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미스터트롯’, 어째서 외모와 식스팩에 집착하나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이 17%(닐슨 코리아)를 넘어섰고 화제성도 뜨겁다. 예선을 치렀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주목되는 실력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테너에서 트로트로의 변신을 보여준 김호중, 안정적인 정통트로트의 맛을 선사한 임영웅, 트로트계의 BTS로 불린 장민호는 물론이고, 입덕하게 만드는 아이 대장부 홍잠언이나 트로트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도 좋을 법하다는 평가를 받은 신동부의 양지원, 이찬원, 김희재, 김수찬, 김경민 등등. 너무 많은 신예들이 대중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트로트의 묘미만으로도 충분한 <미스터트롯>에 가끔씩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편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지나치게 외모와 몸을 강조하고 거기에 호들갑을 떠는 마스터들의 리액션을 더해 성 상품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이 그렇다. 피트니스 모델이나, 머슬마니아 챔피언, 종합격투기 챔피언들이 등장한 직장부A의 무대들은 대부분 노래보다 이들의 외모와 몸을 보여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대기실에서부터 웃통을 벗고 식스팩을 보여줌으로써 탄성을 자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무대에서도 뜬금없이 노래 도중 웃통을 벗는다. 노래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대부분 마스터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탈락했지만, 그래서 느껴지는 건 이들이 <미스터트롯>에 도전한 것이 진짜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머슬마니아 같은 모델들은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것이 직업이다. 하지만 그건 그런 대회에서 보여줬을 때 건강미라고 하는 그 본래의 맥락을 보여줄 수 있다. <미스터트롯>에 나와 트로트 실력이 아닌 뜬금없는 맨몸을 드러내는 일은 그 맥락을 찾을 수 없어 마치 성 상품화되어 전시되는 몸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를 강화시키는 건 출연자들의 당락을 결정 지으러 앉아 있지만 심사를 하기보다는 쇼를 즐기러 온 듯 과장된 리액션을 보여주는 일부 마스터들이다. 붐은 과하게 출연자들의 모습을 똑같이 흉내 내기도 하고, 장영란은 노골적으로 맨몸의 남성들을 보며 탄성을 지르거나 “너무 좋아”를 연발하며 합격 버튼을 눌러댄다. 물론 그건 쇼적인 요소들을 넣기 위함이지만 벗은 몸과 리액션이 더해져 하나의 성 상품화로 전시되는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부해버린다.

 

물론 적당한 쇼적인 요소들이 가미되는 건 시청자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지나치게 경쟁과 당락에만 집중하면 그 자체가 불편한 오디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잉되고 왜곡된 쇼는 즐겁기 보다는 불편함만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미스트롯>에서도 초반 미스코리아 콘셉트로 차려입고 나와 전시되는 출연자들은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은 시작부터 실력 있는 출연자들을 대거 보여줌으로써 그런 조미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데 남성들을 출연시키면서도 여전히 그런 연출을 시도하는 걸 보면서 기대감만큼 더 큰 실망감이 생겨난다.

 

또 마스터의 자질 문제 역시 <미스트롯> 때 생겨난 논란 그대로 <미스터트롯>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지점이다. 어째서 이 좋은 출연자들을 갖고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조미료들을 치고, 마스터들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까. 그건 가용자원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 혹은 방송사가 가진 감수성 부족이나 인성 자질의 문제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휴머니멀’, 끔찍한 인간들 속 공존을 위한 안간힘들

 

덴마크령 페로제도의 흐반나준트 마을. 북유럽의 보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무슨 일인지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해안가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과 건장한 사내들까지 무얼 하려는 걸까 싶은 순간 저 편에서 배 몇 척이 무언가를 몰고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돌고래 수십 마리가 배들의 위협적인 소리에 밀려 해안가로 오고 있다.

 

그런데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갑자기 마치 호러 무비를 보는 듯한 믿기 힘든 광경들이 벌어진다. 해안가 근처로 온 돌고래들을 향해 마을 장정들이 달려 들어가 쇠꼬챙이로 머리를 찍어 뭍으로 끌어올리는 광경. 꼬챙이에 찔리고 머리가 잘린 돌고래들로 해안가는 순식간에 핏 빛으로 물들어 버린다. 부감으로 찍혀진 그 장면은 대살육의 현장 그대로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이 보여준 이 장면에 붙은 부제는 ‘어떤 전통’이다. 그것이 페로 마을 사람들의 전통이란다. 물론 과거에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돌고래를 잡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대체 식량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1년에 한 번씩 이런 대살육을 벌이는 건 ‘전통’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 전통에 참여한 한 사내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흥분을 이야기했다. 죽은 돌고래들을 아이들이 다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만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또 자라서 그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 만일 그것이 대살육일 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돌고래쇼 같은 체험 관광으로 특화되어 있는 일본 타이지 마을에서는 돌고래를 포획하고 죽여 고기로 팔거나 훈련시켜 평생을 가두리에 가둬둔 채 쇼를 하고, 전 세계 아쿠아리움에 파는 일들이 하나의 시스템화된 산업이 되어있다. 배들이 바다로 나가 돌고래를 해안가를 몰아오고 그물을 쳐서 나가지 못하게 막은 후 잠수부들이 투입되어 대량 살상이 벌어진다. 잘 생기지 못한 돌고래는 그 자리에서 살해되어 온통 피바다가 되는 광경이 외부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자 지금은 더 영악한 방법이 사용된다. 척수만 끊어 놓고 그 부분을 막아 피가 나오지 않게 꾸미는 것. 그렇게 죽은 돌고래들은 고기로 팔려나간다. 살아남은 돌고래들은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쇼를 하거나 아쿠아리움에 팔려간다.

 

돌고래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또 유대감이 높아 가족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돌고래들은 태풍으로 인해 가두리가 망가졌어도 갇힌 가족을 떠나지 못해 손쉽게 다시 포획되고 있었다. 타이지 마을 사람들은 돌고래들 때문에 차도 몇 대씩 사고 집도 바꿀 정도로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결국 그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일이라는 것. 그 욕망에 의해 돌고래들은 가족 단위로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고 있었다.

 

<휴머니멀>은 지금껏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보면서 착각해왔던 동물들의 불편한 진실을 끄집어낸다. 돌고래쇼라고 하면 돌고래들이 별 무리 없이 붙잡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 착각하지만 결코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니 쇼를 하는 돌고래들의 온 몸에는 상처가 나 있었다. 그 상처들이 그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상아 때문에 머리가 통째로 잘려져 죽는 아프리카의 코끼리들, 인간을 위해 노동을 하거나 관광상품화된 쇼에 나가기 위해 아기 때부터 갇혀 갖은 고문을 당하는 태국의 코끼리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살상을 당하는 페로 마을에 붙잡혀온 돌고래들 그리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육당하고 사육당하며 팔려나가는 일본 타이지마을의 돌고래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동물들의 처참한 현실들을 <휴머니멀>은 똑바로 바라보라 말하고 있다.

 

그나마 그 속에서도 어떤 희망을 찾게 되는 건 이런 상황들을 찍어 전 세계에 알리거나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 일일이 GPS를 달아 그 움직임을 주시하는 이도 있고, 평생을 고문당해 온 코끼리들을 거둬 말년이나마 평화로운 삶을 지낼 수 있게 노력하는 이도 있었다. 또 돌고래들이 어떻게 살육당하고 사육 당하는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태풍 속에서도 가두리에 갇혀 몸부림치는 돌고래를 찍는 이들도 있었다.

 

유해진이 찾아간 미국 뉴햄프셔에서 야생 흑곰의 멸종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벤 킬햄 박사는 바로 그런 인간과 동물과의 공존이 어떤 의미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는 인물이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새끼 곰들을 거둬 키우는 벤은 2년 이상을 키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상을 키우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마치 부모처럼 먹이를 주고 야생에 적응시키기 위해 매일 산책을 하는 그가 성장한 곰을 떠나보내는데 어찌 소회가 없을까. 하지만 그는 말했다.

 

“모든 곰들은 곰으로 살고 싶어 해요. 야생 서식지에서 다른 곰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말예요. 곰들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제 감정은 상관없어요. 저는 곰들이 행복하길 바라고 방사해줘야 곰들이 행복해져요.” 기꺼이 동물들을 위해 헌신하고도 그들이 행복해질 수 있게 자연으로 보내주는 사람. 그리고 전통 혹은 관광산업이라는 명목으로 대량 살상을 일삼는 사람. 우리는 과연 어떤 쪽을 택해야할까. 불편한 진실 앞에서 최소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어야 하지 않을까.(사진:MBC)

‘머니게임’, 쉽지 않지만 빠져 볼 수밖에 없는 이유

 

tvN 새 수목드라마 <머니게임>은 ‘경제’라는 만만찮은 소재를 다룬다. BIS(국제결제은행)가 어떻고 신자유주의니 정부의 관여니 하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니게임>이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열심히 잘 살고 있다가도 순식간에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일이 저 ‘경제’ 때문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미국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던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IMF 시절, 갑자기 주거래은행이 문을 닫아 버리자 길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하는 이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혜준(심은경)의 아버지는 바로 그 일을 겪었다. 2002년은 월드컵 당시 마치 IMF의 터널을 통과한 듯 들뜬 분위기였지만 이혜준의 아버지는 여전히 그 터널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걸 바라본 이혜준이 악착같이 공부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사무관이 된 건, 다시는 아버지 같은 그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뜻에서였다.

 

이혜준의 아버지가 죽고 그를 거둬준 고모네의 사정은 서민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꼬끼오진이라는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만옥(방은희)과 그 남편 진수호(김정팔)는 죽어라 일하지만 삶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진수호는 그래서 투자를 통해 한 방에 역전을 꿈꾸지만 그게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한 방의 역전이란 거꾸로 그만한 리스크를 안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만옥 가족이 등장하는 건 향후 이 드라마가 그려나갈 금융스캔들 속에서 서민들이 어떤 직격탄을 받게 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걸 본 이혜준은 과연 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갈까.

 

하지만 현실적인 키를 쥐고 있는 건 정책결정권자들이다. 정인은행 문제에 대해 팔아야한다는 소신을 밝혀버린 채이헌(고수) 덕분에 차기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된 허재(이성민)는 국가경제에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 여기는 인물. 그는 IMF 때 실무팀 막내로 참여하면서 힘없는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지는가를 경험한다. 하지만 그가 금융위원장이 되는 걸 채이헌의 아버지이자 최고 경제학자로 국가경제 정책을 좌지우지해온 채병학(정동환)이 반대하고 나선다. 철저한 신자유주의 신봉자인 채병학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허재와 대립한다.

 

허재는 자신의 소신을 어떻게든 밀고 나가 관철시키려는 인물로 채병학과 의견대립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그를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그는 허약한 국가 경제의 체질 자체를 바꾸고 부실한 기업들은 정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밀어붙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인다. 뜻은 의미가 있지만 방법에는 동의할 수 없는 상황. 정인은행 매각의 뜻을 드러낸 채이헌은 그와 같은 길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과연 그 동거가 계속 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혜준이라는 의외의 복병(?)이 존재한다.

 

이처럼 <머니게임>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경제정책 결정에 대한 저마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부딪치고 대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경제 문제는 서로 얽혀 있어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희생되기도 한다. 그러니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대결이 마치 게임처럼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게임을 게임으로만 볼 수 없는 건 거기에 우리네 서민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갑자기 터져버린 금융위기에 언제나 피해를 보는 건 서민들이었다. 결정은 정부가 하고 그 결정에 의해 서민경제는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그걸 이제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머니게임>의 복잡해 보이는 경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 하나에 휘청대는 서민경제의 그 작동방식이 못내 궁금해지기 때문이다.(사진:tvN)

‘검사내전’, 억지 사이다보다 현실 공감 택한 검사드라마

 

학교폭력에 자식이 휘말렸다. 그런데 그 부모가 검사다. 과연 그 검사는 자식을 위해 아는 연줄의 힘을 쓸까. 대부분의 검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서라면 그 부모는 자식을 위한답시고 할 수 있는 모든 연줄을 다 동원해서라도 그 사건을 무마하려 했을 게다. 하지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다르다.

 

이선웅 검사(이선균)는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건에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조민호 부장(이성재)과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가 관할서에 연줄이 있다며 도와주겠다 했지만 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한 경찰서에서 직업을 묻는 경찰관에게 이선웅은 검사가 아닌 “회사원”이라고 말한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는 일선에서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겪는 피해자들을 봤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쉽게 사죄하고 용서를 이야기하지만 피해자는 결코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이선웅은 보게 된다. 그러니 자식의 잘못을 덮기보다는 그 잘못이 얼마나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됐는지를 아이가 알기를 바란다. 그는 아이에게 경찰서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말한다. “쉽지 않겠지만 아빤 지훈이가 뭘 잘못한 건지 그리고 그 친구한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깨달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꼭 그 친구 입장에서 생각했으면 좋겠고.”

 

<검사내전>은 자식문제나 육아문제 같은 현실문제들에 있어서 검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워킹맘 오윤진(이상희)이 육아에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상황은 여성이어서 감당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드러낸다. 점심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툭툭 던지는 남자들의 농담이 가진 성차별적 인식은 검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가 맡은 성폭력 사건이 무죄 판결나자 심지어 같은 여성인 차명주(정려원) 또한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 “애 키우면서 공판검사 하는 거 힘들면 하기 힘들다고 하세요. 내가 감안하고 볼 테니까.”

 

이선웅이 맡은 사내 성폭력 사건 또한 여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선을 드러낸다. 우연히 복도에서 부딪칠 때 스킨십이 있었다는 이유로 홍종학(김광규)이 마치 피해자를 ‘꽃뱀’보듯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뒤늦게 취직해 성공하고 싶었고 그래서 남자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담배도 배우고 함께 술도 마셨지만 그러면서 남자들이 조금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는 것. 피해자의 진술은 우리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천장을 뚫어야 하는 여성들이 겪는 적나라한 현실을 드러낸다.

 

<검사내전>에는 엄청난 연쇄살인이나 납치사건 같은 사건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사건들도 적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가 짚어내는 건 그런 사건들만큼 우리네 일상에 닿아있는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들이 결코 작은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슬며시 들어와 우리네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일들일 테니 말이다.

 

<검사내전>은 이런 사건들을 검사들이 다루는 저 바깥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 역시 겪는 사건으로 그려낸다. 법을 집행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똑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때론 흔들리면서도 지켜야할 것들을 지키려 애쓴다는 것.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드라마다. 억지 사이다보다는 현실 공감을 택한 검사 드라마라고나 할까. <검사내전>이라는 작품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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