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2', 표 떨어지는 거 각오하고 나선 이재명의 용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모습과 다를 수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시장 부부를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우리가 지난 대선 때 봐왔던 카리스마 넘치고 소신이 뚜렷한 이재명 시장의 모습을, 이 방송에서 찾기는 어렵다. 대신 주말이면 늦잠을 자고 소파와 일체가 되어 뒹굴 거리며,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하는 아내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당일 삼척행을 통보하고 아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바다 배낚시를 하러 가는 모습이 방송에서는 흘러나온다. 

'동상이몽2(사진출처:SBS)'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모습이 주는 웃음이 재미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 따라서는 이재명 시장의 아내에 대한 ‘일방통행식’의 면면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패널로 앉아 있는 서장훈이 평소 “소통을 강조하더니,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을까. 

이러한 이재명 시장의 막무가내식 말과 행동에 어떤 중화를 시켜주는 건 거의 보살 같은 경지에 올라서 있다고 여겨지는 아내 김혜경 씨의 모습이다. 휴가에 제주도 풀빌라를 원했지만 그녀 역시 그 곳에 반드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게다. 성남시장으로 있는 남편이 언제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으려면 제주도보다는 내륙이 훨씬 현실적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정하고 통보하는 식은 김혜경 씨만이 아니라 그걸 보는 패널들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것이 ‘현실부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기도 하다. 부부 사이에 어떤 것을 할 때 함께 대화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통보하는 식의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방송은 그래서 그런 이재명 시장이 보여주는 아내에 대한 불통의 면면을 예능적인 틀을 통해 비판한다. 

물론 이런 사적인 모습은 공적인 것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사적인 면면들이 공적인 것들과 엄격하게 나눠지긴 어렵다는 것을. 한 가족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의 문제는 그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타인을 보고 대하는가의 문제와 다를 수 없다. 

중요한 건 이재명 시장에게 과연 이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당장 이런 모습은 정치에 발을 딛고 있는 이재명 시장에게 결코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 출연이 오히려 그의 표를 깎아먹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블리 부부와 비교되는 그의 면면은 그 불편한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재명 시장의 이런 선택 자체는 꽤 용기 있는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자신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일방통행식의 말과 행동을 관찰카메라를 통해 모두 드러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재명 시장이 이런 모습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결코 자신의 이미지에 좋지는 않을 거라는 걸 모를 리가 만무다. 그럼에도 그 진면목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건 어쩌면 ‘변화의 물꼬’를 스스로도 선택하고 있는 행보가 아닐까. 만일 그게 아니라면 이런 선택을 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이재명 시장에게 기대하는 건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어떤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만일 그것까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 이재명 시장의 가감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선택은 진정 용기 있는 것으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불통의 면면이 단지 웃음으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건 이재명 시장에게도 또 방송으로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가 어렵다. 그래도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동상이몽2>와 이재명 시장 모두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무도’ 정준하, 할리우드에서도 극찬 받은 까닭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는 힘을 발휘하는가. 최근 <무한도전>에서 정준하의 존재감이 예사롭지 않다. 역시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LALA랜드’ 특집에서도 단연 돋보인 건 정준하였다. 물론 다른 멤버들보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험이 있는 그였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더그 스탬퍼 역할을 맡고 있는 마이클 켈리가 “판타스틱한 배우다. 완벽했다. 재밌으면서도 희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대목을 가져와 보인 연기에서 정준하는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진심을 얹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감명을 받은 마이클 켈리는 다소 어려운 주문을 던졌다. 그것은 연설 도중 소변이 마려운 설정을 연기하되 ‘코미디적인 연기’가 아닌 정극으로 소화해내 달라는 것이었다. 정준하는 과장 없이 그 연기를 소화해냈고 마이클 켈리는 바로 자신이 원했던 것이 그런 연기라며 극찬했다. 

흥미로웠던 건 정준하의 그런 면이 어쩌면 지금의 예능이 요구하는 것과 부응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예능은 그저 웃음을 위한 웃음으로서의 희극적인 접근들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진지함으로 웃음은 아니더라도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 물론 정준하만큼 희극적인 것들(개인기 같은)을 많이 보여준 인물도 없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정극적인 분위기를 드러내주는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정준하가 자꾸 주목되는 건 그가 꽤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함께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중심에 선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앙’에 서는 것을 꿈꾸며 ‘정중앙’이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그는 다른 멤버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한층 올라간 위상 속에서도 어쩐지 여전히 과거 그대로의 그 캐릭터(어딘지 모자란 듯한)를 유지하는 느낌이 강하다. 늘 맞고 당하는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지만 어딘지 짠한 느낌으로 ‘평균 이하’의 정서를 담아내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일 것이다. 정준하는 어쩌다 보니 그 캐릭터로 인해 <무한도전>의 향수어린 초창기 시절의 면면을 여전히 자극하는 인물이 되었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연간 프로젝트로 세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지금 현재 <무한도전>에서 이른바 연간으로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는 사실상 없다. 그러니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가 주목되고, 그 주인공인 정준하가 주목될 밖에.

정준하는 실제로 조금은 과소평가된 인물이다. 연기도 진지하게 해낼 줄 알고, 뮤지컬 경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 <무한도전>의 한 자리를 채워줘 왔음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받아주는 역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준하 대상 밀어주기 프로젝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다음 주에 방영 예정인 <프로듀스101>을 패러디한 특집에서도 역시 정준하를 중심으로 세워둔 분량이 등장함을 예고하고 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나영석 PD와 한동철 PD가 직간접적으로 이를 위해 방송에 참여한다고 한다. 포스트에는 “정준하 슈퍼스타 만들 사람 나야 나-”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그를 빛내 줄 PD를 참여시킨다는 것. 확실히 정준하는 <무한도전>의 정중앙으로 들어오고 있다.

JTBC 드라마의 신기원 ‘품위녀’, 무엇이 그리 특별했을까

욕심쟁이 드라마다. <품위 있는 그녀>는 결국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마지막 회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기록하며 JTBC 미니시리즈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백미경 작가는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성공시키며 JTBC 드라마의 한 획을 그었다. 

'품위 있는 그녀(사진출처:JTBC)'

하지만 이 작품이 얻은 건 단지 시청률만이 아니었다. 스릴러 장르에서부터 사회 풍자극, 치정극 같은 다양한 장르적 색채들을 한 드라마 안에 녹여놓은 완성도 높은 대본이 있었고, 김희선과 김선아를 중심으로 빈틈없는 연기의 향연이 있었다. 보통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져가고, 대본과 연출과 연기가 삼박자를 이룰 때 가장 이상적인 드라마라고 할 때, <품위 있는 그녀>는 그 기준에 모두 부합한 드라마였다. 

<품위 있는 그녀>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건 무엇보다 강남 부호들의 위선적인 삶을 들여다본다는 쾌감이었다. 겉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륜과 치정과 돈 관계로 얼룩진 구질구질함이 이 드라마가 폭로해낸 것이었다. 욕망으로 얼룩진 그 삶이 실체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허망한 것이라는 걸 백미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통찰해냈다.

단지 폭로의 쾌감만 있었다면 <품위 있는 그녀>가 가슴까지 어떤 울림을 주는 드라마가 되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박복자(김선아)라는 인물이 이 세계에 들어와 파란을 일으키는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 인물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을 담아냈다. 그토록 꿈꾸던 진정한 품위와 우아함의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파국을 맞는 그 삶을 통해 우리네 서민들이 갖는 욕망과 그 욕망의 끝을 동시에 보여줬다. 

그러면서 어떤 길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인가를 그 세계로부터 탈주해 나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우아진(김희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냈다. 진정한 삶의 행복과 가치는 돈으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평상시에 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걸 ‘품위 있는 그녀’의 캐릭터를 통해 드러냈다. 그것이 진정한 ‘품위’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

이처럼 자못 무게감이 있는 메시지를 백미경 작가는 지극히 대중적인 작법들을 통해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로 그려냈다. 이미 첫 회부터 예고된 것이지만 박복자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마지막 회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작가가 공언한 것처럼 드라마가 끝나기 10분 전에서야 그 진범이 밝혀지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진범이 누구인가가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장치가 있어서 시청자들은 끝까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누가 범인인가를 추측하게 만드는 그 장치를 통해 여러 용의자들(?)의 실체에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했다. 마지막 회의 또 다른 떡밥으로서의 풍숙정 김치의 정체는 그 실체가 조미료였다는 게 밝혀짐으로써 어떤 통쾌함을 안겨주면서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전했다. 맛도 모르면서 비싸게 산다고 진짜 맛이 아니라는 것. 품위가 그러하듯이.

<품위 있는 그녀>는 지금껏 JTBC 드라마가 추구해온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대중성까지 확보해낸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남았다. 메시지를 담은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이야기, 그 이야기를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는 연기와 연출... 좋은 작품의 교과서 같은 면을 보여준 작품이다.

‘삼시세끼’, 한지민의 잔상 오래도록 남은 까닭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없을 때 더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의 첫 게스트로 출연한 한지민이 그렇다. 생각해보면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생각해보라. 어딘지 예능이 어색한 듯 혀를 날름 빼고 득량도의 세끼 집을 처음 들어왔던 그녀의 모습을.

'삼시세끼(사진출처:tvN)'

한 이틀 간의 시간 속에서 한지민은 세끼 집 사람들의 식구라고 해도 될 만큼 편해졌다. 물론 이서진과 과거 드라마 <이산> 같은 작품을 통해 익숙한 관계였지만, 이 이틀 동안 두 사람은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칠 정도로 더 가까워졌다. 늘 조용조용한 에릭에게는 살뜰하게 주방보조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고 그와 함께 해신탕을 만들어먹으면서 더 돈독해졌다. 

윤균상과는 처음 만나 어색한 관계였지만 잭슨네 목장에 함께 다니면서 누나 동생으로서의 친밀함이 생겼다. 더운 날씨에 홀로 잭슨네 목장에 가서 청소하고 먹이를 주는 윤균상이 못내 안쓰러웠던 한지민은 에리카를 타고 가 윤균상에게 에어콘 시원한 차를 타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자신은 윤균상이 끌고 온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겠다며.

사실 한지민은 수수함과 털털함 그 자체였다. 우리가 드라마 등을 통해 봐왔던 그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리고 그녀가 특별한 걸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세끼 집 남자들과 그들이 하는 일들을 같이 하면서 어우러진 것뿐이었다. 같이 요리를 하고 밥을 챙겨먹고 잭슨네 목장에 가서 산양들을 챙기고 너무 무더운 한낮에 바다로 나가 물놀이를 하는 그 일상의 시간들을 공유했던 것뿐.

하지만 다시 득량도를 찾은 이서진과 에릭 그리고 윤균상의 일상은 어딘지 허전함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설거지를 하며 웃던 그녀의 모습과, 함께 식사 자리에 앉아 중국풍의 가지된장덮밥을 먹으며 고량주 땡긴다던 그 모습, 그리고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까르르 웃던 그 소리들이 마치 잔상처럼 득량도 곳곳에 묻어난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처럼 누군가의 난 자리는 도드라져 보인다. 

에릭은 다시 찾은 득량도의 세끼 집에서 먼저 냉장고를 열고 이전에 한지민과 함께 담가두었던 열무김치를 꺼내 먹어본다. 잘 익었다는 에릭은 그것으로 입맛 돋워줄 열무국수를 만든다. 이서진은 냉장고에서 한지민이 남기고 간 반찬을 꺼내 놓는다. 그녀는 없지만 한 끼 밥상 가득 그녀의 흔적들이 묻어난다. 

사실 이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로 떠도는 여행이 아니라 한 공간에 머무는 것이고 거기서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들고 나는 자리가 확실히 잔상을 남긴다. 똑같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득량도의 그 집에는 찾았던 이들의 손길과 체온이 묻어난다. 한지민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그 귀여운 얼굴이 눈에 선하다. 있을 때는 그저 즐거워 잘 몰랐지만 없을 때 더 느껴지는 빈자리. 그래서 그 어떤 여행 예능보다 <삼시세끼>가 주는 여운은 더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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