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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

'하하하'가 우스운가? 슬프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본 지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제목이 '하하하'이고 그래서 여름처럼 밝은 웃음을 연상시키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꽤 유쾌하게 웃었더랬습니다. 홍상수 특유의 냉소적 시선이 거둬지고 어떤 세상에 도통한 듯한 허허로움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유쾌함은 영화를 보고 일주일 정도가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웃었던 그 순간적인 유쾌함이 조금씩 기억에서 상쇄되어갈 즈음, 그 웃음 뒤편에 숨겨져 있던 허무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감독 문경(김상경)과 영화평론가 중식(유준상)이 만나 막걸리를 마시면서 지난 여름 다녀온 통영에서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현재의 장면들은 영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더보기
우리가 '검프' 앓이를 했던 이유 '검사 프린세스'가 종영했다. 그저 가볍게만 여겨졌던 드라마는 그러나 차츰 진지해지면서 결국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흔히들 이 드라마를 통해 '서변앓이'를 경험했다고들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혜리(김소연) 옆에 나타나 가벼운 농담처럼 다가왔던 서인우(박시후). 그런 그가 갑자기 사라져버리자 '서변앓이'를 시작했던 마혜리처럼, 그걸 바라보면서 똑같이 '서변앓이'를 했던 시청자들처럼, 이제 '검사 프린세스'의 갑작스럽게만 느껴지는 종영 앞에 뒤늦은 '검프' 앓이를 하는 이유는 왜일까. '검사 프린세스'의 시작은 경쾌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였다. 미니스커트 차림에 "야근을 왜 하냐"며 6시면 땡하고 회사를 나서서는 명품 가방이나 챙겨드는 무개념 검사 마혜리(김소연)는 그 어이없는 행동으로 웃.. 더보기
'신데렐라 언니', 문학을 닮아버린 드라마 드라마가 발견한 문학의 가치, '신데렐라 언니' "은조야-" '신데렐라 언니'에서 은조(문근영)의 이름을 부르는 이 대사는 여러 번 반복된다. 하지만 그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불과한 이 대사가 가지는 뉘앙스와 의미는 사뭇 다르다. 독하게 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회초리를 맞고는 술도가 창고에서 술독에 귀를 대고 왠지 서글프고 왠지 편안해지는 그 술 익는 소리를 듣는 그녀에게 기훈(천정명)은 맞지 말고 앞으로는 도망치라면서 은조를 부른다. "은조야. 대답 좀 해주지. 은조야. 응. 아프지?" 그 때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제 맘을 열지 않았던 은조는 "어"하고 답을 해준다. "은조야"라고 묻고 "어"하고 답을 해주었을 뿐인데, 그 소통의 순간이 짠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그 "은조야" 라는 부름 속에 들어가 .. 더보기
'검사 프린세스', 멜로를 보다 사회를 읽다 '검사 프린세스', 소현경표 멜로드라마의 사회성 "좀 전에 골라든 그 수백만 원 하는 가방, 그 동안 당신의 명품들, 인우 인생 짓밟은 대가라는 거 알아요? 인우 거 뺏은 거라는 거." '검사 프린세스'에서 인우(박시후)의 친구인 제니(박정아)가 마혜리(김소연)에게 던지는 이 말은 드라마의 시점을 살짝 돌려놓는다. 그동안 마혜리의 입장에서 진행되어오던 드라마는 제니의 이 역지사지를 제안하는 대사를 통해 인우의 입장을 풀어놓는다. 수백만 원 하는 가방에 명품들 속에서 공주로 검사로 살아오던 마혜리가, 자신의 삶이 사실은 한 가족의 인생을 파탄 낸 대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를 개인적인 차원을 다루는 멜로에서 사회극으로 옮겨놓는다. 마혜리는 사회화가 덜 된 무개념의 공주 검사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더보기
'커피하우스', 그 달콤쌉쌀한 퓨전의 맛은? 맛좋은 카푸치노 같은 퓨전드라마, '커피하우스' 커피 특유의 진한 맛에 부드러운 우유, 게다가 달콤함을 더하는 계피가루... 표민수 PD의 새 드라마 '커피하우스'는 그 여러 재료들이 잘 섞여 부드럽고 달콤 쌈싸름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한 잔의 카푸치노를 닮았다. 커피 특유의 향을 내는 정극의 분위기는 톡톡 튀는 계피가루 같은 시트콤과 만났고, 탄탄한 쓴맛을 내재한 드라마는 달콤한 맛의 만화를 곁들였다. 과장됨과 진지함이 넘나드는 연출은 깔끔하고 세련된 영상미 위에 코믹함을 덧붙였다. 티아라 함은정의 연기도전과 강지환의 4차원 연기는 가수와 배우가 벌이는 독특한 앙상블을 선보였다. '커피하우스'는 표민수PD와 '거침없이 하이킥'의 송재정 작가가 만났다는 점만 보더라도 시트콤과 정극을 넘나드는 퓨전의 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