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의 광수, 배경음악만으로도 웃긴 캐릭터

 

<런닝맨>은 캐릭터 열전이다. 유르스윌리스, 유혁 같은 캐릭터를 가진 유재석, 능력자 김종국, 하로로 하하, 에이스 송지효, 이지 브라더스, 필촉 크로스의 이광수, 지석진, 그 자체로 캐릭터인 개리 등등... <런닝맨>의 캐릭터는 말 그대로 쏟아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기린 이광수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제주도에서 한지민을 게스트로 벌어진 <런닝맨>에서 이광수는 그 어떤 캐릭터들보다 많은 역할을 보여주었다. 유재석이 도둑 샤워를 하기 위해 불쑥 샤워실에 들어갔을 때 이광수는 특유의 불쾌한 표정으로 “다 나가!”를 외쳤고, 김종국이 자신은 여자에게 약해서 한지민의 이름표를 뗄 수 없기 때문에 송지효하고만 같이 다니겠다고 하자 “전 한지민 머리채도 잡을 수 있어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생명을 하나 더 사놓고 김종국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숨기고 있는 와중에, 방송으로 그 사실이 공개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도 압권이었고, 미로에서 특유의 큰 키를 이용해 폴짝폴짝 뛰면서 벽 너머를 살피고 길을 찾는 기린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결국 이지브라더스로 지석진과 팀을 이뤄 마지막 한지민과의 대결에서 어처구니없이 지는 상황도 이광수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을 수 있었다.

 

처음 그가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그저 허우대만 길쭉한 잘 알려지지 않은 그저 그런 신인 연기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차츰 그는 늘 당하는 억울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이제는 뭘 해도 빵빵 터트리는 캐릭터가 되었다. 그는 억울한 상황에 깔리는 배경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줄 정도로 자기만의 확실한 영역을 만들어놓았다.

 

이광수의 존재감은 그 억울한 표정 연기에서 비롯된다. 연기자답게 우스운 상황에서도 절대로 웃지 않고 진지하게 실제 억울하다는 표정을 고수할 때 웃음은 배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광수가 늘 당하기만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그도 모반을 꿈꾼다. 능력자 김종국에 대한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고, 뒤에서 그를 제거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자못 도발적이다.

 

사실 김종국의 스파르타식 강한 캐릭터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도 이광수의 도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도발이 성공한다. 이번 제주도 게임에서도 김종국의 편인 척 하면서 그를 속이고 적과 내통해(?) 그를 제거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늘 강하기만 한 김종국에게 이광수 같은 캐릭터의 도발이 없었다면 자칫 독재자의 인상을 지웠을 지도 모른다.

 

또 지석진처럼 늘 게임에 약한 캐릭터와는 연대를 통해 하나의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지 브라더스 혹은 필촉 크로스는 마치 ‘나홀로 집에’ 나오는 바보 같은 도둑들 콤비 같기도 하고 ‘덤 앤 더머’ 같기도 하다. 이광수의 기린이라는 캐릭터와 어울리게 지석진이 임팔라라는 캐릭터를 갖게 된 것도 이 조합이 꽤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한지민 머리채도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광수는 또한 출연하는 여성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여성들은 이 쟁쟁한 런닝맨들 속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긴장을 무장해제 시키는 역할로 이광수만한 캐릭터가 있을까. 그는 체력적으로 약한데다가 바보스럽게 늘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때로는 배신의 아이콘이라 불릴 정도로 누군가를 속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치 이윤석과 정준하와 노홍철을 섞어놓은 듯한 이 절묘한 캐릭터는 이광수만의 확실한 위치를 만들어주고 있다. <런닝맨>에 이광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 같은 흥미진진한 웃음의 구도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올림픽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 반영

 

올림픽 방송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순수하게 경기 시청률만 계산하면 다르다. AGB닐슨의 자료에 의하면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김법민이 참가한 8강전이 29.1%로 전체 올림픽 방송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오진혁이 금메달을 딴 결승전이 23.3%로 2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순수 경기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일 뿐, 프로그램의 전체 시청률을 얘기해주는 건 아니다.

 

'각시탈'(사진출처:KBS)

올림픽 방송의 지금까지의 시청률 추이를 보면 거의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 7월28일 MBC의 <런던올림픽 2012>가 10.4%로 최고 올림픽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같은 날 방송된 <닥터진>은 오히려 선전해 13.7%의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이렇게 올림픽 시즌이지만 오히려 정규 방송 중에 두각을 나타낸 프로그램들이 있다.

 

29일 올림픽 방송 최고 시청률은 KBS의 <여기는 런던 2부(11.8%)>였지만 이날 <개그콘서트>는 20%, <해피선데이>는 14.6%의 시청률을 냈다. 올림픽 시즌치고는 꽤 괜찮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방송이 비슷한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동안 30일과 31일 <골든타임>은 12%와 14.2%의 높은 시청률을 냈다. 8월1일 방영된 <각시탈>은 무려 18%의 시청률을 거뒀다.

 

물론 이 수치들은 올림픽 방송으로 인해 경쟁 프로그램들이 결방되면서 집중된 결과이기도 하다. <해피선데이>는 경쟁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가 없었기 때문에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이고, <각시탈> 역시 <유령> 같은 경쟁작이 없었기에 높은 시청률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시즌이 거의 모든 방송사의 프로그램 분위기를 올림픽으로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정규방송의 시청률은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올림픽 방송의 특성 상 관심이 가는 경기(예를 들어 금메달 결정전 같은)에 대한 집중도는 높지만 그렇다고 그 예선 경기까지 전부 챙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올림픽 방송은 순간 시청률은 높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시청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 방송3사가 서로 다른 경기들을 편성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채널을 돌려가며 보게 된다. 시청률이 분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이유 이외에도 올림픽 같은 국가 스포츠에 대한 우리의 달라진 정서도 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과거에 88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 같은 국가 스포츠는 온 국민이 한 사람의 화살을 쳐다보고, 탁구공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유도 기술을 바라보거나, 발끝에 닿는 축구공 하나에 시선을 모으는 일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그 강도는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은 여전히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본방을 못 챙기면 재방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는 정서는 국가 스포츠에 대한 달라진 국민정서를 말해주는 것 같다. 올림픽으로 인해 결말을 나중에 봐야만 하는 <신사의 품격>이나 <유령> 같은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아쉬움은 에둘러 이런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올림픽의 재미만큼 정규방송에 대한 갈증도 깊어지는 요즘이다.

모자보다 개념을 챙기라는 비난 왜 나올까

 

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왜 비난받을까. 그녀는 올림픽 방송에서 튀는 ‘모자 패션’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블랙드레스에 망사 달린 모자는 그녀가 말한 대로 사실은 “진한 감색 의상이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어두운 느낌을 전해주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장례식 의상 같다는 논란이 나올 법 했다. 그만큼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승은 아나운서'(사진출처:MBC)

양승은 아나운서는 여기에 대해 그날 있었던 박태환 선수의 실격처리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점잖은 색 옷으로 바꿔 입었다”는 것. 그런데 여기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만약 내가 밝은 색 옷을 입었다면 그걸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이것은 양승은 아나운서 역시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녀는 MBC 노조가 파업하는 도중, 노조를 탈퇴해서 주말 뉴스데스크의 안방마님을 꿰찼다. 그러면서 탈퇴의 변을 한 것이 또한 논란이 되었다. 실제로 그런 표현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과장된 것일 수도 있지만, 노조 탈퇴 같은 어찌 보면 동료를 등지는 선택에서 종교적 이유를 든다는 것이 어딘지 상식적이라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즉 양승은 아나운서가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을 선보였다고 해도, 이런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하나의 웃어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되었을 것이다. 모자 패션은 영국 여성들에게 실제로 익숙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중들이 바라보는 양승은 아나운서의 패션은 영국 문화와 전통을 고려해 착용한 것이라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멜론 빵 모자, 딤섬 찜통 모자 같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즉 뭘 해도 비난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녀는 논란이 되었던 모자를 벗고 올림픽 방송을 진행했지만, 그래도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의상 논란이 생기는 식이다. 또 런던에 갈 때 무려 17개나 되는 모자를 준비했다는 얘기도 과도한 의상에 대한 집착처럼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 일련의 의상들은 의상팀이 상의하고 함께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잘 준비된 의상도 그것을 입는 사람에 따라 달리 읽히는 것이 미디어의 속성이다.

 

사실 모자를 쓰건 안 쓰건, 어떤 의상을 입건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양승은 아나운서로 인해 올림픽 방송보다 그녀의 모자와 의상에 자꾸 시선이 분산되는 건 문제가 된다. 사실 올림픽 방송의 주인공은 열심히 한 선수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끊임없이 양승은 아나운서로 집중되는 시선과 논란은 올림픽 방송의 주객을 전도시킨다.

 

‘모자가 아니라 개념을 챙기라’는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이미 양승은 아나운서에 대한 신뢰는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사실상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나운서에 대해서 사회가 더 높은 윤리성과 도덕성 같은 잣대를 드리우고, 지나치게 연예인화 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것은 바로 이 직업이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은 아나운서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는 거꾸로 정보를 가로막는 민폐로 작용하기도 한다. 파업을 하건 중간에 빠져나오건 선택은 물론 누구에게나 자유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을 전면에서 받기 마련인 아나운서 같은 존재에게는 그 선택에 따르는 혹독한 책임도 져야 하는 법이다.

<골든타임>의 이성민, 서민들의 희망된 이유

 

세상의 모든 의사가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같다면... 이 의사, 정말 특별하다.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한다. 수술금지 조치가 내려져 수술을 하면 징계를 먹을 것을 알면서도 당장 위급한 환자를 위해 메스를 들고, 쫓겨나듯 병원을 나가면서도 마지막까지 응급환자를 걱정한다. 사고 현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중증 부상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응급처치를 하고 병원까지 이송해 아무도 손을 대려 하지 않자 본인이 수술을 해서 위기를 넘긴다. 심지어 다른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를 도와달라고 하자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 환자를 구한다.

 

'골든타임'(사진출처:MBC)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의 모든 의사가 최인혁 같지는 않다. 최인혁이 구해놓은 환자가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공표되고 언론에 관심을 끌자, 그 때까지 나 몰라라 했던 외과과장은 그것을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 환자를 모두에게 평등한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발판으로 보는 것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과에게 책임을 넘기려고 하는 이 의사 같지 않은 의사들이 꽤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 응급실의 환자들이 처한 상황은 어쩌면 고스란히 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의학드라마에서 환자들이란 늘 약자로 존재했다. 따라서 그 약자를 치료해주고 새 생명을 주는 의사라는 존재가 더더욱 부각될 수 있었던 것. 바로 이 풍경은 영웅의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힘겨운 약자의 목숨을 살리는 영웅들의 고군분투. 의학드라마 하면 늘 등장하기 마련인 천재 의사들은 그 영웅 신화의 재림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의학드라마에서 환자는 종종 소외되기도 한다. <하얀거탑>의 천재외과의 장준혁(김명민)이 그의 라이벌인 해외파 노민국(차인표)과 환자를 놓고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이렇게 소외되는 환자를 섬뜩하게 그려낸다. 여기서 환자는 그들의 입지와 대결을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되어버린다.

 

<골든타임>에서도 환자가 처한 입장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온몸에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온 위급한 환자 앞에서 각과의 의사들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로 수술을 미루다가 결국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장면은, 병 때문이 아니라 의사들의 책임회피로 환자가 죽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또 그것은 돈과 권력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VIP 환자가 들어오면 그 실적을 보이기 위해 서로 수술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그렇다. 이 씁쓸한 현실 속에서 의사는 더 이상 영웅이 아니다. 그저 권력자일 뿐이다.

 

<골든타임>의 최인혁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그가 여타의 의학드라마에서 등장했던 천재적인 의사라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의 환자를 살리겠다는 그 의지는 병원이라는 권력 시스템과 체계를 뛰어넘는다. 도대체 그런 시스템이 한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 있단 말인가. <골든타임>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이것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된다. 즉 뜻과 소신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다만 권력에만 줄을 대는 이들에 의해 쫓겨나는 그 풍경은 이 사회가 가진 불공정함을 그려낸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진짜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최인혁은 그래서 썩어버린 세상에 유일한 희망처럼 보인다. 이것은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 상당히 정치적인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최인혁은 열심히 살지만 힘겨운 서민들이 기다리는 구세주처럼 보인다.

 

<골든타임>이 여타의 의학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의사를 단순히 영웅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에서 의사들은 실수투성이다. 초짜 인턴 이민우(이선균)는 계속해서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이렇게 실수투성이의 이민우가 그저 민폐로만 보이지 않고 어떤 희망으로 보이는 이유는 결국 환자가 죽고 사는 것이 의사로서의 기술보다는 그 의사의 환자를 보는 마음이라는 것이 이 캐릭터를 통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민우는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무능하지만, 마음만은 이 병원의 과장들보다 훨씬 의사답다.

 

최인혁은 바로 이런 실수투성이지만 의사로서 생명의 고귀함을 포기하지 않는 순수함을 지닌 이민우 같은 존재에게 하나의 멘토가 된다. 세중병원이라는 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부조리한 공간에서 최인혁 같은 의사가 서 있고 그를 바라보는 이민우 같은 이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최인혁에 대한 열광은 그를 연기하는 이성민에 대한 열광으로도 이어진다. 어찌 보면 이성민이라는 배우 역시 드라마나 영화 판에서 해왔던 필모그라피에 비해 훨씬 평가절하되어 있었던 인물이 아닌가. 겉으로만 화려한 주역들의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해 온 이성민은 그래서 최인혁이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세상에 이런 인물들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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