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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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세상, '허준' 같은 심의가 필요한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6. 22. 08:09
병든 세상까지 고치는 심의(心醫), 오로지 올곧은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 이 그려내는 이른바 심의(心醫)의 길에 어떤 감동이 느껴졌다면 그것은 아마도 허준(김주혁)의 그 고군분투가 지금 현재 우리네 현실에 어떤 울림을 던져주기 때문이었을 게다. 오로지 병자만을 바라보는 심의의 길은 부조리한 세상에서는 그 자체로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길을 통해 허준은 아픈 병자들만이 아니라 아픈 세상까지 고쳐나간다. 혜민서(惠民署). 말 그대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곳이지만, 부패한 관리들이 있어 이 곳 역시 병이 들었다. 순번을 바꿔주는 식으로 백성들의 돈이나 뜯어내고, 약재나 빼돌려 착복하는 곳이 되어버린 것. 허준은 이를 엄금하려 하나 서리들의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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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그녀는 어떻게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었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6. 21. 14:48
이보영, 를 거쳐, 를 넘어 로 이보영. 사실 이전 그녀가 무슨 작품을 했는지 기억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2003년도에 데뷔해 드라마만 무려 16편을 찍은 그녀였지만 존재감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그녀의 도도하면서도 심지어 차갑게까지 보이는 이지적인 이미지가 작용했다. 매력은 밖으로 발산되기보다는 안으로 꾹꾹 눌러졌다. 드레시한 옷을 입고 나오는 신데렐라는 그녀의 이지적인 모습과는 좀체 어울리지 않았다. 는 비로소 이보영의 매력을 찾아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여자. 중견기업의 딸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다 집안이 몰락하자 생활전선으로 뛰어나온 여자. 그래서 숨기려 해도 밖으로 드러나는 도도함과 이지적인 매력. 게다가 이 여자는 시각을 잃어버린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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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왜 이렇게 지지부진해졌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3. 6. 20. 09:30
, 복수극과 멜로 사이에서 길 잃었나 박찬홍 감독에 김지우 작가. 드라마를 좀 봤다 싶은 시청자들에게 이 이름은 각별할 것이다. 과 이라는 이들의 전작이 갖고 있는 아우라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들은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모두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심지어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가 보였던 꽉 짜인 스토리 전개를 시청률이 따라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는 이들의 아우라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품이다. 시작 전부터 김남길과 손예진의 합류로 기대감을 한껏 모았던 것도 전작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정적인 영향도 존재한다. 그것은 전작들이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점. 따라서 마니아 드라마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시청률은 안 나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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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오성과 한음’, 이들을 껴안아주고 싶은 이유옛글들/명랑TV 2013. 6. 19. 09:31
빵빵 터지다 먹먹해지는 실업청년들의 한 방 한음아 이따 저녁에 뭐 먹을래? 불고기 어때? 별론데? 그럼 숯불갈비 먹을까? 고기 말고 밥 먹자. 그럼 전주비빔밥 먹자. 그냥 참치 마요네즈 먹을래. 그래. 삼각김밥은 그게 최고야. 새로 나온 날치알 먹어봤냐? 그건 원 플러스 원 아니잖아. 오성(김진철)과 한음(이혜석)이 캐치볼을 하며 이런 대화를 나누는 곳은 아마도 변두리 공터 어디쯤일 게다. 모두가 서울로 출근해서 텅 비어버린 한낮에 동네 한 귀퉁이에서 저녁으로 어떤 삼각김밥을 먹을까 고민하는 이들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희망조차 사치인 이들 실업청년들은 그 단단한 현실의 절망 덕분에 좀체 웃지도 울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는 얼굴이 되어버린 듯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답답한 현실이다. 2002년 월드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