 실제로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이는 이우정 작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2>, <남자의 자격>,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모두 이우정 작가가 뒤에서 든든하게 작가로서 지켜냄으로써 가능했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텐츠의 성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역시 작가의 영역이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상품으로 치면 기획과 스토리에 해당하는 것.

 

하지만 여기서 한 차원 더 들어가 보면 이우정 작가를 비롯한 이른바 이명한 사단이 가진 콘텐츠에 대한 특별한 접근방식을 만나게 된다. 이것을 단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물의 심리. 여행지나 특별한 상황 속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 상태의 미묘한 변화를 이들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것은 대본을 써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하는 눈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나영석 PD의 일련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는 특별함은 그래서 발견이다. 그것은 인물의 발견일 수도 있고 여행지의 발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여행 그 자체의 발견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할배누나로 지칭되는 인물군들의 재발견이다. <꽃보다 할배>가 어르신들의 새로운 면을 배낭여행을 통해 재발견했다면 <꽃보다 누나>는 남자들이 잘 몰랐던 여성들의 새로운 면을 재발견하고 있다. 재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자세다. 특히 후반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나영석 PD는 오히려 현장의 돌발적인 상황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열린 자세로 현장에 들어가 거기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반면 신원호 PD는 드라마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물의 심리를 영상 안에 그 정서적인 느낌까지 묻어나게 연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와 바로가 비오는 날 가겟집 평상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다. 이 장면에서 정우는 발을 쭉 뻗어 떨어지는 빗물에 적시며 술을 마시는데 이런 감각적인 연출은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서를 전달한다. 똑같은 대사라고 해도 전화기 앞에 머뭇거리는 손이나, 감기로 아픈 병상에서 느끼는 그 특별한 정서 같은 것들이 묻어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각적인 느낌들을 잡아내기 때문에 그의 연출로 포착되는 인물들은 훨씬 더 몰입이 가능해진다.

 

<12> 시즌3 혹한기 입영 캠프에서 선보인 유호진 PD의 이른바 야생 5덕 테스트복불복은 PDMC들 간의 팽팽한 대결의식이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구덩이 하나를 파놓고도 50여 분의 방송분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결국 인물들의 외부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에 천착하는 제작방식이 이들의 예능을 특별하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는 점이다.

 

이명한 PD는 그간 웃음을 주는 것만을 오로지 목적으로 했던 예능 프로그램에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PD이기도 하다. 그는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 감동, 놀라움 등등 다양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꿈꾸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예능은 다큐와도 맞닿게 되었고, 현재는 드라마적인 극적 요소도 갖추면서 이 장르 간 벽을 해체시키고 있다. <해피선데이> 제작 라인들의 승승장구는 그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본 서사를 바탕으로 장르적 차이가 붕괴되고 있는 현재 콘텐츠의 변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이른바 이명한 사단의 승승장구는 우리네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타인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거기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능력은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정해진 룰에만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 놓여진 벽을 해체하는 실험적인 도전정신 또한 융복합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섣불리 규정짓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발견하겠다는 그 자세는 창의적인 정신의 기본전제가 될 것이다. 2014년은 <꽃보다 누나>가 여성들을 재발견한 것처럼 당신이 재발견되는 꽃보다 당신의 해가 되기를. 훗날 응답하라 2014’로 기억 될 멋진 한 해가 되기를.

<진짜사나이> 논란, 그러면 100% 리얼이어야 한단 말인가

 

<진짜사나이>가 새해 벽두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리얼리티 논란이다. 한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진짜사나이>의 일반병사들이 오디션으로 뽑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 촬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분대장이 아닌 병사를 분대장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이 보도에는 자극적인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오디션이라는 단어와 거짓 촬영’, ‘둔갑같은 단어들이다. 이 자극적인 단어들에 경도되어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진짜사나이>가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르고 다르다고 했다. <진짜사나이>에 출연하는 병사를 선발하는 것을 오디션이라고 표현하면 거기에는 제작진의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의미가 덧붙여진다. 하지만 이것을 왜 굳이 제작진의 권력이 들어간 행위로 몰아가는 것일까.

 

여기 출연한 일반병사들이 주목받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스타가 되거나 준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오디션이라기보다는 군대라면 늘 있기 마련인 일종의 차출이고 지원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육본측이 밝힌 말 잘하고 재기 있는 10명쯤을 뽑았다는 얘기나, “면접에서 외모나 체격, 학력, 장기, 가족사 등을 고려했다는 얘기 역시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어쨌든 군과 대중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그것을 최적화하려는 노력은 필수적인 일이 아닌가.

 

한 내무반 소속인 것처럼 거짓촬영을 해왔다는 얘기는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오보다. 이미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특별 내무반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그렇게 특별 내무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 역할을 하게 된 것을 둔갑이라고 표현한 것도 지나친 해석이다. 내무반 구성에 따라 고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 내무반을 굳이 구성하는 건 군 부대로서 당연한 안전장치다. 만일 기존 내무반에 연예인들을 투입시킨다고 생각해보라. 자칫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농후하고, 심지어는 군 내부의 정보들이 가감 없이 외부에 보여지는 군 기밀 유출의 위험성도 있다. 그러니 특별 내무반은 군대라는 특수한 장소의 촬영이 가능하기 위해 군과 방송 양측에서 만들어낸 하나의 합의점인 셈이다.

 

그냥 일반 병사를 우연히 한 내무반에서 만난 것이 아니고, 또 있는 그대로의 내무반이 아니며 그래서 분대장이 아닌 병사가 분대장이 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이 방송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도처에 방송사고와 군 사고의 위험성이 즐비한 상황에서 어떻게 방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100% 리얼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대중을 기만했다는 논리는 얼핏 그럴 듯해 보여도 사실은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이며, 또한 방송의 목적을 엉뚱하게 본 데서 생겨난 억측이다. <진짜사나이>의 목적은 100% 리얼의 군 내부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 <진짜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르뽀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대신 <진짜사나이>100% 리얼이 아니라 100%에 가까운 리얼리티 상황을 통해 그간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던 군대와 대중들 사이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연예인이 실제로 군 입대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것을 방송으로 찍을 수도 없는 일이다. 대신 연예인이 재입대를 한다는 가정을 통해 거기서 발견하는 병사들과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교감은 거짓이 아니다. 리얼과 리얼리티는 이렇게 다르다.

 

군대 내부의 모습을 왜 100% 리얼로 예능이 찍어야 하는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대신 군과 대중을 이어주는 방식으로서 그 사이에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100% 리얼리티를 잡아내는 건 가능한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니 도대체 왜 이런 의미없는 논란을 그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부추기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설마 군대와 대중 간의 소통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 아닐는지.

방송3사 연예대상, 유재석의 존재감

 

방송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끝났다. 본래 자사의 1년 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치하와 내년 1년에 대한 포석의 의미가 있기 마련인 연예대상에서 각종 상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3사의 대상이 누구냐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올해 KBS는 김준호에, MBC<아빠 어디가> 팀에, 그리고 SBS는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MBC연예대상(사진출처:MBC)'

KBS가 김준호에 대상을 준 것은 <개그콘서트>가 거둔 성과의 의미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코미디 부문으로 우뚝 선 프로그램인데다, 거의 일 년 내내 주말 예능의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상당수의 개그맨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12><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KBS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12>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개그맨상은 아마도 KBS 예능이 원하는 흐름이면서, 동시에 개그맨들의 워너비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준호의 수상은 이제 막 출범한 <12> 시즌3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일이다. 여러모로 김준호의 대상은 KBS 예능의 얼굴로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편 MBC<아빠 어디가>팀에 대상을 준 것도 이견이 없다고 여겨진다. 사실 올해 MBC 주말예능을 수위에 올려놓은 수훈 갑은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었다. 윤후는 그 선봉에 섰고, 준이와 준수, 민국이, 지아가 받쳐주며 주말 저녁 이 아이들은 온전히 대중들의 아이들처럼 사랑받았다. 그러니 이들에게 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 다만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는 것이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그 아빠들에게 상을 준 것이라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의 대상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BC 예능이 특정 유명 MC에 의존하기보다는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이나, 아이들이나 군인들 같은 새로운 인물군들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해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가 중국판으로 제작되며 중국에서 콘텐츠 포맷 한류의 새 물꼬를 텄다는 점은 MC보다는 예능 형식 발굴이 가진 힘을 무엇보다 실감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SBS는 지난 2년 동안 <정글의 법칙>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수상을 하지는 못했던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김병만의 대상 수상 역시 SBS 예능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SBS는 지난 몇 년 간 예능과 교양의 접목을 통한 독특한 예능 영역을 만들어왔다. <>이나 <정글의 법칙>은 대표적이다. 단지 웃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와 이야기를 통해 예능의 폭을 넓혀왔던 것.

 

그런 점에서 김병만의 대상은 SBS 예능의 출사표라고도 보인다. <자기야-백년손님>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교양과 예능을 퓨전하는 시도는 2014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무엇보다 김병만이 독보적으로 영역을 개척해놓은 땀과 몸으로 하는 예능은 SBS 예능의 한 전범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은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상을 못 받았다기보다는 줄 상이 더 이상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MBC<무한도전>, KBS<해피투게더>, SBS<런닝맨>. 누가 생각해도 이 압도적인 유재석의 아우라를 가진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꽤 오래도록 이토록 큰 예능 프로그램을 여전히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대상 그 이상의 상이 있다면 몰라도 유재석이 받을 상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각 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동료 예능인들이 채워주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노홍철이 그렇고, <해피투게더>의 박미선이 그러하며, <런닝맨>의 송지효, 김종국, 하하, 지석진, 개리, 이광수가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런닝맨>은 올해의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무한도전>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어찌 유재석을 무관이라 말할 수 있으랴.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버라이어티로 확장을 꾀한 김준호와, 관찰카메라와 새로운 인물군으로 승부한 <아빠 어디가> 그리고 교양과 예능의 접목지점을 예능의 새 영역으로 끌어안은 김병만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대상 그 이상의 수훈을 보여준 유재석이 있었다. 이로써 2014년 예능을 예견한다면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버라이어티로 뻗어나갈 KBS,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새로운 형식 실험이 계속될 MBC, <정글의 법칙>같은 교양과 예능의 퓨전을 보여줄 SBS, 그리고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유재석의 예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대중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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