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스타’, 레전드들의 원팀으로 찾아낸 K리그의 또다른 세계

슈팅스타

“2024년 공식 첫경기야. 우리는...” 양주시민축구단의 오휘성 감독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하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K4리그팀 중 하나였지만 올해 구단의 재정난 때문에 독립구단으로 변경된 상황이었다. 1년 동안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아무런 수익이 없는 선수들은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축구를 했다. 그러면서도 축구를 놓지 못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고, 또 그게 너무 좋아서다. 

 

그런 그들에게 공식 첫경기의 기회가 왔다. 쿠팡플레이 예능 ‘슈팅스타’를 통해서다. 박지성 단장과 최용수 감독, 설기현 수석코치를 필두로 김영광, 고요한, 염기훈, 현영민, 권순형 등등 이제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모여 만들어진 FC 슈팅스타는 그 첫번째 스페셜 매치로 양주시민축구단을 선택했다. 이만큼 절실한 팀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사실 그대로였다. 선수들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오휘성 감독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이럴려고 이렇게 힘들었나. 이런 기회가 오려고 힘들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그냥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휘성 감독의 말처럼 이들에게는 이게 기회였다. 특히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이 대중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어찌 보면 ‘슈팅스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중요한 기획의도였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하위리그팀과 선수들을 조명해보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K리그 열혈 팬들은 잘 알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리그가 7개로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다. 대중들에게는 프로리그로 불리는 K리그1, K리그2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밑으로 세미프로리그인 K3리그, K4리그가 있고, 그 아래로 또 아마추어 리그로 분류되는 K5, K6, K7리그가 있다. ‘슈팅스타’는 이 중에서 박지성의 표현대로 ‘한국 축구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K4 이상의 팀들을 상대하려고 한다. 

 

축구 팬들의 저변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K리그측에서 이만큼 반가운 기획이 있을 수 없다. 또 이건 최근 중계방송의 공격적인(?) 변화를 통해 K리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평가받는 쿠팡플레이가 가진 또 다른 포부이자 신의 한수이기도 하다. 열혈 팬들에게 늘 목마른 건 새로운 게임이고 새로운 팀들의 멋진 경기다. ‘슈팅스타’가 그 K리그의 영역을 좀더 확장시켜 보여줄 수 있다면 쿠팡플레이의 K리그 스포츠 중계의 영역도 넓혀질 수 있지 않을까. 

 

예능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도 빠지지 않는다. 그건 진짜 스포츠 중계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경기 중 감코진의 작전을 있는 그대로 듣는다거나, 선수들 사이의 대화, 몇 개의 카메라로는 놓치기 쉬운 선수들의 디테일한 움직임 같은 것들이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포착된다. 선수들이 K리그 때보다 카메라가 더 많다고 놀라는 대목은 그래서 나온다. 이들은 심지어 몸에도 작은 카메라를 장착했고 저마다 운동복에 마이크도 달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소스들이 재료가 되어 경기의 디테일들을 담아내겠는가. 

 

물론 더 중요한 건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선수들의 성장드라마 같은 스토리들이 그려진다는 점이다. 여전히 레전드들이지만 현역이 아니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체력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투혼은 축구가 즐겁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K리그의 레전드로 통하는 용병 데얀에게 자신의 트레이드 넘버인 10번을 빼앗겼지만 자신이 그 등번호를 달 자격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승부를 가른 이종호나, 나이는 40대 중반이지만 현역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는 현영민, 처음으로 쥐가 났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뛴 강민수 등 이들은 방송을 통해 이제는 은퇴했지만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로 거듭났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면서도 애정이 넘쳐나는 최용수 감독의 츤데레 스타일도 ‘슈팅스타’의 재미포인트 중 하나다. 경기를 준비하면서 ‘빌드업’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실제 경기에서 그걸 보는 과정은 축구를 좀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일종의 팁이 되어주고, 경기 내내 바뀐 상황에 맞게 전술의 변화를 지시하는 과정도 좀더 가까이서 K리그를 즐길 수 있는 지식들을 만들어줬다. 특히 선수들과 만들어가는 케미는 향후 이 프로그램에서 진한 감동 또한 기대하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 나오는 대목처럼 ‘슈팅스타’가 보여주는 축구는 좀더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려 한다. 그래서 그저 국가스포츠 같은 이벤트 때 보고 넘기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라, 봐도 봐도 매력적인 선수들과 명장면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진짜 축구의 맛을 보여주려 한다. 이건 그냥 예능이 아니다. 예능이라는 틀을 가져와 오히려 좀더 깊숙이 축구의 묘미를 담아내려는 진심이다. 

 

“축구는 힘들어요. 은퇴하면서 아 이제 축구를 떠날 수 있구나. 아쉬우면서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그러니까 축구가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이게 시간이 축적되면서 좋고 싫고가 막 뒤엉켰거든요. 그게 멈추게(그만두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그래서 (슈팅스타를) 시작한 거예요. 그거 알고 싶어서. 축구가 저한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서 이거 지금 하고 싶어요.” 

 

강민수는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된 계기를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준비과정에서 벌써 그 답을 찾았다.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근데 왜 이게 포기가 안될까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뛰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축구가 다시 좋아졌어요.” 그리고 이런 마음은 아마도 ‘슈팅스타’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자세히 보지 않았을 때는 잘 몰랐던 축구의 맛이 제대로 느껴질 테니 말이다. (사진:쿠팡플레이)

‘삼시세끼’, 이 단순한 소박함에 담긴 삶의 비의 

삼시세끼 light

이제 추자도를 떠나야 할 시간, 차승원과 유해진은 마지막 밥상을 차린다. 아침 일찍 손님으로 왔던 김남길을 마중해주고 뒤늦게 차린 아침 밥상은 소박하다. 전날 솥밥으로 먹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눌은밥과, 역시 전날 ‘피시앤칩스’에서 칩이 되지 못한 감자를 숭덩숭덩 썰어 끓인 된장찌개, 그리고 김남길이 가져온 달걀 남은 것에 양파와 파를 송송 쓸어 부쳐낸 달걀말이, 먹고 남은 열무김치다. 그리고 특별하게 된장찌개 안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투망에서 찾아낸 소라 몇 개가 들어갔다. 

 

tvN ‘삼시세끼 light’가 보여주는 끼니의 풍경은 이처럼 한결 같다. 물론 가끔은 바다에서 참치 같은 힘을 가진 부시리를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처럼 낚아와 포를 뜨고 감자까지 튀겨낸호사스런 ‘피시앤칩스’가 한 상 차려지기도 하지만, 그런 호사스러움에서 느끼할 것 같다며 열무비빔밥을 ‘반찬’으로 더해넣는 촌스러운 맛을 잃지 않는다. 대단할 것 없는 끼니들이 하루 세 끼씩 채워지고 그게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음식을 먹고 우리의 몸이 만들어지듯. 

 

그런데 그 끼니의 풍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단순한 밥상에서 차곡차곡 쌓여 있는 이야기들의 흔적들이 보인다. 눌은밥은 유해진이 낯선 오분도미로 연거푸 밥짓는데 실패한 후 추자도에서 비로소 성공시킨 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된장찌개에 들어간 감자에서는 전 날 먹은 피시 앤 칩스와 그걸 가능하게 했던 바다낚시의 짜릿한 추억들이 연달아 낚아올려지고, 달걀말이에서는 추자도 형들 만나러 오던 김남길이 손에 잔뜩 들고 있던 계란 한 판이 떠오른다. 

 

남은 걸 탈탈 털어 마지막 밥상에 올라온 열무김치는 차승원이 폭염 속에서도 오자마자 뚝딱 만들어냈던 광경과 피시앤칩스의 호사스러움이 주는 느끼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열무비빔밥이 떠오른다.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쓰인 장작불의 열을 모으기 위해 쓰인 이른바 ‘열모아’는 또 어떤가. 정선에서 김고은이 손님으로 왔을 때 유해진이 함께 쇠를 자르고 구부려 만들었던 그 광경이 떠오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열모아 위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음식들이 끓여지고 구워지고 했던가. 

 

‘삼시세끼’는 이처럼 하루 세 끼의 밥상의 정경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무심하게 만들어져 밥상 위에 올라온 것 같지만, 거기에는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그 곳을 찾은 손님들이 함께 해온 생활과 시간의 흔적들이 더해져 그 느낌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그러고 보면 ‘삼시세끼’라는 제목이 참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만큼 단순하고 소박하게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 있던가. 

 

김훈은 에세이 ‘허송세월’에서 그가 사는 동네의 허름하고 싼 식당 이야기를 하면서 ‘밥이 아무리 싸고 남루해도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에게 경건한 것’이라고 했다. 밥과 노동의 순환을 이른바 ‘밥벌이’라는 한 단어로 묶어내 인간 삶의 비의를 꺼내놓은 이 작가는 모든 인간이 먹는 밥 한 끼에 담긴 숭고함을 읽어냈던 것일 게다. 

 

‘삼시세끼’는 유해진과 차승원의 평범한 세 끼의 풍경을 담는 것이지만, 그걸 위해 밭으로, 바다로 나가 재료를 구해오고 인간의 지혜가 누적된 요리라는 노동을 통해 맛난 밥상을 차려 즐겁게 먹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의 본질이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유해진이 구해오는 식재료들이나 때론 보다 효율적으로 요리를 하기 위해 고안해 만들어내는 도구들에서도 본래 삶과 밀착되어 있던 문명의 본질 같은게 보인다.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삶과 유리되어 삶을 소외시켜가는 도구들과는 사뭇 다른 진짜 본질이. 

 

3박4일 간의 촬영이 끝나고 이제 추자도를 떠나는 시각, 영상은 괜스레 그들의 그간 생활이 묻어난 공간들을 편집해 담아놓는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나서 땀에 절은 옷을 빨아 ‘햇볕을 먹이던’ 그 빨래들을 보여주고, 함께 투탁대면서 밥을 해먹었던 평상을 비춰준다. 또 매일 설거지를 하던 수돗가와 같이 깔깔 대며 TV를 보던 방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추억의 공간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정리되어 비어가고 떠나는 차승원과 유해진을 담아낸다. 

 

왁자했지만 결국은 하루 세 끼의 밥을 챙겨먹는 하루하루의 힘겨움과 즐거움의 시간들이 채곡채곡 채워져 하나의 삶을 이루는 건 아닐까. 그렇게 시간을 한참 보내다 하나하나 정리하고 떠나고 나면 그 빈 자리에 여전히 남아 있는 추억의 재잘거림들이 여운처럼 떠다니는 게 우리 삶의 본질이 아닐까. ‘삼시세끼’를 보다 보면 그 단순함에 담긴 삶의 비의가 엿보인다. (사진:tvN)

‘흑백요리사’, 계급 대결부터 팀워크, 먹방까지 다 잡은 음식 오디션

흑백요리사

이건 마치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오마카세라고나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탑8 결정전은 이른바 ‘레스토랑 미션’으로 펼쳐졌다. 팀을 나눠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에게 어느 팀이 더 매출을 높게 올리는가에 따라 1등은 전원 생존, 꼴찌는 전원 탈락 그리고 그 중간팀들은 미션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의해 일부가 생존하는 팀 미션이었다. 

 

이 미션은 지금껏 요리 대결을 펼치는 여타의 음식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음식만 잘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레스토랑 운영 또한 잘 해야 살아남는 미션이다. 메뉴 선정에서부터 가격 정책 같은 경영적인 마인드 또한 필요한 미션이라는 것. 백종원이 심사위원으로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으로 보이는 이 미션에서 그 승자는 최현석 셰프가 이끄는 팀이 가져갔다. 그런데 그 승리의 이유를 들어가보면 애초 이 곳을 찾을 손님들을 예상하고 그 성향을 분석한 후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잡은 것에서부터 이미 승패가 갈렸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제작진이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돈을 줄 거라는 사실에 착안해 최현석 셰프는 이 레스토랑이 일반적인 음식점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 미션에 걸맞는 ‘플렉스’할 수 있는 메뉴를 구상했고 가격정책도 고가를 선택했다. 물론 이를 받쳐주는 음식의 퀄리티가 담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이러한 정책적 결정이 그만큼 중요했다는 건 결과가 알려주었다.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이러한 레스토랑 운영에 관련된 미션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채로운 재미를 추구하고 준비했는가가 느껴진다. 애초 흑백을 갈라 계급 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백수저 요리사들의 동기부여를 강력하게 만든 것도 신박한 선택이었지만, 미션이 진행되면서 지나친 계급 갈등으로 가기보다는 마치 바둑대결처럼 특정 미션에 따라 백수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 것도 언더독을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린 지점이었다. 

 

이를 테면 철가방 요리사와 여경래 셰프가 1:1 대결을 벌여 결국 흑수저인 철가방 요리사가 승리하는 장면은 이 흑백 대결의 계급 갈등이라는 것이 동기부여의 차원 그 이상으로 첨예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철가방 요리사는 넙죽 여경래 셰프에게 예우의 마음을 담아 절을 했고, 여경래 셰프는 선선하게 “후배들이 잘 해야 한다”며 이번 상황에서는 후배가 더 잘해서 이긴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이 흑백이 바둑 게임 같은 의미의 흑백이라는 걸 드러내줬다. 이보다 더 훈훈한 대결이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제작진이 훈훈한 상황만을 염두에 두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건 탑8 결정전에서 팀을 3팀으로 나눠놓고는 각 팀에서 한 명씩 투표를 통해 방출해 또 하나의 팀을 꾸리라는 새로운 룰을 더해 놓는 장면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자신이 나가겠다고 말하고 나간 팀원들이 있었지만 투표에 의해 방출되어 새로 꾸려진 팀은 언더독으로서의 투지를 불태우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제작진이 얼마나 출연자들을 룰을 통해 쥐락펴락 하고 있는가가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또 레스토랑 미션에서 주목되는 건, 그 곳을 찾은 손님들을 유명 먹방 크리에이터들로 채우고 그들을 길다란 한 테이블에 앉혀 놓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러운 먹방이 연출된다. 어떤 이가 먹으면 그 먹는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이 주문을 하거나 하지 않는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먹방에 먹방을 이어붙여 만들어낸 시너지라고 볼 수 있다. 한 편에서는 주문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쿡방이 이어지고, 때론 잘못된 음식을 바로잡아 손님의 마음을 다시 끌어내는 백전노장들의 노하우가 시전되기도 한다. 

 

그렇게 톱8이 결정됐고, 이제 톱2를 결정하기 위한 두 가지 미션 중 하나인 ‘인생의 요리’가 펼쳐졌다. 여기서 ‘흑백요리사’는 이제 톱8의 인생 스토리가 곁들여진 음식을 접하게 되고, 스토리텔링이 갖는 재미와 더불어 이들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보다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모카세의 칼국수집 이야기나, 나폴리 맛피아의 할머니 게국지 이야기는 이들의 요리는 물론이고 이들 인물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먹방이니 쿡방이니 요리 서바이벌이니 하는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지나간 트렌드처럼 여겨져왔던 건 사실이다. 워낙 많이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게 있을까 싶었던 것. 하지만 ‘흑백요리사’는 실로 다채로운 맛의 미션들을 다양하게 내놨다. 1대1 흑백대결은 물론이고, 팀워크와 팀불화가 명확히 보이는 팀미션, 편의점 재료로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요리 대결에, 레스토랑 운영 미션을 통해 쿡방과 먹방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보여주는 미션 등등. 그 하나하나의 미션들이 정성스럽다. 마치 코스로 하나씩 내놓는 오마카세 같은 음식 서바이벌의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잘 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2주 연속 1위는 물론이고 이미 SNS에는 여기 나온 요리사들의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무리 많이 나와 흔해졌다고 해도 어떻게 요리해내느냐에 따라 그 맛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흑백요리사’는 보여주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삼시세끼 light’, 예능적인 맛은 덜해도 임영웅과의 평화로운 시간들이니

삼시세끼light

등장부터가 조심스럽다. 다른 게스트도 아니고 임영웅이 아닌가. tvN ‘삼시세끼 light’의 10년 차 베테랑들인 유해진, 차승원조차 말을 쉽게 놓질 못한다. 워낙 존재감이 큰 게스트지만 임영웅 본인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전날 미리 그 곳에 왔었다는 임영웅은 소주라도 한 잔 하고 방송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긴장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임영웅에게도 이런 예능은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삼시세끼’라는 레전드 예능이고 대선배들인 유해진, 차승원과 함께가 아닌가. 

 

이등병의 마음으로 왔다는 임영웅은 그래서 자기에게 이 일 저 일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편안하게 해주려는 심산이다. 유해진과 차승원도 조금씩 마음을 놓고 “이제부터는 손님 아냐”라며 일을 시켜본다. 첫 번째 일로 주어진 마늘까기. 사실 뭐 어려운 일일까 싶지만 처음 하는 사람한테는 낯선 일이기도 하다. 마늘까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막걸리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잔잔한 웃음을 준다. 어딘가 서툰 모습에 마늘까기 달인(?) 수준인 유해진과 차승원의 시선은 자꾸 임영웅에게 간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은 임영웅은 어딘가 엉성하다. 요리부인 차승원을 도와주는 역할에서도 그렇지만, 작업부 유해진이 양념통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는 일을 도와주는 데서도 그렇다. 호기롭게 어렸을 때부터 가구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며 나섰지만 톱질이 삐뚤빼뚤 엉성하다. 유해진은 그걸 콕 집어 “임! 이거 상당히 삐뚤어”라고 말해 웃음을 준다. 도와주려 열심히 했는데 엉성하게 된 상황에 멋쩍어 하는 임영웅의 모습이라니. 

 

하지만 엉성해도 그렇게 익숙지 않은 요리와 작업을 하고, 잘 하면 잘 한다 못 하면 못 한다고 말하며 웃고 떠들면서 조금씩 임영웅과 유해진, 차승원 사이에 존재하던 어색함은 사라진다. 웰컴 드링크로 막걸리 한 잔을 주고, 특별 코스요리(?)라며 부추전에 수육 그리고 임영웅이 가져온 수박으로 후식까지 챙겨먹으며 식구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물론 농촌에 왔으니 노동이 빠질 수 없다. 수육거리로 산 고기 대신 빚으로 갖게 된 감자 캐기 140Kg을 채우기 위해 세 사람은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한다. 허리를 굽힌 채 하는 안해본 감자캐기 역시 만만찮은 노동이지만 커다란 감자가 쏙 나왔을 때의 즐거움이 교차된다. 일하고 함께 끼니를 챙겨먹는 평범한 시골에서의 일상이 후루룩 지나간다. 오롯이 삼시 세 끼 챙겨먹는 일에만 집중함으로써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그 ‘삼시세끼’ 특유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드라마처럼 예능도 어떤 갈등이나 대결 같은 것들이 들어가야 극적인 재미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삼시세끼 light’는 아예 ‘light’를 표방한 것처럼 그다지 극적인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이제 어언 10주년을 맞이한 ‘삼시세끼’가 이 프로그램의 본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본래 ‘삼시세끼’는 그 시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가득해 있던 예능 프로그램들 속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던 프로그램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풍경처럼 자리한 평창의 산세들과, 그 사이를 유유히 움직이는 구름들, 어스름해지는 저녁에 식사 후 감자밭 저편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정서적인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라면 대단한 사건보다는 밥 한 끼 같이 해먹고 수다를 떠는 일조차 푸근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밍밍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래도록 함께 해온 유해진과 차승원은 이 평범한 시골에서의 하루에도 깨알같은 재미들을 채워놓는다. 고추장찌개에 유해진이 시큼한 김치를 썰다가 충동적으로 맛있을 것 같아 그걸 찌개에 몰래 넣자 차승원이 “안 만든다”며 국자를 놓고 나가버리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유해진이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에 막걸리를 권하며 “한 잔 해”라고 하는 말에 금세 풀어지는 차승원의 모습은 그 짧은 장면 하나에 마치 드라마 같은 극적 상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어제는 뭐 하셨어요?”라는 임영웅의 질문에 “어젠 좀 싸웠어.”라고 너스레를 떠는 유해진의 말은 전 날의 그 사건을 가져와 그 때와는 너무나 다른 임영웅과의 평화로운 하루를 그려낸다. 대단한 일이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낯선 손님들에게도 배를 다 드러내고 누워 애교를 부리는 집주인의 반려견 복구만 봐도 힐링이 되는 그런 평화로움이랄까. 

 

도시에서라면 지나쳤을 찌개 끓는 소리도 더 잘 들리고, 날이 어둑해져 가는 그 시간의 흐름이 눈에 들어오는 평창의 시골집이니 그런 낯설음에 엉성함 또한 작은 재미들이 된다. 유독 뜨거웠던 늦여름에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너무 좋다”고 말하는 평화로움이 있으니. “이거 평화를 어떻게 하면은 쉽게 깨는 방법을 알려줘? 뭐 넣으면 돼.” 유해진의 말은 그래서 본질로 돌아온 ‘삼시세끼 light’ 본연의 맛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그런 별 것도 아닌 자잘한 일조차 사건처럼 느껴지게 되는 재미가 그것이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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