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의 6개월 후 종영, 의미 있나

'1박2일'(사진출처:KBS)

강호동 없는 '1박2일'은 안 된다?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대체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박2일' 5일장 특집은 강호동 없이 5인 체제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단지 19.8%(agb닐슨)를 기록한 시청률 상승만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멤버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1박2일'이라는 소재와 형식이 갖는 가치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을 '5일장 특집'은 보여주었다.

'5일장 특집'에서 그 첫 회는 확실히 강호동의 빈 자리가 커보였다. 무언가 구심점이 사라진 듯한 느낌은 남은 다섯 명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흩어지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즉 전국의 5일장을 찾아가는 것은 '1박2일'의 기획적인 포인트지만, 거기서 하나의 웃음을 뽑아내는 것은 멤버들과 제작진이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때론 대결구도를 만들고 때론 의심과 추격의 반전 스토리를 만드는, 그 역할의 구심점으로서 강호동이 없다는 것은 어딘지 프로그램을 밋밋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에서 이어진 '1박2일'만의 강점인 복불복 게임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엄태웅은 '1분 토론'을 통해 특정 상황만 제대로 제시된다면 훌륭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종민은 그 어딘지 모자란 듯 버벅대는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주었고, 은지원과 이수근은 강호동의 부재를 채워줄 만큼 재기발랄한 예능감을 선보였다. 여기에 이승기의 (어쩌면 강호동을 통해 배웠으리라 생각되는) 안정감 있는 진행 습관은 자칫 마구 흘러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사실 '1박2일'의 핵심은 '6시 내 고향' 같은 여행지로서의 지역 자체가 주는 매력과 거기서 돌발적으로 만나게 되는 보통 사람들과의 이야기, 제철에 나온 음식들이 주는 즐거움이 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말 그대로 '6시 내 고향'이 되고 만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극제로서의 복불복 시스템이다. 이 복불복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면 게임이 주는 재미와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멤버들의 캐릭터도 구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5일장 특집은 이 양면(여행지의 매력+복불복 시스템)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즈음에서 생각해봐야할 것이 있다. 이런 충분한 형식으로서의 가능성을 갖춘 프로그램을 왜 굳이 6개월 후 종영으로 끝내야 할까 하는 점이다. '1박2일'이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데는 물론 다른 멤버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강호동의 탈퇴 선언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강호동이 빠진 '1박2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1박2일'이라는 소재와 형식의 틀이 여전히 견고하고 효용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호동 없는 5인 체제는 어쩌면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의 기점이 될 수도 있다. 또 대중들은 여전히 '1박2일'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상황에 굳이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이 기간을 재정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선택이 아닐까. '1박2일'의 새로운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달관의 미학, 바비킴의 '나가수' 적응기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바비킴은 읊조림의 가수다. 그런 그가 '폭발의 미학(?)'을 강조하는 '나는 가수다' 무대에 과연 어울릴 것인가 하는 점은 그의 출연 이전부터 세간의 관심이었다. 역시 쉽지 않았다. 선호도 조사라는 타이틀로 선 첫 무대에서 바비킴은 '사랑 그 놈'을 불러 5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 1차 경연에서 5위(태양을 피하는 방법), 2차 경연에서도 6위(너의 결혼식)를 기록했다. 사실 운이 좋았던 것이지 이런 순위는 그대로 탈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특유의 읊조림은 '너의 결혼식'의 중간 점검에서 그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느낌이 경연의 무대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비킴의 읊조림이 가진 큰 매력은 가사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곡에서 주로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가사가 묻혀버리던 노래조차 바비킴의 입으로 전해지면 그 가사가 새로워지는 건 그 때문이다. 낮고 조용하게 전달되는 그 가사는 바로 그 조용함 때문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또 한 마디 한 마디 그냥 내뱉는 것이 아니라 곰곰 씹어 대중들의 귀에 쏙쏙 넣어주는 듯한 그 발성은 그 어떤 노래도 바비킴이 부르면 그의 노래가 되는 이유가 되었다. 물론 순위는 낮았지만 '너의 결혼식'은 그 가능성을 재확인해주었다.

'골목길'에서부터 바비킴이 달라진 것은 가사 전달 뿐만 아니라 그의 또 다른 장기인 한국적인 흥을 노래에 부여했다는 점이다. '흥'이라는 표현이 어딘지 과도하게 여겨지지만 바비킴을 우리가 흔히 '김치 소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세련된 소울 속에 내재된 한국적인 정서를 우리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탈춤을 추듯 어깨춤을 추게 되는 그런 흥이다. 이 기묘한 그루브는 정확하게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1절에서 바비킴 특유의 낮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깔리고 나면, 2절에서는 그 흥겨운 한 바탕의 어깨춤이 이어졌다. 청중들은 기꺼이 그의 흥에 1위라는 왕관을 수여했다.

'추억 속의 재회'는 바비킴이 이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를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그는 마치 양복을 차려입은 세련된 직장인이 술 한 잔 걸치고 부르는 듯한 무대를 연출해냈다. 때론 진지하고 때론 흥에 겨워 제 멋대로 춤을 추는 그 모습은 '김치 소울'이라는 지칭에 걸맞게 바비킴의 이중적인 면을 드러냈다. 그 하나는 더 이상 이보다 정겨울 수 없는 한국적인 흥겨움이고, 다른 하나는 그 흥을 마구 흩어놓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절제하고 구성해서 보여주는 세련됨이다.

듀엣 미션으로 부가킹즈와 함께 부른 '물레방아 인생'은 제 물 만난 바비킴의 면모를 과시했다. CCR의 'proud mary'를 번안해 조용남이 부른 '물레방아 인생' 역시 원곡의 세련됨을 마치 뽕짝이나 트로트 같은 한국적인 느낌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었는데, 바비킴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곡 선택을 한 셈이다. 바비킴은 시작부터 자신만의 읊조림과 흥을 노래에 부여했고 그러다 이어지는 부가킹즈의 랩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마치 '물레방아 인생'이 가진, 인생 그거 뭐 별거 있냐는 식의 노래 가사는 후렴구에 이르면 그러니 한 바탕 놀아보자고 권하는 듯 대중들을 열광시켰다.

바비킴이 주는 이 편안하면서도 흥겨운 무대의 진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것은 아마도 '달관'이나 '관조'가 아닐까. 세상살이를 다 알고 겪은 우리네 평범한 이들이 술 한 잔 걸치고 그 고단함을 어깨춤으로 털어내는 듯한 느낌. 한편으로는 가슴이 울컥한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없이 흥에 겨운 그 느낌은 그저 가창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바비킴만의 음악세계를 잘 보여준다. 음악을 그 누가 '폭발'하는 가창력만으로 평가했던가. 바비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가수다'라는 소위 '폭발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무대에서 증명해냈다. 이로서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 역시 한층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상황극을 통해 '무도'가 보여준 바른 언어의 어려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의 언어와 자막에 대해 방통위가 내린 경고조치는 '무한도전' 스스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통위의 결정대로 바른 말을 사용하려니 '무한도전' 멤버들만의 캐릭터가 나타나기 어렵고,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 아닌가. 이만큼 방송을 통해 우리네 언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그 고민스러운 상황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녹여서 하나의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을 덮어두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 자체마저도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역발상.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 자체에서 소외되지 않고(가만 놔두면 방송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는 저 스스로 커지기 마련이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무한도전'다운 대처방식.

'무한도전 상사'라는 상황극 속에 이른바 '바른 말 쓰기 특강'을 집어넣고,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언어와 자막, 행동을 하나의 논제로 올려놓았다. 배현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로서 '잘못된 언어 표현'을 집어낼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에×이, ×씨'같은 표현에 대해 박명수가 "하루에도 한 4백 번씩은 합니다"라고 말하자, 배현진 아나운서가 "거칠다는 느낌 안드세요?"하고 반문하고 박명수가 "아니요."라고 주고받는 식으로 이어진 이 난상토론(?)은 과연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걸맞는 바른 언어 사용이 가능한 것인가를 질문하게 만들었다.

박명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정말 리얼하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거기서 에잇, 에×이를 준비해서 할 수는 없다"고 했고, 길은 "예능은 순발력"이라고 했다. 그만큼 바른 언어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피력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배현진 아나운서는 "표현이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웃기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하며 "이런 걸 조금만 노력을 해주시면 말을 예쁘게 하되 더 재밌는 방송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번 웃기기가 얼마나 힘든데 말씀을 그렇게 편안하게 하세요. 데스크에만 계시지 마시고 현장에서 보세요. 좀."

물론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서로 수긍하는 입장도 보였다. 유재석은 자신들의 입장이 어렵다는 걸 공감하면서도, 배현진 아나운서의 입장을 반박하기보다는 수긍하는 편이었고, 배현진 아나운서 역시 이들의 반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어떤 언어는 그것이 거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순화해서 표현하면 예능의 맛을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하가 '뻥'이라고 표현한 것을 배현진 아나운서가 제안한 것처럼 '거짓말'이나 '허풍'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그 말이 주는 어감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하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하의 캐릭터 하나를 없애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 어떤 표현은 엄밀한 바른 말이 친근감 있는 속어보다 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길이 '빠박이' 보다 '대머리'가 더 기분 나쁘다고 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또 하하가 박명수의 머리를 예의 없이 잡아당긴 것은 '슬랩스틱'의 고전에 해당한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에 대해서만 유독 "어린학생들이 따라한다"고 문제시하는 것은 형평성이 잘 맞지 않는다. '멍×아'라는 표현은 물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늘 배려있는 행동을 기대하는 건 예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대결구도와 말싸움이 하나의 웃음의 코드가 되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마당극에서조차 허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한도전'이 이 상황극을 통해 보여준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같은 예능에서 바른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바른 말이 갖는 형식적인(Formal) 특징은 리얼 예능이 가질 수밖에 없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Informal) 특징과는 애초부터 배치되는 면이 있다. 이것은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과거 코미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웃으면 복이 와요'나 그 이전의 판소리들, 마당극, 남사당패의 말놀이에도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만큼의 프로그램이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순화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얼한 예능이 바른 언어라는 틀에 의해 조련되는 것 역시 어딘지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극이 제시한 것처럼 이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능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어쩌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는 욕도 때로는 정감가게 느껴질 수 있다. 많은 문학작품이 그러하듯이.


'개콘', 깊어진 공감, 신랄해진 풍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선거 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의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있어요. 이렇게 여러분들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들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정책 펼치세요."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더 독하고 신랄해졌다. '사마귀유치원'은 그 정점이다.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어른이 여러분'을 상대로 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대놓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어른이들의 소망에 대해 최효종은 천연덕스럽게 "교대에 가면 된다"며, "초봉이 140만 원"인데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너무 쉽죠?"하고 말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1인당 양육비가 2억4천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문제에서부터 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까지 풍자의 대상에는 거침이 없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현실풍자가 그 바탕에 늘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토록 강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사태를 전제해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무능력한 위기대처능력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당장 테러가 일어날 상황을 긴박하게 브리핑하지만, 거기에 대해 첫 마디는 "안돼-"인 상황.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음으로써 결국 위기에 대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무능력. '비상대책위원회'나 '사마귀유치원'은 보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지만 그 밑에는 그간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서민들의 감정들이 꿈틀댄다.

이처럼 독한 풍자가 대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비판적인 현실 풍자가 아니라고 해도 '애정남'이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을 공감하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변화다. '애매한 것을 정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동력으로 가져가는 '애정남'이나,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본능적인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활의 발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슬쩍 끌어들여 그 심리를 파고드는 '불편한 진실' 등은 모두 '현실 공감'이 그 핵심이다. '그래 그래 나도 저랬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

'개그콘서트'는 물론 여전히 '슈퍼스타KBS'나, '감수성', 'N극과 S극'처럼 몸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들이 있지만, 최근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이 풍자와 현실에 공감하게 되는 말 개그들이다.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과거 마빡이나 갈갈이류의 초중등학생들이 좋아했던 몸 개그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자를 이해하는 나이든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해피선데이'가 '개그콘서트'에게 왕좌를 내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개그콘서트'의 깊어진 공감과 신랄해진 풍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쩌면 그만큼 더 팍팍해진 대중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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