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 죽음을 보는 옥택연이 이연희에게는 설렌다는 건

 

만일 누군가의 죽음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MBC 수목드라마 <더 게임 : 0시를 향하여(이하 더 게임)>는 김태평(옥택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누군가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죽음의 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 그는 자신의 쓸쓸한 죽음까지 이미 본 인물이다.

 

사람이라면 눈앞에서 이제 죽음을 향해 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김태평도 그 운명을 바꿔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코 단 한 번도 자신이 봤던 누군가의 죽음을 되돌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서준영(이연희)이라는 형사가 나타나면서 그 운명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와 눈이 마주쳤지만 김태평은 서준영의 죽음이 보이지 않았던 것.

 

20년 전 벌어졌던 희대의 연쇄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0시의 살인마’의 범죄가 재연되고, 납치되어 관 속에 생매장된 한 학생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김태평은 운명이 바뀌는 기적을 보게 된다.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던 자신이 본 죽음이 삶으로 바뀌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가까스로 구출된 학생은 죽은 듯 보였지만 숨통이 트이며 살아났다. 김태평은 그런 기적을 만들어낸 서준영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보고 처음으로 설렜다”고.

 

학생이 생매장 당했다 구출되는 과정은 마치 OCN 드라마 <보이스>가 보여주곤 했던 숨 막히게 돌아가는 스릴러의 속도감을 보여줬다. 관 속에 놓여 있던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학생이 묻힌 곳을 추정해나가고,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눈물을 삼키며 아이를 안정시키려 노력한다. 점점 다가오는 자정은 학생의 죽음이 임박해온다는 긴박감을 만들고, 아이러니하게도 학생의 아버지인 언론인 이준희(박원상)는 그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인 줄도 모르고 특종에만 혈안이 된다.

 

<더 게임>은 이처럼 잘 짜여진 스릴러 장르의 정석을 그려가지만, 여기에 죽음을 보는 김태평이라는 인물과, 그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서준영이란 인물, 게다가 자신의 아이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의 죽음을 특종으로만 바라보는 이준희 같은 인물까지 더하면서 스릴러 그 이상의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 사회는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김태평처럼 죽음을 바뀔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삶을 희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준영 같은 이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씻기지 않는 고통이지만 그 죽음을 특종으로만 보는 자본화된 경쟁 사회의 인물도 있고, 누군가의 죽음을 마치 게임하듯 즐기는 희대의 살인마도 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쉽게 포기하거나 이용하거나 게임하듯 처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그것이 바뀌지 않는 운명이라 생각해온 김태평은 삶이 의미가 없다. 결국 자신 또한 쓸쓸하게 죽을 존재라는 걸 본 마당에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그 일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것은 어쩌면 어쨌든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처지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이 보이지 않는 서준영 같은 인물을 만나고 그로 인해 예견된 죽음이 바뀌는 기적을 경험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삶을 느끼고 희망하며 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때론 그 운명도 바뀌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죽을 운명 속에서도 우리가 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더 게임>은 이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 눈을 마주치면 죽음을 보던 김태평은 그래서 처음으로 서준희를 보며 가슴이 설렌다. 그 설렘은 사랑의 설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설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서서히 늙어가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고 설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 판타지가 더해진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지만, 꽤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가 나타났다.(사진:MBC)

‘남산의 부장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스러운 비감

 

이거 갱스터 무비 혹은 스파이 무비 아냐. 아마도 이 영화를 우리네 현대사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게다. 총이 등장하고, 도청은 물론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팽팽한 권력 대결이 있고 정점에서 그 대결구도를 이용하는 독재자가 있다. 대통령과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같은 한 나라의 중차대한 정책들을 결정하는 이들이 등장하지만 그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마치 갱스터 무비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욕설이 난무하고 총을 꺼내 머리에 대고 위협하기도 하며 몸싸움을 벌인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미국 측 인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갱 영화’ 운운하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롭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나라에서 총이 일상적으로 꺼내지는 국정의 풍경이라니. 그런데 비극적이게도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물론 허구적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지만 우리에게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다루고 있다. 41년 전 궁정 안가에서 울려퍼진 총성.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총으로 쏴 시해한 10.26 사태가 그것이다.

 

영화는 혹여나 벌어질 수 있을 잡음들을 없애기 위해 실제 인물 대신 가상의 이름으로 대체했다. 김규평(이병헌)은 김재규이고 비서실장 곽상천(이희준)은 차지철이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통(이성민)’으로 불린다. 이미 10.26 사태가 여러 차례 다큐와 영화 등에서 소개된 바 있어 누구나 보면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름을 이렇게 바꿔놓고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 벌어졌던 일들과 인물들을 촘촘히 구성해 채워 넣자 <남사의 부장들>은 진짜 갱스터 무비와 스파이 무비의 장르적 색깔을 드러낸다.

 

‘혁명’을 꿈꾸며 군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박통을 보좌하며 함께 걸어온 김규평은 그 장기집권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직감한다. 중앙정보부장으로서 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독재타도’와 ‘민주화’의 목소리들이 무력으로 눌러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마음은 더 오랜 집권에 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곽상천 같은 군 강경파의 달콤한 충성이 있었다. 수백만의 시위대들도 탱크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하는 얼토당토않은 말들이 무시로 오가고 또 그걸 지시하는 집권자. 게다가 그 독재자는 2인자를 키워주는 듯 이용하곤 내버린다.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 임자 맘대로 해.”라는 대사로 집약되는 이 독재자는 알아서 충성하라며 일을 시키지만(심지어 사람 죽이는) 그렇게 일이 끝나고 나면 토사구팽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아픈 현대사가 말해주듯이 영화는 이미 그 결론이 다 나와 있다. 박통은 그렇게 시해되고 곽상천도 그 자리에서 죽는다. 박통을 시해한 김규평은 사형 판결을 받고 이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실권을 장악한 전두혁(서현우) 보안사령관은 신군부 독재를 이어간다. 워낙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다, 영화가 이를 갱스터 무비 같은 장르적 색깔을 더해 보여주고 있어 아는 이야기인데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영화.

 

하지만 그럴수록 새삼스런 비감이 느껴진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최고의 권력자와 그 권력을 주무르던 2인자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갱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게 그렇다. 그건 영화적 각색 때문이 아니라 당대 시대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니 당대를 살았던 국민들은 얼마나 더 비극적인 삶을 겪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사진:영화'남산의 부장들')

‘골목식당’ 레트로치킨집, 백종원이 기꺼이 돕는 이유 알겠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백종원은 스스로 준비된 자를 돕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의 레트로 치킨집이 그 사례다. 16년 간이나 그 자리에서 그 가게를 물려받아 그 때 전 주인으로부터 배운 대로 지금껏 변함없이 닭을 튀겨온 고풍스럽지만 잘 정돈되어 있는 그 가게는 그 집 사장 부부를 고스란히 닮아있었다. 오래됐지만 청결하고 늘 준비되어 있는 집.

 

백종원이 다른 가게와 달리 기꺼이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였다. 인수받은 그대로 16년을 하루 같이 해온 그 성실함이 기꺼이 돕고픈 마음을 갖게 해서다.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무언가를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는 가게를 돕고 그걸 통해 골목상권도 살리는 게 이 프로그램과 백종원의 취지가 아닌가.

 

백종원은 일단 오래된 튀김기부터 바꿔야 된다고 첫 방문에서 이야기했고, 사장님 부부는 공장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백종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튀김기 하나 바꾸는데도 그렇게 발품을 팔고 알아보러 다니는 사장님 부부에게서 연세는 있지만 여전한 열정과 성실함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레트로 치킨집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종의 실험을 해보였다. 다른 집보다 큰 11호 닭을 쓰는데도 포장 했을 때 양이 적다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 백종원은 기존 20조각으로 냈던 닭을 30조각으로 주문해 튀겨보기로 했다. 기존 20조각과 30조각을 나눈 걸 각각 물반죽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두 가지 치킨과 30조각에 물반죽을 하고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섞어 튀겨낸 치킨 세 가지를 놓고 비교했다.

 

확실히 눈으로 보기에도 2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과 30조각으로 나눈 걸 튀긴 것 사이에는 양의 차이가 있어보였다. 게다가 보다 잘게 조각내니 한 입에 먹기도 편해졌고 튀김옷도 더 많이 들어가 간도 좋아졌다. 여기에 가루를 섞어 튀겨낸 건 바삭함이 훨씬 더 좋았다. 아마도 보통의 사장님들이었다면 당연히 30조각을 낸 것에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가루를 넣은 치킨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외로 사장님 부부는 두 번째 것인 30조각을 내고 물반죽만 한 치킨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루까지 더한 치킨은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것.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듯 싶었다. 레트로 치킨집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것처럼 기존 물반죽 치킨으로 본래의 맛을 지키면서도 보다 나은 양과 맛을 내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것이 사장님 부부가 선택한 치킨이었기 때문이다.

 

그 선택에는 사장님 부부의 장사 철학이 은근히 묻어났다. 그건 굉장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걸 자꾸 더하기보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면서도 본래 해왔던 그 맛을 지키겠다는 소신이었다. 이러니 백종원으로서도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백종원은 선선히 사장님 부부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백종원이 두 번째 방문 만에 곧바로 솔루션을 내주고 그 선택에도 선선히 동의하게 된 건 사장님 부부가 가진 열정과 소신 그리고 성실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레트로 치킨집은 방법을 잘못 알고 있었을 뿐, 이미 준비된 가게였고 그러니 그 솔루션을 기꺼이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편의 다른 두 가게를 들여다보면 어째서 백종원이 솔루션을 내주기보다는 미션을 주는 지가 쉽게 이해된다.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 감자탕집은 의욕 자체가 없어 보였다. 특히 아들은 가게 앉아 태블릿PC나 모바일을 보고 있었고 백종원이 내준 직접 마장동에 가서 고기를 떼와 연습을 하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채 집에 있는 냉동 고기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의욕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백종원은 아들을 앉혀 놓고 이럴 거면 외식업 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장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게 외식업이기 때문이었다. 한참 동안의 꾸지람을 듣고 난 아들은 백종원이 떠난 후 빈 가게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 흘린 아들을 엄마는 다독이며 자신도 울었다. 아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가를 확실히 알게 됐다며 의욕을 보였다. 백종원의 일갈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팥칼국숫집의 경우는 의외의 문제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무언가 지적을 할 때마다 변명을 늘어놓는 거였다. 문제점을 알려 줘도 고쳐지지 않는 상황. 백종원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된 가게와 이제 마음을 다잡은 가게가 있다면 여전히 누군가의 말을 듣지 않는 가게도 있다. 당연히 준비된 가게에 먼저 마음이 갈 수밖에 없고 또 그런 집이어야 솔루션을 줘도 변함없이 그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요리 실력이나 장사 노하우보다 장사에 대한 소신이나 열정,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보여주고 있다.(사진:SBS)

‘검사내전’도 피할 수 없었던 ‘비밀의 숲’의 문제

 

자동차 수리에 제대로 된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보험사에는 제대로 돈을 청구하는 이른바 ‘가짜 청구’ 범죄. 하지만 그 업체 사장이 그 지역의 국회의원 아들이다. 진영지청 차명주(정려원)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하지만 국회의원의 줄을 타고 저 위에서부터 서서히 압력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검사장이 직접 전화해 김인주(정재성) 진영지청장에게 사건 무마를 명령하고, 그래도 계속 수사를 이어가는 차명주까지 만나 청탁을 한다. 담당검사가 차명주에서 이선웅(이선균)으로 바뀌지만, 또다시 차명주로 바뀌더니 그는 검거된 이들을 무혐의로 풀어준다.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국회의원 아들은 수배가 풀리자 유유히 귀국한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지금껏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검사들과는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검사들을 다뤄왔지만, 그래도 검찰 내부의 비리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었던가 보다. 물론 코미디 설정이 들어 있고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어 그 무게감이 다르지만 그래도 <검사내전>에 등장한 검사장까지 개입된 사건 무마 청탁 이야기는 꽤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동차 부품을 갖고 장난을 친 범죄가 아닌가. 그 부품 하나만으로도 자칫 많은 인명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검사내전>은 이 문제를 다루면서 마침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김인주 진영지청장의 인사이동 가능성을 더해 넣는다. 지청장에서 검사장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려준 후, 전주쪽을 이야기하는 검사장으로 인해 은근히 기대하는 김인주 지청장을 보여준다. 인사이동이라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니 마치 군대 말년 병장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조심해야 하는 진영지청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국회의원과 검사장까지 개입된 범죄가 등장하면서 김인주 지청장과 진양지청 검사들은 모두 고민에 빠진다.

 

사실 <검사내전>이 그리려고 하는 ‘검사도 사람’이라는 메시지 때문인지 초반 검사장을 꿈꾸는 김인주와 이를 도우려 조심하는 진양지청 검사들의 이야기는 다소 ‘검사들의 변명’처럼 보이기도 했다. 외부에서 보면 청탁 비리로 보일 수 있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저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 검사도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과 그리 다를 바 없다는 걸 그간 드라마가 그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오해였다는 게 드라마 말미에 밝혀진다. 그 범법자들을 모두 검거하기 위한 작전으로 김인주 지청장과 조민호(이성재) 부장검사 그리고 차명주 검사가 이선웅을 속여 가며 일을 꾸민 것. 결국 사건이 그대로 무마되는 줄 알고 귀국하던 국회의원 아들은 공항에서 검거된다. 하지만 이로써 김인주 지청장이 꿈꿨던 검사장의 꿈은 날아간다. 그는 웃으며 자신이 읽고 있었던 전주 관련 자료들을 버린다. 그리고 드라마 첫 장면에 나왔던 것처럼 낚시터에 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한다.

 

<검사내전>이 다룬 이 에피소드는 검사장 같은 높은 지위가 가진 힘이 있지만 검찰의 진짜 힘은 일선에서 뛰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워낙 검찰 내 비리에 대한 뉴스들을 많이 접하고 최근 들어 국민들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는 ‘검찰개혁’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보면 과연 이처럼 검사들이 자신의 꿈이나 성공을 포기하고 소신을 선택할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드라마였다. 검찰 내 비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지고 그것은 지위체계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도무지 풀어낼 수 없는 실타래처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비밀의 숲>에서 이창준 서부지검 차장검사(유재명)가 검찰 개혁을 하려 나서며 검찰 비리의 그 첫 발이 아주 사소한 밥 한 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통찰한 부분은 이런 비리가 일상에서부터 조금씩 엮어진다는 걸 드러낸다.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번의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 날 따라 내가 안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 인맥은 힘이지만, 어느 순간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다 해도 기꺼이.”

 

<검사내전>은 검사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드라마지만, 그 일상에 슬쩍 틈입해 들어오는 유혹들이 적지 않다는 걸 드러내주기도 한다. 거대한 비리도 그 처음 시작은 ‘밥 한 끼’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 윗선의 명령을 어기고 소신을 지키는 것으로 진양지청 같은 한직으로 물러나 있는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더더욱 그렇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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