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유’,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 어디까지 왔나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했요 WWW(이하 검블유)>가 종영했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과 일에 있어서의 아슬아슬함을 넘어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른 <검블유>. 어찌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틀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드라마라 볼 수 있지만, 어째서 이 드라마는 다르게 보였을까.

 

그것은 캐릭터의 힘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제목에 담긴 ‘WWW’가 세 명의 여성(Woman)을 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이 드라마는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그리고 송가경(전혜진)이라는 세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배타미는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착하거나 도덕적인 선택만을 하는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즉 검색업계 1위인 유니콘에 있을 때도 그는 도덕적인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기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그런 인물이었다. 유니콘에서 해고되어 경쟁업체인 바로의 TF팀 팀장으로 왔을 때 차현과 대립하게 됐던 건 바로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정의를 세우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차현은 배타미의 현실 타협적인 면들과 부딪쳤다.

 

이런 면면은 늘 착함과 바른 선택만을 강요받으며 다소 수비적인 입장만을 드러내곤 하던 여성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배타미는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동시에 싸울 줄도 아는 인물이었고,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옳다면 옆에 두고 쓴소리를 들을 줄도 아는 인물이었다. 바로 이 점은 차현이라는 그와는 사뭇 다른 ‘정의의 화신’과 워맨스에 가까운 밀당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송가경 역시 기존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을 온전히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결혼을 꿈꾸거나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곤 하던 여성 캐릭터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삶을 위해 이혼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결혼만이 유일한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오히려 이혼을 통해 자신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그걸 묵묵히 옆에서 도와준 남편 오진우(지승현)와 이혼 후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로맨틱 코미디에서 늘상 보여주던 남녀 캐릭터의 위치를 뒤바꿔 보여주는 묘미 또한 이 드라마가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낸 중요한 힘이었다. 비혼주의자인 배타미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남인 박모건(장기용)의 관계는 기존 신데렐라 틀을 뒤집어 놓았고, 특히 차현이 보호해주며 주도적으로 사랑을 이끌어낸 설지환(이재욱)이라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가 끄집어낸 보물 같은 매력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들의 진화를 도전적으로 실험한 작품이지만 남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일의 세계에 있어서 초반부의 꽉 찬 긴장감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풀려버린 느낌이 있어서다. 정부의 실검 조작에 관여하려는 문제나 포털 사용자 정보열람 같은 사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공격에 대통령이 사과하는 장면은 물론 사이다 설정의 드라마적 판타지라고는 해도 너무 간단하게 처리된 면이 있다.

 

또한 이런 색다르고 능동적인 여성상이 등장하면서도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삼각 멜로 구도가 다시 들어가는 대목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배타미와 박모건의 사랑 사이에 갑자기 들어와 그 관계에 위기를 만들어낸 피아노 선생님 정다인(한지완)이 그렇다. 굳이 이 새로운 관계와 인물을 가져온 드라마가 과거의 로맨틱 코미디 틀을 다시금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블유>는 확실히 이 변화해가고 있는 시대에 로맨틱 코미디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작품이었다. 특히 차현 같은 우리 시대에 어울릴 법한 매력적인 새로운 여성상을 끄집어낸 것이나, 그 상대역으로서 설지환 같은 역시 바람직한 매력의 남성의 모습을 포착해낸 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 출신답게 귀에 콕콕 박히는 대사와 멋진 캐릭터들을 그려내면서도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다소 도발적인 이야기를 과감히 시도해 보여준 권도은 작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게 만든 작품이었다.(사진:tvN)

백종원이 다시 찾은 포방터 홍탁집, 시청자도 흐뭇해진 건

 

아마도 시청자들 또한 불안감 반, 기대감 반으로 봤을 게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 긴급점검으로 다시 찾은 식당들. 그 중에서도 포방터 홍탁집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방송되던 때만 해도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했던 홍탁집 사장님이 아니었던가. 백종원은 의외로 솔루션만 제공한 게 아니라, 고생하시는 홍탁집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사장님 자체를 바꿔보려 노력했다. 사실 이 부분은 프로그램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말조차 나오기도 했었다. 게다가 사람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다른 골목을 찾았을 때도 간간히 홍탁집 사장님의 근황이 확인되었다. 그것은 그 후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백종원에게 인증샷을 보내는 사장님 때문이었다. 새벽에 나와서 닭을 삶기 시작하며 인증샷을 올리고 장사를 하고 나서도 남은 국물을 체크해 문자를 보내는 일이 반복됐고, 백종원은 그것이 다소 귀찮고 괴로운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하게 여기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진짜인지 아닌지 다시 여름특집으로 마련된 긴급점검을 위해 백종원이 포방터 시장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은 궁금해졌다. 그 때의 불안 불안했던 사장님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함께.

 

문이 닫혀 있었지만 홍탁집 사장님은 아침 일찍부터 닭을 삶으며 잠깐 졸고 있었다. 갑자기 찾아온 백종원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지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냉장고 안에도 살펴보라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식당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었는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시트콤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삶아진 닭을 고기만 발라내며 백종원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에서는 과거 그렇게 함께 앉아 있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말할 때 고개 돌리고 말하라는 백종원이 지적에 긴장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이제 걱정은 그가 장사를 잘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척 보기에도 안 좋아 보이는 건강이었다. 신장이 안좋다는 홍탁집 사장님은 살이 쪘다기보다는 부어보였고, 검진에서는 당뇨가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백종원은 그것이 운동을 안해서라고 지적했고, 마침 그 곳을 찾은 돈가스집 사장님은 홍탁집 사장님의 하루를 일일이 백종원에게 보고(?)했다. 놀랍게도 돈가스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과거 요구했던 것처럼 포방터 시장을 매일 둘러보고 있었다.

 

3시에 장사가 끝나면 종종 돈가스집을 들른다는 홍탁집 사장님은 돈가스를 3인분이나 사서 사라지곤 했다고 돈가스집 사장님이 증언(?)했고, 그걸 상황실에서 들은 김성주와 정인선은 부러워하면서도 그렇게 먹어 몸이 안 좋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훈훈한 광경이 이어졌다. 헬스를 끊어서 3시부터 운동을 하라는 백종원의 이야기에 대뜸 돈가스집 사장이 헬스를 자기가 끊어주겠다고 했고, 백종원은 PT 10회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백종원은 이제 ‘헬스 인증샷’을 매일 찍어 보내라고 새로운 미션을 내렸다. 남은 닭 국물 체크하듯이 몸무게 체크해서 보내라고.

 

불안감이 사라진 자리에 빵빵 터지는 웃음이 자리했다. 건실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은 시청자들 또한 흐뭇하게 만들었다. 살 빼서 올해 꼭 결혼하라고 덕담을 해주고, 여름에는 아무래도 뜨거운 닭 국물을 덜 찾을 걸 예상해 또 다른 메뉴를 준비해온 백종원을 대하는 홍탁집 사장님에게서 그 감사한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 마음 잊지 말고 건강하고 건실하게 장사하시길.(사진:SBS)

‘지정생존자’, 정치드라마일까 또 다른 액션 스릴러일까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과연 정치드라마일까 아니면 액션 스릴러일까.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라는 국가 위기 상황을 상정하고 있으니 액션 스릴러적 장르의 색깔이 묻어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국가 위기 상황에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박무진(지진희)의 국정 수행에 관한 이야기는 정치드라마적 색채를 띤다.

 

게다가 60일 이후의 선거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한대행으로 왔지만 북한 관련 이슈가 터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반등한 박무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다, 야권 주자인 윤찬경(배종옥)은 애초에 그 싹을 잘라버리려 갖가지 정치적 포석을 두고 있다. 여기에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서울시장 강상구(안내상)가 만만찮은 야심을 드러내니 정치드라마로서의 치열한 복마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정치드라마적 색깔보다 더 액션 스릴러에 가까운 색깔을 만드는 인물은 오영석(이준혁) 의원이다. 무너진 국회 건물 더미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구조된 오영석 의원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국민적인 영웅이 된다. 박무진은 정치적인 포석으로 오영석 의원을 끌어들여 국방부장관에까지 임명시키려 하지만, 그는 국정원 한나경(강한나) 요원에게 국회의사당 테러의 주범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 한나경은 폭탄이 터질 당시 오영석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알게 되고, 누군가의 제보에 의해 그가 국회 내에 은밀하게 만들어진 방공호에 들어갔다는 사실까지 증거로 확보하게 된다. 결국 국회의사당 테러는 오영석 의원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자행한 사건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 증거를 갖고 오던 한나경은 교통사고로 위장된 사고를 당한다. 즉 오영석 의원을 의심하고 그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 스릴러 장르로 <60일, 지정생존자>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테러범이라 주장하며 캄보디아에 숨어 지내는 북측의 명해준(이도국) 고위 장교를 검거해오기 위해 특수부대가 투입되는 장면 역시 정치드라마의 틀에서 훌쩍 벗어난 전쟁 액션 장르 같은 느낌을 더한다. 그렇게 잡혀와 국정원에서 심문을 받던 중 누군가에 의해 명해준이 살해되고, 한나경이 찾은 증거를 공유했던 정한모(김주헌) 국정원 대테러팀장이 갑자기 자신이 명해준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는 장면 역시 이 드라마가 흘러갈 스릴러적 장치들을 예감하게 한다.

 

이처럼 <60일, 지정생존자>는 정치드라마와 액션 스릴러의 중간 지점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함을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 바로 오영석이다. 그의 정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드라마로서의 이야기보다 음모가 숨겨진 액션 스릴러적 이야기가 더 전면에 등장하는 것. 게다가 이 오영석 의원의 정체를 이제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지점은 드라마를 조금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영석 의원의 실체가 빨리 드러나야 <60일, 지정생존자>가 가진 정치드라마적 요소들이 좀 더 전면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위기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맡게 된 인물이 어떻게 그 현실 정치에서 살아남는가가 이 드라마가 가진 백미라고 볼 때, 지나치게 오영석 의원이 만들어내는 스릴러적이고 음모론적인 색채는 정치드라마가 가진 현실 공감을 흐리는 부분이 아닐까. 정치드라마든 액션 스릴러든 좀 더 분명한 색깔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사진:tvN)

‘유퀴즈’, 문래동을 열정과 휴식으로 정리해낸다는 건

 

문래동을 찾아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퀸의 ‘Don’t stop me now’가 깔리며 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의 면면과 함께 시작되었다. 부제 역시 ‘Don’t stop me now‘로 찍혀 있어 오래된 철공소들이 많은 문래동의 풍경은 새삼스런 의미가 더해진다. 지금도 여전히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고 싶은 그 곳 사장님들의 목소리가 그 노래와 제목에 그대로 담겨있는 듯 하다.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무수한 철공소들이 도산을 하기도 했던 그 곳이다. 살아남은 분들도 요즘 “경기가 안 좋다”며 힘든 현실을 애써 짓는 웃음과 함께 전하셨다. 한 편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점점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밀려난 예술가들이 그 곳의 빈 철공소를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동네의 독특한 문화적 향기가 더해져 삭막해보였던 철공소들의 풍경은 문래동만의 새로운 색깔이 되었다. ‘Don’t stop me now‘라는 부제는 그래서 오래도록 그 곳을 지켜온 철공소 사장님들과 이곳으로 밀려오게 된 가난한 예술가들을 모두 끌어안는 제목처럼 보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과 자막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여행’을 지향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은 문래동의 현재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처음 인터뷰한 철공소 사장님은 IMF가 터지면서 지금껏 어려운 현실을 담담히 토로했다. 아들이 대만에 있는데도 가보지를 못했다는 사장님은 퀴즈를 맞혀 획득한 100만원으로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작업실에서 일하는 작가였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 역시 현실적으로는 “돈 생각하지 않고 창작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문래동을 채우고 있는 두 부류의 인물군들이 처한 현실을 이 두 인물을 통해 간단하지만 효과적으로 전해준 것.

 

그 곳에서 만난 이제 20대의 젊은 철공소 사장은 그래도 그 곳에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발견하게 했다. 젊은 나이에 철공소 일을 선뜻 선택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보였지만, 그는 아버지가 그 일을 땀 흘리며 밤늦게까지 집중해 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 일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게 느껴졌다는 것. 오래도록 그 일을 해온 아버지의 거래처 분들이 일을 주시면서 잘 한다고 칭찬도 해준다고 밝힌 그 청년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문래동 철공소에도 여전히 미래가 가능하다는 걸 잘 보여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러면서 그 곳에서 만난 분들에게 일관된 질문을 던졌다. 그것은 지금 당장 ‘열정’과 ‘휴식’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무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분은 아직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열정을 선택했고 어떤 분은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 좀 쉬엄쉬엄 하며 살아야 한다며 휴식을 선택했다. 별 거 아닌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은 답변을 해주는 이들의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어떤 답변을 하든 그 문래동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바탕에 깔고 있었다. 열정을 말하는 분들이라면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겠다는 뜻일 테고, 휴식을 말하는 분들이라면 그간 열심히 살아왔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 열정과 휴식이라는 두 단어는 문래동을 잘 표징하는 말처럼 다가왔다. 한쪽에서는 기계가 돌아가며 땀과 불꽃이 튀는 열정이 묻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휴식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예술적 여유들이 묻어나는 곳. 문래동은 그런 풍경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대단히 큰 시청률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데는 이 프로그램만이 가진 자막과 편집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길거리에 무작정 나가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우연적인 만남이 이어지는 그 곳에서 어떤 의도나 계획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다만 찍기 전 그래도 일관적인 어떤 흐름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할 뿐이고, 찍어온 후 편집과 자막을 통해 그 날의 이야기에 일관성을 집어넣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래동을 찾아가며 열정과 휴식이라는 두 키워드를 들고 간 것이나, 그 곳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그 두 키워드로 묶어낼 수 있는 편집과 자막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저력의 원천으로 보인다. 메인 작가가 만만찮은 역량을 가진 이라는 게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마도 관찰카메라 시대에 작가의 가장 큰 덕목이라면 그 우연적 영상들 속에서 의미망을 찾아내고 묶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보고 읽고 느끼는 맛이 분명한 프로그램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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