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가족도 많다?

 

“아빠 니 방에서 야동 볼 거니까 들어 오지마.” 상식적으로 아빠가 아들에게 야동 운운하는 장면은 보통 가족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충분히 개방적인 가족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지상파에 나와 공공연하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이 고민남은 아빠 못지않게 엄마도 술과 놀기를 너무 좋아해 고민이라고 했다. 술 마시고 무단횡단하다 사고를 당해 허리 부러지고 이가 빠졌지만 그 상황에서도 몰래 병실을 빠져나가 술을 마셨다는 것.

 

'안녕하세요(사진출처:KBS)'

물론 이런 고민남의 고민 토로에도 불구하고 이 부모는 당당했다. 애들이 다 컸고 자기 인생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 그럴 수 있다. 각자 자기 집안만의 교육법이나 분위기가 있으니 그것을 갖고 뭐라 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그 고민의 내용도 어느 정도는 지상파의 수위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전국고민자랑’이라는 테마가 붙어 있지만 그것이 가족 간의 사적인 일들을 마구 파헤치고 드러내게 만드는 장치로만 기능해서는 곤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날 출연한 막말 남편의 사연은 너무 지나쳐 보기에 불편한 수준이었다. 밥 먹을 때 “소가 여물 먹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자고 일어나 부어있으면 “붕어 대가리 같다”고 말하는 남편. “진짜 못생겼다. 얼굴 치워라. 밥맛 떨어진다.” “주름 자글자글한 것 좀 봐라. 살이 디룩디룩 쪄서 굴러다니겠다.” “덩치도 남자 같고 너한테 깔려 죽겠다.” 아내가 폭로한 남편의 막말은 부부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언어폭력에 가까웠다.

 

여기에 대해서 남편은 “아내가 관리를 안 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세게 말했다고 변명했지만 거기에 공감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결국 이 막말 남편의 사연을 소개한 고민녀가 이 날 방송에서 새로운 1승을 거두었다. 어찌 보면 막말 남편의 사연을 버젓이 온 국민에게 얘기한 부인 역시 상식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내밀한 이야기들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게 만드는 걸까.

 

이것은 사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 굴러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서로 앞 다퉈 좀더 센 고민을 털어놓는 것으로 그들은 승리의 상금을 가져간다.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긍정적인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것은 가족의 사생활 폭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지상파, 그것도 KBS라는 공영방송에서 <화성인>처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가족 사생활을 폭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폭로의 대상이 되는 다른 가족을 출연시킨다. 일방적인 폭로가 아니라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를 살리는 것.

 

이것은 훌륭한 장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려는 의도가 보일 때도 많다. 결국 고민이 소통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과정을 그려내는 것과, 지나친 폭로가 그저 자극적인 재미에 머무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 프로그림은 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는 점이다.

 

내용보다 중요한 게 형식일 수 있다. 당당하게 야동 보는 아빠나 막말하는 남편 같은 내용보다 더 자극적일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방송에 나와 쏟아낼 수 있는 방송의 형식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 간의 소통이라는 좋은 기획의도로 시작했던 <안녕하세요>. 하지만 때로는 그 의도가 무색하게 이상한 가족들의 쌍방향 폭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피로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은 전혀 안녕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한다.

대사만으로 현대사를 관통하는 문제작, <황금의 제국>

 

“시멘트 가루 맛보던 혓바닥이 돈 맛을 보고 나니까 세상천지가 다 돈으로 보여. 회사도 공장도 사람도 저놈 저거 얼마짜리다. 저건 얼마짜리다. 한성제철이 네 손에 들어가 있으면 서윤이하고 싸우겠지. 너도 서윤이도 시멘트가루 맛은 본 적이 없고 돈 맛만 아니까. 10년 20년 결국 너도 내 나이가 될 거다. 민재야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 너 안 느끼게 하고 싶어. 애비 마음이 그래.”

 

'황금의 제국(사진출처:SBS)'

성진그룹을 형 최동성 회장(박근형)과 함께 일궈낸 최동진(정한용)이 아들 최민재(손현주)에게 던지는 이 대사는 <황금의 제국>이라는 드라마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본론>으로 얘기하면 사용가치가 교환가치로 바뀌는 지점에서부터 생겨나고 폭주하는 자본의 생리를 최동진은 몇 마디 대사로 툭 던져놓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우리네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80평짜리 시멘트 공장으로 시작했다. 시멘트가 한 포대 나올 때마다 거 신기하고 내가 만들었다 생각하니까 자식 같고 어떤 날은 찍어서 시멘트 가루 맛도 봤어. 근데 아파트가 무너지고 어쩌다가 청마건설을 인수했어.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성진시멘트보다 몇 배나 더 큰 회사가 우리 손에 들어왔지. 그 때부터 돈으로 회사를 샀고 형님하고 싸우고 내 인생의 반 토막은 드러내고 싶어.”

 

개발시대를 거쳐 90년대 IMF 겪으며 돈이 돈을 먹는 자본의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을 <황금의 제국>은 당대의 인물을 표상하는 캐릭터들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이것이 온전히 최동성 회장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로 상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형제들 간의 암투와 대결이 우리네 현대사를 관통하듯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래서 마치 왕조사극의 현대판을 보는 듯하다. 왕조사극이 왕과 신하들 사이에 벌어지는 대결구도를 통해서 당대의 역사적인 변화를 포착해내듯이, <황금의 제국>은 최동성 회장이라는 제국의 가족사를 통해 당대의 경제사를 그려낸다. “저는 왕건이 될 겁니다.”라며 궁예(최동성 회장을 빗대어)의 이름을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하는 최민재의 말은 이 드라마가 상당 부분 왕조사극의 구성을 끌어오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놀라운 건 그래서 이 드라마는 거의 야외촬영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최동성 회장의 집안에서 인물들끼리 이합집산하며 부딪치는 장면들이고, 가끔 성진그룹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서윤(이요원)의 모습과 장태주(고수)가 이끄는 에덴에서 윤설희(장신영)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을 뿐이다. 최동성 회장의 장례를 사회장으로 할 것인가 가족장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가족이 대결을 벌이는 9회는 거의 70%를 최동성 회장의 집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정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긴박감 넘치는 역동감을 선사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이 집안에 있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이 확실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제국>의 전제는 이 집안이 최동성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저녁 식사 시간에 말 한 마디로 계열사의 주인이 바뀌기도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수 조 원이 움직이는(그래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이 이 가족 구성원들의 말 한 마디,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배했는가 하는 결과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 보다 흥미진진한 게임이 있을까.

 

하지만 이 드라마가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지는 건 이것이 단순히 가족 내 서바이벌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네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거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동성 회장의 죽음에 이어 벌어진 가족 내의 대결은 그래서 이 모든 욕망들이 허망하다는 것을 에둘러 말해준다. 그가 죽자 그의 아내가 본색을 드러냈고 자식들은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일제히 자기 몫을 챙기려 안간힘을 쓴다. 고인의 영정 앞에 모여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은 그래서 섬뜩함마저 느끼게 만든다.

 

워낙 국민적인 반향을 일으켰던 <추적자>와 비교해 <황금의 제국>은 그 성취가 낮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추적자>가 우리 사회의 정의의 문제를 끄집어내기 위해 한 개인의 고군분투를 다뤘다면, <황금의 제국>은 그 개인의 고통이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를 시대를 거쳐 그 시스템이 완성된 뿌리에서부터 들춰보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 것인가. <황금의 제국>의 도발은 그래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1박2일>, 영혼 없는 미션 나열로는 어렵다

 

<1박2일>은 지금 최대의 위기다. 시청률 추락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지표일 뿐, 더 중요한 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반응이다. 수애가 게스트로 출연한 ‘2013 바캉스 연구소’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수애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1시간을 끌었다. 물론 게스트는 앞부분에 나올 수도 있고 프로그램 중반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1시간 동안 <1박2일>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웃음과 재미를 주었는가 하는 점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애석한 일이지만 이수근이 연구소장이라는 캐릭터로 설정된 ‘바캉스 연구소’ 콘셉트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장흥이 물놀이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연다는 것은 알겠지만 뜬금없이 하는 물놀이를 재밌게 하는 연구나 그래서 벌어지는 대결은 그다지 웃음을 주지 못했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따라서 공감대 없는 미션들은 출연진들의 영혼 없는 리액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이것은 마치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진행하는 이수근의 진행 스타일이 상당 부분 작용한 탓이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1박2일> 제작진의 스토리텔링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리얼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은 그저 방치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출연진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치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모습(그것도 리얼이기는 하다)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리얼 예능에서 제작진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 방송 촬영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거 나영석 PD는 이 부분에 있어서 귀재였다. 그는 프로그램의 미션을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마치 자신의 감정이 섞인 것처럼 출연진들에게 전달하거나 혹은 그들의 감정을 건드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들의 진심이 묻어나게 만들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나영석 PD가 이서진에게 끊임없이 깐족대는 모습을 보라. 그것은 어르신들과 함께 방송을 하고 있어서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이서진에게서도 결과적으로 진심을 끌어내게 만든다. 그가 방송에서도 마음껏 속내를 드러내 투덜댈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을 놀리는 나영석 PD의 도발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박2일>은 어떨까.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이세희 PD는 미션은 전달하고 있지만 거기에 어떤 의도적인 감정이나 감성을 더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영혼 없는 미션이 제시되고 당연하게도 출연진들은 영혼 없는 미션 수행을 하게 된다. 이것은 출연진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방송 촬영에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그것은 몸을 아끼지 않는 주원이나 엄태웅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단지 방송을 열심히 한다 여겨질 뿐, 실제로 그 상황에 몰입하고 있다 여겨지지 않을 뿐이다.

 

이제 그저 놀러가 좋은 풍광 아래서 사진 찍고 돌아오는 관광 여행의 시대는 지나갔다. 대신 중요한 것은 왜 누구랑 놀러가고 가서 어떤 감흥을 느끼고 오느냐다. 이것은 전적으로 그 여행이 제시하는 스토리텔링에 달려 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1박2일>이 장흥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그저 물놀이의 천국이라는 콘셉트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런 정보는 이미 인터넷을 치면 다 나오는 것이 아닌가.

 

<1박2일>이 되찾아야 할 것은 그 독특한 정서다. 출연진들 간의 툭탁거림이나 출연진과 제작진 간의 밀당이 중요하고, 의외의 상황에서 실제로 촉발되는 출연진들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이를테면 PD의 캐릭터 같은)가 더 절실하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지역 선택이나 미션 제시는 영혼 없는 방송을 만들 뿐이다. <1박2일>이라는 의미도 좋고 재미도 촉발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 그저 <6시 내 고향>식의 정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건 실로 아까운 일이 아닐까.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제작진들은 좀 더 진정성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클라라와 <SNL코리아>, 섹시에 품격을 얹어야

 

노출이 화제가 되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클라라는 스스로 밝히길 훌륭한 연기자가 진짜 목표라고 했다. 물론 여타의 노출로 주목받은 연기자들도 목표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같다고 결과도 같을 수는 없다. 노출이 화제가 되었던 여배우 오인혜나 이소은, 하나경은 당시 잠깐 주목받았을 뿐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클라라는 어떨까. 그녀도 반짝 노출 스타로 끝나버릴까. 아니면 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까.

 

'SNL코리아(사진출처: tvN)'

확실히 클라라의 존재감이 여타의 노출 여배우들과 비교해 더 큰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아마도 다른 여배우들이 영화쪽에서 활동하는 반면, 클라라는 드라마나 예능 같은 방송쪽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현재 SBS 주말극 <결혼의 여신>에서 TV 앵커인 유부남 노승수(장현성)의 불륜녀인 신시아 정(클라라)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썩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육감적인 캐릭터와 클라라의 이미지는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다지 이물감이 있다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무엇보다 클라라의 존재감을 확실히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SNL 코리아>다. 그녀가 노출로 주목받는 시점에 마침 <SNL 코리아> 같은 19금 예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SNL 코리아>는 클라라를 새로운 크루로 합류시킨 이후 훨씬 더 노골적인 19금 콩트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첫 출연에서 그녀는 김완선과 간단한 섹시대결을 벌이더니, 조동혁과 한정수가 호스트로 출연한 두 번째 방송부터는 훨씬 더 빛나는(?) 활약을 선보였다.

 

그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패러디를 통해 신동엽으로 하여금 베드신을 상상하게 만들기도 했고, ‘아찔한 요가 학원’에서 특유의 몸매를 선보이고는 조동혁에게 이상한 동작을 하게 만들고 그것을 관찰하는 콩트를 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하나다’에서는 감독 신동엽의 여자 친구로 등장해 팀을 순식간에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마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클라라의 활용도가 높은 것은 그녀가 갖고 있는 섹시함 혹은 섹시한 이미지가 19금 콩트 코미디에는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안영미가 가끔 노출을 통해 섹시 이미지를 드러내고 때로는 김슬기나 서유리가 여기에 가세하지만 클라라만큼 확실한 섹시 아이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SNL 코리아>로서도 클라라의 크루 합류는 그만큼 괜찮은 선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클라라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MBC 에브리원 시트콤 <무작정 패밀리 시즌3> 제작발표회 도중 갑자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 클라라는 스스로도 자칫 섹시 이미지로만 굳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출과 섹시 이미지로 주목받은 클라라인 만큼 그것을 벗어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정면돌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더 노출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노출이나 섹시 이미지 역시 연기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부정하기보다는 좀 더 원숙하게 해내고 그 안에서 다른 면들까지 끄집어낼 수 있다면 클라라는 섹시 이미지만이 아닌 연기자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섹시한 것을 단지 몸으로만 보여줄 때 노출 이미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굳이 몸을 드러내지 않아도 섹시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연기의 영역으로 소화될 때 노출로만 이미지 메이킹된 클라라의 출구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게다.

 

<SNL 코리아>는 그런 점에서 클라라에게 최적의 프로그램인 셈이다. <SNL 코리아>는 19금으로 대변되는 선정성이 있으면서도 시사 풍자 같은 개념이 동시에 탑재되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즉 19금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좀 더 과감한 표현이 가능하면서도 그 표현 속에 풍자 같은 개념을 장착한다면 클라라의 이미지는 훨씬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SNL 코리아>가 과연 클라라를 그런 방식으로까지 소비할 것인가이다. 클라라 투입으로 19금 콩트는 확실히 과감해졌지만 그로 인해 시사 풍자가 약화된 느낌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SNL 코리아>도 클라라도 상생하기 위해서는 섹시에 어떤 품격을 얹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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