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자체발광', '사이펀', '미지수'

'~는 □다'라는 형태로 KBS의 '스펀지'는 정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그 □속에 채워질 때, 카메라는 놀라는 표정의 출연진들을 담아낸다. '이제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될 테니 준비하시라'는 예고편인 셈. 그렇게 밝혀진 정보에 출연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카메라는 친절하게도 그 정보의 진위를 파악해준다. 그걸 위해서 카메라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직접 황당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때론 고속카메라 같은 영상장비가 우리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것은 그 무겁고 가벼움에 상관없이 정보가 가치가 된 시대에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이 그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MBC의 '자체발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호기심이 존재하는 곳으로 직접 찾아들어간다. 처음 궁금증 해결을 위해 PD들이 실험에 참가하던 형식은 이제 일반인들을 참여시키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제작진이 '취권과 당랑권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궁금증을 제시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소림사로 직접 날아갈 지원자를 모집하면, 간단한 오디션을 거쳐 뽑힌 지원자가 그 궁금증 해결을 직접 해주는 형식이다. 이 형식을 보다 흥미롭게 해주는 것은 그 리얼 버라이어티쇼적인 프로그램의 성격이다. 따라서 이 교양프로그램 같지 않은 '자체발광'은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정보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깔려있다.

EBS는 교육방송답게 교육적인 내용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사실 이 에듀테인먼트, 혹은 인포테인먼트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EBS의 '사이펀'이 보여주는 방식은 말 그대로 과학실험을 쇼의 형식으로 연출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이펀'은 사이언스와 펀(fun)의 합성어다. 즉 '즐거운 과학'을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는 것. 그 실험에는 스펀지가 얼마나 완충효과를 해주는가를 실험하기 위해 스펀지로 커다란 박스를 만들고 그 안에 마네킹을 넣은 후, 고층 빌딩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블록버스터 실험도 있으며, 압력의 법칙을 실험하기 위해 뻥튀기를 대포처럼 쏘는 기상천외한 실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형식이 말 그대로 '펀(fun)'하다는 것. 진행자로 김늘메나 김형인 같은 개그맨이 있는 것은 프로그램을 더욱 즐기게 해준다.

한편 KBS의 '미지수' 같은 다큐 프로그램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잘라져 그간 다큐의 소재로서는 다뤄지지 않던 일상에서 생기는 궁금증 같은 것도 소재로서 활용된다. 일상에서의 궁금증, 예를 들면 '여자는 과연 남자보다 운전을 못할까?'라든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서울여행을 떠난다는 어떤 기분일까?' 같은 지적 호기심이 다큐 형식으로 풀어내진다. 본래 다큐멘터리는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는 TV의 전형적인 방식이었지만, '미지수'에 오면 그 궁금증은 좀 더 일상적인 것으로 넓혀진다. 그만큼 우리의 호기심도 일상화되어간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일상화된 호기심의 시대에 TV는 그 정보의 가치구분 없이 호기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고 있다. 그것은 다큐의 방식일 수도 있고, 교육적인 실험의 방식일 수도 있으며,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는 듯한 예능적인 방식일 수도 있고, 전형적인 교양 프로그램의 퀴즈 형식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형식이든 정보에 대한 호기심에 목말라 있는 우리로서는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보의 과잉은 그만큼 그 정보들에 대한 호기심도 증폭시켜 놓았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정보를 대하는 자세다. 그것이 경제에 대한 것이든, 과학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심지어 정치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정보는 늘 즐기는 어떤 것(fun)으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사실 매체가 주는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매체 자체가 던져주는 태도나 형식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이들 프로그램들은 이제 우리가 정보의 가치를 논하던 시대에서 어떤 것이든 즐길 수 있으면 그 정보에 가치가 부여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즐겁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정보가 되지 못하는 그런 시대가 올 거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TV의 분류기준, 즉 교양과 예능 사이는 이제 점점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드라마 속 숨은그림찾기, 드라마만큼 재밌네

‘추노’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까메오로 출연한 개그맨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던 드라마. 이 드라마에 장동건, 이병헌, 송강호, 한석규라는 이름에 이어 유재석과 박명수의 이름이 소현세자의 추종세력 명단 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에 의해 찾아내져 화제를 만들었다. ‘개인의 취향’에 갑자기 등장한 구준표(?)는 ‘추노’가 주었던 이 숨은그림찾기의 재미를 재발견해주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를 연발하던 백광호 역할의 박노식씨가 소라 머리를 하고 가슴에 ‘구준표’라는 명찰을 단 채 등장했던 것.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의 숨은그림찾기는 ‘구준표’에만 머물지 않는다. ‘추노’에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왕손이 역할로 나왔던 김지석은 이 드라마에서도 한창렬이라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그는 주인공 박개인(손예진)과 사귀었지만 결국엔 그녀를 버리고 그녀의 친구인 인희(왕지혜)와 결혼하려던 사내다. 재미있는 건 이 한창렬이라는 바람둥이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안석환이다. 그는 ‘추노’에서 방화백으로 출연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뜻이 그렇다는 거여?”, “그게 말이여 당나귀여” 같은 감칠맛 나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배꼽 잡게 만들었던 인물.

자세히 보면 그는 얼굴에 난데없는(?) 칼자국을 하고 있는데,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추노’에서의 대길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추노’에서는 손바닥을 삭삭 비비며 서민들의 처세술을 보이던 그가, 이 드라마에서는 대길이처럼 마초 중의 마초로 변신한 것. ‘개인의 취향’에서 안석환이 맡은 한윤섭이란 캐릭터는 진호(이민호)의 아버지를 배신해 현재의 사업기반을 이룬 인물이다. ‘추노’에서 대길의 칼자국은 본래는 없다가 연기자인 장혁의 제안으로 된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번 한윤섭 캐릭터의 칼자국 역시 안석환의 제안일까.

한편 결혼식장에서 방송이 연결된 지도 모른 채 남자친구를 빼앗긴 것에 대해 넋두리를 한 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게 된 다른 결혼 커플로 등장한 송선미와 정찬은 다름 아닌 주말 드라마 ‘민들레 가족’의 부부. ‘민들레 가족’에서 아내의 몸매가 망가지는 것이 싫어 일일이 식단까지 간섭하는 완벽주의자 민명석(정찬)과 그로 인해 겉으론 화려해보여도 속으로는 망가지는 지원(송선미)의 결혼식 장면이 삽입된 것.

물론 드라마 속의 숨은그림찾기는 의도된 것도 있지만, 의도되지 않은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처럼 숨겨진 그림들을 네티즌들이 찾아내는 과정이 주는 쏠쏠한 재미는 이제 드라마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재미가 분명하다. 그만큼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깊어졌고, 그로 인해 대중들이 드라마에 참여하려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이 숨은그림찾기는 그런 면에서 그 상호작용으로서의 욕구를 채워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이것은 드라마 간의 상호텍스트성의 재미를 느낄 만큼 우리네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깊은 이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의 취향' 속에서 발견한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추노'의 대길. 그 숨은그림찾기의 색다른 재미는 계속 이어질까. 아마도.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 어디까지 변신할까

신데렐라 집에 들어간 신데렐라 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문근영이 연기하는 신데렐라 언니 은조는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을 가족으로 살갑게 대하려는 새 가족들을 계속해서 밀쳐내는 중이다. 끝없이 재잘거리며 언니를 따르는 동생 효선(서우)에게 "너 원래 그렇게 말이 많니?" 하며 금을 긋고, 키다리 아저씨마냥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기훈(천정명)에게 "나한테 뜯어먹을 거 있어? 왜 웃어?"하고 쏘아댄다. 기훈의 말처럼 웃을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하필이면 뜯어먹을 게 있어야 웃는다"는 아이. 그만큼 은조는 행복이라고 여겼던 것들에 지독히도 배신을 당해왔다. 그러니 아예 행복의 접근을 막는 중이다.

이런 신데렐라 언니 옆에서 자신이 문자를 보내면 절대로 씹히지 않을 거라는 행복에 대한 신념을 가진 신데렐라 효선의 늘 방글방글 웃는 얼굴은 오히려 그녀에겐 상처가 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호의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완벽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데렐라 언니 은조에게 차분히 다가와 "나도 너 같았다"며 "너 같았는데 여기서 지내다가 나 같아졌다"고 말하는 기훈은 어쩌면 또 빼앗길 지도 모르는 이 행복을 조금은 믿고 싶게 만드는 인물일 것이다.

이처럼 신데렐라 언니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신데렐라 이야기 속의 은조는 전혀 악역이 아니다. 오히려 이 불행한 상황 속에 던져진 은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효선의 행동이 악역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가 뒤집어놓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이다. 늘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고 있는 은조가 측은해지고, 늘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재잘대는 효선이 오히려 미워지는 이 캐릭터 설정. 그리고 그 상반된 캐릭터의 축성을 통해 만들어낸 악역의 역전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따라서 악역으로 시작하지만 차츰 이해가 되고 오히려 그 악역의 상황에 몰입되게 만드는 은조를 연기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에서 이것은 한 차원 더 나아가 '악역이 아닌 악역'을 연기한다는 것. 문근영은 이를 위해 몇 가지 얼굴표정에 말투를 이어 붙였다. 절대로 웃지 않는 얼굴, 말하거나 들을 때면 약간 삐뚤어진 반항적인 입 매무새, 불만이 가득하지만 왠지 허무한 눈, 마치 가리려는 듯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반쯤 가려진 눈, 무심한 듯 하지만 사실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몸을 반쯤 빼고 있는 자세로 틀어진 몸... 한 마디로 말하면 상처받은 짐승의 몸짓에 "아니요" 혹은 "싫어요"를 반복하는 대사를 연결시켰다.

쓸쓸하지만 때론 독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 눈빛은 '선덕여왕'에서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미실을 연기한 고현정을 닮았다. 그러고 보면 문근영의 연기자로서의 행보는 여러 모로 고현정의 그것을 닮은 구석이 있다. 청춘스타로서 맑고 순수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고현정은 세월이 흐른 뒤, 복귀하면서 '여우야 뭐하니'로 털털한 노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했고, 몇몇 영화들('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같은)을 통해 스타의 이미지를 털어버렸다. 그리고 '선덕여왕'의 미실은 그녀를 온전한 연기자로 세워주었다.

문근영은 '어린신부', '댄서의 순정'을 통해 국민여동생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후, 성인 연기자로 변신하려 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바람의 화원'의 남장여자 신윤복 역을 통해 더 이상 국민여동생에만 머물지 않는 그녀의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미실이 고현정에게 완전한 연기자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해준 것처럼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는 문근영에게 또 한 번 연기자로서의 그녀의 입지를 탄탄하게 해줄까. 살짝 돌려 내리 깔아보는 문근영의 눈에서 고현정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섣부른 생각일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사극불패 신화, 새로움에 달렸다

한 때 사극의 기본 시청률은 20%라고 했다. 그만큼 사극은 극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청률을 먹고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사극과 의학드라마, 중세와 근대의 하이브리드를 주창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제중원'은 초반 현대극 '파스타'에 밀리더니 정작 '파스타'가 종영한 후에도 26회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13% 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새롭게 시작한 이병훈 감독의 '동이'는 한효주와 지진희가 등장하면서 차츰 시청률을 회복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14%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자의 탄생'이 두 사극을 앞지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주말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는 '거상 김만덕'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시청률이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15%에 머물러 경쟁작인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밀리고 있다. 물론 '동이'나 '거상 김만덕'은 초반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중원'을 통해 우리는 사극이면 무조건 된다던 그 사극 불패 신화가 깨져가고 있다는 징후를 읽을 수 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에 이른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선덕여왕'에 이어, 올해의 '추노'는 사극이 가질 수 있는 힘을 최대치로 보여주었다. '선덕여왕'은 여성사극의 성장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스토리의 극점을 보여주었고, '추노'는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통해 사극이 제공할 수 있는 볼거리의 새로움을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 '제중원'의 스토리는 너무 정석적이었고, '동이'의 볼거리는 사뭇 밋밋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제중원'은 구한말 제중원이란 공간의 좋은 소재를 갖고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어떤 매력을 제시하지 못했다. 주인공 황정(박용우)은 착하나 남성적인 매력이 돋보이지 않았고, 여주인공 석란(한혜진) 역시 개화된 여성이기는 하나 어떤 당찬 매력이 드러나지 않았다. 황정의 라이벌인 도양(연정훈)은 신분 이외에 황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는 인물로 설정되어 라이벌로서의 매력을 보이지 못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멜로가 신분제에 얽매여 신파로 흐르는 반면, 제중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어떤 추진력을 만들기보다는 일회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에 머무르는 경향이 짙었다. 가장 극성이 큰 부분일 수 있었던 황정이 형장에 서게 되는 위기상황에서 왕의 부름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는 고대 그리스극의 한 방식)를 떠오르게 하는 해결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맥 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갑신정변이나 을미사변 같은 거대한 사건이 지나치게 소소하게 다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이'는 초반부 캐릭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치게 빠른 스토리 전개로 몰입이 되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이병훈 PD 특유의 추리적인 연출기법은 캐릭터가 형성되었을 때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극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부분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또한 '추노' 이후 생겨난 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새로움에 대한 욕구 역시, 성인 연기자들로 전환되면서 '동이'가 소재로 내세운 음악이 등장하며 차츰 채워져 나가고 있다. 이 상황이라면 '동이'는 초반의 부진을 금세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거상 김만덕' 역시 이미연의 등장과 함께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 복수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이 차츰 나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 스토리가 가진 전형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미 '대장금'이 보여준 성장스토리에 '상도' 이후 일련의 퓨전사극들이 보여준 경제 이야기의 재미, 그 이상의 새로움을 현재의 시청자들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극이면 무조건 되던 시대는 지났다. 그만큼 사극은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가 되었고, 어떤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장르가 되었다. 그러니 역사 바깥에서 인물을 찾아내고, 거기에 상상력을 붙여낸다고 해서 모두 성공적인 사극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 사극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움이다. 지금껏 다루지 못했던 소재와 지금껏 듣지 못했던 이야기구조, 그리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상미학. 이제 작금의 사극에 요구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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