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4', 극찬 받은 이진아에 남는 찜찜함

 

우리보다 잘 하잖아. 우리보다 잘 하는 사람 어떻게 심사해.” <K팝스타4>에 출연한 이진아양의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를 듣고 심사위원 박진영은 극찬의 끝을 보여주었다. 듣는 내내 거의 황홀경에 빠진 듯한 그의 표정이 이어졌고 듣고 나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며 흥분했다. 그는 이진아를 아티스트라고 불렀고,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심지어 합격 버튼을 누르기 민망할 정도라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K팝스타4(사진출처:SBS)'

극찬세례는 유희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꿈꿔왔던 여자 뮤지션의 실체를 여기서 본 것 같다는 표현까지 썼다. 양현석은 인디뮤지션이 메이저로 성공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진아가 그걸 할 수 있는 가수라고 극찬했다. 오디션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박진영은 심지어 자신과 유희열이 음악 인생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건 마치 파이널 무대에 선 우승자에 쏟아지는 찬사처럼 보였다. 이제 첫 회를 보여준 것뿐이지만.

 

이진아양의 무대는 실로 참신했다. 박진영이 말하듯 재즈를 바탕으로 독특한 그루브에 보컬의 음색까지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그런 그녀만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방송에 나온 적이 있는 인디 뮤지션이다. 그녀 스스로 음반도 내봤지만 50장 정도밖에 안 팔렸다고 말하긴 했지만 인디쪽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녀를 과연 유희열이나 박진영이 전혀 몰랐을까. 인터넷에 이름만 쳐보면 공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그녀를.

 

물론 인디에서 활동하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싱어 송 라이터를 발굴해낸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진아양과 같은 숨은 아티스트들이 더 많이 대중들에게 소개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대중들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아이돌 음악 일색인 우리네 가요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에 가려진 아티스트들의 발굴. 유희열이 들을 음악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게 아니라 들을 음악을 우리가 찾지 않았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과한 칭찬이 남기는 찜찜함은 여전히 있다. ‘전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고 말했지만 많은 대중들은 그와 유사한 음악들을 인디 쪽에서는 많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허밍어반스테레오 같은 음악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 아니라 그들이 들어보려 하지 않은 음악이라는 것이다. 사실 인디들이 그렇게 어렵게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데는 우리네 대형기획사들이 시스템을 쥐고 흔드는 그 편향된 구조 때문이 아니었던가.

 

<K팝스타>는 사실상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을 차별화해 만들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해가며 이러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은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악동뮤지션은 대표적인 사례다. ‘갈고 닦는다는 것은 이제 그 뮤지션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개성을 깎아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 방송사나 가수들을 키워내는 대형기획사들은 이제 인디 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는 그리도 무시했던 그들이었지만.

 

유희열이 지난 시즌에 <K팝스타>의 신의 한수가 됐던 건 그것이 다름 아닌 이러한 한계를 보이는 대형기획사 중심의 오디션에서 탈피하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곽진언이나 김필 같은 싱어 송 라이터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질 재목이 아니라 이미 완전체다. 이진아처럼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무대만 있다면 누구든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K팝스타4>의 이진아양에 대한 극찬 뒤에 남는 찜찜함은 그녀의 노래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일관성 없는 심사기준이 문제일 것이다. 첫 출연자로 나왔다가 박진영과 양현석의 혹평 세례를 받고 탈락의 위기에 처했던 홍찬미양은 그래서 자꾸만 이진아양과 비교지점을 만든다. 어찌 보면 둘 다 인디 신의 감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이런 평가의 차이는 이 오디션의 당락이 심사위원들의 호불호나 취향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만든다.

 

그나마 박진영, 양현석과는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유희열이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혹평세례로 탈락이 확정된 홍찬미양을 그는 와일드 카드로 합격시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두 심사위원이 말하는 것을 잘 들어야 한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굳이 따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취향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너무 과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 취향에서 배제된 이들에게는 자칫 폭력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취향은 말 그대로 다양성 차원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판 <런닝맨>의 승승장구와 유재석의 아우라

 

최근 만난 중국 관련 방송 콘텐츠 사업을 하는 한 예능작가는 중국 내 <런닝맨>의 승승장구를 얘기하면서 유재석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에 불고 있는 예능 한류 속에 유재석의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을 수위에 올려놓고, 중국판 <런닝맨>에도 직접 참여한 조효진 PD는 애초에 <런닝맨>의 리메이크 제안이 중국쪽에서 한참 들어올 때 난색을 표했던 가장 큰 이유로 중국에는 유재석이 없다는 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만큼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걸 조효진 PD는 실감하고 있었다.

 

이것은 중국 내에서 <런닝맨>의 리메이크를 두고 반대했던 중국인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제 아무리 비슷하게 판을 짜고 <런닝맨>을 중국판으로 만든다고 해도 원작이 가진 재미를 따라오기 힘들 거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런닝맨>이 실상은 캐릭터 게임에 가깝고 따라서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만한 중국측 인물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재석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본인도 그 안에서 뛰면서 프로그램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주기도 하는 그런 역할을 과연 중국판 <런닝맨>에서는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역할을 맡은 인물이 중국판 <런닝맨>의 리더인 덩차오다. 덩차오는 중국 내에서 톱클래스 배우이자 영화감독. 잘 생긴 외모와 달리 평상시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여줘 친근함을 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효진 PD에 의하면 덩차오는 유재석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드러냈고 또 이런 상황이면 유재석은 어떻게 행동했을까하고 수시로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유재석에 대한 인기는 <X> 시절부터 알려져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를 거쳐 <런닝맨>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판 <런닝맨>에 유재석이 참여하면서 그 관심도가 급상승한 것은 그에 대한 중국 내 인기를 잘 보여준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유재석에 이런 호감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국내에서 유재석이 인기 있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가 가진 재치나 입담,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카메라 안과 밖이 똑같은 그 성실하고 반듯한 인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캐릭터와 실제 출연자의 모습을 오버랩시켜 인성조차 프로그램의 재미로 이끌어낸 이후로,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진짜 모습에 주목해왔다. 가식이 아닌 진심이 드러나는 이른바 진정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 최근 관찰 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진정성의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리얼 예능의 특징 때문에 예능 한류는 재능보다는 출연자의 인성에 더 주목하는 면이 생겨났다. 중국내 유재석의 인기는 바로 이런 진짜 모습을 담아내려는 우리네 예능 트렌드와 유재석이라는 성실의 아이콘이 만나 생겨난 일이다. 그런 면으로 보면 유재석은 인성까지도 한류로 만든 인물이 아닐까 싶다.

 

<삼시세끼>부터 <미생>까지 금요일 장악한 케이블

 

이제 금요일 밤의 주도권은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물론 시청률 전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SBS <정글의 법칙>이다. 시청률 13.5%. 하지만 예전만큼 화제성이 뜨거운 프로그램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시청률이 나오는 건 이미 이 프로그램이 고정 시청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은 중장년 시청층에게도 충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사진출처:MBC)'

MBC가 새롭게 편성한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시청률은 3%에 머물고 있다. 기획적인 포인트나 시도 자체는 괜찮게 보인다. 하지만 금요일 밤의 치열한 경쟁을 염두에 두고 보면 너무 임팩트가 약하다는 게 약점이다. 큰 기대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KBS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을 메인 MC로 두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4% 대다. 포커스를 남자들에 맞춰 놓는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스튜디오 토크쇼가 갖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객석에 초대하는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효과는 별로 없었다. 무언가 형식 자체가 특화된 것이 아니라면 명 MC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이 금요일 밤에 살아나고 있는 지상파 예능은 SBS <웃찾사>. KBS <개그콘서트> 이외에 그다지 무대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웃찾사>는 최근 지속적인 아이디어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실 풍자 개그를 보여주는 ‘LTE뉴스나 혀 짧은 임금 캐릭터가 등장하는 뿌리 없는 나무같은 코너는 <개그콘서트>의 패턴화된 개그와는 색다른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새로운 인물의 투입과 하차가 자유로운 형식의 이점 때문에 계속 신선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역시 예전만은 점점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홍철의 하차가 주는 빈 자리는 확연히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제 나홀로 족에 대한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진 것도 프로그램의 신선함이 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시청률면에서도 또 화제성 면에서도 압도적인 건 최근 tvN<미생>, <삼시세끼> 그리고 종영한 <슈퍼스타K6>의 라인업이다. 케이블로서는 이례적으로 <미생>6%, <삼시세끼>7% 그리고 <슈퍼스타K6>도 평균 4.6%의 괜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시청률보다 더 고무적인 건 화제성이다. 다음날 토요일판 포털을 들여다보면 거의 이들 케이블 프로그램들의 기사들로 도배되다시피 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금요일 밤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존재감은 점점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지상파 프로그램에 파괴력이 느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이 없다는 점이다. <정글의 법칙>이나 <나 혼자 산다>처럼 처음에는 신선했던 프로그램도 반복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면서 그 신선함이 사라지고 있고, <나는 남자다><띠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새롭게 출시된 프로그램들은 굳이 봐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육아예능처럼 뭔가 잘 되면 우 몰려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양산하면서 결국에는 더 빠른 소비로 동반 추락을 겪는 것도 지상파 프로그램들의 한계로 지목된다. 완전히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기 보다는 스타 MC를 기용하거나 이미 성공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변용하는 식으로 안전함을 선택하는 것도 지상파 프로그램이 식상해지는 이유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유기농 예능에 도전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영석 PD<삼시세끼>, 드라마 내용상 불필요한 멜로 따위는 애초에 접어버림으로써 오히려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미생>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제 지상파가 배워야할 때다. 이제 안전한 시도에서 가져갈 것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기존의 패턴을 유지한다면 이미 케이블로 넘어가고 있는 주도권을 되돌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대중들이 곽진언을 선택한 까닭

 

대중들은 왜 곽진언을 선택했을까. <슈퍼스타K6>의 주인공으로 곽진언이 선택된 것은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떠올려 본다면 놀라운 결과다. 스스로도 자신의 음악을 비주류라고 얘기한 곽진언이다. 그는 대단히 놀라운 가창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심지어 고음불가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진언이 우승자가 됐다는 사실은 지금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준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곽진언은 <슈퍼스타K6>후회로 시작해서 자랑으로 끝냈다. 그의 존재감을 처음 알린 곡이 바로 자작곡인 후회였고, 그를 우승자로 확정지은 마지막 곡도 자작곡인 자랑이었다. ‘후회는 그가 가진 특유의 읊조리는 창법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가사가 단 몇 분 만에 듣는 이들을 감동하게 만든 곡이다. 그의 이 곡은 지금 다시 들어도 들을 때마다 마음을 움직이는 대단한 곡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그가 꺼낸 자랑이라는 곡은 후회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곽진언이라는 이미 준비된 싱어 송 라이터의 탄생을 확정짓는 곡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품이 포근하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이나,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예요라는 가사는 곽진언 특유의 담담함 속에 절절한 마음을 제대로 전해준다. ‘자랑이라는 의미를 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하게 전해줄 수 있는 이는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백지영이 한 올해 들어본 가사 중 최고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후회에서 시작해 자랑으로 끝낸 곽진언의 두 손에는 달랑 통기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무대는 소소한 예선 오디션에서 화려한 파이널 오디션으로 바뀌었지만 곽진언은 처음과 끝이 다를 게 없었다. 윤종신이 풀밴드 없이 통기타 하나만으로 무대를 만들었다며 극찬한 것은 끝까지 자기 스타일을 지켜내고 또 톱11에 들어가든 아니면 톱3가 되든 혹은 톱2에서 우승자가 되든 똑같은 그를 보여준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다.

 

파이널에 각자 자신들의 곡을 들고 나온 김필과 곽진언처럼 이제 오디션 무대에서 싱어 송 라이터는 하나의 전제조건처럼 보인다. 대중들은 가창력이 좋아 노래만 잘하는 가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의 이야기를 노래를 통해 건넬 수 있는 싱어 송 라이터를 원하는 것.

 

또한 가사에 대한 집중도는 이번 <슈퍼스타K6>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보인다. 곽진언이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창법이 무엇보다 가사를 음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질러대지 않아도 마음에 확 와닿는 그의 목소리는 흔히 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고 지나치던 가사를 다시금 되살려 놓았다. 그가 오디션에서 부른 곡들이 모두 새롭게 재조명된 건 그 때문이다.

 

김필과 곽진언은 둘 다 대단한 재목들이다. 따라서 우승을 가른 것은 실력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중들의 정서가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두 사람은 모두 싱어 송 라이터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지만, 노래하는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김필이 고드름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고음을 가졌다면 곽진언은 읊조리는 저음의 매력을 가졌고, 김필이 기분 좋은 차가운 느낌이라면 곽진언은 따뜻한 느낌이다.

 

결국 대중들이 원한 것은 자랑이라는 곡의 가사가 전하듯 위로. 그의 우승에는 또한 현실에 지친 대중들의 너덜해진 마음이 엿보인다. 곽진언에게서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 속에 비범이 느껴졌던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이 담겨진 가사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가 너덜해진 마음을 쓰다듬었다. 그는 역대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따뜻한 오디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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