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게스트 토크쇼, 왜 대세가 됐을까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놀러와'는 '인물열전' 2탄으로 심수봉을 초대했다. 1탄은 전유성이었다. 본래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집중도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1인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놓은 건 '놀러와'의 새로운 시도다. 물론 심수봉을 받쳐주는 게스트로 임백천과 이상우가 출연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받쳐주는 역할일 뿐 이 '인물열전'의 초점은 심수봉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그 토크쇼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여러 군데서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리 조사한 게스트가 살아온 프로필을 읽어나가는 것이나 그러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중간 중간 이어지는 작은 코너들로 만들어내는 변화 등등.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1인 게스트를 고집하며 지금껏 뚝심 있게 해온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은 '놀러와'의 한 특집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릎팍 도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놀러와'뿐만이 아니다. '승승장구' 역시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네 명의 MC가 얘기하기보다는 귀를 열어놓는 프로그램으로 그 방식도 '무릎팍 도사'와 유사하다. '당신의 사전'은 키워드를 통해 게스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로, '무릎팍 도사'가 '건방진 프로필' 등으로 게스트의 프로필을 흥미롭게 전하는 방식의 변화된 형태다. 여기에 '승승장구'만의 특별한 형식인 '몰래온 손님' 같은 코너는 이 토크쇼를 좀 더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초반 집단 게스트를 통해 좀 더 버라이어티한 맛을 보여주었던 '강심장'에게 한참 밀리던 '승승장구'는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한계인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흐름을 보면 '강심장'이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승승장구'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의 유동률이 많은 '강심장'과 비교해 '승승장구'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에 SBS가 '밤이면 밤마다' 대신 '힐링 캠프'를 런칭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어딘지 시끌벅적하던 '밤이면 밤마다'와는 완전히 다른 '힐링 캠프'는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말 그대로 '힐링'의 느낌을 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토크쇼다. '승승장구'의 캠프 버전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토크쇼는 역시 그 연원을 찾아가보면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총정리하는 듯한 그 토크쇼의 흐름은 분명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토크쇼는 당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한 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던 이른바 '집단 토크쇼'는 여러모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영향이 짙다. 1대1로 주고받는 전화 같은 과거의 소통방식은 인터넷으로 오면서 여러 개의 창이 화면 위에 열려진 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낯설지 않게 했다. 물론 집단 토크쇼는 또한 뭔가 1대1로 주고받는 방식이 갖는 홍보적인 성향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상쇄시키기도 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집중이라 여겨졌던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시간을 할애 받아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집단 토크쇼는 그래서 심지어 민주적(?)인 방식이라고까지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 집단 토크쇼의 트렌드는 이제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TV는 여전히 TV인 셈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배틀로 변질되고,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예의 없는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정신없음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피곤함을 재현한다.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아날로그를 찾듯 사람들은 다시 좀 더 편안한 토크쇼를 찾게 됐다.

모두가 집단화되고 배틀화되던 토크쇼의 경향 속에서도 꿋꿋이 1인 토크쇼를 고집한 '무릎팍 도사'가 새삼 주목되는 건 최근의 이런 새로운 경향이 그 뒤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인 토크쇼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게 사실이다. 1인 토크쇼가 갖는 홍보적인 성향을 넘어서기 위해 적절한 긴장과 대결구도를 무릎팍 도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장착해내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낱낱이 그려내는 토크쇼. '무릎팍 도사'는 그래서 지금 점점 트렌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 토크쇼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명성황후 스토리와 우리들의 스토리가 만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의 마음은 어떨까. '나 가거든'의 화자는 '쓸쓸한 달빛 아래' 지나는 바람 한 점에 한숨 쉬듯 묻는다.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명성황후'의 OST로 잘 알려진 '나 가거든'은 바로 그 명성황후의 못 다한 목소리를 깨워내는 노래다. 명성황후로 연기했던 이미연의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는 대사는 여전히 그 울림이 깊다. '나 가거든'은 바로 그 죽음 앞에 섰지만 '조선의 국모'로서 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을 보인 명성황후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쓸쓸함과 슬픔이 교차하는 정조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발라드에 비장미가 넘치는 것은 이 두 정조에서 비롯된다.

"작은 시간 안에 스토리의 시작, 중간, 끝 이렇게 나뉠 것 같아요." 박정현이 이 노래를 "5분짜리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건 이 곡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다. 마치 새벽녘 죽음을 앞둔 자의 외로움에 홀로 독백하듯 시작했다가, '슬퍼도' 살아야 하고, 아니 '슬퍼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 그리고 결국 죽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살아야했던 이유를 남길 수밖에 없는 절절한 마음을 토로하고는, 자신을 기억할 이들에게 그 '슬픔까지도 사랑'했다는 말을 남기며 끝이 난다. 이것은 명성황후의 엄청난 비극적인 운명을 그려내는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네 모든 인간의 운명을 담아낸 가사이기도 하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 언젠가는 떠나게 될 것이고 그래서 슬프지만 바로 그 슬프기 때문에 살아야 하며, 그 삶이 다 하는 날 그를 기억하는 이들로 인해 한 삶을 살아낸 이유를 알 수 있는. 모두가 스러질 운명이지만 그 기억 속에 살아남아 있기에 그 슬픔 또한 사랑했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 '나 가거든'은 이처럼 명성황후라는 특수한 스토리를 그려내면서도 그 안에 우리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스토리를 담아낸다.

조수미가 성악 창법으로 담담하면서도 비장한 '나 가거든'을 불렀다면, 박정현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때론 감정을 절제하고 때론 감정을 몰아치면서 이 노래를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든다. 그래서 쓸쓸한 바람소리 같은 해금연주 위에 심지어 예쁘게까지 느껴지는 박정현의 목소리로 시작한 노래는 차츰 감정이 고조되면서 한숨 쉬듯 내뱉어지다가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에서 그 아픈 속내를 살짝 드러내고는 다시 감춰진다. 그리고 다시 차츰 비장해지면서 감정은 폭발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두 번째 토로하는 '슬퍼서 살아야 하네'에서는 애써 숨겼던 깊은 슬픔이 마구 밖으로 드러나면서 듣는 이의 가슴을 후벼 판다.

'나 가거든'은 박정현 말고도 조관우, 김범수, 김경호 등 여러 가수들에 의해 불려졌다. 그 한국적인 '한'의 정조가 현대적인 록 발라드 장르와 너무나 잘 어우러지며 듣는 이에게 깊은 감흥을 남기면서도, 부르는 이의 창법에 따라 전혀 다른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경호의 '나 가거든'은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강은경 이경섭의 록 발라드 버전을 가장 충실하게 전해주면서, 이들이 작사 작곡해 김경호가 부른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범수의 '나 가거든'은 마치 그가 부른 '하루' 같은 느낌을 주고, 조관우는 그 특유의 창법으로 한편의 오페라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박정현의 '나 가거든'을 듣다보면 이 가수가 가진 다채로운 목소리와 감정 선에 놀라게 된다. 어떨 때는 귀여울 정도로 맑다가 어떨 때는 마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바뀌는 박정현 특유의 창법은 그래서 이 노래를 한 편의 연극이게 만든다. 절정의 순간에 가슴 한쪽이 아려오면서 뭉클해지는 것은 이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마치 드라마처럼 감정을 서서히 끌어올려 결국 폭발시키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 가녀린 체구는 어디서 그런 깊은 아픔의 목소리가 솟아나는지, 오히려 이 폭발적인 감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완벽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감정의 절제와 폭발이 적절한 스토리 라인 위에서 드라마틱하게 연출되는 '나 가거든'은 사실 노래 자체가 주는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노래는 좋은 가수와 무대를 만나면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딘지 마지막 경연장 같은 비장미가 넘치는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에서 박정현이라는 가수에 의해 불려진 '나 가거든'이 더더욱 우리를 먹먹하게 하는 건 아마도 그 가수라는 존재의 쓸쓸함과 슬픔과 기쁨이 노래를 통해 전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노래는 또한 듣는 이에게도 똑같이 '나는 왜 살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래서 이 노래를 매개로한 부르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같은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공감이 노래로 전달될 때, 우리의 가슴은 떨릴 수밖에 없다.


경쟁이 아닌 공감의 오디션, '톱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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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사진출처:KBS)

아팠죠. 그 뒷모습들이... 저 두 팀은 앞으로 몇 초 후에 벌어질 상황을 모르고 가는 거잖아요." '톱밴드'의 본선 서바이벌에서 코치 중 한 명인 김도균은 네 팀 중 두 팀을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의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한편 이 과정이 "지금껏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는 또 다른 코치인 노브레인 역시 떨어진 두 팀을 맞아 말을 잇지 못했다.

정작 김도균과 노브레인을 위로한 건 떨어진 그들이었다. 미안해하는 김도균에게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미안해 해주시기까지 해고. 그날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라고 마음을 전했고, 가족밴드로 참가했다 떨어지게 된 블루오션의 리더인 아버지는 미안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노브레인에게 다가가 오히려 "왜 그래?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며 껴안아 주었다.

서바이벌이라고는 하지만 경연 과정에서도 이들의 오디션은 남달랐다. 각 조마다 네 팀 중 두 팀은 떨어질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들의 코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라이밴드는 경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뽑아 주세요가 아니고요, 저희를 뽑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의 경연 무대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무대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즐기고 몰입하는 과정을 보여준 무대로 보였다. BBA는 연주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끝나고 나서 너무 잘했다,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안아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소회를 전했고, 재즈적이면서도 록적인 느낌을 연주한 제이파워는 무대를 내려오며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은 "뭔가 내가 즐기고 있다는 느낌. 무아지경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톱밴드'는 오디션이라는 서바이벌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서바이벌과는 다른 어딘지 훈훈한 그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처절함으로 치자면 밴드들만큼 절박한 이들도 없을 것이다. 늘 주류 바깥으로 밀려 있었던 그들이다.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는 김도균이나 신대철도 그 생활고를 겪었을 정도니 그들이 천거하고 이끌어주는 밴드 참가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절박함이 자신들만 살겠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다른 밴드들과의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들은 경쟁하는 밴드들끼리, 또 밴드와 그를 이끌어주는 선배밴드로서의 코치들 사이에 깊은 공감대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힘겨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심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 이것은 어쩌면 밴드라는 특징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밴드는 한 사람의 연주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합주로 팀워크를 이뤄야 음악에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고 마치 자신의 연주처럼 여기는 마음은 늘 훈련되어 있는 것을 게다.

이것은 밴드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 그러니 어찌 보면 '톱밴드'가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는 것이 어딘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광필 EP가 밝힌 대로, 그간 방송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밴드를 소개하는데 "요즘 가장 관심을 끄는 오디션 형식을 십분 활용할 필요를 느꼈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형식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출중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의 노래를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었을까.

'톱밴드'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훈훈한 것은 이런 밴드들의 절절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누군가는 오르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이 많은 밴드들의 모습들이 거대한 하나의 밴드처럼 보일 때가 있다. 팀명은 다르지만 밴드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그 모습. 당락과 상관없이 거기 같은 무대에 섰던 모든 이들은 그래서 '톱밴드'의 한 구성원인 셈이다.


'불후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 무엇을 남겼나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트로트가 이토록 멋진 음악이었던가. '불후의 명곡2'의 여름방학 특집으로 마련된 '남자 보컬리스트'들의 경연은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간 '나는 가수다'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그 가능성은 수십 년 전에 불려진 트로트 선율이 스윙과 R&B, 랩과 심지어 헤비메탈로 변신하는 그 짜릿한 지점에서 생겨났고, 아이돌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바깥으로 좀 더 다양한 가수를 무대 위에 세우는 발상의 전환에서 생겨났다. 물론 이것은 고정된 포맷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여름방학을 맞아 기획된 특집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저 특집으로 묻어버리기에는 그 가능성이 너무나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석훈, 환희, 김태우, 케이윌, 임태경, 이정, 휘성, 이혁. 이들은 아이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기성가수라고 말하기도 어려우며 아직도 아이돌들이 서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불후의 명곡2'가 가진 '신구세대의 소통'이라는 기획의도에 이들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중간자적인 위치가 돋보인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은 어느 정도 가요계에서 함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친밀하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안다. 실제로 김태우, 케이윌, 환희, 휘성 같은 가수들은 잘 알려진 절친들이다. 그러니 서로 경쟁하는 경연의 무대에서도 그 친구로서의 친밀감이 느껴진다. 무대 뒤에서 새롭게 느끼는 긴장감을 서로 토로하고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 이야기들이 웃음과 여유를 주는 건 그 친밀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이 특별한 가능성을 보인 것은 이 가수들의 기량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 특집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들만의 가창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됐다는 얘기다. SG워너비의 이석훈은 그 특유의 절절함을 담아 '봄날은 간다'를 불렀고, 환희는 '갈대의 순정'을 통해 남성적인 강한 그의 보컬을 끄집어냈다. 김태우의 경쾌한 스윙으로 구성된 '빨간 구두 아가씨'는 가창력과 쇼맨십의 조화를 보여주었고, 케이윌의 '목포의 눈물'은 절정의 테크니션이 감정을 담아냈을 때의 폭발력을 전해주었다. 팝페라 가수 임태경의 뮤지컬 아리아 같은 '동백아가씨', 담담하게 언플러그드의 맛을 보여준 이정의 '청포도 사랑', 휘성의 랩이 섞여져 완벽 재해석된 '노란샤쓰의 사나이', 그리고 이혁의 메탈로 재해석한 '신라의 달밤' 까지. 무엇 하나 매력이 묻어나지 않는 무대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 날의 무대가 가진 가능성과 의미를 증폭시킨 인물로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강헌과 이상벽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의 도발적(?)이면서 때로는 지극히 전문적인 곡 해설은 이들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특히 강헌은 각 노래가 가진 우리 가요사에서의 위치를 설명해주고 또 그것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뀌었는가를 적절한 비유를 통해 해석해줌으로써 의미를 더했다. 이것은 기존 '불후의 명곡2'에서 이른바 전설의 가수들이 아이돌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그저 상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더해주었다.

여러모로 '불후의 명곡2'가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한 남자 보컬리스트 특집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해준 셈이다. 과연 '불후의 명곡2'는 이 가능성을 앞으로도 잘 살려나갈 수 있을까. 모쪼록 그런 진화의 과정을 겪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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