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쉬운 성공은 없다는 백종원과 포방터 돈가스 사장

 

“내 몸이 피곤해야지 내 몸이 고단해야지 내 손님 입이 즐거워져요. 내가 편하면 손님 입이 불쾌해지죠. 손님들이 처음 이 집에 들어와 가지고 음식을 입에 딱 넣었을 때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딱 먹고 퍽퍽하다 이런 느낌을 받게 되면 초반에는 방송 때문에 사람이 막 와서 장사가 되겠죠. 근데 나중엔 점점점 손님이 줄을 거에요. 아마. 제가 볼 때 지금 이거는 아닌 거 같아요. 진짜.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거에요. 솔직히 기술도 아니에요. 몸이 피곤하면 되요. 고단하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원주 미로예술시장편에 출연한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은 그렇게 말했다. 휴가지만 에비돈집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원주까지 부부가 함께 찾아온 터였다. 점심 장사로 에비돈을 해봤지만 바로 새우를 튀겨 덮밥으로 내놓는 일이 익숙지 않은 청년 사장들은 “안될 것 같다”며 저녁으로는 돈가스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침 찾아준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은 그들이 만들어 내놓은 돈가스를 먹어보고는 “안 파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이 이건 기술도 아니고 몸이 고단하게 하는 게 비법이라고 한 건 지난번 에비돈집 청년들이 돈가스를 배우러 갔을 때 실감했던 것이었다. 고기를 덩어리로 받아 직접 돈가스에 쓸 부위만을 정육해내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며, 그렇게 잘라낸 고기를 일일이 연육 작업을 해서 자신이 특별히 만들어 쓰는 튀김 반죽과 기름에 튀겨내는 그 일련의 과정을 뭐 하나 그냥 넘기는 게 없었다. 흔히들 비법이라고 하면 무언가 특별한 기술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매일 변함없이 맛 좋은 음식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거라는 걸 그는 보여준 것이었다. 새삼 세상에 쉬운 성공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의 그 말은 백종원이 이들 에비돈집 청년들에게 했던 이야기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애초 에비돈을 메뉴로 결정하고 둘이서 점심 장사를 해본 후 의외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토로하자 백종원은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힘든 걸 이겨내지 못하면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실로 백종원이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음식점들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것 역시 쉬운 길로만 가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부리토집의 경우, 애초 정통 멕시칸 요리를 시도해보지도 않고 한식화된 멕시칸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결국 백종원은 진짜 정통을 경험해봐야 한식화된 요리도 가능하다고 설득했고, 그래서 실제로 시도해본 결과 정통의 진정한 맛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통을 알았지만 현실도 알아야 했다. 정통을 고집하면 한식화된 멕시칸보다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을 수 있었다. 실제로 시식단을 통해 실험해본 결과 백종원의 예측대로 3:7로 한식화된 멕시칸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다. 둘 다 선택했다가는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게 된다는 백종원의 조언대로 부리토집 사장은 갈등 끝에 결국 정통을 선택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주는 ‘수고로움’을 감당했기 때문일까. 찾아온 손님들은 전보다 훨씬 맛이 좋아졌다며 멕시칸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고수를 못 먹는 손님도 즐길 정도로.

 

원주 미로예술시장에 유독 반찬가게들이 많다는 걸 확인하고 가게들마다 저마다의 반찬을 조금씩 규정 용기에 담아 팔 것을 제안하는 백종원에게서도 장사가 역시 그 ‘수고로움’이 비법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소분한 반찬들을 모아 도시락처럼 판다는 생각을 해내고, 무엇보다 시장사람들에게 모두가 혜택이 가기 위해서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과열 경쟁’은 피하라거나 손님의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그 날 내놓은 건 그대로 팔아야 된다거나 하는 조언을 내놓는 일. 이런 노력들이 있어야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는 게 장사였다.

 

그냥 되는 성공이 있을까. 비법은 ‘내 몸이 고단해야 된다’는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 사장의 말이나, ‘힘든 걸 이겨내야 한다’는 백종원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일련의 노력의 과정이 전제되어야 오는 것이 성공이니. 그저 어느 날 갑자기 방송에 나와 조금 손님이 든다고 해도 그 노력의 과정이 없다면 결국 그런 성공은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사진:SBS)

강지환 성폭행 파문, 피해자 2차 가해하는 무책임한 의문제기

 

배우 강지환의 성폭행 사건은 충격적이다. 그만큼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던 강지환의 이미지가 ‘성폭행’, ‘성추행’ 같은 단어와 어울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범죄 사실은 명백히 드러났다. 긴급 체포된 강지환이 첫 경찰조사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이후는 전혀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여성들이 자고 있던 방이었다”고 처음에는 진술했지만 지난 15일 법무법인 화현을 통해 그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도 지난 16일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강지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했고, 출연 중이던 TV조선 토일드라마 <조선생존기>에서도 하차했다. 10화까지 방영된 <조선생존기>는 남은 분량을 서지석으로 교체해 촬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강지환의 성폭행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고, 그 스스로도 모든 혐의를 인정한데다 소속사와 계약해지, 프로그램 하차까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처음 왜 강지환의 집까지 갔냐는 의문을 제기한데 이어, 여자라고 해도 둘이 완강히 거부했으면 성범죄를 피했을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강지환은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피해자들이 112에 직접 신고하지 못한 건 그 곳이 외진 곳이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 강지환이 호송 중 “동생들이 인터넷이나 매체 댓글들을 통해서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을 겪게 해서 오빠로서 너무 미안하다”고 말한 대목이 마치 그와 피해자들의 관계가 가까웠을 거라 여겨지게 만들지만 사실은 지난 4월부터 일했던 피해자들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 업무상 관계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오빠 동생으로 표현한 데도 그만한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지난 16일 피해자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들 둘만 강지환의 집을 방문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당시 회사 소속 매니저 2명, 스타일리스트, 가해자 등 8명이 함께 단합회 겸 스태프 송별회로 그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강지환의 집을 왜 피해자들이 갔는가 하는 의문제기가 터무니없다는 증거다. 결국 갑을관계에 있어 업무의 연장선으로 회식에 참여했다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놀라운 건 피해자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측에서 피해자들을 회유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강지환은 이미 잃을 것 다 잃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며 “너네가 앞으로 닥칠 일들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강지환과 갑을관계에 있는 외주업체 측에서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더 걱정했다는 얘기다.

 

사실 이렇게 명백히 모든 사안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들에게는 2차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문제기로 인해 보다 상세한 정황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도 피해를 입게 됐다. 성범죄의 경우 그 사안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장이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고 심지어 ‘꽃뱀’ 운운하는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피해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겪어야 할까.(사진:SBS)

‘검법남녀2’,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검사와 의사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2>가 본격적인 백범(정재영) 검시관과 닥터K로 불리는 장철(노민우)의 대결에 들어섰다. 도지한 검사(오만석)의 후배 박영수의 죽음은 그가 죽기 직전 조사했던 성진그룹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허무하게 뱀에 물려 사망한 사체로 발견되었고, 검시 결과 그 죽음에 외부의 흔적이 없다는 걸 백범이 확인했지만, 정황은 성진그룹과 거래해온 갈대철(이도국)의 사주를 받은 장철이 이 사건을 꾸민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이 대결구도가 가진 특이성이다.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은 똑같이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들의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백범은 검시관으로서 사체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려하는 인물이지만, 닥터K는 정반대로 그 의학지식을 통해 살인사건마저 은폐하려는 인물이다.

 

백범이 이런 의학지식을 가진 이가 살인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막을 수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닥터K의 살인과 은폐는 백전노장 베테랑 검시관인 백범도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그가 독성수의학에는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나, 사체 검시할 때 냄새를 맡아보는 습관 같은 걸 꿰뚫고 있는 닥터K는 일부러 뱀독을 이용한 완전범죄를 저질렀고 또한 사체에 술을 먹여 검시에서도 냄새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사체를 두고 벌어지는 백범과 닥터K의 대결이 ‘진실과 은폐’라는 팽팽한 구도로 펼쳐지는 대목이다.

 

그런데 백범과 닥터K처럼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도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검법남녀2>에는 두 부류의 서로 다른 검사들이 등장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도지한(오만석) 검사나 은솔(정유미) 검사가 있지만, 성진그룹에 결탁해 권력의 시종이 되어온 노한신(안석환)이나 갈대철 같은 검사도 있다.

 

결국 <검법남녀2>의 대결구도는 이런 같은 직업이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들에게서 만들어진다. 보통 지금까지 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대결구도는 생명과 죽음 사이에 만들어지거나, 살인자와 검시관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검법남녀2>는 생명을 의탁하게 되는 의사가 지킬 앤 하이드처럼 살인자로 변신하면서 생겨난다. 이는 검사도 마찬가지다. 정의를 구현해야할 이들이 변심하자 그 권력은 무시무시한 흉기가 되어버린다.

 

<검법남녀2>가 보여주는 대결구도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가진 위협요소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있다는 대중정서가 반영된 결과처럼 보인다. 나라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안으로부터 생겨난다고 했던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그 권력을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했을 때 생겨나는 현실의 위기. <검법남녀2>는 의사와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을 갖고는 있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의 대결구도로 위기에 대한 대처가 안팎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MBC)

‘60일, 지정생존자’, 지진희가 보여주는 성장하는 강력한 리더십

 

어설픈 이상이 아니다. 뼈 때리는 현실감이다. 최근 정치를 다루는 드라마가 내세우는 리더십의 조건은 이렇게 바뀌었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얼떨결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 그렇다.

 

그는 환경부장관으로 있을 때도 자신을 ‘과학자’라고 불렀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계산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러한 팩트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그런 권력을 기반으로 해야 비로소 이상도 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야당 대표 윤찬경(배종옥)이 박무진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 해임됐었다는 사실을 약점으로 잡아 언론 인터뷰에서 기습적으로 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을 때, 그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진실’을 이야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사실 그대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던 것. 결국 그 한 마디는 박무진 대행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을 만든다.

 

이전에도 박무진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역할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탄테러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강경론자들의 주장과 마침 사라진 북한 잠수함으로 인해 데프콘 2호를 발령하라는 목소리들이 높았지만, 그는 데이터 분석으로 그것이 북한 잠수함의 침투가 아닌 표류라는 걸 밝혀냄으로써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칫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탈북자들에 대한 보복성 폭력사태가 벌어지고 이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하려는 강상구(안내상) 서울시장이 ‘특별감찰구역 선포’를 했을 때도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선택들을 해야 하는 박무진은 여전히 60일을 지키다 돌아가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결국 박무진은 한주승(허준호) 비서실장을 해임하면서까지 대통령령을 발령함으로써 자신이 권력 행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북한의 전직 고위급 인사가 스스로를 테러범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으로 이관묵(최재성) 합참의장이 박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전을 수행하려 하자, 박무진은 그를 해임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껏 수동적이 위치에만 서 있던 그가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건, 그 역시 이제 점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가를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차영진(손석구) 선임 행정관이 국가 기밀에 해당되던 북한 전직 고위급 인사의 동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회복하게 되자, 박무진이 차영진을 해임이 아닌 비서실장에 앉히는 대목은 박무진 권한대행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항상 이상적인 바른 길만을 고집하던 그가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의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요구하는 리더십은 지금의 대중들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다. 한때 정치 드라마에서도 종종 보였던 이상적인 인물들에 대한 공감보다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리더십을 보이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더 크다는 것이다. 대의명분이나 소신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대중들은 말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소신은 분명히 있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순진해서는 안 되는.(사진:tv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