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떠난 자리, '런닝맨'이 차지하나

'런닝맨'(사진출처:SBS)

주말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격돌하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대의 예능프로그램들이 모두 웃음을 주는 건 아니다. '남자의 자격'은 웃음보다는 감동을 택했고, '나는 가수다'는 노래의 즐거움을 택했다. 이제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만이 아닌 다양한 스토리를 전해준다는 것을 주말 예능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온전히 웃음을 추구하는 '런닝맨'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런닝맨'은 전형적인 게임 버라이어티쇼다. 출연자들이 어느 장소에 집결해서 미션을 두고 한바탕 게임을 벌이면서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미 캐릭터가 확고히 잡혀있는 출연진들은 그 상황 속에서 일종의 캐릭터라이즈드쇼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특별한 감동 포인트가 있을 리 없다. 그저 게임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이것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런닝맨'의 목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가장 순수한(?) 목적을 가진 셈이다.

물론 '1박2일'은 웃음과 감동을 모두 포괄하는 여행 버라이어티쇼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한 마당에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알 수 없다. 또한 몇 개월 후면 종영이 예고되어 있는 시한부 예능이기도 하다. 또 '나는 가수다'는 주말 예능의 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었지만 현재 어떤 패턴의 반복에 묶여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남자의 자격'은 청춘합창단의 감동에 치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웃음을 찾기 어렵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주말 저녁을 온전히 웃으며 보내고 싶은 시청자들이 '런닝맨'을 찾게 되는 이유다.

'런닝맨'이 최근 들어 점점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화를 계속한 결과다. '런닝맨'의 게임 패턴은 초기에는 특정 랜드마크에서 정해진 게임을 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방울을 달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긴박감을 부여하기도 했고, 차츰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의 심리전을 넣음으로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게임으로 진화했다. 게다가 공간적으로도 어느 한 폐쇄된 장소에서 하던 게임은 실제 거리로 나서기도 했고,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파타야나 북경 같은 해외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다.

공간의 확장, 캐릭터의 구축,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의 대결구도 등은 게임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 즉 북경으로 공간을 바꾸면 중국어로 음식 이름을 들려준 후 그 음식을 시장에서 찾는 게임이 시도되고, 만리장성 위를 마치 장기판의 말처럼 옮겨 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기도 하는 게임을 하기도 한다. 능력자 김종국과 유르스윌리스 유재석이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스파이 미션을 꿈꾸는 개리를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몰래카메라를 만드는 것은 캐릭터의 활용과 심리게임이 덧붙여져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런닝맨'의 진화는 현재 웃음보다는 다른 포인트들을 추구하고 있는 주말 예능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왔다. 역시 이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유재석이다. 초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한 방향으로 달려온 그 성실함과 끝없는 도전의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 주말 저녁, 강호동의 빈 자리를 유재석이 이끌고 있는 '런닝맨'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감은 어쩌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하이킥3', 이 희비극의 마법은 어떻게 가능할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사진출처:MBC)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 시리즈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시트콤 역시 김병욱 감독 특유의 희비극이 녹아있다. '짧은 다리'는 비극적인 요소지만, 그것을 하이킥으로 날려버리는 유쾌한 역습이 희극적으로 다뤄진다. 즉 상황은 비극 그 자체지만 이것을 과장하거나 비트는 것으로 비극은 희극이 된다. 말 그대로 '역습'인 셈이다.

하루아침에 부도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안내상의 가족. '동행' 같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법한, 안내상 가족의 봉고차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소재적으로 보면 절망적인 사건이다. 또 취업이 되지 않아 고시원을 전전하며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백진희도 전형적인 청년실업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비극은 '하이킥3'의 시점으로 비틀어 보면 유쾌한 풍자를 담아낸 희극이 된다.

길바닥에서 조촐하게 치러지는 안내상의 아내 윤유선의 생일 풍경은 전형적인 홈리스들의 비극을 담고 있지만, 그 장면은 갑자기 터져버린 폭죽이 안내상의 엉덩이를 때리고 마치 ET의 한 장면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과장된 장면으로 희극이 된다. 당숙에게 도움을 받으러 갔지만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 안내상이 자살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이를 막기 위해 가족들이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도 진지하게 바라보면 비극 그 자체다. 하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 배꼽티를 입은 안내상의 모습에 가족이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비극 속의 희극을 포착해낸다.

이런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이 시트콤의 첫 회에서 잠깐 미래의 이적이 회고담 형식으로 2011년을 얘기하면서 스케치된 적이 있다. "2011년은 유별난 해는 아니었다." 이렇게 내레이션은 시작되지만 그 장면에는 대조적으로 대지진, 천재지변, 아프리카의 민주화열풍으로 죽고 싸우는 사람들이 흘러나왔다. 그 중 우리나라는 "고물가, 트위터, 현빈, TV오디션 프로그램, 안철수, 그리고 여전히 돈 돈의 해였다"로 묘사되었다. 결국 2011년의 풍경을 담아낼 이 시트콤이 뒤틀어 보여줄 현실들을 나열한 셈이다.

도대체 이 결코 녹록치 않은 힘겨운 2011년의 풍경들은 어떻게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이 시트콤이 미래의 한 시점에서 이제 할아버지가 된 이적이 과거를 회고하는 관점으로 2011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닥친 현실은 비극이지만 지나고 나면 하나의 희극 같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이것은 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회자되었던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구절과 상통하는 얘기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여타의 하이킥 시리즈가 그래 왔던 것처럼 현실의 비극적인 한 단면을 가져와 그것을 한바탕 웃음으로 바꿔놓는다. 겨우 20분 남짓의 짧은 한 방이지만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이 짧은 한 방의 하이킥이 던지는 통쾌함이 어찌 적다 할 것인가. '하이킥3'의 매력은 바로 이 절망조차 웃음으로 돌려놓는 희비극의 마법에 있다.


붐의 군대얘기는 왜 모두가 좋아할까

'시크릿'(사진출처:KBS)

바야흐로 붐 전성시대다. 현역으로 입대해 연예사병으로 만기 제대한 붐은 연예계 복귀 단 몇 주만에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추석 내내 채널을 돌리면 마이크를 들고 있는 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추석이 지나고 왠만한 토크쇼치고 붐이 지나가지 않은 흔적은 없었다. 그만큼 붐에 대한 예능계의 기대감은 컸고, 거기에 붐은 제대로 부응하며 춤이면 춤 토크면 토크, 역시 붐이라는 찬사를 거둬들였다.

붐에 대한 예능계의 폭발적인 주목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입대하기 전 그가 구축해놓은 이른바 '싼티' 캐릭터는 그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만 했다. 하지만 대체로 입대하고 몇 년이 지나면 잊혀지는 게 연예인들의 숙명이다. 게다가 제대를 하고 복귀하게 되면 달라진 예능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하하나 김종민처럼 주목받던 연예인들도 복귀해서 제 영역을 찾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붐은 다르다. 마치 엄청난 준비를 해왔던 사람처럼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빵빵 터트리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우스개로 던지는 "약 1000개의 레퍼토리"를 준비했다는 얘기는 그저 농담만은 아닌 모양이다. 실제로 붐광댄스는 철저히 준비된 레퍼토리의 하나이고, 토크 도중 이를 드러내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는 모습 역시 붐이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준비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진짜 주목되는 건 그가 토크 때마다 끄집어내는 '군대 이야기'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남자들은 좋아할 지 몰라도 여자들은 지루해한다. 그런데 붐의 군대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거기에는 붐이 연예사병이었다는 특수성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붐의 군대이야기 속에는 이준기도 등장하고 이동욱이나 박효신은 물론이며 라니아 같은 걸 그룹도 등장한다. 군대이야기는 맞지만 거기엔 연예계 이야기(그것도 군대라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남자스타들의)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붐의 군대이야기는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좋아한다.

이 군대이야기는 또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이른바 연예인들의 군대 프리미엄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군 생활을 했다는 것은 언제부턴가 대중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따라서 붐이 예능에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군대이야기를 토크의 주제로 끌어들인 것은 대단히 현명한 방식이다. 이것은 군대 프리미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입대한 남자 연예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재밌게 각색된 군대이야기는 붐의 그간의 공백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즉 입대하기 전의 붐과 제대한 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냄으로써 그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붐에 대한 과도한 집중에는 거품도 있다. 그것은 그간 군대라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가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더 주목되는 경향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거품을 감안한다고 해도 붐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주목도나 존재감은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가 복귀의 그 날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과거 리포터로서도 발군의 활약을 했던 붐이 군대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예사병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했다는 건 참 기묘한 일이다. 역시 노력하는 자에게는 늘 기회가 오게 마련인 셈이다.

'라디오스타', 황금어장의 메인이 될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훈련병, 예비역 그리고 수지'라는 부제가 달린 '라디오스타'는 오프닝과 함께 이제 곧 입대하게 될 김희철을 토크의 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국진부터 윤종신, 김구라가 김희철을 상대로 한 마디씩 빵빵 터트린다. "이별도 쿨하게- 고품격 약 올리기 방송"이라고 외치는 김국진의 멘트는 '라디오스타'라는 독특한 토크쇼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준다. 즐거움을 위해서는 떠나는 MC조차 소재가 되는 곳. 바로 '라디오스타'다.

기막힌 것은 이제 훈련병이 될 김희철을 염두에 두고 이제 갓 제대해 예비역이 된 붐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최자, 그리고 모든 장병들의 로망일 미스에이의 수지가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본격적으로 군대 얘기를 뽑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게다가 붐은 이제 '붐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예능계의 블루칩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역시 붐을 중심으로 군대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기에 개코와 최자가 적절한 포인트마다 재연을 해줌으로써 쉴 새 없는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진다.

'라디오스타'의 편집은 말 그대로 현란하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릎팍도사'에 가려 실제로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편집스타일 덕분이다. 네 명의 MC가 순서와 상관없이 연속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영상은 짧게 끊어서 그 이야기하는 인물을 포착한다.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빠른 편집은 보는 이에게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팽팽 돌아가면서 집중할 부분은 CG처리 등으로 과장해주고, 그러다가 마치 과녁에 적중이라도 한 것처럼 웃음이 터질 때면 잠시 그 리액션을 잡아주는 식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나 반응들은 짧게 짧게 자막으로 처리된다. 너무 많은 자막들과 CG처리를 보다보면 이 토크쇼가 마치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속에서 MC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부여된 대로 역할을 해낸다. 김구라가 강하게 물어뜯을(?) 때, 김국진은 부드럽게 분위기를 바꿔주고, 김희철이 들이댈 때 윤종신은 간결한 톤으로 깐족대는 식이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은 다른 토크쇼와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움을 위해서 게스트를 톡톡 치는 식의 토크를 이어간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만의 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라디오스타'는 실로 첫 시작을 보고나면 끝까지 몰입이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속사포의 토크들과 빠른 편집, 쉴 새 없이 붙여지는 자막과 CG처리가 현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 시간 짜리 방송이라면 이런 속도로 계속 흐르는 것이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 이런 속도감은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릎팍도사'가 중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단거리 달리기인 셈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황금어장'은 변화를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무릎팍도사'는 사실상 강호동 이외에 대체불가능이다. 강호동이라는 캐릭터를 '무릎팍도사'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된 상황에서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만일 '무릎팍도사'의 공백을 '라디오스타'가 잠정적으로라도(새 코너가 런칭되기까지) 채운다면 과연 이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토크에 집중한 것에서 음악으로 여유를 덧붙이면 속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는 과연 '황금어장'의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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