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도 있고 붐도 있는데 왜 이수근에만...

 

이상한 일이다. 불법도박 파문에 줄줄이 예능 MC들이 연루되어 있지만 희한하게도 이수근에만 유독 논란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이름들을 보면 탁재훈, 붐, 토니안, 앤디, 양세형 등이다. 물론 지금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들이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이미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이 모든 일들이 마치 이수근 혼자 저지른 것처럼 포장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건 이상한 현상이다. 양세형 같은 이름은 거의 논란에서 거론되지도 않고 있다. 심지어 이수근이라는 이름이 다른 이름들을 덮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당연하게도 이것은 이수근이 최근 다른 이들보다 더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이수근은 KBS의 간판 예능인 <1박2일>에 시즌2까지 계속 출연해왔고, 최근에는 KBS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우리동네 예체능>에도 확고한 자기 존재감을 만들었다. 물론 탁재훈이 한때 KBS 연예대상을 탔던 인물이고 케이블에서 <비틀즈코드 시즌2> 같은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고 해도 최근의 존재감은 확실히 이수근에 미치지 못한다. 붐 또한 마찬가지다. <스타킹>과 <출발 드림팀 시즌2>에 고정출연했지만 이수근 만큼 주목되지는 못했다.

 

게다가 이수근은 최근 토크쇼 등을 통해 자신의 어려운 상황들을 토로했다는 것이 오히려 거센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어려운 가족사를 드러냈던 그였기에 그가 불법도박에 손을 댔다는 사실은 대중들에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요즘 예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른바 ‘진정성’이 이 사건 하나로 훼손된 것이다.

 

불법도박 사건이 터지고 결국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됨으로써 생겨나는 빈 자리도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일수록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찍었던 <우리동네 예체능>은 시청률은 많이 나오지 않아도 화제성만큼은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이수근은 말 그대로 통편집되었다. 농구는 잘 못해도 빠른 발로 이른바 셰퍼트처럼 밀착해서 수비하는 모습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져 가던 차였다.

 

불법도박 사건이 이처럼 이수근에게로 집중되는 현상은 또한 난데없이 강호동 위기론으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물론 이 위기론에는 <스타킹> 등에서 강호동과 호흡을 맞추던 붐 또한 이 사건으로 하차하게 된 것이 포함되어 있지만, 확실히 이수근 만큼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은 마치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대며 스포츠에 가까운 프로그램에 예능적인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니 이수근의 부재는 강호동에게 버거운 숙제를 안긴 셈이다.

 

물론 불법도박을 한 이수근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당연하고 또 지당하다. 하지만 이 비판의 초점이 맞대기 도박이라 불리는 신종 불법도박을 운영해 연예인들을 꿰어 넣은 이들에게 맞춰지지 않고 여기에 연루된 연예인들에게만 선정적으로 맞춰지는 건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한동안 이들 연예인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다가 가라앉게 되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시간문제다. 즉 여론몰이 하듯이 그저 한때 시선을 잡아끄는 방식의 선정적인 시선은 항간에 떠도는 음모론처럼 실제로 더 큰 문제를 가리기 위한 이벤트 정도로 사안이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지금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이른바 맞대기 도박이라 불리는 신종 도박이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수근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가 <상상플러스>에 참여하던(공교롭게도 <상상플러스>에 출연했던 MC들, 신정환을 비롯해 탁재훈, 이수근은 모두 불법 도박으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2008년에 이 도박을 처음 접했고 그 후 몇 년을 하지 않다가 2010년부터 11년까지 이 도박에 손을 댔다고 한다. 그러니 현재를 시점으로 보면 2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 문제가 끄집어내졌을까.

 

이수근이 전면에 내세워져 다른 불법 도박에 연루된 이들이 가려지는 현상은, 그래서 이 문제로 더 큰 정치적 사안들이 가려지고 있는 현 상황을 환기시킨다. 이것은 혹시 정치가 연예인을 활용하는 방식은 아닐지. 더 유명하고 존재감이 있는 연예인일수록 더 효과적이라는 것. 불법 도박 파문이 이수근에게만 쏠리는 현상은 그래서 마치 프랙탈처럼 정치적 사안이 연예인 사건사고로 덮여지곤 하는,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네 이웃의 아내>, 불륜 넘어 공감 얻는 까닭

 

결혼 17년 차,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지만 아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남자 안선규(김유석). 그는 커리어우먼으로 집안일에는 영 신경을 쓰지 않는 아내 채송하(염정아)보다 앞집으로 이사 온 주부9단 홍경주(신은경)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요리 솜씨가 일품인데다가 아이들과 남편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드센(?) 아내와는 비교되기 때문이다.

 

'네 이웃의 아내(사진출처:JTBC)'

한편 홍경주의 남편 민상식(정준호)은 사회생활을 전혀 모르는 아내 홍경주보다 우연히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앞집 여자 채송하에게 눈길이 간다. 커리어우먼으로서 남자들도 버티기 힘든 광고판에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내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지독히도 원리원칙주의자인 남편 안선규와는 달리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원칙을 포기하는 민상식에게 마음이 가는 채송하나, 늘 부엌데기로 자신을 무시하는 민상식과는 달리 자상한 안선규에게 마음이 가는 홍경주도 마찬가지다.

 

<네 이웃의 아내>는 이처럼 불륜, 그것도 크로스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다 중년의 성담론이나 리얼한 사회생활 속에서의 접대 문화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자극이 약한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우리가 흔히 불륜 드라마라고 부르는 드라마와는 완전히 상이한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왕가네 식구들>에서 옛 남자친구인 허우대(이상훈)를 만나는 왕수박(오현경)이나, 조강지처를 내버려두고 은미란(김윤경)의 돈에 빠져드는 허세달(오만석)의 불륜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것은 불륜을 다뤄도 그 목적이 다른 데서 나오는 차이다. 즉 <왕가네 식구들>이 다루는 불륜은 그 뻔뻔함을 통해 보는 이들을 울화통 터지게 만드는 식으로 자극을 위한 자극이 목적이지만, <네 이웃의 아내>는 위기의 중년부부가 겪는 권태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동시에 부부가 서로를 역지사지로 이해해가는 과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

 

즉 정의로운 의사로서 원리원칙을 자존심으로 버텨온 안선규는 민상식을 통해 아내가 겪는 사회생활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아내를 위해 원칙을 꺾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생활을 전혀 모르는 아내를 늘 가정부처럼 부리며 무시하던 민상식은 채송하를 통해 그의 아내 역시 사랑받기를 원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간다.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불륜의 구조는 다분히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 즉 민상식과 채송하는 살벌한 직장생활의 공감대를 보여주고, 안선규와 홍경주는 가정생활의 공감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이 네 인물이 보여주는 각자의 입장들이 모두 이해되고 공감이 간다는 점이다.

 

가족을 위해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으며 개처럼 사회생활을 해온 민상식이나,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뛰어넘어 커리어우먼으로서 당당히 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채송하, 돈은 못 벌어도 환자를 위한다는 그 의사의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 안선규나, 가족을 위해 묵묵히 희생하며 살아왔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 자신을 위한 삶을 꿈꾸는 홍경주 모두 중년의 시청자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인물들이다.

 

이렇게 각자의 처지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 인물들이 잠시 잠깐 타인에게 눈길이 가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둔감해진 부부 사이의 위기를 역지사지로 넘어서는 드라마가 바로 <네 이웃의 아내>다. 따라서 <네 이웃의 아내>는 불륜의 설정은 갖고 있어도 그 일정 수준의 선은 넘지 않는 거리두기의 균형감각을 보여준다. 상상 불륜이라고나 할까.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자극제로 부부관계를 되돌아보는 것.

 

그러고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네 이웃의 아내>와 <왕가네 식구들>은 제목과는 다른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십계명에서 따온 <네 이웃의 아내>가 아예 대놓고 불륜을 소재로 내세우면서도 불륜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반면, <왕가네 식구들>은 마치 전형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처럼 보이면서도 오히려 불륜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숱한 고전들 속의 남자들이 ‘이웃의 아내’를 탐해왔다는 것은 이것이 결혼제도를 갖게 된 인간의 본능적인 서사라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단지 불륜 코드가 갖는 자극만을 담아내기 때문에 흔히들 ‘불륜 드라마’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네 이웃의 아내>는 ‘불륜드라마’라기보다는 간만에 보는 ‘성인들을 위한 공감드라마’라고 여겨진다.

연예계의 사건사고, 과연 개인적인 문제일까

 

잘 나가는 예능 MC 치고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 없다? 과장이 아니다. 세금 문제로 강호동은 1년 간 방송출연을 하지 않았고, 김구라는 과거 인터넷에서 했던 적절치 못한 발언이 논란이 되어 역시 한 동안 방송을 접고 자숙의 기간을 가졌으며 지금은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동엽도 한 때는 대마초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잘 풀린 경우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거의 방송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예능 MC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정환은 대표적이다.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던 그는 두 번씩이나 원정 도박사건이 터지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한 정황까지 포착돼 대중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혁재는 폭행사건에 연루되면서 방송이 어려울 만큼 급추락하게 되었고, 고영욱도 청소년 성추행 혐의라는 죄질이 극히 좋지 않은 문제로 구속되면서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되었으며 MC몽의 경우에는 군 면제를 위해 고의발치를 했다는 혐의로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인물이 되었다.

 

이 사건사고 리스트에 김용만에 이어 이수근, 탁재훈, 붐, 토니안, 앤디까지 예능MC로서 주가를 올리던 이들이 불명예스런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불법 도박 혐의다. 이번 사건에 등장한 이른바 온라인을 이용한 ‘맞대기’ 도박은 훨씬 더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점에서 과거 원정도박보다 유혹의 강도는 높은 반면, 죄의식에는 둔감했으리라 여겨진다. 도박 사건이 여러 번 터졌지만 이번에 특히 대거 MC들이 한꺼번에 사건에 연루된 이유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그 오랜 시간 동안 톱MC로서의 위치를 지켜오면서도 그 흔한 구설수 하나에도 휘말리지 않았던 연예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같은 야외에서 일반인들과 부딪치기 마련인 프로그램 형식 속에서도 그는 오히려 더 성실하고 사려 깊은 MC로서의 면모를 보임으로써 심지어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유재석을 유느님이라 부르는 것이 단지 과장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입증해왔다.

 

유재석의 경우를 보면 스타가 되어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고 몸 관리에도 철저하며 프로그램 내에서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은 대중들이 그를 신뢰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정상의 연예인으로서 누리기보다는 그만큼 자기관리에 더 힘을 쏟는 모습에 대중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유재석이라는 특별한 MC의 사례일 것이다. 연예계라는 곳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 어느 곳보다 사건사고의 유혹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술로 인한 사건이나 도박 문제가 자꾸만 불거지는 것은 이들 연예인들이 그 직업상 정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공장소로 나올 수 없는 그들은 밀폐된 저들만의 공간에서 저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기 마련이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그 때뿐이고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똑같은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것은 이 문제들이 개인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직업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라는 걸 말해준다. 항간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마치 숨겨둔 곶감 하나씩 꺼내먹듯 연예계 사건사고를 터트린다는 음모론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문제를 겪다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은 연예인들 전반의 정신적인 상태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잘 보여준다.

 

연예계의 사건사고들은 물론 그 개개인들의 자기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신뢰를 가졌던 대중들이 질타를 보내는 건 정당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놓여져 있는 연예계의 취약한 구조가 가진 문제들을 개선해나가는 노력 역시 필요할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사건사고를 그저 개인이 저지른 일파만파의 파장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향후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정노동을 위한 상담 등을 상설화하는 식으로 사전에 예방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모두가 유느님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세결여>, 김수현 작가표 드라마의 한계인가

 

여전히 똑같다. 재벌가 사람들의 수다와 누가 누구와 결혼했고 이혼했으며 또 결혼하려 하는가 하는 이야기. 게다가 여전한 문어체 대사 어투는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물론 이 속사포로 쏟아지는 문어체 대사는 과거에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김수현 작가표 명대사로 칭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하소연이나 넋두리 같은 문어체 대사는 관찰 카메라로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감 없이 찍어 보여주는 시대에는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진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사진출처:SBS)'

그럼에도 김수현 작가라는 이름 석자의 힘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갖고 왔는지에 우선 이목이 집중된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처럼 달라진 결혼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과거의 결혼이라고 하면 어딘지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것으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이혼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나 새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된 시대다.

 

과거의 드라마들이 대부분 결혼을 목표로 하고 한 식구가 될 그 당사자들과 집안사람들 간에 야기되는 갈등들을 주로 다뤄왔다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난 후에 발생하는 삶들, 이를테면 이혼이나 재혼 같은 것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가장 파격적인 인물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 지칭하는 주인공, 오은수(이지아)다. 그녀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 재혼을 했지만 전 남편과 가진 아이와는 떨어져 살고 있다. 새 남편의 집안에서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오은수는 여자로서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다. 요즘 세태에서 이혼이라고 하면 “그래 그럴 수도 있어”라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아이 문제라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까지 포기하고 재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과연 사회적 통념이 얘기하듯이 여성으로서의 잘못된 삶일까. 바로 이 질문이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기존 드라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흥미로운 건 오은수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이지아라는 점이다. 대중들 모르게 서태지와 함께 살았고 헤어졌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장을 만들었던 배우. 어찌 보면 상당히 오은수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지아라는 배우가 이 배역에 캐스팅 되었을 것이다. 김수현 작가가 이지아에게 주문한 말 “네 안의 틀을 깨고 나와라”라는 말은 그래서 작품의 캐릭터를 위한 얘기이면서, 동시에 이지아에 대한 충고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은 이혼에 대한 통념을 깨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또한 이지아로 대변되는 이혼녀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제의식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가 여전히 쥐고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틀이다. 물론 이혼을 얘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제도라는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을 생각해보자. 결혼? 이제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 정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결혼이 주는 사회적 부담감이 너무 큰 데다가 ‘혼자 사는 삶’ 이른바 ‘싱클턴(Singleton)’이라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가 아닌가.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주제의식은 과거 세대에게는 파격적으로 읽힐 수 있겠지만 지금 현 세대들에게는 고루하게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리얼하게 들리지 않는 문어체식의 대사들은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지아의 성형설이 먼저 불거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작용한다. 그 하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이지아의 표정연기가 대단히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고, 또한 드라마의 대사 톤들이나 천착하는 메시지가 그다지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수현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도발적이다. 엄마로서의 삶보다 여자로서의 삶이 과연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이 그렇다. 하지만 요즘은 혼자 살아가면서 엄마로서도 여자로서도 살 수 있는 시대다. 굳이 결혼만이 유일한 여자의 삶의 선택지는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이 시선으로 바라보면 왜 저들이 저렇게 결혼과 이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지아 성형설이 먼저 불거진 데는 그만큼 몰입하게 되지 않는 드라마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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